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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댄 클락 오디오 E3,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음악 감상용 헤드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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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클락 오디오 E3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음악 감상용 헤드폰



"분명히 밀폐형 헤드폰인데 아주 넓게 펼쳐지는 사운드 이미지를 경험한다. DCA 헤드폰인데 저음의 포근한 울림과 웅장한 규모가 있다. E3는 음악 공연의 현장에 청취자를 앉혀두고 극히 투명한 소리를 퍼부어서 음악의 진심을 전달하는 헤드폰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댄 클락 오디오(Dan Clark Audio, DCA)'의 하이엔드 헤드폰들은 매우 비쌀 뿐만 아니라 소리도 강렬합니다. 이 회사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신제품을 내놓으면 저는 판매처에 연락해서 냉큼 빌려오는데요. '스텔스(Stealth)'부터 시작된 AMTS 기술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소리 해상도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 후 등장한 개방형 헤드폰 '익스팬스(Expanse)' 역시 무서울 정도로 높은 해상도와 굵고 강한 소리를 지향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두 제품이 모두 소리의 내면에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분석 장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제 댄 클락 오디오에서도 음악 감상에 좋은 하이엔드 헤드폰이 나온 듯합니다. 가격은 여전히 수백만원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저도 하나 구입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입니다. 이름도 간단해서 그냥 'E3'라고 합니다.



머리 속에 계속 그림이 그려집니다. 오디지 MM-500은 제품 리뷰할 때 기준점으로 사용하고... 음악을 찐~한 기분으로 느끼고 싶을 때에는 댄 클락 E3를 쓰는 것입니다. 직업용과 취미용 헤드폰을 둘 다 최상급으로 갖추는, 저로서는 완전 황홀한 그림인데요. 그래서 이번 후기도 E3를 제 돈 내고 구입했다는 기분으로 작성합니다.



소리의 개방감을 암시하는 이어컵 디자인



DCA 헤드폰들은 기본적으로 가벼운 무게, 편안한 착용, 손쉬운 휴대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고유의 독특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지닙니다. 현재의 고급형 모델은 이어컵에 금속 프레임을 쓰고 있어서 무게가 조금 더 늘어났지만 그래도 400g대를 유지하며, 이어컵을 헤드밴드 안쪽으로 넣는 폴딩 메커니즘 덕분에 작은 하드 케이스로 휴대할 수 있습니다.



E3는 아주 큰 이어컵의 풀 사이즈 헤드폰이면서도 간단히 접어서 보관할 수 있으며 무게는 455g이라고 합니다. 매우 튼튼한 금속 와이어와 파랑색 스티치의 가죽 헤드밴드가 누구나 머리에 쓰는 순간 바로 맞춰지도록 동작합니다. 기본 케이블은 피복이 패브릭 소재이며 4.4mm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이어컵과 케이블이 연결되는 커넥터는 댄 클락 헤드폰들의 전용 규격인데, 아주 쉽게 탈착할 수 있으며 커넥터 핀에 부담을 주지 않아서 계속 탈착을 반복해도 멀쩡합니다. 그리고 하드 케이스에는 헤드폰 본체만 담을 수 있으므로 구성품에 케이블용 파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깜빡하고 파우치 사진을 안 찍었음)



사진을 보면서 '응? 이거 개방형 헤드폰?'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E3의 이어컵 디자인은 소리의 개방감을 암시하는 트릭이며 이 제품은 밀폐형 헤드폰입니다. 이어컵의 프레임 부위는 금속 소재인데 외부 플레이트를 코닝 고릴라 글래스로 제작했습니다. (고릴라 글래스 3) 그리고 유리 패널의 안쪽으로 개방형 헤드폰의 그릴처럼 보이는 패턴을 넣어두었습니다. 이어컵 하단에는 두 개씩 구멍이 있는데, 이것은 '듀얼 모드 베이스 포트(Dual-mode Bass Port)'라고 합니다. 밀폐형 헤드폰인 E3의 사운드에서 놀라운 공간감을 만드는 부분입니다.



