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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소리에서는 냉기를 뿜고 디자인에서는 광채를 뿜는 헤드폰, 울트라손 에디션 8 EX

루릭 루릭
1806 1 1


*제품명

울트라손 에디션 8 EX (Ultrasone Edition 8 EX)


*특징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

밀폐형인데 공간감 형성을 위한 포트가 숨겨져 있음

드라이버를 이어컵 아래쪽에 기울여서 배치하는 S-Logic EX 기술 적용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럭셔리 디자인

금속과 가죽만 사용한 고급 소재 구성

헤드폰 수납용 알루미늄 케이스 포함

티타늄 코팅 진동판의 드라이버

독일제 헤드폰


*장점

소리의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깨끗한 이미지 생성

고음이 밝고 샤프해서 시원한 소리

중음의 선이 굵고 귀에 가깝게 들림

평탄한 인상의 저음 + 은근히 강조된 초저음

숨겨진 포트 설계로 만들어낸 넓은 공간감

비싼 가격 이상으로 비싸게 보이는 디자인

머리에서 뜨지 않는 헤드밴드로 착용 모습이 단정함

가벼운 무게와 고급 가죽 이어패드로 오랫동안 편안히 착용

따뜻한 소리 성향의 기기와 베스트 매칭


*단점

취향을 타는 건조하고 차가운 음색

취향을 타는 고.중음형 사운드

요즘 헤드폰들에 비하면 저음이 약하게 느껴질 듯

다른 헤드폰들을 오징어로 만드는 호화로운 디자인(?)

착용한 사람도 오징어로 만드는 호화로운 디자인(??)

비쌈


*요약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 중에서도 밝고 샤프한 고음으로 매우 시원한 소리를 내는 제품. 저음이 강한 에디션 11과는 완전히 반대의 성향으로, 소리의 해상도를 최대로 올리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겠다. 차가운 메탈 디자인에 부합하는 차가운 고음형 사운드인데 소리가 따뜻한 기기에 연결하면 저음의 양감이 추가되면서 더욱 듣기 좋게 된다.



독일의 헤드폰 메이커 울트라손은 새로운 딜러를 통해서 한국에 네 개의 헤드폰을 출시했습니다. 에디션 15, 에디션 15 베리타스, 에디션 11, 에디션 8 EX 인데요. 이 물건들이 전부 다른 소리를 냅니다. 에디션 15와 15 베리타스는 개방형과 밀폐형이라는 구조의 차이와 이어패드 소재 차이를 통해서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에디션 11은 우드 하우징의 개방형 구조로 무척 포근하고 깊은 저음형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에디션 8 EX는... 역시 유저의 예상을 뒤엎는 소리를 보여줍니다. 이 헤드폰의 그야말로 번쩍거리는 외모처럼, 고음이 차갑고도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소리입니다.



헤드폰이 아니라 심미적 가치를 지닌 의상



에디션 8 EX의 패키지 박스를 열면 왠지 돈 다발을 담아야 할 듯한 비주얼의 알루미늄 케이스가 나옵니다. 그러나 케이스의 작은 크기로 볼 때 5만원권이 아니라 비싼 헤드폰이 담겨 있다는 예감이 듭니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케이스를 열어젖히면... 첫 순간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크롬 유광 코팅의 헤드폰과 함께 파랑색 파우치에 담긴 케이블 두 개가 보입니다. 그리고 이 크롬 코팅에 묻은 지문을 열심히 닦으라는 뜻인지 안경 닦을 때 쓰는 헝겊이 들어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에디션 8 EX용 알루미늄 케이스에 손잡이가 없다는 겁니다. 기왕이면 핸들을 장착해서 간단히 들고 다니게 해줬으면 좋을 텐데... 일단은 집 안에 고이 보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렵니다.



에디션 8 EX에는 휴대 음향을 위한 1.2미터 케이블과 소파 음향을 위한 3미터 케이블이 포함됩니다. 둘 다 에디션 15 시리즈와 동일한 케이블이며 튼튼한 LEMO 커넥터를 갖추었습니다. 케이블의 외관이 고급스럽고 무게가 가벼워서 3미터짜리를 연결해두어도 헤드폰의 중량이 거의 늘어나지 않습니다. 1.2미터 케이블은 3.5mm 커넥터이며 3미터 케이블은 3.5mm 커넥터에 6.3mm 변환 젠더를 끼우는 방식입니다.



