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메제 라이 솔로 (Meze RAI Solo)

루릭 루릭
8035 0 2

01.jpg

 

"평탄한 소리에 단단한 타격의 저음을 더했으며 고음과 중음이 아주 굵게 강조된 이어폰.
새로운 UPM 진동판 드라이버와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으로 시원한 고음과 정밀한 분석 능력을 보여준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안토니오 메제(Antonio Meze)라는 사람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작은 규모의 이어폰 헤드폰 회사를 운영하는데 왜 이렇게 매번 인상적인 제품이 나오는지 알아보려면 '메제 오디오의 대표 메제씨'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02.jpg

 

https://www.phileweb.com/interview/article/202001/17/710.html

 

메제씨는 여러 오디오 매거진에서 직접 인터뷰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음향 기기 디자이너이면서도 새로운 엔지니어링 혁신 포인트를 찾는 일에 매우 적극적인 사람입니다. 이번에 출시되는 메제 오디오의 새로운 이어폰, '라이 솔로(RAI Solo)'도 이 분의 영리한 기획과 협업 능력이 만들어낸 제품입니다. 위의 사진에 링크된 인터뷰를 일본어 번역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읽기가 귀찮은 여러분을 위해서 제가 몇 가지 항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03.jpg

 

메제 오디오의 하이엔드 이어폰은 라이 펜타(RAI Penta)입니다. BA와 DD를 혼합한 펜타(5) 드라이버 이어폰인데요. 먼저 개발이 진행된 제품은 라이 솔로였다고 합니다. CNC 절삭 가공으로 하우징을 만드는 라이 펜타와 달리, 라이 솔로는 메탈 인젝션 몰딩으로 만들기 때문에 생산 체계 구축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CNC 절삭 가공은 금속 덩어리를 하나씩 깎는 방식이고, 메탈 인젝션 몰딩은 금속과 플라스틱 가루를 혼합한 소재를 녹여서 형틀에 넣는 방식입니다. 플라스틱이 빠져나가면 금속으로만 구성된 쉘이 나오고 이것을 연마해서 완성합니다. 이 때 좌우 쉘의 크기 매칭도 해서 소리 균형에 만전을 기한답니다. 이처럼 생산에 들어가는 많은 물량과 노력을 줄여서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려니 라이 솔로가 더 늦게 출시된 것입니다.

 

04.jpg

 

05.jpg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의 생산 시스템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에도 신기술을 담았습니다. 라우드 스피커에는 간혹 적용되는 기술이지만 이어폰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라이 솔로에 탑재된 9.2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UPM (Unified Pistonic Motion) 기술이 적용된 진동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에는 보이스 코일로 통하는 전선이 있어서, 필름 중에서 전선이 붙은 영역이 더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UPM 드라이버는 진동판 표면에 은 합금을 코팅하여 전도성을 지니므로 진동판에 전선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진동판 필름의 움직임이 균일하게 되면서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를 많이 낮추었으며 중음이 더 맑아지고 저음도 향상됐다고 합니다.

 

06.jpg

 

이런 것이 무슨 쓸모냐, 사운드 튜닝을 잘 하면 되지 않느냐 -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모두 사운드 튜닝의 일부이며 승부의 결정타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모터 스포츠를 좋아하는지라 자꾸만 차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포뮬러 1 레이스에서는 운전자들의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서 차량의 엔진 성능과 에어로 다이내믹스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차량 외부에 온갖 이상한 날개와 패널이 달려 있는 이유입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F1 머신의 속도를 아주 조금씩 올려줍니다. 싱글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인데 노즐부터 쉘까지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고, 진동판에 붙은 전선 두 가닥을 없애려고 은 합금 코팅을 하고 - 이런 엔지니어링이 모두 소리 품질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작고 경쟁이 심하며 주관적으로 제품 선택이 이뤄지는 음향 분야에서 최종 1등을 노리겠다면, 이 정도의 '공들이기'는 필수일 것입니다.

