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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엠파이어 이어스 레이스, 발키리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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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이어스 레이스, 발키리

정전형 트위터 하이브리드 이어폰이 제시하는 신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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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품 소개에 앞서 두 가지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1) 엔지니어링, 사운드 튜닝, 제품의 가격

 

음향 기기는 사람의 감성이 포함되는 엔지니어링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반은 엔지니어링 또는 테크놀러지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기술적 발전이 이뤄지면 '소리 만들기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제품으로 판매합니다. 이런 소리를 구입하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몇 백만원 단위의 돈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십만원 단위의 음향 기기로도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여러분 각자의 경제력에 맞춰서 제품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음향 기기 리뷰를 하면서 많은 제품을 구입해왔지만 금액의 마지노선은 200만원 이하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의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 2종도 저보다 음향 기기에 많은 돈을 쓰는 분들에게 적합한 제품입니다.

 

2)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 수치, BA 이어폰의 임피던스 그래프

 

10년 전에 작은 USB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DAC나 앰프 쪽의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소리만 듣고 글을 썼는데요. 해당 앰프에 제가 보유한 이어폰들을 모두 끼워보고 들리는 소리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사용한 이어폰 중에는 임피던스 그래프 형태가 굉장히 들쑥날쑥한 싱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제품이 있었습니다. 리뷰 중인 앰프에 연결할 때마다 강한 저음과 함께 고음이 거칠게 강조되어 들렸기에 그 느낌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댓글에서 시비가 걸렸습니다. '앰프의 측정치를 보니 플랫에서 저음만 몇 dB 올려뒀던데 고음 강조가 말이 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휴대 음향 기기에 대한 측정이 맹신과 불신으로 불타오르던 시절이었기에 저는 꽤 오랫동안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그 USB DAC 앰프는 출력 임피던스 수치가 높았고 거기에 임피던스 그래프가 올록볼록한 BA 이어폰을 끼웠으니 저음과 고음이 강조되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앰프 리뷰를 하던 당시에는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 수치와 BA 이어폰의 임피던스 반응에 대한 지식이 없었습니다. 귀로 판단한 사항은 맞았으나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오히려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지탄을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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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는 휴대 음향 기기에 돈 좀 써본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것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꽤 황당하게 들릴 듯 합니다.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와 마찬가지로 휴대 음향 분야에도 여러 가지 테크놀러지와 제작자들 각자의 비밀스러운 노하우가 있습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숨기는 내용이 있으며 서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개발 방향성이 존재합니다. 10년 전에는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 수치와 BA 이어폰의 임피던스 그래프 형태로 리뷰어가 혼란스러워지는 정도였지만, 기술이 훨씬 발전한 지금은 리뷰어가 이어폰 회사를 차려서 제품 개발을 해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일 정도입니다. 저는 회사를 차리지는 않았으나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약 700회의 음향 기기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리뷰어로 활동하는 동안 여러 제작자분을 만나기도 했고 나름대로 지식도 쌓아왔으나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만약 아주 비싼 이어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뭔가 새로운 노하우를 제품에 적용했다면, 저는 귀로 들어서 판단한 내용만 글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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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이어스의 새로운 인이어 모니터, '레이스'와 '발키리'는 저에게 있어서 위의 두 가지 이야기를 종합하는 사례가 되겠습니다. '이어폰용 정전형 트위터'라는 신기술과 엠파이어 이어스 제작자의 과감한 시도가 비싼 가격의 제품으로 탄생했는데, 저는 그 제품들의 소리를 2주 넘게 들어본 후에도 개념을 잡지 못했습니다. 전에 엠파이어 이어스와 이펙트 오디오의 대표들이 한국으로 왔길래 잠시 살펴보고 왔는데, 알고 보니 이어폰 개발하는 분이 엠파이어 이어스 대표의 아버님이더군요? 열정적인 기타리스트였고 보청기 관련 기술을 풍부하게 보유한 분이라고 합니다. 엠파이어 이어스 X 시리즈와 EP 시리즈에 완전히 반해서 브라바도 커스텀을 구입한 저는 그 분에게 직접 여쭤보고 싶습니다.