에디션 8 EX의 외모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이렇게요. (-0-); 생김새 자체는 꽤 단순한 편인데 모던 디자인의 건축물을 보는 듯한 형태와 크롬 코팅으로 번쩍거리는 표면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양가죽으로 덮인 헤드밴드의 좌우 부분도 알루미늄 표면에 헤어라인 가공이 있어서 빛을 받으면 몹시 반짝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도 그랬지만, 에디션 8 EX는 너무나도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누가 봐도 럭셔리 제품임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금속과 가죽만 사용하는 소재 선택도 사치스러운 고급 품목의 특징입니다.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고가의 헤드폰을 보면서 '카리스마 있다' 또는 '성능이 좋아 보인다'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거 엄청나게 화려하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요? 울트라손의 헤드폰 디자인은 이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다른 회사들은 헤드폰을 '소리 전달용 기계'로 인식하지만, 울트라손의 디자이너는 '심미적 가치를 지닌 의상'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에디션 8 EX 정도의 디자인이라면... 저는 일종의 예술품을 머리에 쓰고 다니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울트라손의 헤드폰 디자인 역사는 '에디션 8'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에디션 8의 디자인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분은 '헤드밴드'인 듯합니다. 헤드밴드를 끝까지 늘린 상태에서도 유저의 머리 테두리에 둥글게 붙어서 깔끔한 모습이 됩니다. 헤드폰을 쓰고 있을 때 제일 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 '붕 뜬 헤드밴드' 또는 '수평으로 펼쳐진 헤드밴드'인데요... 적어도 울트라손 에디션 시리즈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에디션 8 EX도 에디션 8과 동일한 구조의 헤드밴드를 사용합니다.



에디션 8 EX는 에디션 8보다 이어컵(하우징)이 조금 더 크게 보이는데, 이어컵의 외곽선이 얼굴 측면의 라인에 맞춰서 매끈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됩니다. 남성용 수트 상의의 깨끗한 직선형 어깨 라인이라고 할까요? 헤드폰을 쓴 사람이 텔레토비 또는 요다 스승이 되지 않도록 이어컵 쪽에서 배려해줍니다. 이어컵의 찬란한 광택 때문에 헤드폰을 쓴 사람이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면이 있으나, 다른 사람이 볼 때 '뭔지는 몰라도 저 양반 헤드폰 좋은 거 쓰고 다니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안심하세요. 이 헤드폰을 쓰고 다닌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얼굴이 아니라 헤드폰만 쳐다볼 것입니다."


귀 전체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Over-ear) 밀폐형 헤드폰입니다. 크기만 보면 대형 헤드폰으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더 얇고 가벼우며 날렵해보이는 이어컵 디자인 덕분에 편하게 쓰고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무게는 330g) 비싼 헤드폰에 흠집 날까 걱정하더라도 어쨌든 아웃도어 헤드폰으로 손색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헤드폰을 오래 쓰고 있으면 귀에 땀 차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에디션 8 EX도 에디션 15처럼 가볍고 편하게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음악 감상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빈지 와칭에도 좋은 헤드폰이 되었습니다.



