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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이어폰 회사를 추천하는 행사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생각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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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회사를 추천하는 행사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생각 (비전 이어스 출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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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4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음향 기기 리뷰를 주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이지만, 그동안 홍보 대행사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초보 웹기획자 생활과 4년 정도의 아이디어맨(...) 생활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전 회사와 5년 넘게 협업을 하는 중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하니, 제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사용 후기와 속칭 전문가의 제품 보고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충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프로 리뷰어들은 대부분 소비자 사용 후기로 시작해서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후 유료 컨텐츠를 만드는 일명 전문가로 정착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제품이 아닌 매니아 중심의 제품 분야에서는 흔한(...) 전문가의 생각이 시장 여론을 주도하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전문가 한 명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따라가는 장면이 자주 보이지만, 적어도 휴대 음향 쪽에서는 제품을 직접 찾아보고 소리를 들어본 후 구입하는 유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처럼 유저가 직접 '헤드파이 시스템'을 고르거나 오디오샵의 '헤드파이 컨설팅'을 받는 쪽으로 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또한 휴대 음향 시장은 10만원대 근처의 대중적 라인과 100만원대를 넘는 매니아 라인이 공존한다는 특이점도 있습니다. 대중적 라인에서는 대세가 되는 제품이 있는 반면, 매니아 라인에서는 유저의 선택 또는 숨겨진 보물 찾기가 중요하게 됩니다. 즉, 현재와 근미래의 휴대 음향 시장에서 자칭 전문가의 역할은 제품 구입 유도가 아니라 '제품의 특징을 알려주는 정보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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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조차도 하기 어려운 역할이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찾아내어 정식으로 국내 유통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는 딜러(판매처)들의 역할이 되겠습니다.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100만원대를 넘는 휴대 음향의 매니아 시장에서 판매처가 개최하는 출시 행사의 역할과 가치입니다. 해외 회사들과 직접 메일로 교류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소수의 유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판매처가 제품을 국내로 들여와줘야만 새로운 소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냥 들여오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빠른 서비스와 품질 보증도 곁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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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국내에 휴대 음향 기기를 위한 대규모의 청취 공간과 행사 장소가 있다는 점은 제법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제품 청취와 더불어 출시 행사까지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넓고 위치가 좋아서 유저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서울 청담동 한 군데만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스타일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해외 회사들의 안목에 맞으며 제품 전시 효과도 생기는 공간입니다. 이런 곳에서 이제는 틈틈이 제품 또는 브랜드의 출시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사람 많은 장소가 싫어서 출시 행사 초대를 대부분 거절해왔으나, 이번에는 은근슬쩍 참석해보았습니다. VE 시리즈, 엘리시움, 엘코닉 이어폰을 모두 사용해보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이어폰을 만드는 것인지' 진짜 궁금했거든요. 며칠 전에 개최된 독일의 비전 이어스(Vision Ears) 출시 행사에서 저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1) 비전 이어스의 두 대표 '마르셀(Marcel Schoenen)'과 '아민(Amin Karimpour)' 중에서 이어폰의 하드웨어 설계를 하는 아민을 코 앞에서 보면서 말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

 

2) 출시회 현장에서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을 모두 둘러보았고, 커스텀 오더에 앞서 이어폰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종류를 모두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3) 현장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비전 이어스에 대한 여론과 감상을 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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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이어스 제품들을 모두 오랫동안 사용해보았으며 아직은 금전 여유가 없어서 커스텀 오더를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위의 세 가지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비전 이어스 제품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비전 이어스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거의 컬처 쇼크급이 되었겠지요. (=_=); 이어폰들을 귀에 끼워보면 VE2부터 확 좋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게다가 그 이어폰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앞에서 브랜드와 제품 설명을 해줍니다.

 

