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 3D 프린팅과 모듈러 설계로 만드는 Pro 커스텀 이어폰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

3D 프린팅과 모듈러 설계로 만드는 Pro 커스텀 이어폰

"퍼 오디오의 벨로스 형제가 프로 오디오 타겟의 커스텀 이어폰 브랜드를 만들었다. X-시리즈는 귓본 데이터를 3D 프린팅해서 만드는 쉘과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모듈러 드라이버로 빠르게 제작되며 사운드 퍼포먼스도 놀라운 수준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프로 오디오 제품과 하이엔드 홈 오디오 제품을 모두 만드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런 회사의 직원 인터뷰를 보면, 프로 오디오와 하이엔드 홈 오디오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 '비용'임을 알 수 있는데요. 프로 오디오 제품은 홈 오디오 제품과 소리 품질이 비슷하더라도 외장 소재와 디자인 등에서 비용 절감을 하며 점검과 수리가 더 쉽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제품 외모와 소리 모두에서 프로 오디오는 화려함이나 감성 소비 측면을 지양하므로 그만큼 유저의 금전 부담이 줄어듭니다. (*물론, 프로 오디오 제품에서도 고가의 하이엔드 품목이 따로 존재함)

벨로스 오디오(Bellos Audio)의 X-시리즈와 퍼 오디오(Fir Audio)의 프론티어 시리즈는 프로 오디오와 홈 오디오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엄청난 가격의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는 홈 오디오에 가까운 쪽이며 외모와 소리가 모두 현란합니다. 한 편 프로 오디오에 속하는 70~150만원대의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는 튼튼하고 수리하기 쉽게 설계됐으며 소리는 고해상도의 원음을 지향합니다. 3D 프린팅으로 만들어낸 단단한 플라스틱 하우징, BA 드라이버를 간단히 장착 분리할 수 있는 모듈러 구조가 벨로스 오디오의 실용적 성격을 보여줍니다.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 3종입니다. 아주 그냥 블링블링합니다."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는 즉시 전투에 투입될 듯한 모습입니다."

저는 그동안 퍼 오디오의 이어폰들을 리뷰하면서 소리가 정말 좋으니 꼭 구입해보고 싶었지만 가격 부담이 너무 커서 도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0만원 근처의 범용적인(...) 퍼 오디오 이어폰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벨로스 오디오라는 협력사를 만들어서 준수한 Pro 인이어 모니터 세 개를 출시했습니다. X-시리즈라는 라인업으로, 2 BA의 X2, 2 BA + 1DD의 X3, 3 BA + 1 DD의 X4로 구성됩니다. 국내 정가는 X2가 77.8만원, X3는 124만원, X4는 155만원이며 모두 귓본으로 제작하는 커스텀 오더를 받습니다.

여기에서 잠시, 벨로스 오디오의 뿌리를 살펴봅시다. 별다른 점은 없고 그저 64오디오, 퍼 오디오, 벨로스 오디오가 모두 한 가족이라는 것만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Belonozhko 가족 - 그 중에서 비탈리(Vitaliy Belonozhko)가 1964 Ears를 설립하고 이후 64Audio로 키우게 되는데요. 그렇게 회사를 이끄는 동안 집안 전체가 직원으로 일하게 됐고, 이후 형제 중 두 명이 다른 회사를 차립니다. 그것이 Fir Audio이며 대표인 보그단(Bogdan Belonozhko)이 다른 형제인 블라드(Vlad Belonozhko)와 함께 프로 오디오 IEM 회사인 벨로스 오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보그단과 블라드는 업계에서 '벨로스 형제(Bellos Brothers)'로 불리기에 회사 이름도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퍼 오디오와 벨로스 오디오도 형제 회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 이어폰에 퍼 오디오의 기본 케이블이 들어 있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커스텀 핏과 유니버설 핏의 하이브리드 : In-Air Canal 기술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는 모두 커스텀 핏(Custom-Fit) 전용이며 국내에서도 커스텀 오더만 받을 예정이랍니다. 그러므로 이 제품을 사려면 판매처 매장에 전화해서 예약한 후 직접 가서 귓본을 떠야 합니다. 이 귓본을 3D 스캔하고 3D 프린팅으로 쉘을 제작하며, 나머지 파트는 몇 단계의 조립만 거치면 완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커스텀 이어폰을 만들 때는 매우 세심한 수공 조립과 장시간의 연마를 거치는데요. X-시리즈는 3D 프린팅된 쉘의 표면을 연마한 후 드라이버 넣고 뚜껑 닫아서 조립하면 완성입니다.

