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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퍼 오디오 라돈 6, 이어폰으로 들여다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세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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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오디오 라돈 6

이어폰으로 들여다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세계



"라돈 6는 퍼 오디오의 입장에서도 IEM 생태계를 흔드는 [위험한 걸작]일 것이다.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의 장점만 모두 지닌, 사실상 소리 측면에서 완벽한 이어폰이 나와버렸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지나치게 오랫동안 음향 기기 리뷰를 해온 본인에게도 개인적 취향이라는 것이 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음향 기기 컬렉션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인생에 딱히 이롭지 않은 청렴 생활을 하면서 다수의 하이엔드 이어폰을 업무로 접해보고 있으니... 어쨌든 '내 입맛에는 이게 특히 좋더라'하는 지표가 생긴다. 그리고 2023년 현재까지는 비전 이어스(Vision Ears)가 오랫동안 개인적 1순위를 지키는 중이다. 놀라운 고해상도 사운드와 끝없는 편안함의 공존이 '평생 함께하는 이어폰'으로 딱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어폰 한 개로 인해 본인의 하이엔드 이어폰 취향 순위가 바뀌었다. 300, 400, 500만원대의 엄청난 가격 때문에 머나먼 꿈처럼 지켜볼 뿐이지만, 퍼 오디오(Fir Audio)의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음악적 즐거움의 끝을 찍을 수 있는 진짜 하이엔드 이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퍼 오디오는 창립 5주년 기념이라며 프론티어 시리즈 -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의 노하우를 한 개의 제품에 집약한 '라돈 6'를 만들어버렸다.


Radon 6!

Rn6!

라돈 6!


이 괴물체(-_-)는 프론티어 시리즈 세 개의 장점만 고스란히 흡수하여 새로운 수준의 레퍼런스 사운드를 들려준다. 약간 포근한 중.저음 속에서 그야말로 청명한 고음이 뿜어져나오는, 청각의 새로운 쾌감을 선사하는 이어폰이다. 프론티어 시리즈보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으며 소리 선이 굵은 점도 특징이다. 퍼 오디오 이어폰을 리뷰할 때면 언제나 감동과 즐거움에 쩔어서 '소리 중독자'처럼 지내곤 했는데... 라돈 6는 귀에 끼우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중독적인 소리를 지녔다. 간단히 생각해보건대, 라돈 6의 가격이 제논 6보다 낮은 이유는 하우징 소재가 알루미늄이라서 그런 것일 터이다. (제논 6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리 측면만 본다면 라돈 6는 퍼 오디오의 최고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잠시 퍼 오디오의 웹사이트로 가서 라돈 6의 출시 영상이라고 하는 유튜브 비디오를 본다. 전나무(Fir)의 숲 속에서 퍼 오디오 대표가 이어폰을 들고 걸어다니다가 뜬금없이 소파에서 점프하는 영상이다. 유럽의 음악 도시에서 산책하는 장면도 아니고, 대표가 직접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도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전나무 숲 속에서 사는 친구가 이렇게 전설적인 소리의 이어폰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이마에 손바닥을 얹고 고뇌하다가 또 다시 라돈 6의 소리에 감동하면서 PC 키보드를 툭툭 누르기 시작한다.



제품 소개 영상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퍼 오디오 대표는 오랫동안 무대 공연용 인이어 모니터를 만들어온 경력이 있다고 한다. (64Audio에서 대략 20년쯤 일했다고...) 전나무 숲 속에서 신기에 가까운 사운드 튜닝 실력이 저절로 나온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수학 천재가 나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다.


딱히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인이어 모니터 시장에서 뿌리가 아주 굵은 64Audio의 대표와 퍼 오디오 대표가 형제 지간이라는 점도 참조해두자. 퍼 오디오의 M 시리즈는 강렬한 고해상도 사운드의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었지만, 프론티어 시리즈로 오면서 64오디오 이어폰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해졌다. 그리고 현재의 퍼 오디오는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에 걸맞은 다수의 테크놀러지를 투입해서 매우 강력한 IEM 경쟁자로 정착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 퍼 오디오에는 중간급 모델이 필요하다. 125만원의 VxV는 강력한 저음형 이어폰이며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국내 가격이 300만원부터 시작된다. 64Audio의 A3e 커스텀을 오래 전에 구입해서 지금도 사용 중인데, A3e처럼 여기 저기 골고루 어울리는 올라운더 타입의 100만원대 퍼 오디오 이어폰이 있으면 좋겠다. 일단 지금은 정가 기준 500만원, 출시 할인가로는 400만원에 육박하는 라돈 6를 살펴보면서 퍼 오디오의 미래를 짐작해보기로 한다.


