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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콘서트홀 공연과 뉴메탈 밴드를 아우르는 럭셔리 헤드폰, 울트라손 에디션 15 & 에디션 15 베리타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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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를 인지하기 시작한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에 저렴한 이어폰을 끼워서 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디오 앰프에 연결된 커다란 헤드폰들을 보기 시작한 시기 말입니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의 세대에게는 옛날 이야기가 되겠으나, 바로 그 시절에 현재의 헤드폰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니, 젠하이저 외에도 해외의 유명 헤드폰 브랜드가 존재하며 그들 중 일부는 헤드폰의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스, 그라도, 베이어 다이내믹, AKG 등이 그러한데요. 그 중에서 오늘은 독일의 울트라손(Ultrasone)을 추억에서 꺼내어볼까 합니다. 1991년에 설립된 회사라서 젠하이저처럼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국내의 헤드폰 애호가들에게는 에디션 8(에잇)이라는 요물(...)로 잘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국내 진입 초기에는 좋은 가격의 스튜디오 헤드폰들로 알려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헤드폰 고급화가 시작되었고, 그 고급화의 특이점을 찍은 모델이 에디션 8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에디션 8 이후의 울트라손에 대한 내용입니다.




울트라손의 아찔하고 기묘한 모험


스피커든 헤드폰이든 이어폰이든 오디오 제품들은 하이엔드 모델로 올라갈수록 소리가 심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점점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다 보면 결국 소리 전달자가 유저와 음반 사이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울트라손은 예외로 두어야 하겠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헤드폰들은 모두 다른 소리를 내며, 그 소리들은 각자의 강렬한 개성으로 매우 감성적인 해석을 시도합니다. 짜릿하거나 시원하거나 웅장하거나 포근하거나 – 어느 쪽이든 울트라손 헤드폰 중에서는 평범한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원음을 추구하며 재생기와 유저 사이에서 사라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헤드폰이 자신의 목청을 올리며 굉장한 광채를 뿜어낸다는 것이 울트라손의 주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음향 시스템을 고정하고 다양한 음악을 찾아서 듣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동일한 음악을 새로운 음향 시스템으로 다르게 듣는 방식에 어울립니다. 울트라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아찔하고 기묘한 모험과도 같습니다.


울트라손 헤드폰의 기묘한 모험을 대표하는 에디션 10입니다.”


울트라손의 에디션(Edition) 시리즈는 각 모델마다 소리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청취해봐야 합니다. 에디션 8의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에디션 10을 곧바로 구입한 분이라면 제 의도가 어떤 것인지 아실 겁니다. 제조사가 애초부터 강한 개성을 가지고 소리를 만들어버리니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보면 뾰족뾰족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청음해보면 ‘이것이... 내가 찾던 소리다!!’라고 외치는 경우가 꼭 있습니다. 에디션 8은 고음이 샤프하고 중.저음이 잘 조절된 올라운더 성향의 소리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데요. 에디션 10은 오케스트라 연주의 클래식 악곡을 화려하게 들려주기 위해서 주파수 응답 형태를 마음껏 주물러놓은 헤드폰이었습니다. 그 후에 나온 에디션 12는 에디션 10의 지나치게 현란한 고음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중.저음을 크게 조절하여 듣기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후로도 울트라손은 각각 독특한 소리와 호화로운 디자인의 헤드폰들을 계속 개발했는데... 그 중에서 현재 가장 비싼 플래그쉽 모델이 ‘에디션 15’와 ‘에디션 15 베리타스(Veritas)’입니다. 거의 같은 디자인의 헤드폰 두 대를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둘은 에디션 8처럼 ‘사람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를 추구하는 헤드폰에 속합니다. 적어도 제가 듣기에는 에디션 15와 에디션 15 베리타스가 아찔하고 기묘하되 제법 안정적인 모험이 될 것입니다.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에디션 15 시리즈는 자금 여유만 있다면 생활 속에서 마음껏 뽐내며 즐거운 소리를 누리게 해주는 헤드폰으로 사전 청음 없이 질러도 좋은 제품이 되겠습니다. 에디션 8을 접했던 시절처럼, 저는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를 감상하면서 매우 평범하게 듣기 좋은 소리에 푹 빠졌습니다. 헤드폰 두 대의 외관은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판매될 듯한 모습인데 소리는 누구나 쉽게 좋아하게 될 듯한 대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엄청 비싸 보이는 디자인이고 실제로도 비싸지만 생활용 헤드폰으로 편하게 쓸 수 있음



에디션 15, 15 베리타스는 고급스러운 천연 가죽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카페 촬영을 하면서 이 박스는 찍지 못했으니 위의 보도 사진을 참조해주세요. (-_-); 가죽 박스를 제외하면 구성품은 탈착식 케이블 두 개와 헝겊 한 장입니다.


