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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댄 클락 오디오 스텔스, 메타 물질로 만들어낸 입체적 플랫 사운드와 공간감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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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클락 오디오(Dan Clark Audio)가 미스터 스피커즈(MrSpeakers)였던 시절부터 정식 리뷰를 진행해왔으나, 이번에는 개인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대가 없이 제품 대여로 후기를 써본다. 오래 전에는 본인이 택배비를 부담하고 독자 여러분으로부터 제품을 빌려서 청음 후기를 쓰기도 했는데, 그러한 개념으로 댄 클락 오디오 판매처에게 제품 대여를 요청한 것이다. 댄 클락 오디오의 새로운 하이엔드 헤드폰 '스텔스(Stealth)'에는 AMTS(Acoustic Metamaterial Tuning System)라는 이름의 메타 물질(Metamaterial)이 처음으로 적용됐기에 직접 효과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여기에서 메타 물질이라는 것은 뭔가 특수한 소재는 아니지만 일반 소재를 복합적 구조 또는 패턴으로 만들어서 자연의 물리 법칙에 반하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그 중에서 댄 클락 오디오의 AMTS는 '음파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메타 물질 기술'로 볼 수 있다.



헤드파이 애호가라면 DCA 스텔스의 높은 가격대를 잘 아실 것이다. 이번 후기에서는 스텔스의 패키지 구성과 디자인을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으나, 만약 구입한다면 아래의 사진처럼 커다란 가죽 박스가 제공된다. 이 가죽 박스는 실내 보관용이며 스텔스는 대형 헤드폰이면서도 아주 작게 접히기 때문에 작은 하드 케이스에 담아서 휴대할 수 있다.



스텔스의 하드 케이스는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서 헤드폰 본체만 딱 들어간다. 그래서 케이블을 분리하여 별도 휴대해야 하는데, 어차피 헤드폰 케이스 속에 케이블을 같이 넣으면 플러그에 헤드폰의 금속 부분이 긁힐 수 있으므로, 케이스의 부피를 줄이고 케이블을 따로 두는 게 나을 듯하다. 케이블 분리와 결합이 매우 쉬우며 커넥터에 부담을 주지 않으니 걱정 말고 분리해주자. (*커넥터 규격은 Aeon, Ether 시리즈와 동일하다.)



6.3mm 플러그의 기본 케이블은 상당히 두꺼운 편인데 피복이 부드러운 직조물이며 선재도 유연해서 다루기에 편하다. 또한 길이가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우니 헤드폰을 착용했을 때에도 부담이 없다.



Aeon 헤드폰을 사용해봤다면 스텔스의 생김새가 몹시 친숙할 것이다. 스텔스의 기본 형태와 폴딩 구조는 Aeon과 거의 동일하다. 대형 헤드폰이면서도 원터치 폴딩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사항은 모두 다르다. 스텔스는 댄 클락 오디오 내부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이어컵의 뼈대를 이루는 금속 프레임은 굉장히 튼튼하고 묵직하며, 드라이버에는 두 배로 늘어난 자석 패널이 담겨 있다. 그래서 415g의 무게가 됐는데 이는 댄 클락 오디오 헤드폰 중에서는 무거운 편이지만 평판형 자석 헤드폰 중에서는 아주 가벼운 편에 속한다. 또한 헤드밴드는 빨강색 스티치를 넣은 가죽 소재라서 더욱 고급스럽다.



*주의 사항 : 스텔스를 접고 펼 때는 언제나 두 이어컵을 한 번에 붙잡고 다뤄야 한다. 한 쪽 이어컵만 잡고 헤드폰을 들어올리면 힌지 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이어컵이나 헤드밴드 구동축이 서로 긁힐 수도 있다. 제품 디자인이 원래부터 좌우 이어컵을 붙여서 다루도록 되어 있으니 몇 번 사용해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이어패드는 테두리가 인조 가죽이며 내부는 스웨이드 소재로 되어 있다. 귀 둘레로 닿는 감촉이 뽀송해서 좋고 이어패드의 쿠션도 푹신해서 편안하다. 그리고 헤드밴드의 가죽 해먹 부분이 머리 크기에 맞춰서 늘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착용할 수 있겠다.



이 제품의 구조는 완전 밀폐형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소음 차단이 되며 소리가 새어나가지도 않는다. 단, 누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카본 파이버로 된 이어컵 배플(Baffle)의 위쪽에 한 개의 작은 포트가 있는데, 금속 메쉬로 가려져 있으며 안쪽에는 구멍이 아니라 일종의 필터가 보인다. 짐작하건대 이어컵 내부의 공기를 방출만 하고 유입시키지는 않는 부품일 것이다. 혹시 독서실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나 락을 크게 듣는다면 이 포트에서 작게 나오는 '칙칙' 소리에 옆 사람이 조금 거슬린다며 볼륨을 낮추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집에서 가족들이 잠든 밤에 혼자 듣는 용도로는 매우 좋다.