아주 푹신한 이어패드는 테두리 부분이 가죽으로 되어 있으며 안쪽에 타공을 해서 소리의 개방된 느낌을 더 확보합니다. 이어패드에서 유저의 피부에 닿는 부분은 스웨이드 소재라서 뽀송한 감촉을 냅니다. 그리고~ 이어패드 안쪽을 보면 음파의 속성을 조정해주는 AMTS 구조물이 있습니다. 이는 벌집처럼 생긴 구멍의 폭, 깊이, 각도 등을 설정해서 제작자가 원하는 공기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즉, 소리의 메타 물질인 셈이라서 'Acoustic Metamaterial Tuning System'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E3는 DCA에서 전용으로 개발한 5세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도 댄 클락 헤드폰들의 굉장한 소리 해상도를 갖고 있는데 스텔스, 익스팬스보다 듣기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새롭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그동안 DCA 헤드폰에 관심을 두던 분들도 음악 감상용으로 E3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을 듯합니다. 감성적 측면에서 음감에 좋다가 아니고, 무서울 정도의 고성능에 음악 듣는 맛이 더해져서 그렇습니다.



SOUND



*높은 가격에 상응하는 고성능의 장치


댄 클락 헤드폰답게 소리의 해상도가 다른 차원의 수준입니다. 음색 특징도 없고 주파수 응답의 딥(Dip)과 피크(Peak)도 거의 없습니다. 응답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소리에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잔재도 찾을 수가 없군요. 소리 전체가 가득찬 것처럼 고밀도 상태이며 모든 음 영역이 세밀하게 나뉘어서 방대한 정보를 청각에 폭포처럼 쏟아붓습니다. 즉, E3도 높은 가격에 상응하는 고성능의 소리 전달 장치인 것입니다. 음악 파일과 재생기, DAC, 헤드폰 앰프,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케이블의 품질까지 모두 최상급으로 갖춘다면 E3의 잠재력을 제대로 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곡을 감상하면서 몇 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이 제품이 DCA 헤드폰 중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종류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음악 속의 진심을 느끼고 마음이 흔들린다


처음에는 그저 투명한 소리라고 생각하다가 어느새 음악 속의 감정을 흡수하게 되면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아주 큰 차이점입니다. 예를 들면 스텔스, 익스팬스에서는 너무 높은 해상도과 굵고 강한 소리에 '겁을 먹어서' 마음이 흔들렸는데, E3에서는 음악에 담긴 어떤 진심을 느껴서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 '진심'이라는 것은 헤드폰이 뭔가 특이한 시도를 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저 최대한의 투명한 소리를 재생하되 '낮은 음의 넓고 아늑한 공간'이 머리를 감싸주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E3는 댄 클락 오디오의 헤드폰들 중에서 청취자 자신이 음악 공연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최초의 헤드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 현장의 음향 세팅이 하도 잘 되어 있어서 실시간 연주의 바로 그 소리와 공간 울림을 100%로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냥 자동적으로 음악 속의 진심이 전달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대한 개방된 소리를 내는 밀폐형 헤드폰


듀얼 모드 베이스 포트는 밀폐형 헤드폰인 E3에서 완전히 개방된 헤드폰처럼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듭니다. 이어컵의 밀폐감이 분명히 있어서 주변 소음이 어느 정도 차단되는데, 베이스 포트가 있는 부분에서 소리가 머리 좌우 바깥쪽으로 펼쳐지는 물리적 현상이 감지됩니다. 예전에 댄 클락씨의 인터뷰에서 들었던 사실인데요. DCA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원래부터 개방형 구조에서는 더 가깝게 들리고 밀폐형 구조에서는 더 넓게 들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E3는 그 밀폐형 구조 중에서도 가장 개방된 소리를 내는 듯합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이 헤드폰은 '최대한 개방된 소리를 내는 밀폐형 헤드폰'입니다.


*참고 : 댄 클락 오디오에서 만드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형태가 상당히 달라서 외부 소음이 잘 들어오지 않으며 드라이버 소리가 새어나가는 분량도 적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이버를 밀폐형 이어컵에 넣으면 개방된 소리가 되고, 개방형 이어컵에 넣으면 조금 더 밀폐된 소리가 됩니다.