음악을 틀지 않고 에디션 8 EX를 착용해도 주변 소음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후 음악을 틀면 완전히 나만의 세상이 될 정도로 소음 차단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누음 현상이 조금 있습니다. 하우징 외부를 살펴보면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분명히 밀폐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조용한 곳에서 음악을 틀고 귀를 기울이면 이어컵 바깥쪽으로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옵니다. 이어컵 중앙의 울트라손 로고가 있는 부분 안쪽에 베이스 포트를 숨겨둔 모양입니다. 에디션 8 EX의 소리에는 특유의 넓은 공간감이 있는데 바로 이 포트가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소리가 새어나오므로 독서실처럼 매우 조용한 장소에서는 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에디션 8 EX도 에디션 15 시리즈처럼 자석 탈착식 이어패드를 씁니다. 간단히 잡아당겨서 이어패드를 분리해보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이어컵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기울여 배치된 드라이버가 나옵니다. 이것도 울트라손의 S-Logic EX라는 설계로, 진동판에서 나온 소리가 유저의 귓바퀴에 반사되어 귓구멍 쪽으로 모이게 해줍니다. 드라이버의 진동판에서는 티타늄 코팅으로 유난히 번쩍이는 광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컵의 스틸 하우징은 아래쪽이 드라이버 영역이고 위쪽이 에어 챔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어 챔버 영역에는 네 개의 구멍이 있는데 그 중 세 개를 은색 테이프로 막아두었습니다. 헤드폰 설계 초기부터 다수의 포트를 준비했고, 최적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 이 포트를 한 개씩 막거나 열면서 청취했을 것입니다. 에디션 8 EX만의 소리가 나오는 최종 결과는 포트 세 개를 밀폐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헤드폰의 사운드 튜닝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드라이버 자체에서 타겟 사운드가 나와야 하고, 그 다음에는 다수의 하우징 샘플을 만들고 물리적 구조를 바꾸면서 소리를 들어보는 노동(...)이 이어집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종 측정도 하는데 울트라손의 경우 측정 데이터를 그리 중대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에게는 막혀 있는 세 개의 포트가 이 헤드폰을 개발한 사람의 고생길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에디션 8 EX의 이어패드는 에디션 15 베리타스처럼 천연 양가죽으로 만들어졌는데 내부 메모리폼의 쿠션 강도가 다릅니다. 에디션 15 베리타스의 이어패드는 무척 부드럽고 푹신해서 귓바퀴 테두리에 찰싹 들러붙지만 에디션 8 EX 이어패드는 쿠션이 단단해서 골고루 밀착되지 않습니다. 헤드폰을 착용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이어패드가 체온을 흡수하면 그 때부터 원래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체온을 흡수한 상태의 이어패드도 단단해서 에디션 15 베리타스처럼 피부에 찰싹 들러붙는 느낌은 없습니다. 저는 이어패드의 단단한 쿠션도 에디션 8 EX의 고음형 소리에서 한 부분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주의해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겨울철의 싸늘한 실내에서는 최소 5~10분은 지난 후에야 에디션 8 EX의 저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안경은 모든 오버이어 헤드폰의 숙적입니다. 단단한 쿠션의 이어패드를 지닌 에디션 8 EX는 안경 테의 악영향을 더욱 많이 받습니다. 꽤 두꺼운 테의 안경을 쓰고 음악을 들으면 저음이 없는 깡통 소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헤드폰 리뷰에서도 강조하는 점이지만, 헤드폰을 청취할 때에는 안경을 벗어두거나 와이어 타입의 티타늄 테 안경을 사용합시다. 에디션 8 EX의 소리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인데 그 원인의 절반은 피부 접촉을 방해하는 두툼한 머리카락과 두꺼운 안경 테일 것입니다.



SOUND



이어패드가 잘 밀착된 상태에서 들어보면, 이 제품의 소리는 명확한 주제를 보여줍니다. 티타늄 코팅 진동판의 드라이버에서 무척 밝고 시원한 고음이 들려오며 중.저음은 비교적 평탄하게 들립니다. 초저음에서 은은한 울림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요즘 나오는 대형 헤드폰들보다는 확실히 저음이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에디션 15 베리타스와 유사하거나 조금 약한 저음일 것입니다. 디자인 설명에서 언급했던 '이어컵 내부 포트 세 개의 밀폐', '이어패드의 단단한 쿠션'이 저음 양을 조절하면서 티타늄 코팅 진동판의 본성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특히 아스텔앤컨 DAP의 3.5mm 헤드폰잭에 곧바로 연결해서 첫 감상을 한다면 소리가 날카롭고 깡마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원래 건조하고 정밀한 성향의 기기인데 더 낮은 출력으로 에디션 8 EX를 감상하는 상황이거든요.


*헤드폰 앰프를 더하면 부드러운 감촉의 고음형 사운드


연결하는 기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준수한 헤드폰 앰프와 함께 사용하면 에디션 8 EX의 소리가 고음이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으로 다듬어져서 오랫동안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헤드폰 앰프를 쓰는 저로서는 이 헤드폰의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저음이 웅장한 헤드폰도 좋지만, 에디션 8 EX는 그 옛날 여러 오픈형 이어폰을 쓸 때 유독 고음이 선명한 소리를 내어서 인기를 끌었던 뱅앤올룹슨 A8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A8 이어폰도 귀 모양에 잘 맞는다면 두툼한 중음과 든든한 저음으로 부드러운 감촉을 내주었습니다. 하이엔드 헤드폰을 딱 한 대만 두겠다면 기준점이 되기 어렵겠으나, 여러 대를 보유하겠다면 에디션 8 EX는 듣기에 편안한 고음형 헤드폰으로써 그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귀가 즐거워지는 색다른 경험인데 청각의 부담도 없으니 더욱 좋습니다.


