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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엠파이어 이어스 레전드 EVO, 하이엔드 사운드에 불어오는 골전도 드라이버의 순풍

루릭 루릭
2317 2 4


*제품명

엠파이어 이어스 레전드 EVO (Empire Ears Legend EVO)


*특징

채널당 5 BA + 2 DD를 탑재하고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를 더한 이어폰 (8 드라이버)

밸런스드 아머처, 다이내믹 드라이버 + 골전도 드라이버 = 전대미문의 이중 전도 설계

PW 오디오 제네시스 케이블이 기본 구성품


*장점

골전도 드라이버의 초고음, 초저음 확장 효과

고.중음 마스킹 없이 청취자의 두개골에서 진동하는 초저음

세 종류의 드라이버 소리를 자연스럽게 조합했음

빠르고 강한 성향으로 스릴 만점의 음악 감상

굵고 진한 선의 중음

공기 느낌을 살리는 시원하고 맑은 고음

드라이버 감도가 높아서 구동하기 쉬움

커스텀 케이블의 추가 지출이 없어도 될 듯


*단점

골전도 드라이버의 고음이 만드는 미량의 밝은 음색 (좋은 특징이기도 함)

카드를 긁을 때 두개골이 진동하는 가격


*요약

BA + DD 하이브리드의 소리에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의 소리를 덧씌웠다. 엠파이어 이어스 특유의 굵고 진하며 빠르고 강한 소리인데 생생한 공기 느낌과 강렬한 초저음 진동이 색다르다.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초저음을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의 자연스러운 소리로 경험할 수 있다.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레전드 X의 후계자를 만들었다고 하길래 '정전형 트위터라도 추가했나~'하며 박스를 열었다. 유광 검정색의 유니버설 핏 IEM(인이어 모니터)인데 쉘 위쪽 내부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원형 금속 케이스의 새로운 드라이버인데, 엠파이어 이어스가 작정하고 대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넣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의 미천한 예측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해외 웹을 한참 탐색한 후에야 구조를 알게 됐는데 밸런스드 아머처와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골전도 드라이버'를 추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골전도 드라이버를 서브 우퍼가 아닌 고.중.저음의 '풀레인지'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소리를 공기와 뼈로 동시에 전달한다고 해서 '이중 전도 기술(Dual Conduction)'이라고 부른다.



골전도 이어폰이라고 하면 대개는 귀를 막지 않아서 스포츠 또는 업무 상황에 알맞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통신용으로 헬멧 내부에 장착되기도 한다) 그러나 엠파이어 이어스는 하이엔드 인이어 모니터의 쉘 내부에 풀레인지 재생용의 골전도 드라이버를 부착해서 BA + DD 하이브리드 사운드에 더해지도록 설계했다. 음악 재생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골전도 드라이버이지만, 소리 전달에 매우 유리한 기술이라는 점도 사실이기에 본인은 귓구멍이 오싹해졌다. 골전도 드라이버의 존재 이유를 IEM과 결합한 엠파이어 이어스 제작자의 발상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두개골을 바로 울리는 듯한 이 초저음의 진동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전형 트위터와는 또 다른 공기를 형성하는 초고음도 신기하다. 이것은 레전드 X의 후계자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발명이라고 하겠다. 이것이 바로 엠파이어 이어스 '레전드 EVO'다.




고급진 기본 케이블, 쉘 내부로 보이는 골전도 드라이버 W10


레전드 EVO의 패키지는 다른 엠파이어 이어스 제품들과 비슷하다. 하얀색의 하드 박스에는 단단한 금속 소재의 케이스(판도라 케이스)와 파이널의 E 이어팁 세트가 들어 있다. 귀지 청소 도구와 클리닝 헝겊도 있으니 챙겨두자. 케이스 내부는 탱탱한 실리콘 완충재가 덮여 있어서 이어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먼저... 기본 포함된 케이블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구리색 선재와 파랑색 선재가 조합된 부드러운 피복의 4심 케이블인데 4.4mm 펜타콘 커넥터와 2핀 커넥터가 보인다. 이 케이블에 대한 정보를 찾기 전에 순전히 소리 만으로 가치 평가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펙트 오디오 마에스트로 2.5mm 케이블을 레전드 EVO에 연결해서 청취해본 후 기본 케이블로 바꿔서 들어봤다. 한 마디로 말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본 케이블로 바꾸는 순간 소리의 모든 것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에야 케이블 종류를 확인해보니 PW 오디오의 '제네시스(Genesis)'라는 케이블이며 24AWG OCC 순동선 소재임을 알게 됐다. 사전 정보 없이 비교 청취했을 때 느낀 바로는 제네시스 케이블이 상당히 비쌀 것이라고 확신했다.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이어폰에 연결하는 2핀 커넥터 플러그에 좌우 표기가 없다. EMPIRE 로고가 바깥으로 보이도록 착용하면 좌우가 맞게 되니 참조해두시라.



