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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음향 기기 리뷰어가 살펴본 음반 제작자들의 콘서트, 기어라운지 마스터클래스 GLMC23 방문 후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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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기기 리뷰어가 살펴본 음반 제작자들의 콘서트

기어라운지 마스터클래스 GLMC23 방문 후기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전용 앱을 통해서 사용자 EQ를 제공하는 제품이 있다. 주파수 응답 곡선을 암시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유저가 직접 이어폰의 소리를 바꾸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사실 믹싱 또는 마스터링의 EQ 작업을 초간단 축약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유저에게 일부 개방해준 것인데... 여러분도 무선 이어폰의 사용자 EQ 조정을 해봤다면 잘 아실 것이다. 내가 원하는 좋은 소리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오랫동안 음향 기기 리뷰를 하고 있는 본인에게 기어라운지(GEARLOUNGE)와의 협업은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주고 있다. 몇 차례의 취재 활동을 통해서, 음향 기기가 만들어지는 목적인 '라이브 퍼포먼스'와 '음반 제작 과정의 세계'를 직접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서울커뮤니티라디오(SCR) 방문도 그랬고, 2023년 10월 5일에 본인이 처음으로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 가게 된 것도 그러한 과정 중 하나였다. 제 5회 GLMC23, 기어라운지 마스터클래스 2023이라는 행사다.




즉, 음악 만드는 사람들의 강연 행사에 가보았다. 단순히 현장 분위기만 취재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강연이라서 풀 타임으로 경청하고 앞으로도 쓸 만한 내용들을 골라서 메모했다. 음향 기기 리뷰하는 사람으로서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어떤 마음 자세로 음반 제작에 임하는지 체감할 수 있을 터! 이 분야의 최정상급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무려 8시간의 행사가 이어진다. 총 이틀의 행사이며 첫째 날은 프로듀서스 데이, 둘째 날은 엔지니어스 데이가 되겠다. 본인은 둘째 날의 두 세션에 참석해서 사운드 엔지니어 세 명 - 권남우, 크리스 게린저(Chris Gehringer), 매니 매로퀸(Manny Marroquin)씨의 강연과 인터뷰를 관람했다.



주최사에서 설명하는 GLMC23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국내외 최정상 음악 프로듀서 및 엔지니어가 한 자리에 모여 음악 제작 및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자신 만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뮤직 프로덕션 마스터클래스 페스티벌 GLMC는 독보적인 프로그램과 라인업으로 음악 업계에 종사하는 프로 및 세미 프로는 물론, 뮤지션을 꿈꾸는 학생과 직장인까지 음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GLMC는 2019년 Che Pope, Simon Petren, MixedByAli를 시작으로 DJ Swivel, David 'Youngin' Kim, 윤상, 고현정, 조준성, 박정언, 구종필, 한주수 등 국내외 최정상 음악 프로듀서 및 엔지니어를 한 자리에 모아 매년 놀라운 라인업을 통해 음악 프로덕션 업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놀라운 라인업과 다양하고 유익한 구성으로 GLMC23을 개최합니다."



행사의 타이틀이 '마스터 클래스'다. 그 중에서도 음악의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들이 강연하는 것이므로 현역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엔지니어들이 관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시간 이상의 강연을 3회씩 최대 이틀 동안 연속으로 청취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메모를 하면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총 세 개의 강연이 있었고, 첫 번째 세션이 끝난 직후라서 다들 밖으로 나가 쉬고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강연의 형식이고 현장에서 시연되는 음악이 모두 저작권 걸린 곡들이라서 이미지 촬영이나 음성 녹음이 불가한 상황이다. 그래서 직접 메모한 내용 중 '일부분'을 담아서 후기를 작성하며, 사진은 2회차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찍은 현장 사진으로 때운다. 나머지 사진은 주최사인 기어라운지에서 촬영한 것을 첨부한다.


"이렇게 무대 상단의 대형 프로젝트 화면을 통해서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행사 전에 장비 테스트하는 단계에서 찍은 것이다."


GLMC23의 강연 진행 방식은 강좌가 아니라 유연한 관람에 가까웠다. 제목에 '음반 제작자들의 콘서트'라고 적은 이유도 사운드 엔지니어(프로, 세미 프로, 지망생 모두)들이 정상에 오른 전문가와 대화하고 노하우를 전달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클래스 주인공들이 직접 믹스를 다루면서 소리를 들려주므로 행사 장소도 공연용 라이브 하우스가 된다. 훌륭하게 세팅된 프로 오디오 장비들을 통해서 음반 제작 전문가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듣고 볼 수 있다.



QnA 방식의 인터뷰가 있고 출연자가 직접 믹싱, 마스터링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이 있으므로 진행을 유연하게 해줄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GLMC23에서는 호스트 두 명이 출연했는데, 기본 진행과 질문은 케이준(K JUN), 영어 번역은 임대권(Sisyphus)씨가 담당했다. 이 두 분에 대한 주최사의 소개를 복사 붙여넣기 해본다.


