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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짙은 산미와 묵직한 바디감을 지닌 헤드폰, 울트라손 에디션 11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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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에디션 8을 리뷰용 제품으로 접했던 2011년 10월에는 '이 회사가 원래 이런 소리만 만드나 보다~ 헤헤헷 좋타~' - 이런 생각이나 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독일의 울트라손(Ultrasone)은 에디션 8 이전에도 다양한 헤드폰을 만들어 왔고, 에디션 8 이후에도 더욱 진화한(더욱 비싼) 헤드폰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게다가 이 헤드폰들이 하나 같이 굉장한 디자인을 보여주니 음향 매니아들의 지갑과 통장이 정신없이 흔들리는 겁니다. 헤드폰이 하도 잘 생기고 예뻐서 아예 남녀 커플이 함께 지를 수 있도록 에디션 8 로미오와 줄리아(핑크 색상)를 출시한 적도 있습니다. 요컨대 울트라손의 에디션 시리즈는 소리 만큼이나 디자인의 임팩트도 강력합니다.


"그 후 루릭은 에디션 8 줄리아를 리뷰하게 되는데... (2013년 9월)"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다릅니다. '에디션 11'이라고 하는데요...



울트라손 에디션 일레븐은 외관부터 헤드폰 애호가들의 차분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속 광택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에디션 시리즈가 아니라, 짙은 갈색의 월넛 우드 하우징과 검은색의 금속 파트에 푹신한 벨루어 쿠션을 탑재한 풀사이즈 오픈형 헤드폰입니다. 화려함의 결정체 - '에디션 15'와 '에디션 15 베리타스'에 이어서 에디션 11을 접해보니 이게 같은 회사의 헤드폰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지경입니다.



에디션 11을 머리에 쓰고 소리를 들어봤더니 이것이 또 충격적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물론 에디션 8이나 에디션 12와도 완전히 다른 소리거든요. 울트라손에서 헤드폰 유저들의 몇 가지 심리적 욕구를 제대로 파악한 게 아닐까 하고 짐작하는 중입니다. 제가 듣기에 울트라손 에디션 11은 클래식과 재즈 등의 장르에서 헤드폰 애호가들이 원하는 '스피커 느낌'과 '감성적 잔향'을 딱 정조준하는 소리를 냅니다. 에디션 8, 에디션 12, 에디션 15의 소리를 기억하신다면 그 기억을 깔끔하게 지워주시기 바랍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에디션 11은 오디오 테크니카 또는 그라도의 우드 헤드폰 모델과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차분한 음악을 감상하는 오픈형 헤드폰으로써 감성적 가치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으며 가격대 성능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울트라손에게는 200만원대 이상의 럭셔리 모델과 더불어 100만원대의 '헤드파이 전용 모델'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미 에디션 15 시리즈 또는 에디션 8 EX를 장만한 오너에게도 에디션 11이 색다른 입맛의 서브 헤드폰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거 울트라손 헤드폰 맞습니까 완전 차분하게 생겼잖아요


에디션 11은 적어도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 중에서는 엔트리 모델... 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1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하지만 구성품은 충만합니다. 박스를 열면 헤드폰을 담을 수 있는 가죽 파우치와 함께 모테가(Motega)라는 이름의 알루미늄 헤드폰 스탠드가 나옵니다. 이 스탠드는 별도의 박스로 포장되어 있으며 나사를 몇 개 조이는 방식으로 간단히 조립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모테가 신품을 꺼내어 조립하기가 매우 귀찮았기에 사진도 찍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니 울트라손에서 준비한 보도 사진으로 보여 드립니다.



