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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라임 이어스 에테르 R

루릭 루릭
2384 1 0

라임 이어스 에테르 R

고성능 인이어 모니터와 이지 리스닝 이어폰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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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잠시의 환율 변동으로 얼티멋 이어스(Ultimate Ears) UE11 Pro가 200만원에 육박할 때가 있었다. 그 때는 본인조차도 커스텀 이어폰이 생소했고, 무대 공연에서 쓰는 이어폰을 일반 유저가 장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은?

 

한 달에 몇 푼 벌지도 못하는 본인조차도 자신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사버리는 된장남의 본성에 근거하여 커스텀 이어폰 여덟 개를 장만해둔 상태다. 소수이지만 하이엔드 DAP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수백만원을 들여서 하이엔드 커스텀 이어폰을 구입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이어폰'이라고 부르는 제품들과 달리 커스텀 이어폰은 뮤지션들의 전용 품목이었고 프로 오디오 시장에 속해있다가 오디오 애호가들의 고급 소장품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별도로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라고 제대로 칭하고 싶다. (일반 커널형 이어폰들도 인이어 모니터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게다가 자신의 귓본을 떠서 개인화하는 제품이라면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Custom In-ear Monitor)'라는 긴 단어로 전문성을 뿜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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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장이라도 국내에는 분명히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의 유저 그룹이 존재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미국, 아시아, 유럽권의 해외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로부터 더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본인의 경우는 일부러 엔트리 레벨의 커스텀 이어폰만 골라서 여러 회사의 제품을 구입했다. 각 IEM 회사마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그 중에서 2017년 6월에 주문한 인이어 모니터가 바로 라임 이어스(Lime Ears)의 'LE2'다. 듀얼 BA 드라이버 구성의 커스텀 이어폰으로, 매장에서 유니버설 버전으로 몇 번이나 청취해보았을 때 특유의 부드럽고 포근한 중.저음과 선명하면서도 잔향 많고 자극이 없는 고음에 매료되어서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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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LE2 커스텀 이어폰. 기본 케이블을 흰색으로 했는데 변색되어서 버렸고, 사진 속에서는 비전 이어스의 기본 케이블을 끼워둔 상태다."

 

라임 이어스는 폴란드의 에밀 스톨레키(Emil Stolecki)가 설립했으며 다른 IEM 회사들처럼 무대 공연을 하는 가수와 연주자들의 이어폰을 만들기 시작하여 오디오 애호가 시장까지 확장한 사례다. 이런 소규모의 인이어 모니터 제조사들은 대표의 취향과 센스에 의해서 각자의 사운드 시그니처를 갖기 마련이다. 일정 수준의 뮤지션과 사운드 엔지니어 고객을 확보한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은 실로 명확한 '소리의 주제'를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고가의 이어폰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소리 주제를 대체로 인정 받았다는 뜻이 된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감동을 받지 않았다면) 유저들이 높은 금액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살펴볼 커스텀 인이어 모니터는 라임 이어스의 제품 중에서 최상급 자리를 차지하는 '에테르 R'이다. Aether라는 단어가 영어 발음으로는 '이써' 정도가 되겠지만 판매처의 한글 표기를 따르기로 한다.

 

 

6 BA 구성의 새로운 하이엔드 모델

 