SOUND



*헤드폰 앰프를 준비하자


DCA 헤드폰들은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낮지만 드라이버 감도 역시 낮아서 구동하기 어려운 편이다. 임피던스 23옴의 스텔스도 그렇다. 많은 헤드폰 앰프들이 낮은 임피던스에서 높은 출력이 나오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둔 모양이다. 그래서 코드의 모조, 휴고 같은 휴대용 헤드폰 앰프가 오히려 잘 맞을 수도 있다. 출력의 숫자는 작지만 볼륨을 충분히 올리면 임피던스 매칭이 된다는 뜻이다. 덩치가 큰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도 스텔스는 볼륨을 많이 올려줘야 한다. 작은 헤드폰 앰프의 경우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의 헤드폰잭에서 볼륨 70 정도면 진동판이 골고루 털리는 느낌이 든다. (최대값은 99.5) 조금 큰 앰프인 젠하이저 HDVD800에서는 볼륨 노브를 11~12시 방향으로 올렸다.



*강건한 외관과 일치하는, 굵고 강하며 빠른 소리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헤드폰의 외관은 소리 특징과 연결될 때가 많다. 스텔스는 '외관이 곧 소리'라고 해도 되겠다. 카본 파이버 패널과 강건한 금속 뼈대의 이어컵 만큼이나 소리도 강력하고 튼튼한 헤드폰이다. Aeon, Ether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르다! 저음 펀치가 짧고 단단하게 바뀌었고 고.중음이 더욱 강해졌다. 이번 후기에서는 새 제품을 빌렸지만 댄 클락 오디오는 고급형 모델의 판매 전에 드라이버 진동판을 풀어두는 번인 룸(Burn-in room)을 운용하므로 기본적인 에이징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10시간 정도 음악을 틀어둔 후 다시 들어봤는데 소리 변화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 후 2주 가까이 사용해본 현재도 마찬가지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풀어지는 소리를 기대하면서 계속 음악을 틀어두는 것은 권하지 않겠다.


근래 사용해본 고가의 헤드폰들 중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빠르며 고래 힘줄처럼 선이 굵은 소리를 내는 제품이다. 하만 타겟 곡선 때문에 수많은 헤드폰들이 크게 부풀어오른 저음을 들려주는 상황에서, 평탄한 저음의 깔끔한 소리를 간절히 원해왔다면 스텔스가 마음에 들 것이다. 그러나 라우드 스피커 느낌의 헤드폰 소리를 선호해온 사람이라면 스텔스의 초기 청취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섬뜩할 정도의 초고해상도 사운드가 몰려오는데, 저음은 돌덩이처럼 단단하면서도 완전 평탄하고, 고음과 중음은 선이 어찌나 굵은지 소리를 고막에 직접 새기는 듯하다.


*초고해상도의 정점을 찍는다


음악을 정밀하게 분해하는 스튜디오 모니터 사운드 그 자체인데 성능이 그야말로 괴물급이다.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도 94dB 기준으로 20~20,000Hz 범위가 모두 0.03% 미만이라고 한다. (1kHz에서 0.1% 미만이 아니라...!) 감성적 부분을 제외하고 오로지 초고해상도의 사운드를 원한다면 거의 최강이 되겠다. 이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의 하이엔드 헤드폰들이 어느 정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성향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을 배려하는 반면, 댄 클락 오디오의 뉴 플래그쉽 헤드폰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초고성능의 장비가 될 듯하다. 다수의 하이엔드 헤드폰을 수집하는 사람에게는 스텔스가 '강하고 냉철하고 짜릿한 하드코어 사운드'의 표본이나 다름없다. 메제 엘리트로 자연 악기 소리를 들으며 휴식하다가 DCA 스텔스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듣는다면... 느긋하게 온수로 샤워하다가 보일러가 꺼져서 냉수를 뒤집어쓰고 펄쩍 뛰면서 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 되겠다. 본인이 최근 사용해본 고급 헤드폰들과 비교하면 그 정도로 소리의 온도차가 크다.


*두꺼운 목판에 굵은 조각도로 새기는 깊은 선


스텔스의 주파수 응답 형태는 AMTS를 통해서 철저히 설계된 결과물이다. 과거의 측정 기준으로 본다면 정확도 최고 수치의 플랫 사운드가 될 수 있겠는데... 소리의 선이 굉장히! 굵다!! 느낌표를 연달아 넣어야 할 정도로 강렬한 특징이다! 다른 헤드폰들이 붓으로 한지에 선을 긋는다면 스텔스는 굵은 조각도로 두꺼운 목판에 깊은 선을 새긴다. 듣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나는 소리인데, 소리의 자극이 있어서 잠이 깨는 게 아니라 소리가 굉장히 강렬하고 뚜렷하게 '각인'되어서 눈을 부릅뜬다.