*하이엔드 퍼포먼스 + 음악 듣는 재미


스텔스와 익스팬스는 정말 인정사정 없는 디테일 묘사와 극한의 정확도를 추구합니다. 청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너무나 많아서 두뇌가 기겁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최대한 평탄하게 조절된 저음은 짧게 끊어서 치는 강렬한 펀치를 지향하며 풍부하게 울리는 저음과는 거리가 멉니다. 소리의 순수함에만 너무 몰입하면 음악 듣는 재미 - 감성의 자극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E3는 이 점에서 저음의 풍부함을 음악의 재미로서 제시합니다. 쉽게 생각해봅시다. 음악을 들으면서 저음 울림이 심장(또는 두뇌)을 직격으로 때리지 않으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E3는 드디어(?) 초고해상도와 고품질의 베이스 부스트를 모두 지니고 태어난 것입니다. 드디어(??)... DCA에서 스텔스, 익스팬스 등급의 하이엔드 퍼포먼스를 지닌 음악 감상용 헤드폰이 나왔습니다.


스텔스, 익스팬스가 선이 굵고 타격이 강하지만 몹시 평탄한 저음을 내는 이유는 댄 클락씨의 '명료한 소리 지향'에 있습니다. 저음이 강조될수록 고.중음이 가려지는 것은 근본적 현상이니 저음을 알맞게 조절할수록 고.중음이 선명해지는 것도 일반적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E3의 사운드 튜닝에서는 고.중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적당하고 깨끗하며 충분한 양의 저음을 설계한 모양입니다. 100Hz 아래의 초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으며 그 위쪽의 높은 저음도 일부를 조금 강조해서 상당히 포근하고 깊은 저음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울림의 끝이 흩어지지 않으며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됩니다.



*저음이 보강된 올라운더의 등장


E3의 이러한 저음 설계는 이 헤드폰을 매우 분석적, 중립적인 올라운더일 뿐만 아니라 '저음이 보강된 올라운더'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합니다. 스텔스, 익스팬스에서 경험했던 쉴틈없는 긴장감이 E3의 고.중음에서 그대로 나오는데, 저음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숨을 내쉬고 머리를 소파에 기댈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대부분의 댄 클락 오디오 헤드폰을 사용해본 입장에서 이 말을 하기가 참 어색하지만, E3는 포근하고 풍부한 저음을 지닌 헤드폰입니다.


저음의 해상도가 높으며 청취자가 저음 속의 디테일을 분석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울림이 포근합니다. 이 저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많이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드폰 쪽에서 음색을 만들지 않으니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음반이 제작된 방식 그대로 재생되는데, 저음 악기들의 소리가 모두 듬직해집니다. 저음의 밀도가 높아지고 규모가 커지며 더 넓게 펼쳐지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가 뚜렷하게 강해지며 그들이 만드는 저음이 콘서트홀 내부를 맴도는 느낌도 생생하게 강조됩니다. 락, 재즈에서는 베이스 드럼이 더 크게 울리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서는 더욱 심장 박동에 가까운 저음 진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중음의 선을 조절해서 얻은 효과


또 한 가지 짚어둘 점은 E3의 고.중음이 지닌 선입니다. 서예로 비유한다면 스텔스와 익스팬스는 굵은 붓으로 강하게 획을 긋는 타입인데, E3는 더 가느다란 붓으로 세심하고 부드럽게 획을 긋습니다. 소리의 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이 너무 강렬해서 감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E3의 소리가 살짝 듣기 편안한 이유는 고음과 중음의 선을 조금 가늘게 만들었으며 청각 자극이 되는 높은 중음을 은근하게 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 헤드폰을 사용하면서 자꾸만 기분이 들뜨고 음악을 즐겁게 맛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현에 들어 있는 따뜻한 울림과 금속성 파열음이 전부 그대로 들리는데 기타 연주자의 진한 감정도 그대로 전달되어서 또 다시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소리의 진심입니다.


이 헤드폰으로 음반의 믹싱이나 마스터링을 한다면 작업하는 사람의 감정이 벅차올라서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이 될 것입니다. ■



*이 후기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 대여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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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마호 연월마호님 포함 4명이 추천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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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음에 드는 헤드폰인데....사고 싶은데...ㅠㅠ

10:40
24.02.02.

우와.. 저렇게 양쪽에 3핀 케이블을 꽂으면 해상도가 더 좋아지나요??

16:11
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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