 

07.jpg

 

 

은빛 스틸 하우징 + 은빛 투명 케이블

 

08.jpg

 

09.jpg

 

메제 라이 솔로의 패키지는 라이 펜타와 비슷하며 동일한 캐링 케이스가 담겨 있습니다. 가격 차이가 무척 큰 이어폰인데 포장과 구성품에 많은 신경을 썼군요. 다수의 실리콘 이어팁이 들어 있으며 투명한 은빛의 케이블이 보입니다.

 

10.jpg

 

먼저 케이블부터 살펴봅시다. 1.3m 길이이며 MMCX 커넥터를 사용하는 은 도금 동선 제품입니다. 비교적 가늘고 가벼우며 피복이 부드러워서 다루기가 쉽습니다. 꼬임 처리로 옷에 스치는 면적을 줄여서 잡음도 없고요. MMCX 커넥터도 단단히 체결되어 쉽게 회전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케이블의 이어훅 부분이 딱딱하다는 것입니다. 인이어 모니터를 사용할 때 이어훅이 부드러운 쪽을 선호한다면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팁을 드린다면, 이어훅을 구부릴 때 귓바퀴 위쪽에 바로 걸치지 않고 조금 헐렁하게 두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1.jpg

 

12.jpg

 

라이 솔로는 싱글 드라이버와 메탈 인젝션 몰딩의 하우징으로 가격 부담을 낮춘 제품이지만 외관은 라이 펜타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별도의 도색 없이 헤어라인 가공으로 연마된 스테인리스 스틸의 질감을 드러내며, MMCX 커넥터의 플러그와 좌우 노즐에 빨강 파랑 표기를 한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악기의 형상을 음각으로 새긴 메제 오디오 로고가 장식 효과를 냅니다.

 

13.jpg

 

14.jpg

"라이 솔로의 쉘 디자인은 커스텀 이어폰처럼 귀에 단단히 끼워지면서도 착용이 편안합니다."

 

 

이어팁의 선택

 

라이 솔로에는 다수의 실리콘 이어팁이 기본 포함되는데, 크게 세 종류로 나뉘며 각 이어팁마다 소리가 많이 달라집니다. 사람마다 귀 모양과 귓구멍 크기가 다르므로 모든 이어팁을 사용해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야 하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싱글팁은 중형이 작아서 저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대형으로 착용할 수 있으나 제 귓구멍에는 조금 커서 사용이 어려웠습니다. 짧은 더블팁과 긴 더블팁은 모두 대형이 잘 맞는데, 두 이어팁이 너무 달라서 소리가 크게 바뀌는 겁니다. 이어팁 하나를 기준으로 삼아서 감상문을 써야 하는 저에게는 이것이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15.jpg

 

16.jpg

"세 종류의 이어팁인데 길이도 다르고 내부 노즐의 지름과 두께도 다릅니다."

 

그래서... 그냥 두 이어팁의 소리 성향을 글로 써둡니다.

 

1) 짧은 더블팁

 

17.jpg

 

노즐의 길이가 짧고 지름이 무척 넓어서 선명하고 맑은 고음을 들려줍니다. 마스킹 현상이 없는 무척 투명한 느낌을 주는데, 그만큼 고음이 생생하게 묘사되므로 소스 기기와 음악 파일의 고음 품질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높은 중음이 강해지면서 소리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기가 까다로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레이스 디자인 M900,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샤프하고 자극 있는 고.중음이 되지만 LG V20의 헤드폰 출력에서는 자극 없이 선명한 고.중음으로 들립니다. 짧은 더블팁을 끼운 라이 솔로는 상당히 평탄한 소리를 내며 높은 저음이 살짝 보강된 정도로 들립니다. 짧게 끊어서 치는 저음 타격의 표본이라 하겠습니다.

 

2) 긴 더블팁

 

18.jpg

 

귀 속에 깊이 들어가면서 밀착 면적이 늘어나고 중음과 저음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노즐이 길고 좁아서 이어폰과 유저의 고막 사이에 어떤 막이 있는 듯합니다. 고음이 약간 가려지는 느낌이 들고, 동굴 속에서 듣는 듯한 밀폐감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더블팁은 평탄한 소리에서 낮은 중음과 저음을 든든하게 보강한 소리가 되므로, 라이 솔로를 더 편하고 포근하게 듣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음도 다른 다이내믹 드라이버 이어폰과 비교한다면 짧게 끊어서 치는 타격이겠으나 짧은 더블팁 소리보다는 더욱 깊고 강한 힘을 냅니다.