그리고~ 탈착식 케이블을 살펴보는데~. 재생기나 앰프에 연결하는 플러그는 3.5mm 커넥터에 6.3mm 어댑터를 더하는 방식인데, 헤드폰 쪽에 연결하는 커넥터는 2핀 규격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어폰에서 쓰이는 2핀 커넥터입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혹시 인이어 모니터용 커스텀 케이블을 갖고 있다면 에디션 11에 바로 끼울 수 있습니다. (케이블의 이어훅이 걸리겠지만 어쨌든 가능함) 2핀 커넥터의 장력은 다른 이어폰들과 비슷하니 취급에 약간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문제없이 오랫동안 쓸 수 있겠습니다. 즉, 되도록 케이블 분리를 하지 마세요. (-_-)a



에디션 11의 기본 케이블은 3미터로 무척 긴 편입니다. 헤드폰이 원래부터 실내 용도로 설계됐으니 긴 케이블이 필요하겠고요. 선재는 아마도 은 도금 동선일 듯합니다. 긴~ 케이블이지만 무척 가볍고 피복이 유연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책상 위의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들으니 긴 케이블의 대부분을 둘둘 말아서 묶어 두었는데, 이렇게 둘둘 말린 부분조차도 가볍습니다.



이제 헤드폰의 디자인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커다란 원형의 이어컵으로 귀 둘레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이고, 금속 그릴을 지닌 오픈형 헤드폰입니다. 다른 에디션 시리즈들처럼 헤드밴드를 최대로 늘린 상태에서도 유저의 머리 둘레에 깔끔하게 씌워지므로 착용한 모습이 근사합니다. (이렇게 큰 헤드폰을 써도 텔레토비가 아닐 수 있다니!) 또한 헤드폰 본체의 무게가 318g이라서 머리에 썼을 때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헤드폰 유저의 목에 축복을 주다니!) 헤드밴드가 늘어나는 부분을 금속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벼운 이유는 이어패드와 헤드밴드 쿠션이 마이크로 벨루어 소재이며 이어컵의 대부분이 목재이기 때문입니다.



고급 헤드폰 분야에서는 악기 제작에 쓰이는 목재가 그대로 헤드폰 이어컵으로 제작되는 것이 제법 일반적인 사항입니다. 이런 경우는 합판이나 나무 가루를 쓰지 않으며 하나의 우드 블록을 통채로 깎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해당 목재의 고유 속성을 응용할 수 있으니까요. 물리적 특징을 보면 목재의 '밀도'가 높을수록 소리의 댐핑 팩터가 낮아지고, 공명 계수는 높아지며, 나무 속의 음파 진폭이 길어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목재의 속성은 헤드폰의 소리에서 원하는 영역에 음 특성을 넣게 해줍니다. 예를 들면 높은 저음에 강조를 넣거나, 목소리의 고음에 자연스러운 배음을 더하며, 콘서트홀의 울림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에디션 11의 이어컵은 월넛 우드로 제작되었습니다. 기타(Guitar) 분야의 검색을 해보니 월넛 우드를 사용하면 중음과 저음이 강조되며 배음이 풍부해진다는 설명이 많이 보입니다. 제가 에디션 11의 소리를 들어보니 그 설명이 헤드폰 분야에도 그대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뽀송한 벨루어 소재의 이어패드와 헤드밴드는 에디션 11의 착용을 매우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이어패드 부분에서는 은근히 통풍 효과도 누릴 수 있는데요. 이어패드의 폼 쿠션이 제법 단단해서 두꺼운 테의 안경을 쓰면 저음이 약해질 것입니다. 제가 헤드폰 리뷰를 할 때마다 계속 언급하는 점이지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또 적어둡니다. (-_-)a 커널형 이어폰이 이어팁으로 소리를 전하는 것처럼 헤드폰은 이어패드를 유저의 피부에 밀착시켜서 소리를 전달합니다. 이어패드가 피부에서 조금만 떠도 저음이 약해지고 고.중음이 거칠어지며 소음 차단 효과도 떨어지게 됩니다. 안경을 쓰지 않는 편이 가장 좋으며, 아주 가느다란 티타늄 테의 '헤드폰 감상용 안경'을 장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에디션 11의 이어패드 속에는 40mm 지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 있습니다. 진동판을 바이오셀룰로스로 만들었는데, 이는 식물성 섬유 소재이며 이어폰 헤드폰에서 자주 보이는 편입니다. 제가 사용해본 헤드폰들 중에서 바이오셀룰로스 진동판을 쓰는 제품은 대체로 강하고 선이 굵은 소리를 냈던 듯합니다. 울트라손은 이 진동판 소재에 트루 텍스(Tru Tex)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진동판에 티타늄과 골드 포일을 사용하는 에디션 15와는 뚜렷하게 다른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에디션 11도 독일 공장에서 생산된답니다. 메이드 인 젊은이(Made In Germany)의 에디션 시리즈인데 100만원대라니, 어쩌면 가성비 헤드폰이 되겠네요! (재미없는 농담 중)