 

"레이스와 발키리 둘 다 좋기는 한데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어떤 주제로 소리를 만들었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품 출시 행사에서 아버님의 설명에 의해 이미 공개됐습니다.

 

"레이스와 발키리는 빠른 응답과 넓은 스테이지를 추구합니다. (끝)"

 

사실 이 정도로 단순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정보가 너무나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왼손으로 위스키 한 잔을 들이키며 레이스와 발키리의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패키지와 제품 디자인부터 보십시다.

 

 

화려한 페이스 플레이트, 화려한 기본 케이블

 

엠파이어 이어스는 레이스와 발키리를 출시하면서 패키지 박스와 이어폰 캐링 케이스를 변경했습니다. 이제는 유니버설 핏 제품의 경우 금속으로 제작된 원통형의 캐링 케이스를 받게 되며 파이널 E팁이 금속판에 고정되어서 포함됩니다. 청소 도구와 EMPIRE 로고의 극세사 천도 있습니다. 커스텀 핏 제품도 동일한 구성이며 파이널 E팁만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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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링 케이스 내부에는 두툼한 실리콘 코팅이 있어서 이어폰을 잘 보호해줍니다. 더 자세히 보면 케이스 뚜껑 안쪽에 엠파이어 이어스 로고가 음각으로 크게 새겨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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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품 출시가 됐고 청음 매장에서 직접 소리를 들어본 분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일단은 두 이어폰의 기본 사양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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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Wraith)는 스튜디오 이어폰 'EP 시리즈'의 새로운 하이엔드 모델입니다. 채널당 총 11개의 드라이버를 내장했으며 저음 2개, 중음 3개, 고음 2개, 초고음 4개를 5-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었습니다. 이 중에서 초고음 4개가 정전형 트위터이며 나머지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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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급 모델답게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의 클레오파트라 케이블이 기본 장착됩니다. 별매 가격 100만원대의 UPOCC 순은선 케이블이라서 레이스를 구입한 후 굳이 새로운 커스텀 케이블을 장만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래도 취향 따라서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케이블 커넥터는 오야이데의 3.5mm가 기본이고, 레이스를 주문할 때 2.5mm 또는 4.4mm 커넥터로 요청할 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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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에는 카본 파이버와 자수정을 혼합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페이스 플레이트가 탑재됩니다. 이것이 하얀색의 클레오파트라 케이블과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이어폰을 만듭니다. 500만원에 육박하는 이어폰이라면 역시 이 정도의 외적 매력이 있어야겠지요? 또한 유광 검정색의 아크릴 쉘은 그 형태가 사람의 귓바퀴 모양에 잘 맞춰져 있어서 단단한 착용과 강력한 소음 차단을 제공합니다. 아직은 레이스의 커스텀 핏 주문이 어렵다고 하지만, 유니버설 핏으로도 커스텀 핏 수준으로 소음 차단이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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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Valkyrie)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로 웅장한 저음을 추구하는 'X 시리즈'의 상급 모델입니다. 하이엔드 모델 '레전드 X'의 다음이며 '네메시스(Nemesis)'와 같은 200만원대 가격인데요. 상당히 작은 쉘 속에 채널당 3개의 드라이버를 담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3개의 드라이버 종류가 모두 다르다는 겁니다. 정전형 트위터 1개, 밸런스드 아머처 미드 레인지 1개, W9 서브 우퍼 1개로 트리플 하이브리드 이어폰이 되겠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는 이어폰의 드라이버 숫자보다도 많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SynX 기술을 모든 모델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리플 드라이버의 발키리도 4-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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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에는 UPOCC 동선과 순은선이 혼합된 에로스 II 케이블이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저에게 동선 소재의 아레스 II 케이블이 있어서 한 번 교체해봤는데, 발키리의 소리에는 에로스 II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저의 취향에 따라서 다른 커스텀 케이블로 교체해도 좋으나,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의 생각을 전하는 케이블은 에로스 II인 듯 합니다. 이 또한 오야이데의 3.5mm 커넥터가 기본이며 주문할 때 2.5mm나 4.4mm로 요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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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빌린 레이스와 발키리는 케이블 커넥터가 모두 2.5mm라서 이펙트 오디오의 PSquared Straight 3.5 mm 변환 젠더를 활용했습니다. 팔라듐과 백금 소재로 제작되어 소리를 거르기는 커녕 오히려 시원하게 뚫어주는 15만원대 변환 젠더이므로 레이스와 발키리의 사운드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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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도 독점적인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갖고 있습니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서 녹색, 청색, 금색, 적색이 화려하게 드러납니다. 이것이 슬림한 유광 검정색의 아크릴 쉘과 조화를 이룹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발키리도 X 시리즈라는 사실입니다. X 시리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우퍼로 사용하므로 쉘 위쪽에 공기 조정을 위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제가 사용 중인 브라바도(Bravado)도 그러한데, 이 구멍으로 외부 소음이 꽤 들어옵니다. 분명히 소음 차단이 되지만 다른 커스텀 이어폰들처럼 강력하게 차단하지는 못하니 참조 바랍니다. 또, 다른 X 시리즈들처럼 귓구멍에 세게 끼우면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에는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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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와 발키리의 기본 컨셉과 주의 사항

