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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소너스 파베르 프리마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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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 파베르 프리마

바이올린을 위한 중음형 헤드폰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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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오디오 메이커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에서 만든 헤드폰이 있습니다. 그들의 라우드 스피커처럼 고급스러운 소재와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녔으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모델 체인지 없이 그대로 판매되는 헤드폰입니다. 하이파이 오디오와 휴대 음향을 모두 즐기는 분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제품이기도 합니다.

 

네, 바로 프리마(Pryma)입니다. (-_-)a

 

이어폰 헤드폰의 유료 리뷰를 하는 저의 경우, 유명한 제품은 오히려 리뷰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디자인과 소리에 대한 감상평을 작성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분들의 소개를 통해 잘 알려진 제품들이 그러합니다. 소너스 파베르 프리마도 딱히 제가 다룰 필요가 없었고, 저 또한 구입을 고려했으나 이어폰 구입에 집중하느라 무심코 넘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진짜로 구입 여부를 결정해보자는 마음으로 판매처로부터 프리마 한 대를 빌려서 써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작성 중인 이 글은 원래 작성할 필요가 없었으나, 제가 프리마에게 반해버리는 바람에 어떤 놀이(?)처럼 시작된 자발적 사용기입니다. 이 헤드폰은 참으로 아름답고 특이하고 괴상하고 매혹적인 물건입니다. 도저히 입 다물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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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헤드폰을 보는 순간 고민이 시작됩니다. 구입을 하더라도 색상 고르기가 엄청나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내에는 총 다섯 가지 색상이 수입되고 있는데, 모두들 아름다워서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프리마가 막 들어왔을 때에는 카본 마르살라(Carbon Marsala) 색상이 큰 인기였지만 다른 색상도 모두 멋져서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 중입니다. 제가 이번에 다루는 제품은 프리마의 퓨어 블랙(Pure Black) 색상입니다. 헤드밴드부터 이어컵 외부까지 모두 블랙인데 하우징 테두리가 은빛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습니다. 프리마 중에서는 가장 튀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고급스러운 색상이라 하겠습니다. 마치 레이밴 선글라스 같네요. (ㅇ_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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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의 패키지 디자인은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처럼 되어 있습니다. 헤드폰의 이어컵 파트와 헤드밴드 파트가 분리되어 보관된 점도 흥미로운데요. 전자 제품이 아니라 의류 또는 패션 액세서리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박스 안에는 분리된 헤드폰 케이블과 90도 각도로 된 3.5mm 어댑터가 들어 있습니다. 이 어댑터의 역할은 직선형 플러그를 90도 방향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프리마는 높은 출력을 넣어줄수록 소리가 좋아지기 때문에 LG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이 어댑터를 먼저 끼워서 외부 음향 기기 모드를 켜봅시다. 90도 플러그를 먼저 폰에 끼운 다음 헤드폰을 연결하면 됩니다. 어댑터를 더하는 것이 싫다면 프리마의 케이블을 분리하고 케이블 먼저 LG 폰에 연결한 다음 헤드폰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헤드폰 케이블을 분리하는 것보다는 어댑터를 더하는 쪽이 조금 더 편리한 듯 합니다. 물론 일반 음향 기기 모드에서 볼륨을 많이 올려 들어도 문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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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의 구조는 일반적인 헤드폰들과 상당히 다릅니다. 케이블을 좌우 이어컵에 연결하며 헤드밴드를 마치 벨트(허리띠)처럼 만들어서 쉽게 교체하도록 해놓았습니다. 헤드폰의 디자인이 아름다우며 헤드밴드를 모듈러 방식으로 만든 점은 좋은데요. 두 가지의 신경 쓸 점이 있습니다. 첫째, 헤드폰을 들고 움직여보면 이어컵과 헤드밴드가 닿으면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헤드폰을 머리에 쓴 상태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둘째, 이어패드 밀착이 쉽지 않습니다. 작은 크기의 이어컵으로 귀 주변을 에워싸는 오버이어(Over-ear) 구조인데 그만큼 이어패드의 가로 면적이 작습니다. 그래서 이어패드 아래쪽이 뜨지 않도록 헤드밴드 조정을 해야 하는데, 좌우 길이가 틀리게 맞춰질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헤드밴드 한 쪽을 두 칸, 다른 쪽을 한 칸 남겨서 맞춰야 합니다. 프리마는 은근히 저음 강조가 있는 헤드폰이므로 저음이 들릴 때까지 헤드밴드 조정을 해줍시다. 이어패드 밀착을 방해하는 안경 착용은 권하지 않겠습니다. 테가 와이어 수준으로 가느다란 안경은 괜찮지만 대부분의 안경 테는 이어패드를 뜨게 하여 소리를 망쳐놓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프리마는 저음이 상당히 강조되어 따뜻한 음색을 지닌 헤드폰이다. 저음의 든든한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안경을 벗고 헤드밴드 길이를 조금씩 줄여서 이어패드를 피부에 밀착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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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밴드에서 버클을 끼우는 최대 길이는 37cm로 넉넉한 편입니다. 이 때 이어컵 중앙이 귀에 도달하는 길이는 최대 42cm 정도이므로 머리 큰 사람들도 대부분 착용할 수 있겠습니다. 줄자를 꺼내어 41~42cm까지 늘린 후 머리에 써보시기 바랍니다. 줄자 양쪽 끝이 귓구멍 하단까지 온다면 프리마를 착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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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착식의 기본 케이블은 3.5mm 커넥터가 있으며 헤드폰 쪽 커넥터는 2.5mm 모노 커넥터를 씁니다. (헤드폰 좌우 채널을 케이블이 결정합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끼워도 됨.) 오른쪽에는 원버튼 리모컨이 있는데 버튼이 아주 작아서 약간의 적응이 필요합니다. 또한 음성 통화용 마이크가 있으니 일반적인 스마트폰 활용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오디오 애호가의 입장에서는 리모컨이 없는 음악 감상용 케이블을 더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결국은 만만치 않은 돈을 써서 커스텀 케이블을 주문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마의 소리는 기본 케이블로도 충분히 좋게 나온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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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저울로 무게를 재어보았는데요. 이어컵 한 쪽당 116g, 헤드밴드 87g, 케이블 28g이 나왔습니다. 총 347g으로 휴대용 헤드폰으로서는 묵직한 편입니다. 걸어 다니면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깅이나 운동에서는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애초부터 프리마는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패션 헤드폰이며 스포츠 헤드폰은 아닙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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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참고해둘 점이 있는데, 프리마의 기본 구조는 밀폐형 헤드폰이지만 이어컵 위쪽에 다수의 베이스 포트가 있어서 소음 차단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소음 차단은 되지만 주변 소리가 다 들리므로 거의 오픈형 헤드폰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구멍들 덕분에 프리마는 이어컵의 작은 용적으로도 충분한 저음을 낼 수 있습니다. 이 헤드폰의 개발자는 아마도 베이스 포트 숫자까지 모두 계산하여 프리마의 소리를 완성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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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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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보기 드문 중음 강조형 헤드폰