SOUND



*여러 환경에서 쉽게 구동할 수 있는 대형 헤드폰


에디션 11의 제품 사양표를 보면 드라이버 감도가 SPL 94dB로 나와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낮은 수치라서 헤드폰 앰프가 꼭 필요할 듯한데요.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의외로 구동하기 쉬운 헤드폰입니다. 스마트폰이나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들을 수 있으며 볼륨만 더 올려주면 됩니다. 혹시 헤드폰 앰프를 쓰겠다면 당연히 출력 빵빵한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좋겠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작은 앰프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스틱 모양의 USB 동글 앰프로도 구동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즉, 에디션 11은 헤드폰 가격 부담이 적은 만큼 재생기나 앰프에 들어가는 비용도 낮게 배정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32옴으로 대부분의 헤드폰 앰프에서 매칭이 좋은 숫자이고, 주파수 응답 범위는 6~42,000Hz라고 합니다. 이 숫자만 보면 저음이 매우 낮게 내려갈 듯한데 제가 실제로 듣기에도 이 헤드폰은 저음형에 속한다고 봅니다.



*첫 감상에서는 따뜻한 저음형의 이지 리스닝 헤드폰


이번에 새로이 국내 판매되는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는 에디션 15(개방형), 에디션 15 베리타스(밀폐형), 에디션 11(개방형), 에디션 8 EX(밀폐형)입니다. 아직 에디션 8 EX는 감상해보지 않았으나 에디션 15와 11의 소리 차이를 경험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굳었습니다. 울트라손도 헤드폰 모델마다 명확한 주제와 목표를 지니고 소리를 설계한다는 겁니다. 소리에서 밝고 화려한 인상을 주는 에디션 15 시리즈와 달리 에디션 11은 약간 어두운 듯하면서 굉장히 묵직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쉽게 말해서 '깊은 저음의 맛'을 원하는 유저에게 적합하겠습니다. 고급 모델의 소리를 다운그레이드한 것이 아니라 고급 모델과 중급 모델의 소리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낮은 볼륨에서도 든든한 저음과 함께 무척 편안한 소리를 내니 긴 시간의 감상에 좋은 이지 리스닝 헤드폰입니다. 단, 볼륨을 올릴수록 저음 울림도 크게 강해져서 감상 기간이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이후 추가 설명하겠으나, 에디션 11의 저음이 실로 묵직하기 때문입니다. (-0-); 또한, 저음역 전체와 낮은 중음 영역에서 독특한 포근함이 올라옵니다. 높은 중음이 꽤 낮춰져 있어서 부드럽게 다듬어진 느낌인데 초고음에는 의외로 샤프하고 밝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첫 감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많은 분들이 따뜻한 느낌을 받으실 듯합니다.