케이준 (K JUN)

AKIM 소속 음악 프로듀서

JSPDE 소속 영상 디렉터



"케이준은 AIKM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JSPDE(장수풍뎅이)의 영상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 중이며, 기어라운지가 주최하는 GLMC21, 22를 포함한 여러 이벤트의 진행을 맡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케이준을 GLMC23에서 다시 만나보세요."


임대권 (Sisyphus)

Ameniia Records 소속 프로듀서

Solcire Music 소속 프로듀서



"Sisyphus는 테크노와 하우스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듀서/DJ로서 이태원 강남에서 활발히 활동해왔으며, 다양한 스타일의 언더그라운드 뮤직을 Pop에 녹여내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케이준과 함께 GLMC23의 진행을 맡은 Sisyphus를 GLMC23에서 만나보세요."


음반 제작의 과정에서 소리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 3단계가 있다. 순서대로 보면 '프로덕션, 믹스, 마스터'가 되겠다. 가수와 연주자가 녹음한 소리를 가지고 첫 번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프로덕션, 이 결과물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 요소를 조합한 것이 믹스, 이 믹스 파일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최종 단계가 마스터라고 한다. 즉, 녹음과 프로듀싱 후에도 믹싱과 마스터링을 반드시 거쳐야만 제대로 완성된 음반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모든 음반의 소리에는 프로듀서, 믹싱 엔지니어,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지닌 성격과 의도가 반영된다.


음향 기기 리뷰어로서 본인이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로 듣는 음반들은 이 사람들의 생각이 담긴 일종의 종합 창작물인 것이다. 또한 아티스트가 프로듀서를 겸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티스트 본인의 생각이 음반에 더욱 강하게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감상해온 음반들의 소리가 어떠한 생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에 그토록 괴롭게 들어야했던 수업이 왜 괴로웠는지 알겠다. 내가 원하는 지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GLMC23 엔지니어스 데이의 강연은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지식을 다루고 있으니 진짜 콘서트 관람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었다.


총 3회의 강연 중에서 2회차부터 참석했으며, 2회차의 주인공은 마스터링 엔지니어인 권남우, 크리스 게린저씨였다. 이 두 분의 소개도 역시 주최사의 설명을 복붙하겠다.


권남우 | Mastering Engineer

821 사운드 | 821 Sound

3회 MAMA 어워즈 베스트 엔지니어

아이유, 태연, 크러쉬, SHINee, 에스파, 지코, 트와이스, DPR LIVE, 규현, 브레이브걸스, 이하이, 백지영, 현아, 지코, 오마이걸, 폴킴 외 다수



"권남우는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로 많은 클라이언트의 사랑을 받고 있는 821 Sound의 마스터링 엔지니어입니다. 크러쉬, 아이유, 선미, 태연, DPR LIVE, 지코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마스터를 담당했으며, 2019년, 2020년, 2021년 MAMA 어워즈 3년 연속 베스트 엔지니어를 수상하는 등 K-Pop을 대표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그 커리어를 확고히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Chris Gehringer | Mastering Engineer

스털링 사운드 | Sterling Sound

17회의 그래미 노미네이션

BTS, 레이디 가가, 드레이크, 리아나, 두아 리파, 나스, 블랙핑크, 제이슨 므라즈, 해리 스타일스, 르세라핌 외 다수



"크리스 게린저는 미국 에지워터에 위치한 상징적인 마스터링 스튜디오, 스털링 사운드의 시니어 엔지니어입니다. 팝, 록, 재즈, 힙합, 월드 뮤직, K-Pop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놀라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그는 레이디 가가, 리아나, 두아 리파, 레드 벨벳, BTS와 같은 전 세계의 유명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아왔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협업을 통해 자신 만의 마스터링 철학을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독자적 모임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므로 사운드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아직 정보가 없는 분들은 무슨 내용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 최대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현장 메모의 내용을 적어본다.


일단 가장 먼저 나온 내용은, 최정상에 오른 두 사람도 모두 오존과 팹필터 소프트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이다. (Ozone, fabfilter) 그리고 몇 가지 질문 답변이 있었는데 크리스 게린저와 권남우씨의 답변을 혼합해서 정리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사운드 레벨 제한에 대한 생각은?

국내에서는 아직 CD 레벨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제한이 있다. 타이달과 스포티파이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한 마디로 소리가 더 작게 되는 것인데, 라우드니스 조절은 청력 보호와 깨끗한 소리에 도움이 되지만 소리가 작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 지능의 영향은?