 

19.jpg

 

두 가지 이어팁 중에 어느 쪽을 기준으로 감상문을 써야 할까요? 요약하면, 소리의 투명도와 균형에서는 짧은 더블팁이 좋고, 더 편한 소리와 든든한 저음에는 긴 더블팁이 좋습니다. 짧은 더블팁에서는 고.중음이 더 강해지고 긴 더블팁에서는 고.중음이 조금 가려지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안토니오 메제씨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결정했습니다. 이 사람이 라이 솔로의 소리를 만들 때 음악의 디테일 전달에 중요한 고.중음을 마음껏 살리고 싶었답니다. 저음은 적당히 강조하되 너무 부풀지 않게 하고요. 그렇다면 짧은 더블팁이 제작자의 의도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20.jpg

 

 

기본 케이블의 영향

 

라이 펜타도 그랬는데 라이 솔로도 그렇습니다. 기본 케이블의 음색 영향이 꽤 강합니다. 다른 IEM 회사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라이 솔로는 기본 케이블과 함께 사운드 튜닝이 된 모양입니다. 이 제품의 소리에서 전달되는 차갑고 건조한 느낌이... 알고 보니 기본 케이블에서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으나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의 오리진 케이블과 이스트론(Estron)의 Linum BaX 케이블로 교체해서 청취해보았는데요. 오리진에서는 라이 솔로의 고.중음 질감이 매끄러워지고 저음 펀치가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Linum BaX에서는 소리가 조금 더 커지며, 고음의 밝은 색이 줄어들고 중.저음이 크게 강조됩니다.

 

21.jpg

 

혹시 메제 라이 솔로에서 낮은 고음의 자극이나 전체적으로 건조한 느낌이 싫다면 다른 커스텀 케이블로 바꿔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라이 솔로의 기본 케이블은 소리의 응답 속도가 더욱 빠르며 고음을 정밀하게 만드니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작자의 생각이 아무래도 기본 케이블에 적용된 듯하니 일단은 기본 케이블을 오래 써보시기 바랍니다.

 

22.jpg

 

 

SOUND

 

23.jpg

"라이(RAI)는 루마니아어로 '천국'이라는 뜻입니다."

 

*참고 : 짧은 더블팁 대형, 기본 케이블 연결 상태에서 감상문을 작성합니다. 메제 라이 솔로의 소리는 이어팁과 케이블에 따라서 무척 큰 변화를 보입니다. 제가 짧은 더블팁과 기본 케이블을 쓴 이유는 안토니오 메제씨가 말하는 '고.중음이 선명하고 저음은 딱 맞게 보강된 소리'가 들리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특이점을 적용한 My Way 개발

 

하만 그룹의 타겟 곡선이 많은 이어폰 헤드폰 회사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저에게는 기존의 타겟 곡선이 실제 청취에서 저음이 약하고 중음이 강하게 다가오는 반면, 방에서 듣는 스피커를 참조한 하만 타겟 곡선은 저음이 강하며 고.중음이 조금 약해진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이어폰 헤드폰을 주변 소음이 있는 실외에서 사용한다면 저음을 더욱 강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음이 주변의 저음형 소음에 묻히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영향이 소리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만 타겟 곡선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고른 선호도가 적용되어 있으며,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를 만드는 회사들도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만 타겟과 비슷하게 만들거나 다르게 만들거나 - 모두 각자의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메제 오디오의 메제씨는 완전히 자신의 생각으로 사운드를 만든다는 인상을 줍니다. 또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 언제나 어떤 '기술적 특이점'을 반영하고자 노력합니다. 메제 클래식 시리즈는 우드 하우징의 소재와 가공 기술에서 시작되었고, 초고가 헤드폰 엠피리언은 리나로(Rinaro)의 새로운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기술이 없었다면 나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라이 솔로는 중급형 이어폰이며 고가의 IEM 시장에서는 입문기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메제씨는 이런 제품에도 새 기술과 고급 소재를 찾아서 반영했습니다. 이 점이 메제 오디오의 팬을 양성하는 원인이라고 봅니다.