*저음의 물리적 무게를 느낀다


이 물건으로 여러 종류의 음악을 듣노라면 제 머리 속 두개골이 점점 흔들리는 느낌이 듭니다. 조금 과장이 섞인 표현이지만, 그 정도로 에디션 11의 초저음이 깊고 강합니다. 아주 크게 강조된 초저음으로 거대한 서브 우퍼가 둥둥거리는 듯한 울림을 만듭니다. 보통은 200Hz 근처의 저음이 강조될 때 ‘펀치’를 느끼게 되는데, 에디션 11은 100Hz 이하의 초저음에서 단단하고 강력한 펀치를 만들어내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를 통해 덩치 큰 궤짝 스피커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스피커의 우퍼 드라이버가 유난히도 큰 듯한 인상입니다. 저음의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서 저음의 물리적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0-);; (리얼하게 묵직해서 입 벌린 이모티콘 2회 사용) 헤드폰 드라이버에서 강한 중력이 발생하여 청각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기분입니다. 귀를 벗어나 머리 전체로 흐르는 진동이 때로는 두개골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증폭됩니다. 각종 저음 악기들의 박력이 살아나며, 저음 연주가 많은 음악에서는 연주 공간을 더 크게 만들어 웅장한 현장감을 줄 수 있습니다. 든든한 초저음은 심리적인 공간감 향상 효과도 있으니 에디션 11의 중요한 장점이 되겠습니다.



*원음 재생과는 다르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는 편안함이 있다


높은 중음(낮은 고음)의 일부를 많이 낮춰서 청각 자극을 줄이고 음색도 약간 어둡게 만든 느낌이 듭니다. 10kHz 이상의 초고음 영역에 뾰족한 부분이 조금 있어서 청각 자극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주파수 영역들이 모두 온화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높은 중음의 딥(Dip) 처리는 소리의 입체감에 크게 기여하는 튜닝이기도 합니다. 듣는 이의 체감으로는 고음과 저음의 사이가 벌어져서 그만큼 넓고 멀게 느낄 수 있거든요. 물론, 자연스러운 원음 재생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제 생각에 울트라손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소리를 만들겠다는 고집이 있는데, 그 고집을 완전히 적용한 제품이 에디션 10이었고, 고집을 유지하되 유저들의 심리적 안정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만든 것이 에디션 11인 듯합니다. 헤드폰 유저들이 집 안에서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제품으로 주제를 딱 정해둔 것입니다.



*머리 둘레로 형성되는 3D 사운드 이미지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들은 드라이버 배치가 특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이어컵 하단에 기울어진 상태로 고정되는데요. 드라이버가 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소리를 발사하면 진동판에서 나온 음파가 유저의 귓바퀴에 반사되어 외이도 입구로 모이게 됩니다. 이 설계에 S-Logic이라는 명칭을 붙였고, 에디션 11에서는 S-Logic Plus가 되었습니다. 소리를 들어보면 헤드폰 하우징 속 뿐만 아니라 귓바퀴와 이어컵 사이에서도 공간이 형성됨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 설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리적 공간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에디션 11의 경우는 하우징의 크기와 구조 차이 덕분인지 에디션 15와는 다른 사운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오디오 룸 안의 스피커에서 사람 목소리가 굉장히 가깝게 들려오는 느낌인데, 에디션 11은 사운드 이미지가 구체 형상으로 유저의 머리 둘레에 형성됩니다. 좌우 뿐만 아니라 위아래의 깊이도 늘어나서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아주 쉽게 3D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커다란 개방형 헤드폰답게 소리의 광활한 면적과 훌륭한 개방을 제공합니다.



*리얼 메탈을 묘사하는 밝은 고음도 있다


에디션 15 시리즈와 드라이버 진동판 소재도 다르고 이어컵 소재도 다르며 크기와 모양도 다르지만! 에디션 11의 고음에서는 뚜렷한 공통점이 나옵니다. 초고음 영역이 살짝 샤프하게 강조되어서 금속 악기의 고음이 소름 돋을 정도로 살아나는 겁니다. 분명히 포근한 저음형 사운드인데 고음의 선이 가늘고 음색이 밝아서 예리한 느낌도 듭니다. 식물성 섬유 진동판과 월넛 우드 하우징의 헤드폰인데 드럼의 심벌즈 소리가 무척 시원합니다. 에디션 15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금속 악기가 진짜 금속 느낌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에디션 11을 첫 감상할 때 금속 악기 소리를 듣고 굉장히 밝은 음색이라며 놀라는 유저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에디션 11의 소리에서 묵직하고 따뜻한 중.저음의 비중이 샤프한 고음보다 훨씬 높다는 생각에 저음형 헤드폰으로 소개하는 중이고요.