개방형이 에디션 15, 밀폐형이 에디션 15 베리타스입니다.”



적당히 가늘고 가벼우며 적당히 고급스럽고 유연한 케이블 두 개입니다. 한 개는 1.2미터, 다른 하나는 3미터짜리인데요. 헤드폰에 연결하는 쪽은 튼튼하고 안정적인 LEMO 커넥터를 사용합니다. (눌러서 끼우고 당겨서 빼면 됩니다.) 3미터 케이블에 6.3mm 어댑터가 있으며 두 케이블 모두 3.5mm 플러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매우 비싼 헤드폰이지만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니 케이블도 3.5mm 커넥터를 쓴 모양입니다. 선재의 정보가 없는데 헤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로 판단해볼 때 십중팔구 은 도금 동선인 듯합니다.



두 헤드폰의 디자인을 보면, 헤드폰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 저거 겁나게 비싸겠구나’하는 느낌이 올 겁니다. 플라스틱 파트가 하나도 없습니다. 헤드밴드의 접히는 부분은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것이고 이어컵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고급 목재로 제작됐습니다. 또한 헤드폰의 외형 자체가 무척 간결하면서도 날렵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음향 목적의 장비가 아니라 명품 가구나 의류 같은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에디션 8은 가죽 이어패드를 이어컵에 양면 테이프로 붙여서 헤드폰 유저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디션 15의 이어패드를 분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알고 보니 자석으로 쉽게 탈착하는 구조였습니다. 에디션 15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독특한 소재의 진동판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골드 포일(Gold foil)과 티타늄 돔을 조합한 것입니다. 울트라손 웹페이지의 영어 설명을 볼 때 필름에 금 코팅을 한 것이 아니라 금박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 형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진동판은 외곽 부분에서 중.저음을 재생하고 중앙의 돔 근처에서 고음을 재생합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무겁고 부드러운 금으로 중.저음을 재생하며 가볍고 단단한 티타늄으로 고음을 재생하는 것입니다. 제가 들어본 경험으로는 티타늄 진동판은 특유의 샤프하고 밝은 고음을 냅니다. (필름에 티타늄을 코팅한 경우도 그렇습니다) 마이크 분야에는 금 증착 진동판이 꽤 있으나, 헤드폰 분야에서 금박으로 진동판을 만든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에디션 12는 필름에 금 코팅) 금은 절대로 부식되지 않는 금속이므로 특수한 환경에 놓이지만 않는다면 높은 전도성을 계속 유지하며 제작 당시의 형태 그대로 남는다고 합니다.



이어패드를 분리하고 보니 에디션 15와 에디션 15 베리타스의 드라이버 및 하우징 디자인은 후면의 개방과 밀폐 여부만 빼면 거의 똑같습니다. 단, 밀폐형인 15 베리타스는 하우징 안쪽의 포트 두 개 중 하나가 은색 필름으로 막혀 있습니다.



이어패드 소재도 다른데요. 개방형인 에디션 15는 아주 뽀송하고 따뜻한 극세사 벨루어 소재이며 밀폐형인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메리노(Merino) 양 가죽 소재입니다. 그래서 에디션 15를 착용하면 극세사 방석에 귀를 문지르는 느낌이 들고, 에디션 15 베리타스에서는 풀 옵션 수입차의 푹신한 가죽 시트 같은 감촉이 전달됩니다. 즉, 이어컵의 공기 흐름과 이어패드의 소재 선택으로 두 헤드폰의 소리를 조절한 모양입니다.