 

글의 시작에서 제가 프리마를 아름답고 특이하고 괴상하고 매혹적인 물건이라고 말한 이유는 대부분 소리 때문입니다. 이 헤드폰의 소리는 희한하게도 700~1,000Hz 영역이 크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수치는 짐작일 뿐입니다!) 그런데 음색을 밝게 만들거나 자극을 줄 수 있는 낮은 고음 영역은 낮춰놓았습니다. 즉, 프리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중음 강조형 헤드폰입니다. 깨끗한 고음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중음 영역으로 대부분의 힘이 집중됩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두터운 선의 중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음이 많은 외부의 감상에서도 중음 영역이 굵고 뚜렷하게 들릴 정도입니다.

 

*며칠 동안 프리마만 사용해볼 것

 

제가 수백개의 제품을 다뤄본 경험으로 볼 때, 이어폰 헤드폰에서 중음을 많이 강조하는 것은 상업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선택입니다. 심리적으로 소리의 공간을 좁게 만들고 고음의 선명도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저음 못지 않게 중음도 고음을 마스킹할 수 있습니다.) 프리마를 처음 사용할 때는 이어패드 밀착이 되지 않아서 고.중음만 거칠게 들리고, 제대로 착용한 다음에는 몹시 담백한 음색에 당황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첫 인상을 돌파하면 프리마의 참맛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 재료 음식을 먹으면서 처음에는 경악을 하다가 맛의 진면목을 발견한 후부터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매료되는 듯한 경험입니다. 그러니까 프리마를 듣는 동안은 최소 하루에서 며칠 정도는 다른 헤드폰을 듣지 말고 오로지 프리마로만 음악을 들어보라는 뜻입니다. 프리마만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 헤드폰의 두툼한 중음과 깊은 저음 울림에 매료될 것입니다. 그 후 시간이 더 흐르면, 처음에는 현악기 전용으로 듣던 것이 점점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확대됩니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지만 프리마의 소리에 매료된 다음의 경험은 무척이나 행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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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용으로 나왔지만 사실은 앰프 효과를 받는 하이파이 전용!