*참고 : PW 오디오 제네시스 케이블을 타사 이어폰에도 연결해서 비교 청취해봤는데, 이 케이블은 소리 해상도를 올려주고 질감을 곱게 다듬어주며 저음 울림을 깊게 만드는 성향이 있다. 이 점이 레전드 EVO의 소리와 잘 어울린다.



레전드 EVO의 제네시스 케이블은 4.4mm 커넥터가 기본이다. 이후 다른 커넥터 옵션을 제공할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은 4.4mm 연결이 되는 재생기나 앰프가 없으므로 두 가지의 변환 젠더를 활용했다. 헤드폰 앰프의 3.5mm 연결에는 센디 오디오의 케이블 변환 젠더를 쓰고, 아스텔앤컨 SR15에는 이펙트 오디오 AKA를 투입한 것이다. 요즘 나오는 신형 아스텔앤컨 DAP들은 4.4mm 커넥터가 포함되지만, 이전 모델에서는 AKA가 소리를 깨끗하게 다듬으면서 4.4mm로 변환해주는 고품질 액세서리로 통하겠다. 인터넷으로 봤을 때에는 무슨 쓸모가 있나 했는데 실제로 써보니 쓸모를 알 것 같다. 센디 오디오의 3.5 to 4.4 변환 젠더는 준수한 구리 선재로 음색 변화 없이 신호 변환을 해서 이번 감상에 큰 도움을 줬다.



레전드 EVO의 쉘과 페이스 플레이트는 여러 커스텀 이어폰들이 그러하듯 광이 좔좔 흐르는 유광 아크릴로 되어 있다. 유니버설 이어폰도 커스텀 이어폰과 동일하게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연마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올블랙의 외관은 비교적 평범하지만 좌우 페이스 플레이트에 들어간 골드 컬러의 엠파이어 로고와 EVO 로고는 꽤 멋지다. 특히 EVO 로고는 쉐보레 콜뱃의 로고가 떠올라서 더 남자답게 다가오는 듯하다.



올블랙 컬러의 쉘이지만 반투명 소재라서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면 내부의 드라이버를 볼 수 있다. 채널당 5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와 함께 2개의 W9+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보이는데, 가장 낯선 부분은 쉘 위쪽에 들어 있는 W10 골전도 드라이버일 것이다. 이것은 쉘 내부에 바로 붙어 있어서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지 않아도 그냥 보인다.



*참고 : W9+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이어폰을 귀에 단단히 끼울 때 진동판 튀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제품 성능이나 수명과는 관계없는 현상이므로 안심하기 바란다. 본인도 W9 드라이버가 있는 브라바도 1세대를 오랫동안 쓰고 있는데 이어폰 착용에서 진동판 튀는 소리가 들려도 지금껏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W10' 또는 '웨폰(Weapon) X' 드라이버는 레전드 EVO에서 최초로 적용된 풀레인지의 골전도 드라이버다. W10은 진동 발음체를 스테인리스 스틸(SPCC, 냉간 압연 강판) 하우징에 담고 있으며, 내장된 자석도 매우 강해서 이어폰 좌우 유닛을 가깝게 두면 저절로 붙는다. 유저의 귀 위치로 보면 가장 앞쪽으로 5 BA가 있고 그 옆으로 2 DD가 있으며 가장 뒤쪽에 골전도 드라이버가 있는 구조다. 이처럼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를 함께 담았으니 이어폰 내부의 공기 흐름 조절도 까다롭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쉘 위쪽의 작은 구멍 세 개와 더불어 하단에 추가로 세 개의 구멍을 일렬로 뚫어두었다. (Tri-Port Exhausts) 이렇게 포트가 많지만 의외로 소음 차단 효과는 좋은 편이다. 음악을 틀지 않고 이어폰만 착용하고 있어도 주변 소음이 줄어든다.