에테르 R은 전작인 에테르와 달리 채널당 여섯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사용하며 4-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은 구조다. 리뷰에 사용된 데모 제품은 이후 판매될 에테르 R 커스텀 및 유니버설 모델과 동일하며 금속 노즐이 적용되어 있다. 예전에 유니버설 이어폰에 아크릴 노즐이 적용된 적도 있어서 판매처에 문의해보았는데, 국내 판매되는 라임 이어스의 유니버설 이어폰들은 금속 노즐이 기본 사양이라고 한다. 즉, 원래 완성되어서 일반 판매되는 제품들은 금속 노즐을 사용한다. 또한 귓본을 떠서 맞추는 커스텀 핏이 아니라 유니버설 핏을 선택하면서도 주문 제작을 의뢰할 때가 있다. 특별한 이어폰을 갖기 위해서 페이스 플레이트 아트와 쉘 색상 등을 개인화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커스텀 오더를 하면서 유니버설 핏을 선택한다면' 아크릴 노즐이 기본 사양이며 비용을 추가하여 금속 노즐로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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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스 유니버설 이어폰의 금속 노즐은 소리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금속 노즐이 장착되면 중.저음은 큰 변화가 없으나 고음이 더 뚜렷하고 밝아지는 면이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금속 노즐이 장착된 유니버설 제품으로 사전 청취한 후 커스텀 핏으로 주문한다면 완성품의 고음이 조금 약해져서 중.저음이 포근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커스텀 핏은 노즐부터 쉘까지 모두 아크릴 소재이므로) 다르게 생각하면, 금속 노즐의 유니버설 제품 소리가 다 좋은데 고음이 밝게 느껴질 경우 커스텀 핏으로 해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점은 본인이 금속 노즐의 LE2 유니버설과 아크릴의 LE2 커스텀 모델을 비교 청취해서 확인한 사항이다. 또한 커스텀 핏으로 하면 이어폰의 노즐과 유저의 외이도 구조가 맞춰지므로 고음 쪽의 피크(뾰족)와 딥(움푹)이 사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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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빌린 에테르 R은 데모 샘플이므로 모든 구성품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상태인데, 먼저 튼튼하고 묵직한 금속 케이스가 보인다. 한 쪽으로 스르륵하고 돌려서 열면 소프트 파우치에 담긴 에테르 R 본체, 다수의 이어팁, 청소 툴이 나온다. 이 중에서 먼저 살펴볼 품목은 이어팁이다. 컴플라이 폼팁과 다양한 사이즈의 스핀핏(SpinFit) 이어팁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실리콘 이어팁 안쪽을 오렌지 색상의 폼으로 채운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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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을 채운 실리콘 이어팁은 일반 실리콘 이어팁보다 소리 전달이 잘 되는 느낌을 준다. 고음이 더 샤프하고 저음 펀치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 대신 일반 실리콘 이어팁보다 귓구멍 압박이 더 강하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귀에 맞는 것 한 쌍만 찾아내면 된다. 중간 사이즈가 대부분 맞지만 한 치수 작은 이어팁도 꼭 써보자. 분명히 잘 맞고 소리도 잘 전달된다고 여겼으나 한 치수 작은 것으로 바꾸는 순간 잘못 판단해왔음을 깨닫기도 한다. 본인도 이 후기의 사진에 나오는 빨강색 기둥의 이어팁을 쓰다가 사흘이 지난 후에야 더 작은 자주색 기둥의 이어팁으로 교체하고 에테르 R의 진짜 소리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또한 귀에 잘 끼워지고 소리가 잘 전달되어도 통증이 있다면 이어팁 사이즈가 너무 큰 것이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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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 R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는 사진에서는 검은색처럼 보이지만 빛을 비춰보면 짙은 푸른색에 가깝다. 오른쪽 페이스 플레이트에는 라임 이어스 로고가 있고, 왼쪽에는 에테르 모델에만 독점 적용되는 세모꼴 로고가 있다. 라임 이어스의 유니버설 이어폰들은 노즐이 꽤 길게 제작되므로 많은 유저들이 쉽게 착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 케이블은 일반적인 OFC 선재의 트위스트 타입인데 2핀 커넥터를 쓰므로 다른 커스텀 케이블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고음 자극이 약하고 중.저음이 포근한 소리를 원한다면 기본 케이블을 사용해도 좋다. 단, 전반적으로 더욱 선명한 소리를 원한다면 최소 20만원대 이상의 동선이나 은도금 동선 커스텀 케이블을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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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음 강조를 선택하는 스위치 - 사운드 이미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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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플레이트 하단에는 '저음 조절 스위치'가 있다. 처음에는 스위치를 올리고 내릴 때의 소리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파수 응답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100Hz 이하의 초저음 양만 다르게 나오도록 해뒀기 때문이다. 좌우의 스위치를 올리면 초저음이 더 강조되면서 웅장하고 든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는 사운드 이미지가 귀의 좌우 바깥쪽으로 넓은 수평선을 만드는데 스위치를 올리면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속으로 가깝게 들어온다. 사운드 이미지의 형태와 공간 넓이는 주파수 응답 형태에 따라 심리적으로 변화하는 것임을 체감할 수 있다. 스위치를 올리면 소리의 밀도가 높아지는 느낌도 드는데, 이 또한 초저음 보강에 의한 심리적 효과로 보인다.

