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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헤드폰에서 체감하는 DAC와 앰프의 효과 (Feat.미스터 스피커즈)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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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해외의 헤드파이 업계 소식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일본어는 번역기를 돌리고, 영어는 짧은 독해 실력과 사전을 사용해서 읽는 중인데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내는 와중에 기묘한 흐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흥하는 헤드폰은 한국에서도 흥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과 유럽에서 흥하던 제품이 한국에 들어와서는 관심 밖인 경우가 꼭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케너턴(Kennerton)과 미국의 미스터 스피커즈(Mr.Speaker)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두 정식으로 국내 수입이 되고 있지만 헤드폰 애호가들에게 이름을 꺼내면 그런 게 있어요?라고 물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 회사 제품들은 실제로 감상해보면 국내에서 주류를 이루는 회사들의 헤드폰과는 많이 다르면서도 훌륭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아쉽게도 주요 청음샵에 입점하지 않아서 제대로 들어볼 기회가 적습니다. (*청음샵 입점은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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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피커즈의 헤드폰은 해외 헤드파이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질 때 상당히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성능 업그레이드를 경험한다고 해서 오히려 가격대 성능비 좋은 헤드폰으로 소문이 난 바가 있습니다. 헤드폰 DIY 개조를 하던 사람이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고 결국 회사를 차려서 정착한 사례입니다. 헤드폰을 개발한 사람도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정전형 헤드폰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당연한 말이지만, 스피커 쪽의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다면 그만큼 소스 쪽의 품질도 높아야 합니다. 성능 좋은 스피커는 그만큼 재생기와 앰프 및 케이블 종류들의 음색 특징까지 모두 드러내는 법! 해상도 높은 TV가 영화 속 배우의 피부 디테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은 해상도 높은 TV와도 같아서 제가 사용하는 소스 기기들의 한계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다른 독자들과 비슷한 여건을 가정하여 리뷰를 진행하지만, 지나치게(?) 성능이 좋은 헤드폰을 접하게 될 때마다 그 헤드폰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딜레마를 겪곤 합니다. Aeon, Ether 시리즈를 모두 젠하이저 HDVD800과 Aune S7으로 들었지만 더욱 파워풀한 전원과 정제된 소스로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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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저의 일반적인 유료 리뷰 진행과는 상관없이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의 진짜 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전 청취 예약을 했습니다. 리뷰어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격으로 방문한 것입니다.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의 1층에서 청취하는 것이라서 항상 직원이 대기하며 안내해주는 청음샵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미리 전화로 방문 일정을 잡고 가야 합니다. 판매처에서는 괜찮은 수준의 하이파이 오디오 견적이 될 만한 시스템으로 Ether Flow, Ether C Flow, Aeon 오픈형을 듣게 해주었습니다. 라우드 스피커 오디오를 꾸리는 사람에게는 그리 높은 비용이 아니지만, 헤드폰 유저에게는 확실히 하이엔드라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1) 네트워크 스트리머 : 룬 뉴클리어스 플러스 (Roon Nucleus Plus)

 

*제품 소개 URL

https://roonlabs.com/nucleus.html

 

2) 외장 DAC : 메리디안 울트라 DAC (Meridian Ultra DAC)

 

*제품 소개 URL

https://www.meridian-audio.com/products/dacs/dacs/meridian-ultra/

 

3) 헤드폰 앰프 : 패토스 인폴 이어 (Pathos InPol Ear)

 

*제품 소개 URL

http://www.pathosacoustics.com/product-en/amplificatori-inpol-en/amplificatori-inpol-12-en-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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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토스 인폴 이어는 전용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도 있지만 이번 청취에서는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로 사용했습니다. 메리디안 울트라 DAC와 연결하는 인터 케이블은 킴버(Kimber Kable)의 KS-1136입니다.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은 본래 음색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 케이블을 연결합니다.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은 희한한 속성이 있습니다. 임피던스 수치가 매우 낮으며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연결해도 될 만큼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인데,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리의 선이 가늘어지고 중.저음이 약해집니다. 휴대용 기기에 연결해도 분명히 큰 소리가 나오지만 진짜 소리가 아닌 상태입니다. 사실 다른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도 그러하지만(자석이 많아서 그런 듯?), 미스터 스피커즈 제품들은 유난히 앰프 효과를 잘 받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리의 근본적 품질을 위해서 좋은 재생기와 DAC를 사용하며 고품질의 음악 파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미스터 스피커즈에서는 특히 고출력의 앰프가 큰 효과를 낸다는 뜻입니다. 이번 시스템은 룬 뉴클리어스에서 재생하는 고품질의 음악 파일과 그 디지털 시그널을 아날로그로 깨끗하게 바꿔주는 메리디안 DAC로 윗물을 맑게 한 후, 높은 출력과 안정적인 전원을 지닌 클래스 A 하이브리드 앰프로 아랫물도 크게 보강한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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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헤드폰 세 대를 바꿔가며 청취를 해보니... 예전에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을 리뷰할 때 느꼈던 기본 특징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모두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헤드폰이지만 마치 정전형 헤드폰 같은 정밀한 소리 성향과 정확한 밸런스를 지녔습니다. Ether C 밀폐형은 저음 강조가 약간 있어서 더 웅장한 느낌인데 이것만 제외하면 미스터 스피커즈는 원래부터 모든 음 영역의 균형과 최대한 깨끗한 느낌을 지향합니다. 하이엔드 정전형 헤드폰으로 등장한 보체(Voce)도 그러하지만, Aeon과 Ether 시리즈는 일반 헤드폰 앰프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어쨌든 이번 청취에서 소스 업그레이드가 헤드폰이 지닌 원래 성능과 잠재력을 드러내되 헤드폰의 속성을 바꾸지는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Aeon 오픈형 리뷰

http://luric.co.kr/221306858633

 