이 화려한 디자인의 헤드폰을 밖에서 쓰고 다니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스마트폰, DAP, 헤드폰 앰프 연결 상태에서 볼륨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듣는 볼륨 기준임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애플 아이폰 XS (헤드폰잭이 없어서 짜증나는 폰)

라이트닝 3.5mm 어댑터 연결에서 절반을 조금 넘는 볼륨


*LG V20 (DAC가 업그레이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일반 음향 기기 모드에서 볼륨 40


*아스텔앤컨 SR15 (작은 DAP)

: 3.5mm 연결에서 볼륨 75 (클래식 악곡에서는 90 이상)


*젠하이저 HDVD800 (큰 앰프)

: USB 연결에서 볼륨 노브 9시 방향


*그레이스 디자인 M900 (작은 앰프)

전원 어댑터 연결의 하이파워 모드에서 볼륨 55


숫자에서 볼 수 있듯이 스마트폰과 DAP에서는 볼륨을 꽤 올려야 합니다. (제품 사양표에서는 SPL 96dB, 임피던스 38옴) 즉, 에디션 8 EX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이라서 휴대용 기기 연결도 가능하지만, 거치형 헤드폰 앰프를 사용해야 중.저음의 양감이 살아납니다. 예를 들면 SR15의 3.5mm 연결에서는 체감상 중.저음이 평탄하고 고음이 샤프한 소리가 되는데, 차가운 소리의 HDVD800에서 들으면 더 차가워질 듯하지만 든든한 출력 덕분에 SR15보다도 중음의 선이 훨씬 굵고 저음 울림도 든든해집니다. 요컨대 꼭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헤드폰 앰프가 있어야만 제 소리를 내는 헤드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 고음 강조가 있고 소리 해상도가 매우 높은 헤드폰은 소스 품질에 까다롭기 마련입니다. 재생기 또는 음악 파일의 고음 품질이 좋지 않다면 에디션 8 EX는 그 거친 느낌을 그대로 전해줄 것입니다. 연결하는 재생기나 앰프가 지닌 음색 특징도 거의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런 면에서는 레퍼런스 헤드폰의 경향을 조금 볼 수 있습니다.


*효과와 필터를 통해 소리를 쿨하게 꾸며준다


어느 기기를 기준으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골랐습니다. 제가 음악 감상할 때 제일 만족감이 큰 것은 M900과 아날로그 연결된 바쿤 CAP-1003이었으나, 자신의 음색 특징이 매우 뚜렷한 에디션 8 EX 같은 헤드폰에는 음색 특징이 거의 없는 M900이 기준점으로 적합하다는 결론입니다. 바쿤 CAP-1003에서 에디션 8 EX는 중.저음이 은은하게 따뜻하며(가장 놀라운 변화!) 고음이 화사하면서도 질감이 매우 곱게 들렸습니다.


여러 기기를 통해서 감상해본 후 M900 감상으로 정리한 결과, 이 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소리의 높은 해상도'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헤드폰입니다. 제 생각에는 에디션 8에서 해상도 업그레이드 튜닝을 한 것이 에디션 8 EX인 듯합니다. 청각을 찌르지 않는 한계점까지 끌어올린 고음으로 최대한 깨끗하고 시원한 소리를 만듭니다. 이 점에서 에디션 15 시리즈와 크게 다르며, 에디션 11과는 정확히 반대의 성격을 지닙니다. 에디션 8 EX는 천연의 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효과'와 '필터'를 통해서 소리를 쿨하게 꾸며주는 헤드폰입니다.


"현란한 고음을 원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헤드폰.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시원하고 공간이 넓은 소리."