 

24.jpg

 

*고음과 중음이 굵고 강하다! (문장에 느낌표를 넣어야 할 정도로!)

 

라이 솔로는 요즘 보기 드문 고.중음 강조형 이어폰이라고 하겠습니다. 더 쉽게 말한다면 하만 타겟 곡선 이전의 플랫 사운드를 기준으로 하되 고.중음을 더 살리고 저음도 은근히 강조한 셈입니다. 예를 들어 이어폰 헤드폰에서 중음을 낮추고 저음과 초저음을 강조하면 사운드 이미지가 넓어지면서(멀어지면서) 공간이 확장되고 웅장한 느낌을 주기에 유리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라이 솔로는 고음과 중음의 선을 '굉장히' 굵게 강조하며 저음과 초저음은 거의 평탄한 상태이거나 살짝 강조한 정도로 들립니다. 게다가 하우징 전체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기 때문에 특유의 음색까지 형성됩니다. (기본 케이블의 영향도 포함해서) 고음은 더욱 샤프하고 맑아지며 저음 울림은 더욱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까지 UPM 기술을 더해서 THD 수치를 크게 낮췄으니 잔향이 줄어들어서 특유의 건조함과 깔끔함이 생겼습니다.

 

*참고 : 음색 특징이 거의 없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에 라이 솔로를 연결해서 들으면 그야말로 건조한 스튜디오 사운드가 나옵니다. 이 점은 다수의 아스텔앤컨 DAP 연결에서도 비슷하게 나올 듯합니다. 고.중음이 충실하며 정밀, 건조, 명확한 소리를 원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겠습니다.

 

즉, 라이 솔로의 소리는 엔지니어링으로 시작하여 엔지니어링에 엔지니어링을 또 더해서 개성에 개성이 또 더해진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또 어떤 이에게는 청음해본 이어폰 중 최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명확한 주제를 흔들림 없이 주장하는 소리가 나오면 저는 심장 한 구석이 짜릿해집니다. 허위 주장이 아니라 실제 기술과 노하우로 청취자에게 강력한 설득을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초반에 대충 암시되었던 내용이 나중에 완전 진짜로 밝혀질 때의 섬뜩한 반전 같은 기분입니다.

 

25.jpg

 

*인정 사정 없는 투명도와 정밀함

 

이어팁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극히 높은 해상도의 소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중음의 강조 때문에 투명도가 낮게 느껴질 수 있으며 길쭉한 더블팁을 쓰면 마스킹 현상이 조금 생기지만,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에 감싸인 드라이버에서는 대단히 높은 해상도의 소리가 출력됩니다. 고음의 디테일이 매우 정밀하여 고막 근처에서 시원한 냉기가 흐르는 듯합니다. 중음이 많이 강조된 상태에서도 고음의 선명도가 조금도 떨어지지 않으며 저음의 울림까지 정밀하다는 점이 놀랍군요. 음색 특징을 만들기보다는 정확함과 깨끗함을 하드코어하게 추구하는 라이 펜타처럼 라이 솔로도 인정 사정 없는 투명도와 정밀함을 내세웁니다. 하우징 소재는 물론 드라이버의 숫자와 종류가 완전히 다른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튜닝 철학이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유사합니다.

 

*강력한 에너지, 가까운 중음

 

라이 솔로에서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음압이 강하는 겁니다. 각 음 영역의 에너지가 강합니다. 한 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인데 적정 볼륨으로 올리면 다수의 BA 드라이버로 고.중.저음을 모두 보강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라이 솔로에 내장된 드라이버의 특성으로 보입니다. 아주 낮은 볼륨에서도 소리가 너무 큰 고감도 드라이버는 아닌데, 전기가 어느 정도 들어가면 움찔움찔 근육을 뽐내는 남성적 사운드의 대표가 됩니다.