이러한 제작 공정과 함께 X-시리즈의 효율을 더 크게 늘려주는 기술이 있습니다. 벨로스 오디오에서 'In-Air Canal'이라고 부르는 기술인데, 이어폰의 쉘은 커스텀 핏이지만 노즐 부분은 유니버설 핏처럼 되어 있으며 실리콘 이어팁을 장착합니다. 즉, 커스텀 이어폰에서 외이도 입구에 들어가는 영역만 이어팁을 쓰는 것입니다. 커스텀 핏과 유니버설 핏의 하이브리드라고 할까요? (-_-)a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제작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리핏(Re-fit)의 가능성이 훨씬 낮아지며, 이어폰을 귀에 끼운 상태에서 대화를 해도 이물감이 없고, 이압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수의 커스텀 이어폰을 구입해둔 저로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점들입니다. 현재 여덟 개의 커스텀 이어폰 중에서 한 개가 귀에 맞지 않아 리핏을 했는데 그 이유가 노즐 부분이었습니다. (한 달 걸렸음) 노즐이 조금 가늘면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노즐이 조금 굵으면 귓구멍 통증이 옵니다. 벨로스 오디오 이어폰은 노즐 부분을 실리콘 이어팁으로 만들었으니 그럴 걱정이 없겠지요. 커스텀 핏으로 내 귀에 딱 맞는 이어폰을 보유하되 귓구멍의 걱정은 사라지고 제작 기간은 짧아집니다.

벨로스 오디오 본사에서 X-시리즈를 만드는 기간은 1주라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제작 시간의 여유분과 해외 배송 기간까지 합쳐서 넉넉히 1개월을 예상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유럽의 다른 IEM 회사들에 비하면 절반 정도로 단축된 기간입니다.

탱크 프라모델이 자꾸만 떠오르는 비주얼

이번 리뷰에서는 총 네 개의 X-시리즈를 빌렸습니다. 원래대로 커스텀 제작된 X4 한 개와 소리 확인을 위해서 특별히 커널타입으로 제작된 X2, X3, X4입니다. 커스텀 버전이 실제 판매될 모습이고, 커널타입 세 개는 샘플 제품이므로 사진에서 색상만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커스텀 X4는 국내 판매처 직원분의 소유품인데요. 아쉽게도 제 귀 모양에는 맞지 않아서 In-Air Canal 기술의 착용감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어팁이 달려 있지만 확실히 커스텀 핏이라는 뜻입니다.

X-시리즈는 주문할 때 매트 그린, 매트 그레이, 매트 블랙 중 하나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트 그린은 무광택의 조금 밝은 국방색입니다. 볼 때마다 셔먼 탱크의 프라모델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매트 그레이는 현대식 군함이나 전투기의 색깔이고... 매트 블랙도 뭔가 튼튼하고 거칠어 보이는 남성적 분위기를 풍깁니다.

레진으로 만들어서 예쁘게 광택을 낸 커스텀 이어폰들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을 두껍게 3D 프린팅해서 만든 X-시리즈의 모습이 더욱 터프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X4는 노즐 속에 초고음을 재생하는 BA 드라이버가 있어서 X2, X3와 구별됩니다.