음악 제작은 사람의 감성과 열정에 의한 것이다. 우리도 인공 지능을 써보고 있지만 항상 평범하고 평균적인 결과만 나와서 당혹스럽다. 즉, 작업에서는 휴먼 팩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기는 한데, 음악 제작 과정에서 인공 지능의 결과물을 참고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다.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의견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쓸 수 있으며 의도에 맞도록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특히 플러그인도 포함된다. 무조건 유행을 따르지는 말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장비와 플러그인을 선택하자.


*홈 레코딩의 마스터링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 (크리스) 아무래도 전문 스튜디오와 홈 스튜디오의 소리 품질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음악성과 소리 정확도 측면에서 스튜디오의 품질은 압도적이다. 전문 스튜디오 하나를 완성하는데 수 년의 작업이 필요하니 당연하다고 하겠다. 홈 스튜디오를 하기 보다는 스튜디오 대여를 권하고 싶다.

(권남우) 그래도 혹시 홈 스튜디오를 하겠다면 장점이 하나 있기는 하다. 작업 중에 마스터링 이전 단계로 자주 돌아가보자. 혼자 작업하는 것이니 편집과 믹싱 단계로 다시 가볼 수도 있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난 후 크리스 게린저의 마스터링 시연이 있었다. 직접 작업한 유명 케이팝과 해외 팝을 사용했는데, 본인으로서는 라이브하우스의 음향 시스템으로 '음악의 원본'을 듣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 한 곡의 기본 버전과 프로세싱을 많이 한 부분을 비교 청취했으며, 마스터링 단계에서 믹스가 얼마나 생동감 있게 살아나는지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팹필터에서 각 곡에 맞춰 게린저가 만든 EQ 라인을 봤는데, '클라이언트와는 숫자나 기술 중심의 교류가 아니라 '베이스가 더 많아야 한다'거나 '부드럽게 들려야 한다'는 식의 교류를 한다. EQ와 리미터를 쓸 때는 기술적 이유가 아니라 소리가 좋아서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 라고 한다.


시연이 끝난 후 추가로 크리스 게린저의 QnA 시간이 있었다. 이 질문 답변 속에서도 몇 가지 정보가 나왔는데, 예를 들면 '마스터링 작업물을 모니터 스피커 뿐만 아니라 헤드폰으로도 검토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했다.


"헤드폰은 검토하고 있으며 이어폰은 아직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조금 더 작은 스피커에서 소리를 검토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중이 실제로 듣는 소리와 근접하기 위해서 하는 과정이다."


이어폰 헤드폰 리뷰를 주로 하는 본인의 두뇌에 한 줄기 전기가 스쳤다. 그렇다면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을 사서 듣는 게 원음 감상에 가까워지는 과정인가?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수의 이어폰 헤드폰 소리를 들을수록 '직업용'으로는 스튜디오 헤드폰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두 분의 전문가를 보낸 후 이번 GLMC23의 실질적 피날레이자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 글을 흥미로 읽어 보는 '음악 소비자' 여러분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믹스 엔지니어다. 이 또한 주최사의 설명을 복사 붙여넣기 한다.


Manny Marroquin | Mix Engineer

라라비 스튜디오 | Larrabee Studios

17회의 그래미 수상, 38회의 그래미 노미네이션

앨리샤 키스, 브루노 마스, 찰리 푸스, 켄드릭 라마, The 1975, 위켄드, 리아나, 라나 델 레이, 예 외 다수



"매니 매로퀸은 라라비 스튜디오의 오너이자 17회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경력을 가진 믹스 엔지니어입니다. 아티스트와 레이블, 프로듀서의 비전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믹스에 그의 기술과 창의력을 쏟아붓는다는 그의 음악 철학을 기반으로 예, 앨리샤 키스, 존 메이어, 브루노 마스, 투팍, 찰리 푸스, 켄드릭 라마, 피닉스 등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그의 손 끝에서 완성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그의 출연 장면은 사운드 엔지니어가 아니라 공연 중인 아티스트와도 같았다. 처음 나올 때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들어왔고,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척 봐도 쇼맨쉽이 있으며 사람들과 교감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의 발음에 대해서는 '매니 마로퀸' 또는 '매니 마로오ㅋ뀌인' 정도가 되겠다. (오타 아님) 흥미롭게도 그는 이번 GLMC23을 통해서 처음으로 한국에 와본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철학적 분위기가 짙었으며,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듣기만 하는 굳은 분위기를 깨려고 온갖 시도를 했다. (예: 모두들 일어나서 스트레칭합시다!!)


매니 매로퀸씨의 특징이라면 콘솔을 사용해서 음악 연주하듯 믹싱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열 다섯 살에 학교에서 작곡을 하고 자신이 연주한 것들을 믹스하게 됐으며, 학교의 믹싱 테이블에서 레벨과 프리퀀시 조정을 하는 것이 큰 시작이었다고 한다. 스무 살에 스튜디오로 취직한 후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믹스하면서 데뷔했다.