시험 삼아서 두 헤드폰의 이어패드를 서로 바꿔 끼운 후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죽 이어패드를 장착한 에디션 15는 저음이 너무 강해져서 벙벙거리고, 벨루어 이어패드를 장착한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저음이 약해져서 깡마른 느낌이 듭니다. 다른 헤드폰에서도 타공 없는 가죽 이어패드가 더 강한 저음을 전달하는데, 그 이유는 이어패드에서 공기가 잘 통할수록 저음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의 소리도 이어패드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으니, 헤드폰의 소리에서 이어패드 소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재확인했습니다.



카페에서 에디션 15 베리타스를 사용해보니 소음 차단 효과가 무척 좋습니다. 헤드폰을 머리에 쓰기만 해도 주변 소음이 줄어들며, 음악을 틀면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누음이 없어서 카페 안의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니 아무래도 저는 에디션 15 베리타스를 에디션 15보다 자주 사용하게 됐습니다. 볼륨을 너무 높게 올리지만 않는다면 독서실에서도 쓸 수 있겠습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귓바퀴 테두리를 모두 덮어주는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이지만, 덩치가 작으며 헤드밴드가 머리에서 뜨지 않아 보기에 깔끔하므로 실외 사용도 할 수 있습니다. 실외에서 쓰고 다니면 헤드폰의 외모가 너무 화려해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자타공인 된장남인 저로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과연 그럴까...) 휴대 가능하고 자랑질도 가능한 럭셔리 밀폐형 헤드폰이 에디션 15 베리타스입니다. 개방형 헤드폰인 에디션 15도 실외 사용이 가능하지만 소리가 새어나가서 민폐가 될 수 있으니 되도록 집 안에서 혼자 사용합시다.



헤드폰 감상에서 두꺼운 테의 안경을 쓰면 이어패드가 밀착되지 않아서 소리가 나빠지므로 매우 얇은 테의 안경을 쓰거나 아예 안경을 벗어두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헤드폰을 쓸 때마다 베타 티타늄 테의 안경을 착용합니다. 단,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가죽 이어패드의 쿠션이 꽤 두터워서 안경 테의 악영향을 적게 받는 편입니다. 소음 차단 효과가 조금 줄어들지만 안경잽이 여러분도 생활 속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헤드폰이 되겠습니다. 에디션 15는 벨루어 이어패드의 쿠션이 더 단단한 편이라서 안경 테의 영향을 조금 더 받을 것입니다.




마음대로 주물러놓은 소리인데 왜 이리도 평범하게 듣기 좋은 것일까



이어폰 헤드폰 회사에서 이어폰 헤드폰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소리를 다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IEC 60318-4이든, B&K 5128이든 간에 기본적인 측정 기준이 있으며, 좋든 싫든 타겟 곡선을 참조해서 소리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 후에 ‘제작자가 지닌 고유의 음악적 센스’가 적용되면서 이어폰 헤드폰들의 소리가 서로 달라집니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요즘은 휴대 음향 기기의 소리가 서로 다르기는 한데 완전히 구별될 정도로 뚜렷한 개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자연스러운 소리, 원본에 가까운 소리를 추구한다면 사실 당연한 결과가 되겠습니다. 특이한 소리를 만들면 사람들의 취향을 타게 되고, 취향을 타면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터이니 시장 측면에서도 ‘안전한 소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울트라손은 이런 것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_-);


필요하다면 고음이 완전 짜릿해야 하고, 사람 목소리를 가깝게 듣고 싶다면 중음을 앞으로 당겨오면 된다. 소리를 왜 2차원 평면으로 묘사해야 하는가? 드라이버 각도를 완전히 다르게 바꿔서 3차원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사람의 심리적 쾌감에 도달하는 소리를 만들 것이다.’


이런 것이 울트라손의 생각인 듯합니다.



*저음의 양이 다를 뿐 소리의 기본은 동일하다


으리으리한 헤드폰 두 대를 놓고 젠하이저 HDVD800의 헤드폰잭 두 개에 두 헤드폰을 연결해서 비교 청취해보았습니다. 이 순간, 저는 두 헤드폰을 따로 리뷰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저음의 양이 다를 뿐 소리의 기본이 동일하게 들렸거든요. 두 헤드폰 모두 누구나 쉽게 매료될 듯한 듣기 좋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데 개방형인 에디션 15의 저음이 더 클 뿐입니다. 에디션 15 베리타스의 소리 감상문부터 작성한 다음, 그 글의 끝에 ‘에디션 15는 이런 소리에서 저음이 더 깊고 웅장하다’는 문장만 추가하면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감상문도 헤드폰 두 대를 합쳐서 ‘에디션 15 시리즈’ 기준으로 작성합니다.