"퍼 오디오는 벨로스 오디오(Bellos Audio)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가격대 성능비 중심의 공연용 이어폰도 판매 중이다. 프로 오디오 제품이라서 국내 판매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블랙 골드 사파이어 크리스탈, 전용 순은선 케이블



라돈 6는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와 동일한 디자인의 박스에 담겨 있다. 박스 아트는 우주 토끼를 테마로 하고 있으며, 엄청 비싼 이어폰의 오너에게 주는 최소한의 기념품으로 우주 토끼 패치를 넣어두었다. 딱히 쓸모는 없지만 노트북 PC의 상판에 붙여두면 좋을 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퍼 오디오의 브랜딩 센스는 몹시 난해하다. 전나무와 토끼가 음향 세계에서 이렇게 중요해질 수 있는 것인가? 라돈 6의 경이로운 소리를 생각하면 황금빛 신전이나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게 좋은 그림일 듯한데, 어쨌든 우리는 전나무와 우주 토끼를 영접하고 있다.



구성품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이어팁과 이어폰을 함께 수납할 수 있는 가죽 케이스는 동일하지만 이어팁의 종류가 다르다. 표면이 찐득한 검정색 폼팁이 있으며 실리콘 이어팁의 안쪽에 오렌지색의 폼을 채운 이어팁이 기본으로 채택됐다. 이 물건을 예전에 다른 이어폰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심비오(Symbio) 이어팁이라고 한다. 실리콘 이어팁은 더 선명한 고음과 단단한 저음을 들려주며 폼팁은 더욱 충실한 중.저음을 제공한다. 심비오 이어팁은 이러한 장점들을 실리콘과 폼을 조합하여 모두 확보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심비오 이어팁이 퍼 오디오 라돈 6의 핵심적 사운드 튜닝이라는 사실이다. 심비오 이어팁 속의 폼을 분리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들어보니 뭔가 소리가 가볍고 붕 뜬 느낌이 든다. 다른 브랜드의 실리콘 이어팁을 라돈 6에 끼워봐도 뭔가 어색하고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팁 비교 청취를 해보면 라돈 6는 심비오 이어팁이나 컴플라이 폼팁(별매)에서 원래 소리를 내는 듯하다.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서 이어팁을 선택하면 되겠으나 적어도 이 감상문은 심비오 이어팁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시라.



또 하나의 라돈 6 스페셜은 새로운 비주얼의 기본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은 라돈 6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된 '구리 쉴딩의 순은선'이라고 한다. (a pure silver with copper shielding cable) 4.4mm 커넥터의 굵직한 케이블인데 아주 굵거나 무거운 편은 아니라서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심비오 이어팁과 마찬가지로 이 케이블도 라돈 6의 사운드 시그니처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서 케이블을 교체해도 되겠으나, 라돈 6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고 싶다면 기본 케이블을 쓰기 바란다.



이 제품은 채널당 여섯 개의 드라이버를 탑재했으며 밸런스드 아머처, 다이내믹, 정전형을 조합한 트라이브리드 이어폰이다. 네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는 내부 진동판을 개방한 오픈 타입이라서 튜브를 쓰지 않으며, 한 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이어폰 하우징 안쪽에 직접 포트를 뚫어서 저음 울림을 전달하는 방식이고, 초고음을 재생하는 한 개의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는 큼직한 에너자이저를 탑재해서 라돈 6 내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돈 6는 아주 작은 크기를 보이며 새틴 블랙 색상의 알루미늄 하우징과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의 페이스 플레이트로 비싼 물건의 고급스러운 기운을 물씬 풍긴다. 또한 페이스 플레이트는 스톤 패턴과 골드 더스트로 장식해서 한정판의 소장 가치를 더해준다.