*고음이 뚜렷하지만, 차갑고 냉정한 헤드폰은 아니다


청취 초기에는 샤프한 고음 때문에 소리 선이 가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중음이 상당히 굵어서 점점 든든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남녀의 구분 없이 사람 목소리의 중심부와 낮은 부분이 따뜻해서 친근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리고 더 많은 음악을 들어보면 저음의 아래쪽이 상당히 강조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에디션 8 EX는 높은 저음을 평탄하게 두고 100Hz 근처만 완만하게 끌어올린 모양입니다. 재즈 연주에서 더블 베이스의 저음이 깊게 울리면서 포근한 기운도 남깁니다. 다만 100Hz 위쪽의 저음까지 울림이 이어지지 않아서 조금 간결한 인상이 되는 것입니다. 진동판의 티타늄 코팅이 뚜렷한 고음 강조를 만들고 있으나 중음과 저음은 인간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 맞다. 울트라손도 스튜디오 헤드폰을 만들고 있었지 라는 생각


울트라손의 에디션 시리즈는 청취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헤드폰들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려면 어느 정도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는 과감하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춰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에디션 11은 확실히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짙은 갈색톤의 저음형 사운드가 풍부한 잔향을 남기는 맛이 놀라울 정도였지요. 에디션 8 EX도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에디션 11처럼 과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소리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고음, 중음, 저음이 각각 뚜렷하게 들리도록 조절해둔 느낌입니다. 다른 에디션 시리즈가 그러하듯 평탄한 소리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서 주파수 응답 측정을 하면 몹시 다채로운 모양의 곡선이 나올 텐데요. 제가 듣기에 에디션 8 EX는 고.중.저음의 비중이 균일하게 잘 맞춰져 있습니다. 단, 고음이 더 선명하게 들리도록 중음과 저음이 조금 양보하는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평탄하지는 않지만 고.중.저음의 균형이 잘 맞고 소리가 몹시 쨍하게 들리는 점은 마치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 같습니다. 소리가 상당히 건조하게 느껴지는 점도 그렇고요. 그래서 울트라손 헤드폰의 감성을 좋아하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에디션 8 EX는 취향을 많이 탈 것입니다.


"에디션 15 시리즈가 범용적 올라운더라면 에디션 11은 저음형 헤드폰이며 에디션 8 EX는 고음형으로 들리는 밸런스형 헤드폰이다."



*조금 무서울 정도의 중음 집중 효과


보컬과 현악기 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가깝게 들립니다. (ㅇ_ㅇ)... 음색으로는 분명히 고음형 헤드폰이라고 할 터인데, 보컬과 현악기가 중심적인 곡을 들으면 중음의 공기가 귓구멍으로 훅 들어오는 기분이 듭니다. (이 느낌을 위해서 헤드폰 앰프가 필요함) 높은 중음부터 낮은 중음까지 중음 영역 전체가 골고루 강조되어 있어서 중음의 비중이 높은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들은 모두 선이 굵어지고 힘이 세지며 거리도 앞당겨집니다. 피아노 음이 머리 속에 띵~하고 울릴 만큼 강렬하게 부각되기도 하는데요. 트리오 또는 쿼텟 구성의 스탠더드 재즈 연주를 들어보면 피아노 연주가 제일 강하게 들립니다. 이는 음파를 유저의 외이도 입구(귓구멍)로 모아주는 S-Logic EX 구조 덕분이기도 합니다. 에디션 15 시리즈와 동일한 수준의 '중음 집중' 효과를 에디션 8 EX에서 경험했습니다.


*잘 튜닝된 티타늄 코팅 진동판의 장점


여러분 중에서 고음이 좋은 헤드폰에 관심이 많다면 그 이유 중 대부분은 여성 보컬의 매력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티타늄 코팅 진동판의 드라이버는 잘 튜닝하면 고음형 여성 보컬에 매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조금만 삐끗하면 자극적 고음을 내는 게 티타늄 코팅 진동판인데요. 에디션 8 EX는 이 점에서 비싼 값을 한다고 봅니다. 이 물건을 거치면 고음형 여성 보컬이 화려하고 예쁘게 업그레이드됩니다. (이 경험을 위해서도 헤드폰 앰프가 필요함) 여성 보컬이 예뻐질 뿐만 아니라 충실한 중음 덕분에 더 굵고 선명해지는 점도 좋습니다. 이는 여성 보컬의 기교와 더불어 성량을 풍부하게 더하는 효과입니다. 당연히, 고음 표현이 좋은 남성 보컬에게도 같은 장점이 적용됩니다.