*의외로 쉽게 구동할 수 있는 헤드폰 x 2


제품 사양표에서 SPL로 표기된 드라이버 감도는 에디션 15가 94dB, 에디션 15 베리타스가 96dB 인데요. 실제 청취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어서 헤드폰 앰프의 볼륨을 조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에디션 15 베리타스 하우징 내부의 포트 두 개 중 하나가 막혀 있어서 음압 2dB 차이가 나는 모양입니다. 저의 경험으로 볼 때 헤드폰 드라이버 감도가 90dB대라면 앰프 연결이 필수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에디션 15 시리즈는 의외로 구동하기가 쉽습니다. LG V20의 헤드폰잭 연결을 해보니 일반 음향 기기 모드에서 볼륨을 40~50 정도(60~70%)까지 올리면 에디션 15의 진동판이 골고루 울립니다. 외부 전원을 연결해서 쓰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는 볼륨 노브를 10시 방향으로 두면 충분한 느낌이고요. 외출에서 DAP,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PC 등으로 자유롭게 감상하며 집에서는 그리 비싸지 않은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 한 대만 갖춰도 되겠습니다. 물론, 여느 하이엔드 헤드폰들이 그러하듯이 소스 품질과 힘을 보강할수록 좋은 소리를 듣려주는 것이 에디션 15 시리즈입니다.



*물리적인 공간감 + 명료한 사운드 이미지


‘S-Logic EX’라는 이름으로, 울트라손은 헤드폰 드라이버를 유저의 귀 아래쪽에 두고 위쪽으로 각도를 맞춰서 물리적으로 공간감을 만듭니다. 분명히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있지만 방에서 라우드 스피커 한 쌍의 소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파수 응답의 형태도 심리적 공간 형성에 맞춰둔 모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드라이버가 특이하게 배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이미지가 명료하다는 겁니다. 또한 사람 목소리가 굉장히 가깝게 들립니다. 크게 기울여 배치한 드라이버 진동판에서 나온 음파가 귓바퀴에 반사될 때 중음이 더욱 앞으로 나오도록 설계한 것일까요? 남녀 가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소름 끼칠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받습니다. 제 귀가 그대로 가수의 마이크가 된 듯한 기분입니다.


*소리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근본적 고성능


꽤(?) 비싼 헤드폰이지만 고급 소재와 고급 케이스만 가격 상승 원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소리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하이엔드 헤드폰으로서 에디션 15 시리즈는 ‘고성능’을 보여줍니다.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음악 속 요소를 세밀하게 분리해주고, 고.중.저음이 각자의 방향을 지니며 다가오는 입체감도 훌륭합니다. 소리의 응답 속도가 빨라서 고.중음의 잔향이 적고 저음의 탄력도 강합니다. 심지어 이어패드를 분리한 후 드라이버의 진동판에 바로 귀를 대고 들어봐도 원래부터 소리가 깨끗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 애호가 여러분은 비싼 이어폰 헤드폰의 소리를 들으면서 이게 ‘비싸게 받아도 되는 소리’인지 즉각 파악할 수 있을 텐데요. 에디션 15 시리즈는 처음 듣는 순간부터 ‘음, 이거 비싼 헤드폰 맞구만...’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헤드폰 청취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인(...) 친구에게 에디션 15 시리즈의 소리를 들려준다면 친구 녀석이 헤드폰을 안 벗으려고 버틸 터이니 그냥 빌려주지 맙시다. (단, 밝은 음색을 싫어하는 친구라면 바로 벗어서 돌려줄 것입니다.)



*에디션 15와 에디션 15 베리타스의 소리 차이점과 공통점


이 쯤에서 두 헤드폰의 소리 차이와 공통점을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고.중.저음의 비중을 본다면 개방형 에디션 15는 저음형이며 밀폐형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밸런스형이 되겠습니다. 둘 다 중음의 선이 굵게 들리며 고막에 가깝게 다가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개방형과 밀폐형 구조의 차이로 인해 주파수 응답 형태가 많이 달라지는데, 저음만 다르고 고.중음은 매우 흡사합니다. 아마도 울트라손에서 두 헤드폰이 최대한 비슷한 음색을 내도록 튜닝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음 양의 차이는 청취자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서 고.중음도 다르게 들리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두 헤드폰의 소리 근본이 같다고 판단했으나 이후 청음 매장에서 들어보는 분들이 소리의 온도와 질감 등에서 차이를 느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둘의 차이점을 목록으로 살펴봅시다.