예전에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를 리뷰하면서 설명했지만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다시 설명해둬야 하겠다. 퍼 오디오의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저음의 재생에 특이한 기술을 사용한다. '키네틱 베이스(Kinetic Bass)'라는 것으로, 저음을 재생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이어폰의 쉘 내부에 부착한 후 쉘에 큰 구멍을 뚫어서 저음 울림이 바로 뿜어져 나오도록 했다. 이것이 골전도와 유사한 현상을 만들어서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과는 다른 기운을 받게 된다.



키네틱 베이스의 초저음은 머리 바깥쪽에서 공기처럼 머리 속으로 스며드는 느낌을 준다. 10mm 지름의 다이내믹 우퍼 한 개로 저음 영역을 담당하되 이어폰의 하우징을 개방해서 저음의 공기 느낌을 내는 모양이다. 두개골 속에서 진동하는 게 아니라 두개골 속으로 스며서 확산되는, 매우 강력하고 깊은 초저음이다. 라돈 6에도 키네틱 베이스의 '기체 같은 저음 펀치'가 있는데 키네틱 베이스 포트의 지름은 네온 4, 크립톤 5와 동일하며 제논 6보다는 작게 뚫려 있다. 물리적으로 봐도 저음이 가장 많이 나오는 모델은 제논 6라는 뜻이다.


퍼 오디오 이어폰의 ATOM(Air Transferring Open Module) 기술도 짚어두자. 퍼 오디오의 커스텀 이어폰은 원기둥 모양의 ATOM X를 사용하며, 유니버설 이어폰에는 아주 작은 부품인 ATOM XS가 장착되어 있다. 귀를 완전히 막는 이어폰을 쾌적하게 착용하려면 귀 속의 공기 압력을 완화시켜줄 통로가 필요한데, ATOM은 누음 없이 이어폰 하우징 속의 공기만 내보낸다. 유니버설 핏으로만 제작되는 라돈 6에는 ATOM XS가 적용되어 있어서 강하게 소음 차단을 하면서도 이압의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SOUND



*최상급의 선택 = 레드 필터 + 심비오 이어팁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그리고 라돈 6까지. 퍼 오디오의 국내 판매 제품에는 ATOM XS 부속이 포함되지 않는다. 큼직해서 교체하기 쉬운 ATOM과 달리 ATOM XS는 교체가 매우 어려우며 조금만 실수해도 이어폰 하우징에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 오디오에서 생각할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ATOM XS 필터 하나를 골라서 고정해두었는데... 여기에서 라돈 6의 또 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Open 구조의 레드 필터를 기본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라돈 6 사진에서 보이는 빨강색 점 같은 것이 ATOM XS 레드 필터다.


레드 필터는 소음 차단 수준이 10dB로 가장 낮으며 저음 체감량도 -4dB이므로 ATOM XS 부속 중에서는 저음이 가장 약한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 저음 펀치를 보강하는 심비오 이어팁 또는 폼팁을 조합해서 라돈 6의 기본 사운드를 결정한 것이다. 본인의 생각에 심비오 이어팁과 레드 필터의 조합은 최상급의 결과를 낸다. 사실상 라돈 6의 근본적 성격을 정립하는 구성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실리콘 이어팁을 쓰면 소리 선이 가늘어지고 음색이 더 밝아질 수 있으니, 혹시 심비오 이어팁이 귀에 맞지 않는다면 기본 포함된 폼팁이나 별도의 컴플라이 폼팁을 권장하겠다.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 리뷰의 시작부터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퍼 오디오 라돈 6는 개인적으로 정상적인 감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이어폰 헤드폰을 접하더라도 너무 많이 경험하면 심드렁한 자세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돈 6는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이어폰의 소리가 지닌 좋은 점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의 리뷰에서 대부분 설명했으며 라돈 6가 그 장점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퍼 오디오의 입장에서도 회사의 IEM 생태계를 뒤흔드는 '위험한 걸작'일 것이다. 프론티어 시리즈를 통해서 더 이상 진화가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나중에 신제품을 기획하면서 소리를 이리 저리 다듬었더니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의 장점만 혼합한 소리가 나와버렸다. 만약 라돈 6가 300개 한정판이 아니었다면 매니아들은 네온 4, 크립톤 5, 제논 6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신 라돈 6만 구입하려고 들 것이다. (본인도 그럴 것이다.) 프론티어 시리즈 3종은 엄청난 고해상도, 자연스러운 소리, 웅장한 저음 등이 공통점이지만 네온 4는 유난히 편안하고 크립톤 5는 굵고 힘차며 제논 6는 굉장히 화려하다는 각자의 특징이 있다. 그런데 라돈 6는 네온 4처럼 소리가 편안한데 크립톤 5처럼 소리 선이 굵으며 제논 6의 화려한 속성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모델'이란 말이다. 즉, 라돈 6는 그 존재 자체가 반칙이다.