SOUND



*의외로 울리기 쉬운 트라이브리드 이어폰


지금까지 접해본 하이브리드 구성의 이어폰들은 드라이버 감도가 적당히(?)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조합한 트라이브리드(Tribrid) 이어폰 - 레전드 EVO는 임피던스가 4.5옴으로 매우 낮으며 체감되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다. 제품 사양에서는 103dB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약한 힘으로도 쩌렁 쩌렁 울리는 수준이라서 3.5mm 언밸런스 변환을 해서 들어도 재생기의 볼륨을 낮춰야 했다. DAP 또는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바로 끼워서 듣기에 딱 좋은 이어폰이라고 하겠다. 센디 오디오 변환 젠더를 통해서 LG V20에 연결하니 볼륨 25에서 감상하게 됐고 소리의 느낌도 아주 좋았다. 레전드 EVO를 구입한다면 당연히 고가의 DAP와 사용하겠지만 혹시 LG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면 멋진 매치업으로 추천하겠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USB Audio Player Pro의 다이렉트 재생으로 들으면 소리 선이 굉장히 두터워지며 저음의 펀치가 더욱 강력해진다.


4.4mm 연결의 소리가 궁금해서 청음 매장으로 달려가 아스텔앤컨 SP2000T에 연결하여 감상해보기도 했다. 이펙트 오디오 AKA를 거쳐서 SR15로 들을 때와는 달리 중.저음이 훨씬 세게 들렸다. 진공관 앰프와 OP 앰프 모드를 오가며 들어도 확실히 SP2000T의 힘이 레전드 EVO에게 조금 넘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SP2000T의 오너에게는 본인이 작성하는 감상문의 묘사보다 중.저음이 더욱 강하게 들릴 것이다. (이 정도 파워가 적정 수준이라고 여기는 유저도 많을 듯)



*5 BA + 2 DD로 쾌속 순항하는데 골전도 드라이버로 순풍을 불어준다


채널당 9-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와 8 드라이버인데 구성이 독특하다. 5 BA + 2 DD로 5~20,000Hz 영역을 재생하며, 동시에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 웨폰 X (W10)으로 5~35,000Hz 영역을 덧씌워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공기의 전도와 뼈의 전도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 전도 기술이다. 이 이어폰을 사용하면 유저의 귓구멍 속 공기와 머리의 뼈로 소리가 모두 전달된다.


이에 대해서 레전드 EVO의 상세 페이지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해본다. - 인간의 청각 시스템은 귀의 외부, 중앙, 내부로 구성된다. 공기를 통한 소리 전달은 귀의 외부와 중앙을 거쳐서 귀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고막을 울리고 감각 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뼈를 통한 소리 전달은 귀의 외부와 중앙 부분을 건너뛰고 두개골에 바로 진동을 울려서 귀 내부의 감각 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직접적 전도는 청취자에게 저음을 효율적으로 전할 뿐만 아니라 20kHz 너머의 초고음 인식도 가능하게 만든다. - 그러나... 헤어밴드 또는 귀걸이 같은 모양새의 블루투스 골전도 이어폰을 써봤다면 '정말 그런가...'하고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겠다.



레전드 EVO는 골전도 이어폰이 아니다. BA + DD 하이브리드 사운드에 어시스트 개념으로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를 더한 제품이다. 그리고 헤어밴드나 귀걸이가 아닌 사람의 귓구멍 안쪽을 채우는 인이어 모니터이므로 진동 전달도 효율적일 것이다. 골전도 드라이버를 인이어 모니터의 쉘 내부에 부착해서 이어폰 하우징 전체를 통해 소리를 퍼트리기 때문이다. 종류가 완전히 다른 드라이버의 소리를 모든 주파수 영역에 걸쳐서 덧씌우는 것이니 사운드 튜닝이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레전드 EVO의 소리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제품 설명에서는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가 이미징, 사운드 스테이지, 디테일 묘사, 저음 확장, 울림 효과 등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체험하고 생각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를 더한 결과