제품 외관을 살펴보면 퍼 오디오 이어폰들과 비슷한 점이 몇 개 보입니다. 2핀 커넥터 부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측면에 핀을 박아서 고정해둔 것이 그렇고요. 페이스 플레이트 아래쪽의 작은 구멍에는 외이도 내부의 공기압을 조절하는 ATOM 벤팅이 들어 있습니다. X-시리즈의 소음 차단력은 -17dB라고 하는데, 완전한 커스텀 핏보다는 조금 더 소음이 유입될 듯하지만 직접 써본 적이 없으니 짐작만 해두겠습니다. 또한 X-시리즈의 ATOM 벤팅은 소리의 공간감을 확장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벨로스 오디오는 이어폰의 조립과 분해가 매우 간단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조립할 때 접착제를 쓸 필요 없이 세 개의 큼직한 나사로 페이스 플레이트를 고정하며, 페이스 플레이트를 열면 BA 드라이버 세트가 곧바로 나오도록 만든 것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에 각각 튜브를 끼워서 쉘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 세트를 페이스 플레이트 안쪽에 장착하기만 하면 노즐로 소리가 나가게 됩니다. 이러한 모듈 디자인 덕분에 X-시리즈의 제작 기간이 더욱 짧아집니다. 그리고 혹시 이어폰 수리를 해야 한다면 쉘을 부수지 않고 드라이버만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소리 품질, 제품 디자인, 제작 공정, 내구력 등을 생각하면 X-시리즈 3종은 가격대 성능비가 아주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패키지도 단순합니다. 제품 주문 후 매장에서 귓본을 뜨고와서 기다리면 나중에 작은 흰색 박스가 올 것입니다. 그 속에는 탄탄한 금속 케이스가 있으며 케이스 속에 이어폰이 담겨 있습니다. 실리콘 이어팁 두 쌍과 기본 케이블이 있는데 이어팁은 오너의 귓본을 토대로 선택된 두 가지 사이즈이고, 기본 케이블은 퍼 오디오의 8심 케이블입니다. 이 케이블은 이어훅 부분이 무광택 수축 튜브로 마감되어서 이어폰의 색상과 잘 어울립니다.

SOUND

*참고 : 저는 소리 확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커널타입 제품으로 감상문을 쓰지만, 커스텀 핏의 X-시리즈는 주파수 응답의 딥(Dip)과 피크(Peak)가 줄어들어서 소리가 더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또한 커스텀 핏의 저음이 조금 더 강할 확률도 높습니다. 그리고 청취용 샘플 제품의 이어팁이 사진에서는 심비오 이어팁인데, 실제 청취에서는 제가 보유한 다른 이어폰에서 빼낸 실리콘 이어팁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X-시리즈의 기본 이어팁이 실리콘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는 프로 오디오 제품으로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일과 생활 모두에서 쓸 수 있도록 사운드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의 고성능을 전수받되, 복합적 요리가 아닌 날것의 재료 단계로 시작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세 모델의 소리가 다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성능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고 음색도 비슷하니 세 제품의 비교 청취를 반복하면 나중에는 많이 헛갈릴 수도 있습니다. (-_-);

1) 음색 특징이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어둡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낮은 음에 약간 따뜻한 기운이 있습니다.

2) 고.중.저음의 균형이 매우 좋습니다. 세 모델의 주파수 응답 형태가 각각 다르지만, 체감으로는 모두 '저음이 보강된 플랫 사운드'나 다름없습니다.

3) 소리 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이 탁월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리 전달 성능이 좋은, 고성능 트랜스듀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퍼 오디오 이어폰이 엄청나게 비싼 이유를 벨로스 오디오 이어폰으로 깨닫게 됩니다.

4)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더 이어폰입니다. 단, 프로 오디오 제품이므로 각 장르의 특징을 부각시키거나 감성적 자극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기본 사항을 공유하되, 세 모델이 각자의 특기를 보여줍니다.

X2는 보컬,

X3는 파워,

X4는 사운드 스테이지.

...라고 요약해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어폰 소리를 만든 사람이 원래부터 계급(...)을 명확히 해두었습니다. 성능 측면에서는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으나, 더 넓은 범위로 활용하려면 아무래도 X4가 제일 유리하게 될 것입니다. 음악 속의 요소를 가장 넓게 펼쳐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X3는 고.중.저음과 초저음까지 골고루 분석할 수 있으며 저음 파워가 좋아서 X4 다음으로 활용도가 넓다고 하겠습니다. X2는 고.중.저음 범위로 분석할 수 있으며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X3, X4 수준의 소리 해상도를 제공하지만 초저음 강조가 없으며 보컬 모니터링에 집중하게 됩니다.

일단 저는 계급이라고 묘사했으나 위의 분류가 각자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저음 강조가 싫은 분이라면 당연히 X2가 좋을 것이고, 중.저음의 힘찬 느낌을 원한다면 X3가 제일 마음에 들 수도 있습니다. X4는 뮤직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만든 후 소비자들이 이어폰으로 그 음반을 어떻게 듣게 될지 최종 검토하고 싶을 때 모니터 스피커 대신 쓸 만한 제품입니다. 한 편 X2와 X3는 가수와 연주자들이 자신의 소리를 관찰할 때 사용하며 무대 공연에서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소리 감상문을 X4, X3, X2의 순서로 작성하게 됐습니다.