*초고해상도의 향연! 그런데 편안해진다!


글로 써내기가 참으로 어렵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겠다. 혹시 청음 매장에서 라돈 6를 처음 접한다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고해상도에 놀랄 것이다.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초고해상도의 향연이다. 그동안 수도 없이 감상했지만 또 듣고 싶어서 원고 집필하는 지금도 감상 중인데, 방 안의 기온이 28도임에도 불구하고 팔에 소름이 돋았다. 퍼 오디오 이어폰들이 원래부터 고해상도를 중시하는 편이지만 라돈 6는 첫 감상의 충격이 더욱 강렬하다. 서울 도심에서 배기 가스에 헐떡거리다가 갑자기 맑은 공기와 산소를 확 들이마시는 듯한 기분이다. 청각 속으로 방대한 양의 소리 정보가 쏟아진다. 고음 뿐만 아니라 중음, 저음 영역에서도 모든 악기들의 소리가 현미경 속 세포처럼 촘촘하게 분해된다.


그런데 머리가 조금도 피로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해진다. 귀가 지치지 않아서 오래 오래 들을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라돈 6는 세 종류의 드라이버 여섯 개가 소리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어폰 하우징 내부의 공기 흐름이 최적화되어서 '막힘'이 없다. 또한 소리 밀도가 너무 높지 않도록 매우 정밀하게 맞춰놓았다. 엄청나게 높은 해상도의 소리인데 고막을 강하게 누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키네틱 베이스가 저음의 웅장하고 포근한 울림을 기체처럼 머리 속에 스며들게 한다. 고.중음 영역도 기체와 액체의 중간 정도 느낌을 내면서 고막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는다. 실로 부드럽고 편안한 감촉의 중.저음으로 사람의 마음까지 녹는 듯하다.


*프론티어 시리즈 중에서는 더욱 밸런스가 좋은 모델


프론티어 시리즈 3종보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좋다. 굳이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한다면 라돈 6는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된 U 모양이 떠오르는데, 심리적으로 접근한다면 프론티어 시리즈 중에서 가장 평탄한 소리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 레드 필터와 심비오 이어팁의 선택이 밸런스를 맞춰준 것이다. 굳이 프론티어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라돈 6의 기본 바탕은 제논 6인 듯하다. 하지만 제논 6는 웅장한 초저음과 현란한 고.중음으로 음악성을 강조하며, 라돈 6는 더욱 정밀하게 조절된 저음과 굵은 중음을 모두 지녀서 모니터링의 경향이 더 강하다. 단, 이것은 퍼 오디오 이어폰들끼리 비교할 때 그런 것이고, 타 브랜드의 인이어 모니터들과 비교한다면 라돈 6는 극히 여성적인, 예쁘고, 편안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현란하며, 웅장한 소리를 낸다.



*새로운 우주 이미지를 보여주는 극한의 고음 해상도


고음이 정말 시원하고 맑게 들린다. 100~20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들과 라돈 6를 비교 청취하면... 그 옛날에 처음으로 15만원짜리 이어폰을 사서 2만원짜리 이어폰과 비교 청취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라돈 6의 시원한 고음은 '강조된 고음'이 아니다. 극한의 고음 해상도로 인해 소리의 흐린 막이 완전히 사라져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이미지처럼 깨끗하게 그려지는 현상이다. 음악을 한 곡씩 들을 때마다 구형 망원경의 흐린 이미지들이 전부 고해상도 이미지로 갱신되는 듯한 충격을 겪는다. 자신이 보유한 커스텀 이어폰들을 청취하면서 '뭐... 이 정도 소리도 충분히 좋지...'라며 씁쓸하게 웃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맞이한다.


