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AKG K872에 대한 개인적 검증의 결과

루릭 루릭
2897 2 0

01.jpg

 

 

굉장히 좋은 스튜디오 헤드폰인데 왜 안 팔림?

- '스튜디오 헤드폰'이라서!

 

예전에 소너스 파베르 프리마(Pryma)를 빌렸던 회사로부터 또 다른 헤드폰을 빌려왔습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구입을 고려해왔으나 가격 때문에 좌절했던 헤드폰을 사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스트리아 AKG의 K872입니다. 예전에 K812가 주목을 받았을 때 밀폐형인 K872가 나오자 저를 포함한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초기 출시 가격대가 너무 높았습니다. K812보다 훨씬 비싼 250만원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150만원대까지 내려가서 알맞은(...)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업무가 아닌 개인 관심사로써 K872의 제품 대여 후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또한, 판매처에서 이 헤드폰의 공동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니, 그래도 되는지 제가 한 번 검증해보는 목적도 있습니다. (어차피 주관 평가일 뿐이지만)

 

시작부터 결론을 말씀 드리면, AKG K872는 '훌륭한 스튜디오 헤드폰'입니다. 오디오 애호가 입장에서는 심심하거나 차가운 음색의 헤드폰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소리의 착색이 없고 명료한 느낌을 지향합니다. 홈 오디오 용도의 밀폐형 헤드폰이 아니라, 레코딩 스튜디오 안에서 가수와 사운드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목적에 적합한 장비입니다. 일반 유저가 K872를 구입한다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최대한 투명하고 정직한(?) 소리로 접하고 싶은 경우일 것입니다.

 

 

헤드폰 거치대 말고 커다란 캐링 케이스

 

저는 제품을 단골 카페로 들고 나와서 사진을 찍는데, K872는 박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박스가 상당히 커서 들고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K872의 박스를 보관하려면 실내 공간이 꽤 필요할 것입니다. 박스를 열어 보니 K812와 다른 점이 보입니다. 목재의 헤드폰 거치대가 있는 K812와 달리 K872는 커다란 캐링 케이스가 포함됩니다. 손잡이가 있어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캐링 케이스의 길쭉한 아래쪽에는 케이블 수납 공간이 있습니다.

 

02.jpg

 

03.jpg

 

외부 디자인은 K812와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하우징 외부가 밀폐된 구조이며 내부 구조도를 보면 에어 벤트 파트가 파랑색이 아닌 빨강색입니다. K812는 이 에어 벤트로 소리를 많이 내보내어서 공간감을 만드는데 K872는 에어 벤트로 나오는 공기를 하우징 내부에서 흡수 및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또한 이어패드 안쪽에는 폼과 메쉬를 조합한 필터를 더해서 고음을 조금 낮추고 중.저음을 확보합니다. 오픈형 헤드폰을 밀폐형 헤드폰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물리적 변경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04.jpg

 

K872도 K812가 지닌 두 가지 단점을 공유합니다. 첫째는 케이블 규격입니다. LEMO 커넥터로 한 쪽만 연결하는 타입이라서 커스텀 케이블 제작이 어려운 편입니다. 시작부터 스튜디오 헤드폰으로 구상된 물건이라서 케이블 부피를 줄인 듯 합니다. 재생기와 연결하는 커넥터는 3.5mm에 6.3mm 변환 젠더를 더하는 방식인데 6.3mm 변환 젠더를 ADL CF-63-S 같은 고급품으로 바꿔주면 소리가 훨씬 깨끗해집니다. 둘째는 헤드밴드 속의 케이블과 하우징 속의 드라이버를 연결하는 아주 얇은 필름 형태의 케이블입니다. 하우징 테두리의 링 부분에 잘 숨겨져 있어서 손을 댈 일은 없겠으나 취급 주의는 필요합니다.

 

05.jpg

 

 

안경 절대 금지! - 이어패드 밀착이 굉장히 중요하다!!