Purity

소리의 순수성 추구 /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 / 해상도 향상


Taste

음악을 즐기게 하는 새로운 맛 / 거친 질감 없이 섬세하고 미려하며 달콤한 느낌


Breakthrough

테크놀러지와 아이디어로 소리 전달 한계의 돌파구 발견


오디오 제품들은 개인의 감각과 노하우에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면서 계속 발전해간다. 레전드 EVO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중 전도 기술은 엠파이어 이어스의 다른 모델에도 적용되어 전반적인 소리 향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쉽게 말하면... 5 BA + 2 DD로도 쾌속 순항이 가능한 범선인데 뒤쪽에서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가 순풍을 불어주는 셈이다. 전기 자전거를 탈 때 페달링을 하다가 오르막을 만나면 모터에서 힘을 후욱 불어넣어주는 기분과도 비슷하다.


즉, 레전드 EVO는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섞었지만 소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주체는 공기 전도를 담당하는 BA + DD 하이브리드 영역이다. 풀레인지 골전도 드라이버는 이 하이브리드 사운드의 초고음과 초저음을 보강하며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적어도 본인의 청취 느낌으로는 그렇다.



*낯설고도 듣기 좋은 고음의 색채


밸런스드 아머처 트위터와 골전도 드라이버의 초고음은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처럼 색다른 공기를 형성해준다. 그리고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와 조합된 골전도 드라이버의 초저음은 다른 하이엔드 이어폰에서 느껴본 적 없는 '생소하게 깊고 강한 울림'이다. 단, 음색이 조금 낯선 느낌도 있다. 고음에서 미세한 인공적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데, 골전도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고음이 푸르스름한 색을 만드는 모양이다. 10kHz 근처의 고음 뿐만 아니라 7kHz 아래의 낮은 고음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음색이다. 굳이 비유한다면 정전형 트위터가 조합된 트라이브리드 이어폰 음색에 미량의 밝은 색감을 더한 정도라고 하겠다. 이는 레전드 EVO의 즐거운 개성이 되기도 한다. 드럼의 하이햇 소리를 유난히 시원하고 맑게 들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여성 보컬의 비음(콧소리)을 청아하게 만들어주는 점도 좋다.



*아무리 크게 울려도 흩어지지 않는 초저음


고음, 중음, 저음이 각각 조금씩 강조된 W 모양의 소리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이 더욱 확장되어 현장의 공기가 크게 살아난다. 심리적 공간이 매우 넓게 펼쳐지면서 가상의 오디오 룸을 머리에 형성해준다. 이 오디오 룸 효과는 대부분 초저음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첫 청취부터 차원이 다르게 강조된 초저음에 놀랐다. 뼈에 곧바로 뿌리는 초저음이라서 아무리 크게 울려도 흩어지지 않는 것이다. 듀얼 DD의 고밀도 저음에 골전도 드라이버의 진동형(?) 초저음이 더해지면서 머리 둘레와 귀 아래쪽으로 저음의 웅장한 에너지가 펼쳐진다. 이는 점성 높은 액체의 감촉에 가깝다. 귓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저음의 공기보다도 머리 자체로 전해지는 초저음 진동이 더 강한 것이다. 오디오 룸의 바닥으로 거대한 초저음의 용암이 흐르고 있다. 단, 음의 온도가 뜨겁게 왜곡되지 않는 서늘한 용암이다.


단단한 액체로 표현할 만큼 중음과 저음의 밀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본인이 사용해본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 중에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조합한 제품들은 모두 그러했다. 멀티 밸런스드 아머처 이어폰들의 저음에서 느끼는 포근한 기체의 감촉도 좋지만, 고막과 외이도 내부로 끈적하게 차오르는 듯한 고밀도의 감촉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만 나오는 듯하다.