언제나 비싼 이어폰들을 리뷰하고 있지만 라돈 6는 요즘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괴물이었다. 극도로 화려한 기교에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인데 가슴 속 응어리가 싹 사라질 정도로 끝없이 올라가는 고음에 또 다시 놀라고 설렌다. BA 트위터의 고음에 정전형 슈퍼 트위터를 더해서 재생하는 고음인데 제논 6의 초고음보다도 선이 굵으며 공기 느낌이 더욱 강하게 살아난다. 다수의 인이어 모니터를 보유한 사람도 라돈 6의 고음을 한 번이라도 맛보면 청각이 완전히 중독되고 말 것이다.


*내 머리 속에 콘서트홀과 팀파니가 들어 있다


공간이 넓다.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리 둘레로 콘서트홀이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사운드 이미지가 원래부터 굉장히 넓게 그려진다. 게다가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만드는 기체 형태의 초저음이 콘서트홀 내부의 공기 울림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키네틱 베이스가 묘사하는 초저음 진동은 오케스트라의 팀파니가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듯한 물리적 경험이다. 거대한 북의 가죽 막이 매우 낮은 주파수로 흔들리는 공기의 움직임을 귀 속에서 직접 느낀다. 머리 좌우 바깥쪽까지 확장된 공간에서 각 악기와 보컬의 위치가 정확히 자리잡는 현상도 놀랍다. 음악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곡의 공간감을 형성할 때 최고의 도구가 될 듯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잠재력


소리를 들으면서 온갖 감흥을 느끼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라돈 6는 음색 특징이 없는, 내 귀에서 사라지는 이어폰이다. 프론티어 시리즈 3종보다 더욱 투명하게 사라진다. 음악 장르의 구분도 아예 없다. 빠른 응답이 필요한 음악에서는 소름끼칠 정도로 빠르고 정밀한 소리를 들려주며, 느긋함과 포근함이 필요한 음악에서는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있을까하는 수준으로 청취자를 행복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음악 파일의 마스터링 품질이 좋을수록, 해상도가 높을수록, 재생기와 DAC의 품질이 좋을수록, 라돈 6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잠재력을 과시한다. 주파수 응답 범위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도대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극히 미세한 음 분리 효과는 분리가 아니라 '초미세 입자 단위의 분해'라고 할 만하다. 음악 속에 담겨 있는 모든 소리의 주인들이 갑자기 초고수가 된 듯한 상황이다. 가수와 연주자들이 평소보다 몇 배씩 오버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오케스트라 연주의 중간에서 찌잉~하고 트라이앵글 한 번 치는 솜씨까지 현란하게 강조된다. 소리의 울림까지 맑아져서 녹음 현장 또는 공연 현장의 음향 품질도 확 올라간 듯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어폰만 바꿨을 뿐이다.


*만화 속 상상이 현실로 되었습니다


예전에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의 리뷰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더랬다. 그래서 프론티어 3종을 농축한 완전체 - 라돈 6의 리뷰에서는 이야기가 더욱 짧아진다. 2009년에 이어폰을 소재로 4컷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다. 제목은 '이어폰 남매'였고 당시의 상상력으로 전용 앰프 포함 1,000만원짜리 이어폰을 투입해보았다. 그 이어폰 세트는 소리가 너무나 투명하고 심금을 울려서 듣는 사람이 기절해버린다는 설정이었는데... 이제는 만화 속 상상이 현실로 됐음을 깨닫는다. 나 자신이 상상해온 1,000만원짜리 이어폰의 소리가 바로 이런 것이다.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하는 소리를 들려준다면, 그것은 상상 속의 소리라고 해도 될 터이다. 이런 소리인데 앰프 세트는 필요 없고 할인 가격으로 400만원 정도라서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라돈 6는 당분간 본인의 이어폰 위시리스트 1위에 있을 것이다. 몇 년 후에 킹기도라 10이라도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순위는 변함 없으리라 확신한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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