 

K872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비쌌던 가격이고 둘째는 소리 품질입니다. K812보다 더 좋은 소리를 기대했는데 막상 착용하고 음악을 틀어 보니 뭔가 찜찜한 겁니다. 물론 개인의 소리 취향이 있는 법이고 유저들이 헤드폰 착용을 올바르게 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K872는 다른 헤드폰들보다도 이어패드 밀착이 훨씬! 매우! 많이! 중요합니다. 소리 품질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로 중요하단 말입니다.

 

안경을 쓴 상태에서 K872를 착용하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헤드폰들은 이어패드 안에 두툼한 쿠션이 있어서 이어패드 표면이 밀착되지 않아도 약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쿠션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소리 전달이 되거든요. 그러나 K872의 이어패드는 테두리 안쪽이 비어 있기 때문에 이어패드 표면이 피부와 떨어지면 소리 전달이 매우 어렵게 됩니다. 안경의 테가 아무리 얇아도 이어패드 사이에 끼어서 밀착을 방해하는데, K872는 이어패드 전체가 피부에 밀착되어서 귀 주변을 거의 진공 상태로 만드는 헤드폰입니다. 음악을 틀지 않고 K872를 쓰기만 해도 주변이 확 조용해지면서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헤드폰의 이어패드와 하우징이 모두 단단히 밀폐되어서 기압 차이가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몇 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데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이어패드가 밀착되어서 '진공'의 느낌을 받을 정도가 되어야 K872의 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어패드가 피부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중.저음이 약해지면서 고음이 쏘는 소리가 되고 맙니다. 안경을 꼭 써야 한다면 티타늄 와이어로 된 테를 권하겠습니다. 저도 얇은 판 모양의 테를 사용했는데 이조차도 K872의 소리를 거칠게 만들어서 아예 영향이 없는 베타 티타늄 테의 안경만 착용했습니다. (*머리 옆쪽의 머리카락을 두텁게 기르고 있다면 그 또한 이어패드 밀착을 방해할 것입니다.)

 

06.jpg

 

착용감은 역시 편안합니다. 귀 주변에 닿는 고급스러운 천연 가죽의 감촉이 좋고, 이어패드 내부가 뻥 뚫려 있어서 귓바퀴가 눌리지도 않습니다. (*오래 착용했을 때 귀에 땀이 차지 않는 헤드폰은 없습니다. 이 점은 장담하지요.) 헤드밴드도 여유롭게 늘어나며 통풍이 잘 되는 메쉬 소재로 되어 있어서 장기간 착용해도 쾌적합니다. 대체로 시컴시컴한 색상의 프로용 장비 같은 디자인이지만 헤드폰 하우징 테두리의 알루미늄 커팅으로 반짝이는 장식이 있어서 보기에도 좋습니다. 스튜디오 헤드폰의 인상을 주되, '나는 비싼 스튜디오 헤드폰!'이라며 살짝 자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07.jpg

 

 

SOUND

 

이번 후기는 제품의 검증을 위한 테스트 정도이므로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게다가 애초부터 감상문을 길게 쓸 필요도 없었습니다. K872의 기본 사운드 특성이 K812와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K812의 소리에서 저음을 더욱 강조하고 밀도를 높였다'고 요약해도 됩니다. 일단 주파수 응답 형태부터 K812와 유사할 것이라 짐작합니다. 움푹 패인 곳이 없는 대신 고음과 높은 중음이 강조되어 있으며 낮은 중음부터 초저음까지 완만하고 둥근 언덕 모양으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K872도 구동이 쉬운 헤드폰입니다. 드라이버 감도가 높고 임피던스 수치가 낮아서 DAP나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도 상당히 낮은 볼륨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1.5 테슬라 자력의 자석을 탑재한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다른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들보다도 빠르고 명료한 소리를 내기에 유리합니다.