 

스위치를 올려서 초저음을 강조한 에테르 R의 사운드는 주변 소음이 많은 외출 상황이나 스피커 소리가 있는 무대 공연 등의 여건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그러나 유저의 취향에 따라서 강한 펀치와 웅장한 규모를 원한다면 항상 올려두고 들어도 된다. 듣는 사람의 자유 선택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조용한 실내 감상에서는 스위치를 내리고 듣는 것이 기본이므로, 감상문을 작성할 때에는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 음악을 들었다.

 

1) 스위치를 내리면?

 

- 귀의 좌우 바깥쪽으로 넓고 평평한 수평선의 사운드 이미지가 펼쳐진다.

 

- 은은한 울림의 초저음을 느낄 수 있다.

 

2) 스위치를 올리면?

 

- 훨씬 가까우며 세로 방향으로 세워진 듯한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안쪽에서 형성된다.

 

- 강하고 깊은 울림의 웅장한 초저음을 느낄 수 있다.

 

- 높은 저음을 그대로 두기 때문에 저음 강조로 인한 고.중음 마스킹 현상이 없다.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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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 R은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이며 스마트폰이나 고해상도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연결해도 낮은 볼륨으로 감상할 수 있다.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크게 부각시킬 정도로 감도가 매우 높은 이어폰은 아니라서 원한다면 휴대용 앰프 연결도 가능하다. (코드 모조 정도면 충분할 듯) 예전에 본인의 커스텀 이어폰들을 소개하면서 라임 이어스는 기본 케이블 품질이 좋지 않으니 반드시 교체하라고 강조한 적이 있는데, 에테르 R의 경우는 기본 케이블도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하겠다. 이어폰 쪽의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고음이 무척 선명하기 때문에 기본 케이블을 약간의 필터 개념으로 쓸 수 있다. (소리 정보량이 많아서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케이블에서 조금 걸러줌... 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감상문도 기본 케이블 상태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니, 이후 에테르 R을 구입해서 다른 고급형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하겠다면 본인의 감상평보다 더 좋은 소리라고 예상해도 된다. 또한 초저음 조절 스위치는 내린 상태로 감상했다. (초저음 강조 없음) 여러 종류의 재생기를 활용했지만 가장 많이 쓰인 기기는 블루사운드 노드 2i와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코엑시얼 연결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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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서 고해상도 DAP 한 대 가격인데 소리 품질과 편의성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의 모범적 조합으로 권하고 싶다. 음색 특징이 없으며 소리의 밀도가 높고 응답 속도가 빨라서 다양한 이어폰 헤드폰의 범용적 소스가 된다."

 

*까다로운 튜닝을 거친 주파수 응답 형태

 

소리를 듣노라면 특이한 주파수 응답 형태가 떠오른다. 일반적인 멀티 BA 이어폰들은 낮은 중음과 저음이 볼록 솟아오르고 높은 중음이 낮으며 고음은 7~10kHz 근처가 뾰족하게 강조되는 편이다. 에테르 R은 이런 형태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의 강조가 많지 않아서 매우 완만한 언덕 모양이 될 듯 하며, 초저음은 별도로 약간 강조된 상태에서 스위치를 올리면 더 볼록해질 것이다. 높은 중음은 일부를 낮춰두었고 고음 쪽은 사실상 예측 불가이지만 자극이 전달되지 않도록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조금씩 강조했으리라 짐작한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지키면서 특정 영역을 강조하거나 너무 낮추지 않고, 그 와중에 각 음 영역이 잘 들리도록 하는,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 튜닝이 되겠다. 그래서 에테르 R의 소리는 일반적인(?) 멀티 BA 이어폰들과는 다르게, 잘 주물러진 소리이면서도 밸런스형이고, 개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음악적인 성향을 보인다. 쉽게 말해서 고.중.저음 균형을 맞추되 음악 감상이 즐거워지도록 양념도 썼다는 뜻이다. 다만 그 양념이 조미료처럼 강하지도 않고 많은 양을 넣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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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힘을 지닌 시원한 고음