 

유난히 힘찬 중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중음이 매우 굵어서 귀에 가득차며 가깝게 들린다는 뜻입니다. 기획 단계부터 음악의 여러 요소들이 대부분 고.중음에서 드러난다는 점에 집중하여 개발된 이어폰입니다. 보컬과 하이햇을 순수함의 레벨까지 올려서 고막 바로 앞까지 가져오고 싶다면 라이 솔로는 일종의 감동을 줄 것입니다. 머리에서 형성되는 사운드 이미지의 형태를 봐도 라이 솔로는 머리 안쪽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팝, R&B, 소울 쪽의 노래를 듣노라면 라이 솔로는 고음 악기(전자 음 포함)를 시원하게 살리면서도 가수의 목소리를 아주 가깝게 당겨줍니다. 기타의 현 소리를 더욱 굵고 가깝게 들려준다는 점도 좋습니다. 그래서 라이 솔로는 보컬과 현악기가 많이 들어간 음악에 권하고 싶습니다. 연주곡에서도 높은 소리 해상도와 정밀함으로 깨끗한 전달을 하지만, 의도적으로 고음과 중음에 힘을 실어둔 이어폰이라서 이런 추천을 해봅니다.

 

26.jpg

 

*원래부터 리니어 베이스

 

고.중음이 강하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중이지만 라이 솔로의 저음도 의외로 강한 편입니다. 이어팁이 조금만 헐렁해져도 깡마른 저음이 될 수 있는데 중형보다 대형 이어팁이 맞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어팁 크기가 맞는다면 귀 높이에서 수평선으로 깨끗하게 형성되는 초저음의 층(Layer)을 감지할 것입니다. 100Hz 이하의 저음은 음악의 이 곳 저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더블 베이스의 현 울림 뿐만 아니라 클래식 기타의 낮은 음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고막을 오랫동안 강하게 누르는 압력 같은 것이 초저음의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라이 솔로는 이 압력이 분명히 있는데 너무 강하지 않으며 압력의 시작과 끝이 균일합니다. 쭈욱 직선으로 이어지는 듯한 초저음의 안정감을 리니어 베이스라고 한다면 라이 솔로는 원래부터 리니어 베이스를 지니고 태어난 셈입니다.

 

*밝은 음색이 선택 포인트

 

라우드 스피커에서도, 헤드폰에서도, 하우징의 소재는 소리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 중에서도 금속은 공진 제어 효과가 있어서(설계를 잘 한다면) 많이 사용되는 편인데, 금속의 종류에 따라서 음색 변화도 만듭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저음 울림을 단단하게 만들며 내부 용적을 넓게 한다면 콘서트홀의 울림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음을 밝게 만드는 특성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이 듣는 사람의 취향을 타게 되는데, 이어폰 헤드폰에서는 필터의 활용으로 밝은 음색을 조정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고유의 속성 그대로 두기 마련입니다. 메제 라이 솔로의 경우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통해서 고음의 선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길쭉한 더블팁을 쓰거나 타 브랜드의 케이블로 교체한다면 조금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밝은 음색을 지녔으니 선택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음악을 오랫동안 편안하게 듣기보다는 짧고 확실한 인상으로 감상하는 스타일에 어울립니다.

 

라이 펜타와 마찬가지로 라이 솔로도 특정 음을 강조하거나 축소하지 않으며 소리를 최대한 투명하게 전하려는 의도를 보입니다. 저음이 웅장하거나 감정이 풍부한 소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제품의 소리를 듣고 처음부터 매료될 수도 있겠으나, 저의 예상으로는 처음에는 뭔가 심심하거나 너무 쎈(?) 인상을 받았는데 계속 청취를 해보면서 점점 맛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 또한 메제 이어폰 헤드폰의 또 다른 본성이라고 하겠습니다. ■

 

27.jpg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2

댓글 쓰기

오 디자인이 굉장히 이쁘네요

00:55
20.02.2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