 

"The Valkyrie is the energy of a live performance distilled into an in ear monitor. A rich and tight low end drives a listening experience akin to being in a crowded arena with your favorite band. The crisp and detailed highs are airy with enormous treble extension while the mids are lush and ripe with clarity. (...)"

 

엠파이어 이어스의 영문 설명을 보면 발키리는 라이브 공연 음반에 잘 맞는 듯 합니다. 실제로 발키리는 초고음과 초저음에 많은 에너지를 싣고 있으며 중음을 낮춰서 입체감을 크게 강조합니다. 주파수 응답의 모양새를 상상하면 V 사운드 또는 U 사운드라고 할 수 있겠는데, 드라이버 감도가 96dB로 약간 낮은 편이라서 헤드폰 앰프를 더해주면 훨씬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앰프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낮춰진 중음이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원래부터 초고음과 초저음을 강조하기 위한 이어폰입니다.

 

"The Wraith is Carnegie Hall built for one; a vast cathedral erected in the name of crystalline, pure sound. Performances blossom in the enormous sound stage, so intimate you can brush them with your fingertips, yet so grand as to fill every corner, revealing and polishing the finest nuances. (...)"

 

레이스는 콘서트홀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진 듯 합니다. 4개의 정전형 트위터를 제외하면 중.저음을 모두 BA 드라이버로 재생하는데, 중.저음 영역에서 연주 공간의 울림 효과가 생성됩니다. 레이스와 발키리를 사용하는 도중에 '킹 아더(King Arthur)'를 함께 청취하면서 이런 울림 효과를 동일하게 경험했습니다. 레이스는 대형 라우드 스피커 같은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킹 아더는 이어폰이 아니라 라우드 스피커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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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부터 제가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제가 아직도 개념을 못 잡았다고 말했는데... 비전 이어스 이어폰들의 소리를 듣고 즉시 감동을 느꼈던 것과 달리, 엠파이어 이어스의 신제품들은 학습과 적응과 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독자 여러분까지 거쳐서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대부분은 레이스에서 겪은 것입니다. 발키리는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끼우든 앰프에 끼우든 볼륨만 적당히 올려주면 공통적인 개성의 소리를 들려주었으나, 레이스는 두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전형 쿼드 드라이버의 화이트 노이즈 강조 기능(?)입니다. 레이스와 발키리 모두 소니온의 정전형 트위터를 사용하여 매우 깨끗하고 공기 느낌이 나는 고음을 재생합니다. 그런데 레이스는 4개의 정전형 트위터를 탑재해서인지 발키리보다 고음의 에너지가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미확인스러운 표현을 하는 이유는 이 글의 머리말 이야기 두 번째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구글링해서 찾을 수 있는 이어폰용 정전형 트위터의 기술 정보로는 채널당 4개를 썼을 때 발생하는 기술적 이슈나 특징을 알 수가 없거든요! 그냥 귀에 들리는대로 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레이스는 원래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이어폰이라서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잘 드러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정 기기에서만 유난히 화이트 노이즈가 강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어폰의 소리가 훌륭해서 음악을 듣다 보면 잊혀지는 수준이지만,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코드 모조의 헤드폰 출력에서 시원한 화이트 노이즈 폭포수를 경험했습니다. 