*굵은 붓으로 확 긋는 선


레전드 EVO의 보컬과 현악기 소리는 엠파이어 이어스에서 추구하는 '굵고 진한 선'을 대표한다. 붓 글씨를 예로 들어보자. 가느다란 붓으로 작은 글씨를 정교하게 쓰는 것과 커다란 붓으로 굵은 한 줄을 확 긋는 것의 차이다. 레전드 EVO는 커다란 붓 그 자체다. 중음 영역이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으며 그 선이 무척 굵고 진하다. 남성 보컬과 여성 보컬, 바이올린과 첼로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큰 붓의 박력 넘치는 선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제품의 멀티 드라이버와 복합적인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다수의 보컬과 현악기가 등장하는 곡에서 입체감을 만든다. 한 명이 중앙에서 노래하고 뒤에서 합창단이 들어올 때, 레전드 EVO는 메인 보컬의 목소리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합창단의 목소리가 주변을 에워싸는 기운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완전히 분리된 초저음 영역


강조된 저음이 고.중음을 가리는 마스킹 현상이 없다. 보통은 '거의 없다'는 방어적 화법을 쓰겠으나 이번에는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듀얼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이 과도하지 않으며 초저음이 뼈로 전달되기 때문인 듯하다. 서브 우퍼의 초저음 영역이 다른 음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으로, 재생 타이밍은 동기화되어 있는데 고음, 중음, 높은 저음 영역이 초저음의 울림에 가려지지 않는다. (출력이 높은 DAP나 헤드폰 앰프에서 4.4mm 밸런스 연결로 듣는다면 마스킹 현상이 조금 생길 수 있다. 방어적 화법이 아니라 실제로 느낀 점.)


이를 바탕으로 굉장히 높은 소리 해상도와 음 분리 능력도 보여준다. 다수의 드라이버를 촘촘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로 엮는 목적은 그만큼 주파수 영역을 세밀하게 최적화하는 것이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이어폰을 만드는 Jack Vang씨는 이 부분에서 탁월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감상해본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들의 공통점이며, 골전도 드라이버를 추가한 레전드 EVO도 그러하다.



*밸런스형 사운드에 거대한 초저음을 더한 것


이 제품의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는 다른 IEM과 비슷하게 고음이 뾰족하고 저음과 초저음이 높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올 듯하다. 그러나 하만 타겟 곡선을 고려하고 사람의 심리를 생각한다면 레전드 EVO의 소리는 고.중.저음의 균형이 매우 훌륭하며 의도적인 특색을 지니지 않는다. 요즘의 음향 측정 기준이라면 이 소리는 '밸런스형 사운드에 초저음 강조를 더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그래서 레전드 EVO는 재생기, 앰프, 케이블 등의 소리 특징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레퍼런스(기준점) 개념의 이어폰이기도 하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음색 특징이 없는 프로 오디오 장비보다는 뭔가 더 짜릿하고 강한 특징이 있는 헤드파이 시스템에서 레전드 EVO를 사용하는 게 좋겠다. DAP를 고를 때에도 조금 더 출력이 높고 소리 특징이 강한 제품을 권하고 싶다. 분명히 레퍼런스 개념이지만 레전드 EVO의 본성과 사용 목적이 다른 쪽에 있기 때문이다.



*굵다, 진하다, 빠르다, 강력하다!


기능은 레퍼런스인데 본성은 빠르고 강한 음악 감상의 쾌감을 노리는 이어폰이다. 이 점은 레전드 EVO를 '스릴 만점의 올라운더 이어폰'으로 만든다.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어떤 곡이든 강렬한 초저음과 함께 초고해상도의 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하이엔드 IEM 회사들은 사장이 혼자 이어폰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한 명이 소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향과 목표가 모든 이어폰에 골고루 담긴다. 가격대가 다르고 소리의 품격이 다르더라도 일관된 사운드 시그니처를 유전자처럼 공유하는 것이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사운드 시그니처에는 굵고 진한 선, 충실한 중음, 빠른 응답 속도가 포함된다. 예를 들면 선명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비전 이어스와 달리 엠파이어 이어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고 강한 인상이 있어서 음악 감상이 더욱 짜릿하고 스릴 있게 된다. 레전드 EVO는 레전드 X와 오딘(Odin)에서 보여주었던 굵고 진하며 빠르고 강력한 소리 특징을 유지한다. 거기에 울림의 차원이 다른 초저음과 새로운 공기 느낌의 초고음을 더했으니... 평화롭게 감상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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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마호 연월마호님 포함 2명이 추천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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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 로고에서 트랜스포머 느낌이..!
23:12
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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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해보니 정말 정말... 좋더군요.. 
 지금은 레전드 x se 사용중인데 여유만 있다면 넘어갈것 같습니다..

19:32
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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