*잘 만든 이퀄라이저 프리셋이 적용된 듯한 소리


울트라손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소리를 만들고, 우리는 그 인위적인 음색을 접하며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 에디션 11은 특히 높은 중음 근처에서 강한 색채가 배어나옵니다. 앞서 적당한 딥(Dip, 움푹움푹)으로 청각 자극을 다듬었다면, 예측불허의 피크(Peak, 뾰족뾰족)를 활용해서 음색 연출을 했나 봅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서 높은 음을 약간 차갑고 밝게 만드는데(Cold Blue...?) 이것이 유저의 취향을 타겠습니다. 이 점에서는 에디션 10이 조금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에디션 11은 낮은 중음과 저음에서 몹시 따뜻하고 묵직하며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쩌면 에디션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헤드폰일지도 모릅니다. 소리의 위쪽에는 시원하고 찌릿한 양념이 조금 있는데 아래쪽에서는 짙은 갈색의 풍성한 잔향이 올라옵니다. 이것은 커피로 치면 짙은 산미와 묵직한 바디감을 지닌 원두 같습니다. 이런 특성에는 큼직한 월넛 우드 하우징도 큰 역할을 하겠지요.


요컨대 저에게는 에디션 11이 매우 감성적인 소리의 헤드폰입니다. 소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빛 단풍으로 물든 풍경으로 바꿔줍니다. 마음껏 주물러놓은 주파수 응답 형태와 살짝 느린 듯한 응답 속도로 인해 소리의 잔향이 강합니다. 요즘은 무선화의 영향으로 내부에 DSP 파트와 앰프를 지닌 액티브 헤드폰이 많은데요. 그런 제품들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헤드폰 자체의 소리를 이퀄라이저로 바꿀 수 있게 해줍니다. 이는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이퀄라이저가 아니라 헤드폰에 저장되는 사운드 튜닝입니다. 울트라손 에디션 11은 그런 것과 관계없는 패시브 헤드폰이지만, 마치 솜씨 좋은 사람이 만든 이퀄라이저 프리셋이 적용된 듯한 소리를 냅니다. 이 프리셋의 이름을 상상해본다면 Jazz 또는 Movie가 될 듯합니다. 그래서 음악 장르 구별도 명확합니다. 빠르고 강한 인상의 음악보다는 느릿하고 부드러우며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빠른 템포의 음악 중에서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힙합 등에서 매우 크게 쿵쿵거리는 저음을 원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머리가 진동할 정도로 깊고 거대한 저음 펀치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실외용으로 만들어진 저음형 액티브 헤드폰들보다도 에디션 11의 저음이 더 센 것 같습니다.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게이밍 헤드폰?


자유롭게 주물러서 만든 소리는 음악 감상에서 호불호 갈림이 있겠으나, 스릴과 규모가 필요한 영화 게임 분야에는 높은 확률로 적중할 것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스릴 만점의 듣기 즐거운 소리로 영화 감상용 헤드폰이 되는데, 에디션 11은 웅장한 규모로 승부하는 영화 감상 + 게이밍 헤드폰이 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제가 서술한 특징을 종합해봐도 영락없는 게이밍 헤드셋 소리 같은데요. (-_-)a 더욱 거대한 서브 우퍼를 지닌 입체 사운드 시스템으로 영화를 본다고 상상해봅시다. 이 헤드폰을 사운드블라스터X G6에 연결한 후 가상 7.1채널 효과를 켜고 고질라(2014)를 감상해보면... 입 크고 배 나온 귀염둥이의 포효 속에서 끼에엑하는 고음의 소름끼치는 느낌과 그르렁거리는 복부 울림의 초저음까지 제대로 터집니다.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59분 17초 근처) FPS 게임에서는 발 구르는 소리가 더욱 강조되며, 다수의 블록버스터 게임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녹음한 사운드 트랙과 쿵쾅거리는 효과음이 모두 거대해집니다. 역시, 울트라손 헤드폰에서 재미를 빼놓을 수는 없는 겁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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