 

고음에 실리는 강력한 에너지가 즉시 귀에 감지된다.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비싼 인이어 모니터에서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여러 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각 음 영역에 더 강한 에너지를 싣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제작자들이 각 주파수 영역의 최적화라고 말하는 부분이 소리의 에너지를 보강한다는 뜻이다. 에테르 R의 경우는 라임 이어스 이어폰들 중에서도 유난히 고음의 선이 뚜렷하며 에너지가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수많은 악기가 연주되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영화 배경 음악을 들어보면 고음 악기가 확연히 살아나며 차갑고도 섬세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물건이 편안한 소리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시원한 이유가 되겠다.

 

*짧고 단단한 저음 펀치와 강조된 초저음의 조화

 

중음은 뒤로 밀려나지 않으며 저음과 나란히 위치하고, 저음은 높은 저음이 짧고 명확한 타격을 낼 수 있도록 양이 조절되어 있다. 사람의 귀를 직접적으로 때리는 펀치의 저음은 약 200Hz 근처인데 에테르 R은 이 부분을 조금만 강조해서 붕붕거리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100Hz 이하의 초저음 영역만 스위치를 통해서 '약간의 강조'와 '더 많은 강조'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초저음 강조는 음악의 배경에서 일종의 진동처럼 존재하며 웅장한 규모를 형성하기에 좋다. 흥미로운 점은 스위치를 내린 상태에서도 초저음 강조가 있어서 넓은 배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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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떠올리게 하는 중.저음의 높은 밀도

 

중.저음의 밀도가 무척 높다. 단단하고 가득 찬 느낌을 준다. 또 짐작을 해본다면 에테르 R은 고음보다도 중.저음 영역의 THD 수치가 더 낮게 나올 듯 하다. 강한 에너지의 고음에서 약간의 잔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중.저음 영역은 끝이 번지거나 흩어지는 느낌이 없다. 이 이어폰에 연결하는 기기마다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에테르 R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듣는다면 중.저음에서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맛을 살짝 떠올릴 수도 있겠다. 이어팁 사이즈가 틀리면 중.저음의 밀도가 많이 낮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 들리던 소리를 유난히 더 잘 들려주는 음 분리 능력

 

에테르 R의 소리가 음악 감상용이면서 스튜디오 모니터용도 될 수 있는 특징이다. 음 분리도가 매우 높다. 그러니까, 유난히 높다. 고음, 중음, 저음 파트가 굉장히 뚜렷하게 분리되는데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정에서 이 점을 무척 중시한 듯 하다. 각 주파수 영역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어폰을 더 비싼 것으로 바꾸면 매일 듣던 음악에서 안 들리던 악기 음이 들리게 되는데, 에테르 R은 그런 현상이 더욱 강하다. (원래 다 재생되어온 악기 음이지만 새 이어폰의 음 분리도 때문에 강조되는 현상) 싱글 풀레인지 드라이버나 다이내믹 드라이버 구성에서 찾아볼 수 없는 멀티 BA 이어폰의 특기라고 하겠다. 이것이 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오는 듯한 입체감을 만들며 음악 감상을 더욱 재미나게 만들지만, 그만큼 산만하거나 생소하게 느끼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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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스 사운드 시그니처의 완성판 (현재 시점에서)

 

라임 이어스 이어폰들은 LE2의 구입 후에도 계속 관심이 있어서 청음 매장에 갈 때마다 LE3S, 모델 X, 에테르 등을 꾸준히 감상해보았다. 모두 유니버설 핏의 시연용 제품인데, 각자 다른 특성이 분명히 있지만 모두 한 명의 제작자가 사운드를 결정한다는 심증이 생겼다. (일부의 큰 회사를 제외하면 인이어 모니터 회사들은 사장이 제품 개발과 사운드 튜닝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한 '인이어 모니터 회사의 뚜렷한 소리 주제'가 라임 이어스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라임 이어스의 소리 주제는 오랫동안 소리 묘사만 해온 본인으로서도 글로 옮기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번에 새로운 플래그쉽 모델로 에테르 R의 소리를 느긋하게 들어보면서, 그나마 주제에 대한 힌트 몇 개를 건질 수 있었다.