Bellos Audio X4

X4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20,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16dB,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16옴입니다. 3 BA + 1 DD의 하이브리드 구성이며 4-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서 초고음 한 개, 고음 한 개, 중.저음 한 개, 저음 한 개로 나뉩니다.

벨로스 오디오의 제품 설명을 번역 및 요약해보면, X4의 소리는 포근한 성향의 레퍼런스 사운드이며 음악 속의 미세한 디테일을 모두 드러낸다고 합니다. 초고음 드라이버를 더해서 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드는 게 특징입니다.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높은 밀도, 초고음의 공기 느낌

X4의 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초고음, 고음, 중음, 저음, 초저음으로 더 넓게 펼쳐지는 사운드 이미지를 감지하게 됩니다. 또한 슈퍼 트위터로 인해서 X2, X3보다 초고음의 공기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초저음은 X3와 거의 같거나 조금 더 보강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모든 음 영역의 밀도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저음과 초저음은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재생하므로 원래 밀도가 높지만,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세 개로 재생하는 고.중음 영역도 절대로 흩어지지 않도록 고밀도로 응집됩니다. 그래서 이 제품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풀어질 일이 없습니다. 언제나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음악의 내부를 관찰하게 만듭니다.

*차분하고 중립적인 음색 - 다크 사이드?

소리의 높은 해상도와 정밀한 음 분리 능력은 기본으로 지니는 느낌인데, 뭔가 감지되는 음색 특징이 없습니다. 굉장히 화사한 음색의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다크 사이드'라고 할 만큼 차분하고 중립적인 음색입니다. 잠시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전쟁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퍼 오디오 프론티어 시리즈는 화려한 엘프 군단이며 벨로스 오디오 X-시리즈는 모르도르 암흑 군단 같습니다. 선악 대결은 아니고, 음색으로 인한 분위기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완전 밸런스형 사운드인데 은근슬쩍(?) 감동적이다

플랫 사운드에 초고음과 초저음 강조를 더한 U 모양의 소리가 떠오릅니다. 체감으로는 특정 음의 강조나 축소가 없는 완전 밸런스형 사운드인데요. 음악을 듣노라면 어느 순간 고음이 확 솟구치거나 초저음이 웅장하게 펼쳐지는 아찔함이 조금씩 조금씩 제 심장을 건드립니다. 분명히 감정을 배제한 프로 오디오 제품의 소리인데 어느새 은근슬쩍 감동하게 됩니다. 벨로스 오디오는 프로 오디오 이어폰을 만들었지만 퍼 오디오의 현란한 사운드 튜닝을 아예 감출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대놓고 감동이 아니라 계속 은근하게 감동하는 이유는...? 역시 사운드 스테이지에 있었습니다. X4가 만들어내는 음악 연주의 공간은 드넓은 수평선처럼 깨끗하게 펼쳐집니다. 분명히 밀폐된 하우징의 이어폰을 감상 중인데 머리 좌우의 바깥쪽에도 사운드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벤트 설계를 잘 해둔 이어폰들이 대체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부터 소리가 매우 선명하며 음 분리가 하도 잘 되어서 음악 속의 요소가 촘촘하게 분리되는데, 그 모든 것들이 광활한 공간에서 마음껏 달리고 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진지하게 소리를 듣지만 본능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어깨를 들썩이거나 밀리미터 단위라도 헤드뱅잉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Bellos Audio X3

X3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18,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16dB,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17옴입니다. 2 BA + 1 DD의 하이브리드 구성이며 3-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서 고음 한 개, 중음 한 개, 저음 한 개로 나뉩니다.

벨로스 오디오의 제품 설명을 번역 및 요약해보면, X3의 소리는 자연스럽고 힘찬 음색이 있으며 6mm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재생하는 저음이 든든합니다. 트리플 드라이버 이어폰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수준의 공간과 헤드룸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음악 속의 모든 뉘앙스를 전달해줄 것이라고 합니다.

*소리의 선이 굵고 아주 힘차다!

소리의 기본 속성에서 대부분을 X4와 공유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X3는 X2보다 뚜렷하게 초저음이 강력하며 X4보다 높은 저음의 펀치가 단단합니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본다면 플랫 사운드를 지향하되 높은 중음과 높은 저음을 조금 더 보강했을 듯합니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부터 소리 선이 무척 굵으며 힘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음과 저음도 아주 굵직하지만 고음도 고래 심줄처럼 확실하게 선을 긋는 인상입니다. 초고음의 화려함을 배제하며 낮은 고음의 명확하고 강한 느낌을 청각 자극이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살리고 있습니다.