1) 에디션 15는 저음과 초저음이 강력합니다! 끝에 느낌표를 붙였다는 것은 진짜 강력하다는 뜻입니다. 귀 아래로 크고 낮게 깔리는 저음으로 웅장한 규모를 형성하며 깊고 강한 펀치로 든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 스피커 느낌을 원한다면 잘 맞겠습니다.


2)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초저음 강조가 거의 없으며 저음과 높은 저음 영역이 은근하게 강조됩니다. 짧게 끊어서 치는 단단한 펀치가 음악의 종류에 맞춰서 깔끔하고도 힘찬 저음을 연출합니다. 균형 있는 소리의 스테레오 헤드폰을 원한다면 잘 맞겠습니다.


3) 둘 다 짜릿하고 화려한 밝은 고음을 들려줍니다. 이것이 청취자의 취향을 타는 결정적 요소가 될 텐데요. 밝은 음색을 싫어한다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는 에디션 11을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4) 둘 다 소리 탄력이 좋습니다. 저음이 고무공처럼 통통 튀어오르는 느낌에서 빠른 응답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개방형 에디션 15는 저음 울림이 조금 흩어져서 흐린 느낌도 있는데요. 밀폐형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저음 울림이 훨씬 깨끗하고 단단합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는 소리


제가 생각할 때 에디션 15 시리즈가 평범하게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막이 걷히는 것처럼 투명한 고해상도 사운드.


주파수 응답 범위가 넓고 음 분리 능력이 좋음.


상당히 빠른 응답과 강한 탄력.


굉장히 선명하고 짜릿해서 소름이 돋는 고음.


귀에 곧바로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 목소리가 가까운 중음.


특유의 입체 공간을 만드는 저음.


저로서는 오랜만에 듣는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의 소리인데,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의 소리는 처음 들을 때부터 바로 좋아하게 될 듯한 인상입니다. 화려하고, 예쁘고, 부드럽고, 편안하며,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입니다. 스카치 위스키로 치면 최소한 조니워커 블루의 수준으로 맛이 좋습니다. 이것은 제가 에디션 8 팔라듐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기분입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여기는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 ‘여기는 더 든든했으면 좋겠다’ 등의 요구가 생길 수 있는데,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는 아주 쉽게 청취자의 요구 사항을 해결해줍니다.


*황금 홀처럼 반짝이는 고음


에디션 15 시리즈의 티타늄 돔은 샤프하고 밝은 고음으로 약간의 치찰음 강조가 있습니다. 타악기의 금속 소리는 굉장히 선명한데 전자 음악에서는 자극이 오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선이 굵고 강한 성향의 고음인데 세밀하고 현란한 초고음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음반에서 공기 느낌을 쉽게 전해주는 초고음 재생 능력이군요. 쉽게 판단한다면 그냥 밝은 고음이지만, 처음부터 굉장히 화려하고 매혹적인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환하게 빛나는 고음입니다. 귀로 소리를 듣고 있는데 눈으로는 황홀하게 반짝이는 금빛이 보입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콘서트가 열리는 황금 홀의 풍경을 보는 듯합니다. 게다가 이런 고음의 반짝임을 고품질의 소스가 아닌 스마트폰 헤드폰잭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 볼륨을 올릴수록 고음의 예리한 자극이 살아나므로 너무 크게 듣지는 맙시다.



현란하게 반짝이는 금빛은 고음 뿐만 아니라 높은 중음(낮은 고음) 영역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금속 타악기의 고음이 영롱하게 울리는 한 편, 금속 관악기의 높은 음이 훨씬 투명하고 화려하게 들립니다. 예전에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의 리뷰를 할 때에도 몇 번 사용했던 표현인데 헤드폰에서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에디션 15 시리즈가 내는 금속 악기의 소리는 실제 금속입니다.