*청취할수록 신기하고 만족스러운 AMTS의 고음


AMTS는 고음 영역의 세밀한 튜닝을 위해 만들어진 메타 물질이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는 구조 상 진동판을 극히 얇게 만들 수 있어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도 본질적으로 정교한 고음 재생에 유리하다. 이런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고음을 일반적인 필터가 아닌 육각형 구멍을 촘촘히 뚫어둔 부품으로 조절한다. 이 육각형 구멍들은 크기, 깊이, 위치가 모두 헤드폰 제작자의 의도대로 프로그래밍된 것이며 고음 영역 전반의 피크(뾰족)와 딥(움푹)을 다듬어준다. 그 결과는 청각에 달콤한 기운이 돌 만큼 재생 타이밍이 잘 맞으며 극도로 선명한 고음이다. 고음 자체의 음색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지만, 고음의 에너지가 강하면서도 몹시 정밀하고 정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준수한 DAC와 헤드폰 앰프만 준비한다면 스텔스는 최상급 품질의 고음을 들려줄 것이다. 이 점은 이 헤드폰의 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크게 만족하게 되는 특징이다. 첫 청취부터 최소 며칠 동안은 스텔스의 차가운 느낌에 적응해야 했는데 그 후로는 점점 살아나는 각별한 고음의 맛에 취할 수 있었다.


*깊은 울림과 단단한 펀치의... 평탄한 저음?!


능숙한 복서가 날리는 잽처럼 빠르게 끊어서 치는 저음 타격도 신기하다. 부드럽고 풍만하게 펼쳐지는 포근한 저음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소리의 높은 해상도를 위해서 저음을 매우 평탄하게 다듬어두었다. 논리적으로 보면 단단하게 강조된 저음인데, 체감으로는 '리얼 플랫 베이스'나 다름없다.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높은 저음과 초저음의 일부가 조금 강조될 듯하지만 적어도 본인의 체감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평탄한 저음이다. 초저음의 깊은 울림과 저음의 단단한 펀치를 유지하는 플랫 베이스라니... 실로 낯선 경험이다.


*개방형 헤드폰 수준의 공간감 + 멀티 채널 입체감


이렇게 저음이 절제되었다면 초저음이 연출하는 공간 확장 효과가 없을 터이다. 그러나 밀폐형 헤드폰인 스텔스는 AMTS를 통해서 개방형 헤드폰처럼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AMTS의 육각 구멍들은 모두 위쪽을 향하고 있는데, 음파를 유저의 귓바퀴 위쪽으로 올려서 보냄으로써 심리적으로 크게 확장된 공간을 인식하게 만든다. 물리적인 개방이 없어서 지금 밀폐형 헤드폰을 쓰고 있다며 인지할 뿐, 소리만 들으면 수평선으로 넓게 펼쳐진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리게 된다. 공간이 넓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드라이버를 여러 방향에 두고 듣는 듯한 입체감도 크다. 명확하고 정밀한 소리의 스피커들을 4채널 이상으로 배치하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앞쪽의 스테레오 채널이 넓은 간격을 두고 있으며 머리 옆과 뒤쪽에도 또 다른 스테레오 채널이 존재한다. 즉, 이 헤드폰은 물리적으로 크로스피드 또는 멀티 채널의 효과를 만든다. 앞서 언급한 고음의 달콤한 감흥에 이어서 이 공간감과 입체감이 스텔스를 점점 듣기 즐거운 헤드폰으로 정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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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들과 확실히 다른 소리로 승부한다


이 쯤에서 간단한 비교 요약을 해본다. 최근 사용해본 고가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세 개 - 메제 엘리트, 오디지 LCD-5, 댄 클락 오디오 스텔스의 비교다.


메제 엘리트

매우 부드럽고 편안하며 공기 느낌이 좋은 소리


오디지 LCD-5

초고음과 초저음이 확장된 플랫 사운드에 탁 트인 개방감을 더한 소리


댄 클락 오디오 스텔스

초고해상도 플랫 사운드의 밀폐형 헤드폰인데 개방형 헤드폰처럼 넓은 공간감 보유


본인이 생각하는 스텔스의 셀링 포인트는 '굵고 강한 플랫 사운드', '괴물 같은 초고해상도', '놀라운 공간 묘사와 입체감'이다. 프로 오디오의 목적에서는 고성능 레퍼런스 헤드폰이 되겠고, 헤드폰 애호가 사이에서는 매우 평탄하고 굵은 소리를 원하는 이들에게 축복이 되며, 자극과 스릴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명품 액션의 SF 영화 한 편이 될 것이다. 부드럽고 편안한 소리로 처음부터 청취자를 매혹하는 헤드폰은 아니지만, 감상을 계속할수록 귀에서 떼어내기가 어렵게 되는 중독적 소리의 헤드폰이기도 하다. ■



*이 후기는 자발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제품은 케이원에이브이로부터 대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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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ey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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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초기작들에 비해 확실히 좋아보이네요

18:17
21.12.13.

너무너무 궁금한 제품입니다ㅠ... 리뷰 잘 읽었습니다!

12:45
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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