그는 인터뷰와 QnA에 앞서서 음향 직업에 대한 자세를 조언해주었다. - 소리를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소리를 좋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not sounds good, but feels good.) 소리를 통해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믹스를 고치는 게 아니다. '직감 - 심장 - 귀'의 순서로 작업하기 바란다. - 이 부분부터 이 사람이 범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조언을 실시간 영어 번역해야 하는 임대권씨의 험난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 본인을 포함해서 관중의 절반 정도가 영어를 할 수 있었기에 다들 그의 고충을 이해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의 번역은 매우 정확했으며 음향 지식이 충분한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번역이었다.


*그래미 17회 수상의 비결이 있다면?

일단... 좋은 노래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은 좋은 프로듀싱으로 인한 좋은 소리가 되겠다. 그 다음은 그림 그리기처럼 프리퀀시 조정으로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서 음악을 만든다. 예를 들면 각 주파수에 대해서 얼굴 표정을 부여할 수도 있다. 1kHz는 어떤 표정일까? 거친 음의 공격적 표정이다. 10khz는 밝은 음으로 인한 행복과 고양감의 표정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주파수 영역에는 감정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서 곡에 필요한 감정을 찾아내어도 된다.


음악을 듣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분석적으로 듣기'와 '즐기면서 듣기'다. 스튜디오 안에서는 분석적으로 듣기를 한다. 스튜디오 밖에서는 언제나 즐기는 방식으로 듣는다. 생활 속에서도 분석적 듣기를 계속하면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음악 업계에서 일하려면 이 두 가지 듣기를 나눠서 병행해야 한다. 한 가지만 하면 실패한다.


*믹스에서 미국 팝과 케이팝의 차이가 있을지?

케이팝은 훨씬 세련된 면이 있다.('polished'로 표현) 작업할 때 소리 측면에서 완벽해야 한다. 음 요소들이 모두 정확히 배치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 팝에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음을 일부러 조금씩 틀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틀리는 게 더욱 어렵다. 어쨌든 작업할 때 '덜 안전하게' 만들면 그게 독창성이 될 수도 있다.



매니 매로퀸의 세션은 인터뷰, QnA, 시연이 마음대로 혼합되는 형태였다. 그래서 인터뷰 도중에 갑자기 질문을 받거나, 믹싱 시연을 하면서 강연을 하는 등 자유롭게 그의 생각이 펼쳐졌다.


"모든 장비와 플러그인들은 일종의 물감이다.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색깔을 장비와 플러그인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하자. 그러나 이렇게 노하우와 프리셋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을 여러 작업에 반복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같은 색을 모든 그림에 넣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의 믹싱은 항상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기본이다."


"여러분이 오늘 밤이나 내일 꼭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타이머를 맞춰서 20분 안에 믹싱을 끝내는 연습이다. 인간의 두뇌 중에서 창의력 발휘는 대부분 우뇌만 사용하므로, 시간 제한을 두면 좌뇌와 우뇌를 반반씩 쓰도록 훈련할 수 있다. 기술적 생각을 하는 좌뇌의 비중을 점점 줄이는 것이다."


"음향 산업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래서 '20분 믹스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근본 프리퀀시 볼륨 조정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EQ 작업을 잘 하게 되면 컴프레서를 쓸 필요가 없다. 그런 식으로 업무량이 줄어들 것이다. 그릴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그림 연습과도 같다."


이렇게 의미 심장한(적어도 본인에게는) 이야기가 오가면서 금방 세 시간이 흘러갔다. 상당한 가격의 티켓을 구입하여 참석하는 강연이므로 내용을 많이 전달할 수는 없으니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겠다. 그리고 행사 전체가 끝나는 타이밍에 매니 매로퀸씨의 쇼맨쉽이 또 발동했다. 관객 모두와 함께 셀피를 찍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이번 GLMC23 참석에서 많은 생각과 정보를 얻었지만 최종적으로는 한 가지 주제가 마음에 걸렸다. 질문 답변에서 청중은 계속 기술적인 점을 물어보는데, 크리스 게린저와 매니 매로퀸은 모두 '감정의 움직임'을 계속 강조했다. 매니 매로퀸의 조언을 다시 떠올려본다. - 음향 엔지니어가 기술자가 아님을 인지하자. 귀의 훈련은 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저절로 된다. 그보다는 자신이 싫어하는 음악도 듣는 게 중요하다. 사랑과 증오 모두가 강렬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 바로 이 때, 음향 기기의 주관 평가를 하는 본인의 마음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음향 기기의 기술적 부분보다 그 기기가 해석하고 만들어내는 음악의 감정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작지만 확실하게, 내 직업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순간이었다. ■



*이 후기는 해당 브랜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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