원래 노이즈가 강한 편인 아스텔앤컨 XB10은 음악 감상이 어려울 정도였으니 연결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레이스를 구입할 여러분에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고가의 아스텔앤컨 DAP를 사용한다면 레이스의 화이트 노이즈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레이스 특유의 중.저음 울림 효과입니다. 콘서트홀의 현장감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이 또한 기기 연결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여기에서는 많이 흐려지고 저기에서는 또 매우 깨끗해지고 - 이런 식입니다. 어떤 기기에 연결하든 높은 해상도와 웅장한 느낌을 제공하지만 레이스의 잠재력을 모두 뽑아내는 기기를 찾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 또한 레이스를 구입할 여러분에게는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화이트 노이즈가 없으며 샤프하고 정밀한 소리를 내는 아스텔앤컨 DAP로 감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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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엠파이어 이어스 레이스를 구입하시겠다면 100만원대 이상의 아스텔앤컨 DAP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거치형 기기 중에서 젠하이저 HDVD800과 레이스가 무척 잘 어울려서 당황했습니다. HDVD800은 출력 임피던스 수치가 높아서 BA 이어폰을 끼우면 소리가 엉망이 되기도 하는데, 레이스는 HDVD800을 마치 아스텔앤컨 DAP처럼 소화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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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는 이어폰 자체에서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감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폭포 소리 때문에 레이스에는 연결하기가 두려운 XB10이지만 발키리는 2.5mm 커넥터로 연결해도 아주 깊고 웅장한 초저음과 선명한 고.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발키리는 어떤 기기에 연결하든 고요한 배경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크게 강조된 소리를 들려주지만, 레이스와는 반대로 잔향이 풍성하거나 소리 선이 굵은 앰프에서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요약 : 레이스는 몹시 예민하며 중.저음 울림 효과가 있으므로 샤프하고 정밀한 소리의 아스텔앤컨 DAP를 추천합니다. 발키리는 감도가 낮아서 앰프가 있으면 훨씬 좋으며 기왕이면 잔향 많고 소리 선 굵은 앰프를 권하겠습니다.

 

 

레이스 - 꾸밈 없는 음색으로 굵고 강한 스피커처럼 재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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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이어스의 EP 시리즈는 고음, 중음, 저음 모두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크게 부각되는 영역이 없도록 면밀하게 균형을 맞추는 편입니다. EVR, ESR은 비교적 섬세한 성향을 보이는 반면 레전드 X는 더 많은 드라이버로 더 강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굵고 힘찬 느낌을 줍니다. 제 생각에 레이스는 레전드 X처럼 굵고 힘찬 소리를 지니되 더욱 빠른 응답 속도와 스피커 같은 울림 효과를 더하여 음악의 감동까지 추구한 듯 합니다. 여기에서 더욱 빠른 응답 속도는 대부분 고음에서 나옵니다. 짐작해보건대 레이스는 낮은 고음부터 초고음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고음 영역을 정전형 쿼드 드라이버로 재생하는 모양입니다.