사실 미국과 일본 쪽에서는 이런 휴대 음향 회사의 대표와 제작자들이 직접 모여서 참석하는 헤드파이 페스티벌이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이 행사 현장에서 데뷔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한국 휴대 음향 시장도 계속 성장해서 그런 행사가 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비전 이어스 대표가 독일에서 한국으로 날아와준 것만으로도 훌륭한 이벤트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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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행사 현장에는 VE2, VE3, VE4, VE5, VE6, VE8과 엘코닉, 엘리시움이 모두 청취 가능한 상태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어폰 소리를 들어본 후 바로 옆에서 대화를 하는 통에 가만히 있어도 여론 감지가 되었는데요. 소리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늘 지를지 내일 지를지 고민하는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여론 감지가 아니잖아!!) 그리고 또 다른 요구 사항은 VE 시리즈의 유니버설 핏 제품이었습니다. 비전 이어스는 엘코닉을 제외하고 모두 커스텀 핏 주문만 받고 있는데, 이후 QnA 코너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앞으로도 유니버설 핏 예정이 없다고 합니다. 그 대신 '별도의 유니버설 이어폰 라인업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귀띔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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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전 여유가 없다고 했지만... 저도 VE 시리즈 중 하나를 장만해보고 싶은데... 그래도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색상은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저의 사용 목적과 소리 쾌감(?) 기준에서는 트리플 하이브리드의 엘리시움(Elysium)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라서 먼저 VE 시리즈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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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몇 개의 커스텀 이어폰을 주문하면서 참 힘든 과정이 있었습니다. 웹사이트의 차트를 PC 모니터로 보면서 디자인과 색상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결정해서 주문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이어폰을 받아보면 뭔가 이상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나옵니다. 결국 다른 커스텀 이어폰들은 투명한 쉘과 검정색 페이스 플레이트로 안전하게(?)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비전 이어스는 국내 딜러에게 모든 색상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 샘플을 제공하여 유저가 직접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도 매장으로 가서 쫙 펼쳐놓고 비교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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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이 점은 특히 공감하실 겁니다. 사람은 역시 관상에 맞춰서 성격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얼굴과 성격이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얼굴로 드러나는 각종 표현은 해당 인물의 생활 방식과 매너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고 제품의 기술을 설명하는 아민의 인상은 기술 친화적이면서도 마케팅에 익숙한 사회적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제가 만나본 미국, 유럽 지역의 제품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어울림을 갖춘 쪽이었는데 아민도 그 중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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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시리즈의 소개에서는 제작자가 의도한 소리 성향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제가 리뷰를 하면서 느꼈던 점과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유저 여러분도 직접 청취해보면서 각 VE 시리즈마다 다른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비전 이어스 이어폰의 소리 주제가 명확하다는 뜻입니다. 아민과 마르셀이 의도한 소리가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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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 모니터의 기본 개념과 제작 공정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비전 이어스가 딱히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어폰의 소리를 만드는 제작자의 음악적 센스가 매우 훌륭해서 제품 가격을 비싸게 할 수 있고 뮤지션과 오디오 애호가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는 것입니다. 예전 리뷰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비전 이어스는 독일과 유럽 시장의 프로 오디오 분야에서 인이어 모니터 중심가로 자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아시아 시장까지 오게 된 이유는 비전 이어스가 뮤지션용이라며 만든 커스텀 이어폰을 구입해본 일부 사람들이 완전히 매료되어서 소문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한국 시장에서도 정식으로 비전 이어스 제품이 출시되니 소리가 좋기는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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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회사가 추구하는 몇 가지 기술적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아크릴 쉘의 마감은 모두 래커로 한답니다. 유저의 귓본을 3D 스캔한 후 3D 프린팅해서 쉘을 뽑아내고 그것을 가공한 후 반짝거리고 매끈거리는 래커로 코팅합니다. 저도 제가 보유한 커스텀 이어폰들과 비전 이어스 제품들을 비교해봤는데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가 더욱 매끄럽습니다. 또한 이들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선호합니다. 특히 저음 재생에서도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아닌 밸런스드 아머처를 고집하는데요. 그 이유는 BA의 저음이 더욱 빠르고 정확해서입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내장한 엘리시움도 BA로 저음을 재생하고 DD로 중음을 재생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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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에 내장된 정전형 듀얼 드라이버는 역시 소니온(Sonion)의 제품이라고 합니다. 저도 구글링으로 이어폰용 정전형 드라이버를 찾아봤는데 현재는 소니온 제품이 유일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같은 소니온 트위터를 사용하더라도 이어폰마다 소리가 완전히 다르게 나오니 지레짐작은 금물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매장에서 AAW 카나리와 비전 이어스 엘리시움을 비교 청취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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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코닉에 대한 정보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엄청난 가격의 이어폰은 순은으로 만든 하우징에 채널당 13개의 BA 드라이버를 담고 있습니다. 엘코닉의 하우징은 다른 이어폰들보다는 살짝 큰 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귀에 맞도록 설계됐으며 두꺼운 은 하우징 속에 다수의 드라이버와 소리 조정 장치까지 담느라고 큰 고생을 했답니다. 거기에 하우징 외부를 덮는 자석 탈착식 페이스 플레이트까지 더했으니... 아민의 엔지니어링 솜씨가 굉장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타 회사들이 따라할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하는 중) 또한 유저들의 평가를 모아보니 엘코닉의 4개 사운드 중에서 2번의 인기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저음의 양이 4번부터 1번의 순서로 증가하는 구조이며 2번 사운드는 쿵쾅거리는 우퍼로 귀를 장악하게 됩니다. 역시 엘코닉은 라우드 스피커 느낌을 원하는 유저에게 어필이 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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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난 후 럭키 드로우(제비 뽑기겠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30명의 초대 받은 사람 중에서 두 명을 뽑아 VE3, VE4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170~200만원의 커스텀 이어폰을 받는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두 분이 당첨되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민의 귓본 뜨기를 받는 공개 인증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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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뽑히지도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이런 상항을 피하기 위해서 저는 럭키 드로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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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회 현장에는 오지 못했지만, 독수리의 눈으로 유저의 귓본을 뜨는 비전 이어스 대표 마르셀의 표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제품 출시 행사는 여러 미디어의 기자나 전문가를 호텔 로비로 초대하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그 후 미디어를 통해서 정보 전파가 되는데, 저도 기자의 자격으로 여러 번 참석해봤지만 아주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었습니다. 제품 자체를 경험할 수가 없으며 제품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전 배포된 보도 자료를 거의 그대로 올리게 됩니다.

 

이번 비전 이어스 출시회처럼 일반 유저와 개인 미디어에게 모두 개방되어 진행되고 제품 경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행사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제작자 또는 회사의 대표가 초대되어야 '제품의 소개 행사'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어폰 회사를 추천하기 위한 행사는 간단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이어폰을 찾아 다니는 매니아들에게 중대한 정보이자 명확한 제안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아직도 규모가 작은 국내의 휴대 음향 시장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니 무척 반가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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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출시 행사에 참석하여 행사 내용을 정리하는 대신 제가 생각한 점을 풀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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