바이올린 소리에는 화려함과 끈적함이 모두 추가됩니다. 제가 듣기에 원본의 바이올린 소리는 아니지만, 귀에 거슬리는 밝은 음색이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하는 화려함이 있으며 선을 굵게 보강하는 힘이 있습니다. 보잉을 유난히 세게 하는 연주자의 파가니니 카프리스를 듣는 것처럼 강하고 빠르며 직선적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바탕에서 연주의 고음 영역만 화려해지는 것입니다. 피아노와 첼로 연주도 바이올린과 비슷한 '에디션 8 EX 필터'를 거칩니다. 첼로 연주의 높은 음에서 더욱 현란한 느낌을 받게 되며, 피아노는 건반이 한 번씩 눌릴 때마다 맑은 울림이 크게 강조됩니다. 현악기의 소리에 미량의 크리스탈이나 크롬 코팅을 더해서 에디션 8 EX의 이어컵 표면처럼 광택을 내는 겁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오케스트라의 소리 전체가 굉장히 화려해지는 현상도 볼 수 있습니다.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에서 투명하고 건조한 잔향을 발견하다


샤프하고 차가운 소리인데 미묘하게 잔향이 있습니다. 응답 속도가 느린 것은 아니지만 고.중.저음 모두에서 곱게 갈아낸 유리 같은 입자가 발생합니다. 이는 감성적인 잔향이 아니라 투명하면서도 건조한 성격의 잔향입니다. 그런데 사운드 이미지가 대단히 깨끗합니다. 좌우 채널의 초점이 머리 속에서 명료한 수평선을 이루는 가운데, 초저음이 머리 둘레로 커다란 구체(공 모양)를 형성합니다. 하이엔드 헤드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처음 들을 때부터 장막이 완전히 걷힌 선명하고 깨끗한 소리가 나옵니다. 다만 자연스럽게 투명한 유리는 아니고 엄청나게 광택을 낸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래 쓰던 안경을 바꿔서 새 렌즈를 통해 훨씬 선명한 세상을 보게 됐을 때와 비슷합니다. 고운 유리 입자가 흩날리며 반짝이는 가운데 음악 속의 수많은 요소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오픈형 헤드폰처럼 물리적으로 넓어지는 공간


에디션 8 EX는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밀폐형 헤드폰인데 공간 확장 효과가 있습니다. 제 귀를 감싸는 이어컵의 바깥쪽으로 소리가 더 뻗어나가는 느낌입니다. (-_-)/ 그리고 실제로도 이어컵 외부에 숨겨진 포트를 통해서 소리 일부가 빠져나갑니다. (-_-)a 마치 오픈형 헤드폰처럼 물리적으로 추가된 공간감입니다. 또한 저음 강조가 없는 헤드폰이라고 하지만 초저음이 은근히 든든해서 음악의 넓은 배경을 만들어줍니다. 물리적 공간에 더하여 심리적으로도 더 확장된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음 때문에 독서실에서 쓰지 못하더라도 이 훌륭한 공간감은 누음을 감안할 만한 가치가 있군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콘서트홀 녹음 음반을 들으면 드넓게 펼쳐지는 실내 공간의 면적이 현장감을 더합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들어진 영화 사운드 트랙을 들어봐도 규모의 웅장함보다는 커다란 공간의 울림으로 즐거움을 얻게 됩니다.



*이 입체감은... 3-Way 네트워크라도 적용한 것인가?


고음, 중음, 저음 모두가 강조되거나 약화된 부분이 있어서 음색이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이 헤드폰의 개발자가 딥(Dip)과 피크(Peak)를 마음껏 활용해서 만든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또 다른 장점으로 이어지는데요. 각 음 영역이 훨씬 뚜렷하게 들릴 뿐만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오는 듯한 입체감을 연출합니다. 실제로는 한 개의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재생하는 중이지만, 체감으로는 3-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를 엮어서 재생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현실에서는 밀폐형 헤드폰을 쓰고 듣는 중인데 머리로 떠올리는 장면은 거실 넓이의 오디오 전용 룸에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한 쌍으로 듣는 상황입니다. 역시, 울트라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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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inzi Imfinzi님 포함 1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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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연금술사... 제목때문에 추천드리고 갑니다. ㄷㄷ
19:30
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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