짐작해본다면 200Hz 근처의 높은 저음과 400~500Hz 근처의 낮은 중음 영역을 중시한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큰 북 종류의 악기 소리가 굉장히 힘차며 높은 탄력으로 강하게 튕겨오릅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서도 낮은 음이 굵어지고 힘이 세져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X4보다 더 강한 높은 저음 - 저음 악기들이 더 강해진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가 만드는 초저음 울림은 X4와 많이 흡사합니다. 깊고 안정적으로 울리는 초저음 진동이 외이도 내부를 장악합니다. 그리고 역시, 모든 음 영역의 밀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저음과 초저음은 DD 덕분에 원래 밀도가 높지만 BA로 재생하는 고.중음 영역도 절대로 흩어지지 않도록 고밀도로 응집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X4와 똑같지만 높은 저음이 더 강해서 전체 느낌이 꽤 달라집니다. 저음 악기들이 더 앞으로, 더 크게, 더 두텁게 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Bellos Audio X2

X2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20~18,000Hz, 드라이버 감도는 114dB,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41옴입니다. 일단 임피던스 수치가 높은 게 확 눈에 들어오고요. 두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2-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어서 고음 한 개, 중.저음 한 개로 나뉩니다. X2는 체감되는 드라이버 감도가 더욱 낮으므로 X3, X4보다 볼륨을 올려서 들으셔야 합니다. 세 이어폰을 비교 청취할 때 X2 소리가 더 약하다는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벨로스 오디오의 제품 설명을 번역 및 요약해보면, 중음 중심의 퍼포먼스이며 중립적이지만 더 에너지가 실린 음색으로 보컬을 중앙 앞쪽으로 배치합니다. 높은 음 분리도와 공간감으로 중음과 낮은 고음의 악기들을 제 자리에 놓이도록 해준답니다.

*2 BA 이어폰인데 DD 이어폰처럼 단단한 소리

X2는 소리의 기본 속성에서 초저음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X3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음을 BA 우퍼로 재생하는데, 그래도 DD 우퍼처럼 단단하고 밀도 높은 저음 펀치를 만듭니다. 그래서 X2를 사전 정보 없이 감상한다면 DD 우퍼를 썼다고 짐작하기 쉽겠습니다. 저음 뿐만 아니라 고.중음 영역도 밀도가 굉장히 높으며 아주 단단한 인상을 줍니다. 또한 높은 저음의 강한 타격이 있어서 X3 못지 않게 힘찬 느낌이 듭니다. 단, 초저음이 거의 강조되지 않아서 배경 면적이 조금 줄어드는 면도 있습니다. 사운드 스테이지 확장을 원한다면 X3, X4로 시선을 돌리는 게 좋겠습니다.

*퍼 오디오 사운드를 70만원대로 GET하는 방법

세 모델 중에서 높은 중음(낮은 고음)의 질감이 가장 부드러운 편이며, 그래서 오래 듣기에 편안한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사람 목소리를 들을 때 선명함이 유지되지만 치찰음 강조가 거의 없고,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의 매끈한 질감과 약간 따뜻한 온도가 고막을 다독여줍니다. X2는 중음을 강조해서 보컬이 특기인 것이 아니라, X3와 X4의 온갖 장점 중에서 한 두 개만 덜어낸 결과 보컬이 더 살아나게 된 모델입니다. 초저음이 강조되지 않았다는 불평도 X2의 높은 저음이 지닌 든든한 펀치와 높은 밀도 앞에서는 사실상 무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퍼 오디오의 고품질 사운드를 70만원대 커스텀 이어폰으로 접하고 싶다면 벨로스 오디오 X2는 그 욕망을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

*중음 비중이 높은 소리를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전달한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의 묘사 능력을 최대로 살리지만 음색이 건조하거나 질감이 거칠어서 편하게 음미하기는 어려운 스튜디오 헤드폰이 많습니다. 그러나 X2는 음색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고밀도의 매끄러운 감촉으로 '중음 비중이 높은 소리'를 듣기 편안하게 전달합니다. 소리 해상도가 하도 높아서 사람 목소리의 내부로 직접 들어가 숨결을 분석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수의 기교와 습관까지 모두 드러낼 수 있는 놀라운 수준의 중음 묘사력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