*Ether 오픈형 리뷰

http://luric.co.kr/221223086904

 

*Ether C 밀폐형 리뷰

http://luric.co.kr/22122502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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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스템에서 제가 느낀 미스터 스피커즈의 전체적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소리의 질감이 훨씬 매끄럽게 됩니다. 튀어나오거나 움푹 패이는 곳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2) 헤드폰 자체의 음색이 없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을 청취할 때 HDVD800에서 차갑게 들렸던 것은 순전히 HDVD800의 음색이었습니다. 이번 시스템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며 앰프 쪽에서 아주 미세한 온기를 더할 뿐 음색적 특징이 거의 없습니다.

 

3) 중.저음의 선이 훨씬 굵어졌습니다. 이 점은 확실히 앰프의 효과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사용한 앰프에서는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의 소리가 대체로 섬세하게 느껴졌는데, 이번 시스템에서는 굵고 힘찬 인상을 줍니다.

 

4) 여전히 과도하지 않은 평탄한 초저음인데 초저음의 규모가 더욱 큽니다.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에서 낮게 울리는 초저음을 경험하려면 패토스 인폴 이어 앰프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요?

 

5) 스테이지가 더 넓어졌습니다. 수평선의 사운드 이미지인데 좌우로 더 확장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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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 헤드폰별로도 상당히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Ether 오픈형은 더욱 정전형 헤드폰 같은 느낌이 됐습니다. 평탄하고 투명하며 거의 사라지는 수준입니다. 또한 중음의 선이 훨씬 굵어진 점이 신기합니다. 보컬과 현악기 음이 더 가깝고 뚜렷하며 강한 에너지가 실려있습니다.

 

2) Ether C 밀폐형은 원래 저음 보강이 되어 있는데 그 웅장함이 더욱 보강됩니다. 소리의 덩어리가 훨씬 커졌습니다. 게다가 Ether 오픈형 수준으로 고음이 선명합니다. 단, 원래 적용된 저음 부스트와 소리가 이어컵 안에서 울리는 밀폐형 구조로 인해 중음의 투명도는 오픈형보다 낮게 느껴집니다.

 

3) Aeon 오픈형은 저음 영역이 더욱 두툼해져서 힘찬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소리가 됩니다. 고음이 더 깨끗한 오디지 LCD-2라고 할까요? 고음이 밝고 저음이 약해지는 '필터 없는 상태'로 들었는데,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엄청나게 샤프하고 차가운 고음이었지만 이번 시스템에서는 그저 깨끗한 고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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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스피커든, 오디오를 즐기는 방법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소리와는 별개의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바로 생활 환경과 비용 문제입니다. 원래 독립 주택에서 스피커를 사용해왔는데 아파트로 이사했다면 헤드폰 시스템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원래 자신의 사무실에서 헤드폰으로 조용히 음악을 들어왔는데 갑자기 출장을 자주 다니는 업무로 바뀌었다면 이동 중에 주변 소음을 차단하면서 듣는 이어폰이 필요하겠지요.

 

이 때 투입하는 비용은 이어폰, 헤드폰, 스피커에 대한 유저의 가치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어폰에 백만원을 쓰겠다면 헤드폰을 사겠다, 헤드폰에 수백만원 쓸 바에는 스피커를 장만하겠다 -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듣는데... 소리의 품질은 실제로 많이 다르게 나오며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사용하더라도 스피커 시스템을 꾸리는 사람이 있고, 제가 이번에 청취해본 시스템처럼 하이엔드 헤드폰 오디오를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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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다른 브랜드의 시스템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헤드폰에서도 외장 DAC와 앰프의 효과가 무척 크게 작용합니다. 계속 경험을 해보니 확신만 커지는 상황입니다. 헤드폰 오디오를 스피커 시스템의 서브 개념으로 두지 않고 메인으로 생각한다면 더욱 확대된 예산으로 훨씬 인상적인 소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미스터 스피커즈 헤드폰들이 더 좋은 시스템에서 변신하는 것을 체감한 후 리뷰어로서의 고뇌가 더욱 깊어지는 중입니다. 일반(?) 시스템과 하이엔드 시스템의 헤드폰 소리 차이가 이렇게 크니 저로서는 돈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 여러분과 비슷한 여건으로써 일반 시스템을 갖추되 하이엔드 시스템도 장만을 해야만 하이엔드급 헤드폰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돈을 더 많이 벌 방법이 없으니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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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귀에BA 니귀에BA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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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
넴 전 겨울에 갔었는데 되게 괜찮았었습니다
05:41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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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 있던데요미스터 스피커즈는
05:55
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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