 

1) 편안하고 부드러운 중.저음을 지향한다.

 

: 라임 이어스 이어폰 중 커스텀 핏 제품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점이다. 또한 금속 노즐이 적용된 유니버설 핏에서도 부드럽게 부풀어오른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이 나온다. 그래서 라임 이어스 이어폰의 소리를 들으면 웨스톤(Westone) 이어폰의 포근한 인상을 떠올리게 된다. 단, 중.저음의 포근함만 빼고 나머지 모든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웨스톤과는 분명히 다른 소리가 되겠다.

 

2) 심리적으로 넓게 펼쳐진 수평선의 공간을 만든다.

 

: 이 점은 상급 모델로 올라갈수록 강해지는 특성이다. 주파수 응답 형태를 주물러서 심리적인 공간 확장과 수평선 모양의 사운드 이미지를 만든다. 이 때 초저음 조절 스위치가 있는 모델은 스위치를 올리면 사운드 이미지 모양이 바뀐다.

 

3) 시원하고 섬세하면서도 자극이 없는 고음을 지향한다.

 

: 낮은 고음(높은 중음)을 줄이고 10kHz 근처의 고음과 그 이상의 초고음 영역을 알맞게 강조하여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고 섬세한 고음을 들려준다. 금속 노즐의 유니버설 핏에서는 제법 밝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고음 색상이 느껴지며 커스텀 핏 모델에서는 덜 밝지만 그래도 청량 음료처럼 시원한 고음의 맛이 전달된다.

 

4) 소리 분석과 음악 감상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 엄밀히 말하면 라임 이어스 이어폰들은 음악 감상을 위해 듣기 좋게 조절된 소리에 가깝다. 그러나 고음, 중음, 저음 영역을 나눠서 명확히 관찰할 수 있도록 균형을 세심하게 맞춘다. 적어도 특정 부분을 크게 강조하거나 많이 줄이는 등의 '강력한 튜닝'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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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네 가지 항목을 종합해보면, 라임 이어스의 소리 주제는 상당히 안전하며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고를 수 있도록 설정된 느낌을 준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IEM 회사들의 소리 주제보다 개성이 약해서 짜릿한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는 뜻도 된다. 여러 IEM 회사들의 이어폰 모델 중에서는 고.중.저음 균형을 맞추거나 음색 특징을 줄여서 올라운더(All-rounder) 타입으로 기획된 제품이 꼭 있는데, 라임 이어스는 이어폰 모델 전체의 소리 주제를 올라운더로 맞춘 셈이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여덟 개 커스텀 이어폰 중에서 생활 속 사용 기간이 가장 긴 것은 라임 이어스 LE2다. 소리를 깨끗하게 전달하는 인이어 모니터의 역할을 하면서도 소리가 편안하고 부드러워서 오랫동안 낮은 볼륨으로 듣기에 좋으니 자꾸만 LE2를 집어들게 된다. 에테르 R은 LE2보다 소리의 해상도, 음 분리도, 각 음 영역의 에너지, 빠른 응답 속도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훨씬 앞선다. 그러한 와중에도 에테르 R은 오랫동안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만든다. 즉, 위의 네 가지 특성을 현재까지 가장 훌륭하게 완성한 모델이 에테르 R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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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요약 : 편안히 오래 들을 수 있도록 조율된 부드러운 소리의 인이어 모니터. 유니버설 핏과 커스텀 핏의 차이가 있지만 고음의 에너지가 강하고 시원한 느낌이 좋다. 크게 부각되지 않은 중.저음이 단단한 펀치를 만들며, 조절 스위치를 통해 100Hz 이하의 초저음을 조금 강조하거나 많이 강조할 수 있다. 스위치를 내렸을 때 넓은 수평선의 사운드 이미지를 생성하며 유난히도 뛰어난 음 분리도가 여러 악기 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다른 인이어 모니터들과 비교하면 소리 개성이 약할 수 있으나 그만큼 이지 리스닝과 모니터링 사운드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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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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