 

레이스의 BA 드라이버들이 만드는 중.저음은 저에게는 그야말로 미스테리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로 이렇게 두툼하고 강력한 펀치의 저음을 재생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주로 높은 저음의 타격이 강조되며 초저음 울림이 든든하게 올라오지만 크게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머리 옆쪽으로 수평선을 펼치는 게 아니라 머리 안쪽에 원형의 공기를 형성하여 콘서트홀 같은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것이 무척 웅장하고 힘있게 느껴집니다. 중음은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에 포함되는 영역이 모두 굵은 선으로 강조되며 아주 가깝게 들립니다. 합창단이 포함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사람 목소리가 훨씬 명료하며 비중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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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여러 번 말해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레이스는 콘서트홀에서 녹음된 오케스트라 연주에 완전히 특화된 느낌을 줍니다.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합창단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런데 음악 장르의 선택에서도 제한이 없습니다. 정전형 드라이버로 고음을 확장하지만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와 음색 및 재생 타이밍이 어긋나지 않도록 굉장히 신경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중.저음의 일체감이 있으며 음색이 의외로 밝지가 않습니다. 초고음의 공기 느낌과 더불어 고음 전체의 힘과 스피드를 추구한 것입니다. 다수의 BA 이어폰을 사용해왔다면 레이스의 음색이 조금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만큼 음악을 의도적으로 꾸미지 않으며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라우드 스피커처럼 재생하는 것이 레이스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발키리 - 초고음과 초저음으로 스테이디움 공연을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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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소리는 개성이 아주 강해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품 출시회 당시 발키리의 소리를 처음 들어본 분들이 뭔가 이상하다거나 색다르다는 평가를 하셨는데요. 그 평가 그대로입니다. 발키리는 애초부터 유저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고 만들어진 듯 합니다. X 시리즈의 네메시스처럼 시원하게 강조된 고음을 갖고 있는데 정전형 트위터라서 그런지 고음의 질감이 조금 다르며 공기에 가까운 입자를 전달합니다. BA 1개로 재생하는 중음 영역은 분명히 존재는 하지만 밝고 화려하게 강조된 고음에 의해서 뒤로 밀려납니다. 사실 여기에서 그친다면 발키리는 보컬 밀리는 이어폰으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로 만드는 저음이 모든 것을 바꿔버립니다.

 

사실 발키리의 저음 성향은 다른 X 시리즈와 매우 비슷합니다. 발키리처럼 W9 우퍼 1개를 사용하는 브라바도와 동일 음반을 비교 청취해보면 저음의 덩어리와 무게가 거의 같게 느껴집니다. 중요한 점은, 높은 저음이 아니라 초저음을 아주 깊게 강조했다는 겁니다. 드럼의 탐탐은 적절한 정도인데 베이스 드럼이 훨씬 커진 느낌입니다. 재즈 연주에서도 더블 베이스의 현 울림이 아주 크게 울리며 깊이 가라앉습니다. 초저음이 가로 방향으로 넓게 펼쳐지는 모양새인데 이것이 약한 중음과 시원하게 강조된 초고음을 만나면서 굉장히 넓은 라이브 공연 현장을 그려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저에게도 개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레이스는 스튜디오 이어폰 용도인데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라우드 스피커처럼 재생합니다. 발키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라이브 공연 음반 전용이며 초고음과 초저음을 강조하고 중음을 줄여서 강렬한 입체감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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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해보면 발키리의 호불호 포인트가 명확히 나옵니다. 고음이 샤프하고 밝습니다. 그것도 BA 드라이버의 밝은 음색이 아니라 정전형 드라이버의 가볍고 세밀한 밝은 음색입니다. 라이브 공연 중에서도 스테이디움 공연에서 온갖 고음형 앰비언트가 더욱 살아납니다. 이것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 바이올린 음이 모두 밝아집니다. 중음이 약하다고 했으나 거대한 라이브 현장에서 무대 위에 있는 가수의 목소리가 그 위치 그대로 들립니다. 위축된 중음이 아니라 중음 영역을 무대에 두기 위한 '중음의 위치 조정'입니다. 그리고 귀 아래쪽부터 올라오는 초저음의 울림은 무대의 저음 악기들을 넓게 퍼뜨려줍니다. 이러한 재미 요소들을 몹시 매끄러운 질감으로 처리한다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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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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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럭 터럭님 포함 1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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