금속이 내는 높은 음을 부각시키는 것이니 관점에 따라서는 음색 왜곡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비슷한 클래식 악곡을 비슷한 시스템으로 감상해온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신선한 ‘외도’의 쾌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약간 어둡고 묵직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약간 어둡고 묵직한 소리의 대표 사례는 이후 소개할 ‘에디션 11’이 되겠습니다.) 빈 필하모닉 신년 콘서트에서 연주되는 슈트라우스 가문의 왈츠 뿐만 아니라, 리처드 번스타인 지휘의 말러 교향곡 5번에서도 금속 관악기들이 황금 덩어리처럼 광채를 뿜뿜거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고급스러운 화려함에 매료될 것인지 거부감의 공포에 떨 것인지는 청취자의 취향에 달려있습니다.



*오랫동안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스릴 만점의 소리


에디션 15 시리즈의 고음은 확실히 밝고 화려한 인상이지만 청각 자극을 살짝 일으키거나 거의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조절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음과 저음 영역은 압력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맞춰진 느낌을 줍니다. 굉장히 화사하고 재미있는 소리인데 청각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오랫동안 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응답 곡선의 일부 영역에 푹 패인 부분(딥~)을 넣어서 청각 부담을 줄여둔 모양입니다. 이것도 참 기묘한 특징입니다. 어쩌다가 맛 좋은 요리 메뉴를 발견했는데 값도 비싼 편이고 딱히 건강 음식도 아니라서 가끔 주문할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매일 먹고 있으며 계속 맛을 봐도 질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는 영화 감상용으로도 매우 좋은 물건이 되었습니다. 소리가 스릴 만점인데 편안하면서 질리지 않는 속성까지 있으니 이 헤드폰을 쓰고 해외 TV 시리즈를 열 편씩 몰아서 봐도 됩니다. 물론 헤드폰이라서 귀가 더워지니까 한 편 볼 때마다 잠시 벗어서 쉬어야 하지만 무게가 가벼워서 목 부담이 없으니 금방 다시 씁니다. 3미터짜리 케이블도 있으니 소파에 앉아서 대형 TV를 볼 때에도 편합니다. 단, 진지한 영화의 감상에서는 저음이 더 웅장하고 개방감도 있는 개방형 에디션 15가 좋았습니다. 잠든 가족을 깨우지 않으면서 혼자 영화를 보겠다면 누음이 없는 밀폐형의 에디션 15 베리타스를 씁시다.



*롤러 코스터 같은 올라운더 헤드폰


제가 듣기에 에디션 15 시리즈의 소리는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를 현란하고 친밀하게 재생하도록 잘 요리된 작품입니다. 오케스트라 전용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전자 음악 감상에 쓰려고 이렇게 비싼 럭셔리 헤드폰을 사지는 않을 테니까요. 중장년층 하이파이 오디오 유저들을 위한 헤드폰입니다...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생각이 점점 바뀌더니 두 시간 후에는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왔습니다. 둘 다 완전 올라운더(All-rounder) 헤드폰입니다.


처음에는 웅장한 규모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지만 나중에는 가벼운 분위기의 팝 음악까지 모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소리의 입체감을 강조하는 구조와 주파수 응답 형태가 오케스트라 연주와 콘서트홀에 맞으며, 높은 해상도와 화려한 고음에 더해진 풍성한 중음과 탄력 좋은 펀치의 저음으로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투명한 소리에서 짜릿한 스릴을 경험하게 하는 헤드폰이군요. 이토록 자유롭게 주물러놓은 소리이지만 에디션 15 베리타스는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적절히 강조된 밸런스형 헤드폰이며 에디션 15는 그 소리에 웅장하고 강력한 저음을 더한 헤드폰입니다.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균일한 소리로 들려주는 올라운더 헤드폰이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악을 스릴 만점의 엔터테인먼트로 바꾸는 '롤러 코스터 올라운더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 헤드폰들로 Korn 1집을 듣곤 했습니다. 속이 다 시원해지는 드럼 하이햇과 스네어 사운드에 정확하고 힘차게 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만족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초저녁에는 콘서트홀 관객석에서 정장 차림으로 박수 갈채를 보낸 후, 밤에는 그대로 웃통 벗고 머리 털면서 뉴메탈 퍼포먼스에 혼을 빼놓는 꼴입니다. 이렇게 해괴하고 즐거운 경험을 주는 헤드폰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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