 

08.jpg

 

AKG 헤드폰들은 임피던스 그래프 형태가 대체로 올록볼록한 편입니다.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저음이 더 강해지고 고음도 샤프해집니다. K872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 연결하면 그리 밝지 않은 음색의 고음과 든든한 저음이 들리는데,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젠하이저 HDVD800에 연결하면 밝고 샤프한 고음과 든든한 저음이 됩니다. HDVD800이 원래 샤프한 소리를 내는 앰프이지만 그래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라는 뜻입니다. 제가 예전에 K812를 구입해서 사용하던 시절에는 HDVD800을 자주 연결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K872의 소리도 K812와 매우 흡사한 편입니다. 즉, 플랫 사운드에 저음만 보강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참고 : 요즘 재생기와 헤드폰 앰프들은 다들 출력 임피던스 수치가 매우 낮게 되어 있으므로 이번에 K872를 감상할 때에는 M900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K872는 제 기억 속의 K812보다 소리의 밀도가 훨씬 높게 들립니다. 그래서 더욱 명확하고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K812는 오픈형일 뿐만 아니라 특유의 에어 벤트 구조 때문에 유저의 귀를 향한 드라이버 진동판의 소리보다도 하우징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더 클 정도였습니다. (주변에 민폐!!) 그래서 제작자가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소리 밀도가 낮게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소리가 응집되지 않고 흩어짐) 하우징이 밀폐형일 뿐만 아니라 이어패드까지 활용해서 유저의 귀를 완전히 가두는 K872는 소리가 흩어지지 않아서 드라이버가 내는 원래 소리를 전달하는 모양입니다. 초저음은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보다는 약한데, K812보다는 K872의 초저음 울림이 더욱 많은 듯 합니다. 이어패드의 아래쪽 접촉부에서 우웅~하는 진동이 크게 느껴집니다.

 

밀폐형 구조이면서도 하우징의 내부에서 넓은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안쪽이 패여 있는 이어패드가 확장된 울림통의 역할을 합니다. 제가 K812의 감상을 말할 때 헤드폰 하우징 속에서 일정한 크기의 '소리 구름'이 생성되고 그 속에 귀를 담그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K872도 거의 동일합니다. 하우징 밖으로 발사되는 소리만 없을 뿐이고, 청취자의 귀 주변으로 크게 형성된 진공의 룸 속에 생생한 공연장이 소환됩니다. 저도 여러 종류의 스튜디오 헤드폰을 접해봤지만 이렇게 방음 처리된 녹음실의 느낌을 내는 헤드폰은 처음입니다. (그리고 이 녹음실은 안경테로 인해서 아주 쉽게 파괴될 수 있습니다.)

 

09.jpg

 

K812도 그렇고 K872도 그렇습니다. 이 헤드폰들은 즐겁거나 감동적인 음악 감상이 아니라, 소리의 요소를 더 쉽고 뚜렷하게 감지하도록 설계된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의 전문 장비에 가깝습니다. 소리를 쉽게 분석하기만 한다면 10~30만원대 스튜디오 헤드폰으로도 충분합니다. 고급형 스튜디오 헤드폰은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소리 해상도가 높아지고 음색 특징이 사라지며 더 넓은 수평선 형태의 사운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K812의 경우는 이처럼 칼 같은(?) 스튜디오 헤드폰 소리에 하우징 바깥에서도 울리는 소리 구조가 더해지면서 고음 자극을 느끼는 유저가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K872는 '실제로 귀를 밀폐해주는' 밀폐형 스튜디오 헤드폰이며 이어패드 안쪽의 필터로 인해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저음이 웅장한 소리가 됐습니다. 밝고 샤프한 고음이라고 인식하기 쉬웠던 K812와 달리 K872는 음색이 존재하지 않는 중립적 헤드폰이 될 수 있습니다. 출력 임피던스가 높은 헤드폰 앰프에 연결하면 고음이 밝아지기 때문에 앰프 매치업이 필요하지만, M900에 연결한 K872는 맑고 투명한 고.중음과 부드럽고도 듬직한 울림의 저음을 갖춘 '모범적 스튜디오 헤드폰'이었습니다.

 

10.jpg

 

*이 후기는 제가 제품 구입에 참조하기 위하여 샘오디오에서 K872를 빌려서 작성한 것이며 고료나 대가는 없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KIMBBAM KIMBBAM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