 

프리마의 제품 사양표에는 매우 높은 음압 수치가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지 않은 편이며 앰프의 긍정적 효과를 많이 받습니다. 아웃도어 용도로 디자인되었기에 기본 케이블도 스마트폰용이지만, 프리마의 진짜 소리를 들으려면 거치형 헤드폰 앰프 또는 인티 앰프의 헤드폰 출력을 사용해야 하며 커스텀 케이블 제작도 필요하겠습니다. 스마트폰 또는 DAP에서도 볼륨을 조금 더 올려주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으나, 소스 품질이 중요하므로 CD 해상도 이상의 음악 파일을 권합니다. 또한 프리마에 앰프를 더한다고 해서 중음이 줄어들거나 고음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중.저음이 강해져서 더 담백하고 포근한 인상이 되는데 이 점이 프리마의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리마를 와트(W) 단위의 출력을 내는 Aune S7 헤드폰 앰프에서 하이 게인(High Gain)으로 구동하니 소리의 밀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질감도 곱게 되었습니다. S7의 하이 게인 옵션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에서나 쓰는 것인데 프리마에서도 통합니다. 코드 모조 폴리 세트는 원래 두텁고 포근한 음색과 알맞은 출력 보강 효과로 프리마와 매우 좋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블루투스 앰프인 아스텔앤컨 XB10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화이트 노이즈가 있으며 볼륨 최적화가 어렵지만 프리마로 들으니 화이트 노이즈 억제도 되고 소리도 좋았습니다. 유선 헤드폰인 프리마를 더욱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이런 DAC 내장형 블루투스 앰프를 권하겠습니다. (*해외에서는 프리마의 블루투스 케이블도 판매 중인데 XB10 같은 제품의 소리가 더 좋으리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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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소리에 최적화된 헤드폰

 

중음의 큰 강조는 대중적으로는 위험하지만 클래식 악곡을 위해서는 매니악하게 훌륭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리마는... 바이올린 소리에 최적화된 헤드폰입니다. 이 헤드폰이 바이올린 그 자체라고 해도 좋습니다. 바이올린의 중음이 크게 강조됩니다. 일단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감상에 권하고 싶은데요. 바이올린 독주가 이렇게 짙은 색상을 띄는 경우도 드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현악기들의 소리가 매우 두텁고 힘차게 됩니다. 클래식 악곡을 들으면서 밝은 음색을 피하고 싶은 분이라면 아주 마음에 들 것입니다. 약간 어두운 음색이며 두꺼운 중음과 포근한 저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충격에 가까운 보컬 보강 효과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서 프리마는 이제껏 들어온 헤드폰들의 소리와 완전히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헤드폰을 거치면 드럼의 심벌즈 찰랑거림이 약해지고 베이스 드럼의 울림도 간결해지는데 기타 소리가 확 살아납니다. 남성 보컬의 낮은 중음이 크게 강조되는 것도 충격적인 수준입니다. 단순히 중음이 부풀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의 낮은 음이 굉장히 두텁고 포근하게 됩니다. 사실상 남성 보컬이라고 해도 될 법한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는 프리마를 만나는 순간 더욱 진하고 강한 힘을 얻습니다. 쳇 베이커가 마이크 바로 앞에 입을 대고 노래를 할 때, 제이미 컬럼이 피아노 연주를 잠시 멈추고 살짝 꺾인 목소리를 올리는 순간, 프리마의 중음이 그 어떤 헤드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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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볼륨으로 짧게 듣기를 권함

 

프리마의 강한 개성은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중음 강조형 헤드폰이 걷게 되는 험난한 길이라고 할까요? 몹시 두툼한 선의 보컬과 현악기를 즐기는 사람에게 깊은 행복을 안겨주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오래 듣기에는 부담이 될 것입니다. 사람의 귀는 외이도의 구조로 인해 높은 중음(낮은 고음)을 더 강하게 듣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에 못지 않게 낮은 중음도 잘 듣습니다. 다른 사람과 동물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생존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 와중에 중음 영역 전체를 골고루 강조한 프리마의 소리는 사람이 원래 잘 듣는 소리를 더욱 강화하는 셈입니다. 그만큼 청각이 빠르게 지칠 수 있으니 낮은 볼륨으로 몇 시간씩 듣는 용도보다는 적정 볼륨으로 30분씩 듣는 용도로 권하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오디오 메이커가 현악기 연주를 위한 스피커를 만들다가 헤드폰도 현악기 연주용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소너스 파베르의 라우드 스피커에 적용되는 사운드 시그니처를 헤드폰에도 반영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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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샘오디오에서 프리마를 한 대 빌려서 사용해본 후 멋대로 작성한 것입니다. 후기에 사용된 제품은 엊그제 반납했으며, 한 달 정도 색상 고민을 해본 후 제 것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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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BBAM KIMBBAM님 포함 2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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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조끼입고 채찍든 형님들이 쓰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입니다.

03:44
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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