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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퀘스타일 CMA 피프틴, DAC 업그레이드와 MQA 풀 디코딩을 더한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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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밀도, 아주 굵은 선, 진하고 깊은 맛의 고해상도 사운드를 지닌 하이엔드 DAC 헤드폰 앰프.

MQA 풀 디코딩으로 타이달 유저에게 더욱 매력적인 제품이다."


전용 오디오 룸에서 커다란 스피커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를 음미하고 싶다. 그러나 음향 장비 견적과는 별개로 부동산과 인테리어 시공이 개입되는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찌 보면 총 견적 1,000만원 미만으로 최상급 하이파이 오디오를 자신의 머리에 설치할 수 있는 헤드폰 시스템은 차라리(?) 마음 편하고 저렴한 솔루션일지도 모른다. (*총 견적 100만원으로도 준수한 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너무 큰 부담은 갖지 말자. 그러나 가격이 올라갈수록 소리도 인상 깊어지는 점은 냉엄한 현실이다.) 또한 헤드폰 시스템은 음악에 완전 집중하는 용도 뿐만 아니라 PC로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보조적 역할도 수행한다. USB DAC를 내장한 헤드폰 앰프를 PC와 연결하고 고급형 헤드폰 한 대만 준비하면 항상 하이파이 사운드를 들으면서 업무와 여가를 커버할 수 있다.


요컨대 'DAC 헤드폰 앰프, USB 케이블, 헤드폰' - 이 세 가지만 잘 갖추면 헤드파이의 기본은 완성됐다고 봐도 좋다. 조금 더 방향을 틀어서 PC 대신 네트워크 플레이어, CD 플레이어 등의 다른 재생기를 쓰거나 DDC, DAC,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 등으로 시스템을 세분화해도 좋겠다. 하지만 PC와 아주 긴 시간을 보내는 유저에게는 통합형의 USB DAC 헤드폰 앰프가 가장 편리한 선택일 것이다. 퀘스타일(Questyle)의 새로운 플래그쉽 DAC 헤드폰 앰프 'CMA 피프틴(Fifteen)'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300만원대의 가격으로 고품질의 DAC와 전류 증폭 방식의 앰프를 갖췄으며 작고 얇은 케이스 디자인으로 데스크탑에 잘 맞으니,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하이파이 사운드를 듣는 헤드폰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의 기준에서는 퀘스타일 CMA 피프틴은 400~500만원대 헤드폰과 어울리는 소스 기기이며, 음악의 분석보다 음악의 진한 감상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러한 사항은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CMA 피프틴은 CMA 트웰브와 외모가 거의 똑같다. 퀘스타일의 12주년을 기념해 출시됐던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CMA 트웰브에 이어서 15주년 마크를 붙인 CMA 피프틴이 나온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트웰브와 피프틴을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외관의 차이점은 음원 해상도를 표기하는 LED의 숫자가 늘어났고 MQA 로고가 있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CMA 피프틴은 명확한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CMA 트웰브는 AKM의 AK4490을 탑재했으나 CMA 피프틴은 ESS의 ES9038PRO를 사용한다. ES9038PRO는 AK4499와 대결하는 수준으로, 피프틴에게 더욱 높은 정밀도와 낮은 왜곡율을 부여한다. 그러나 아날로그 앰프 파트의 튜닝 기법에는 퀘스타일의 사운드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다. 또한 CMA 피프틴은 MQA 풀 디코더로 동작하므로 타이달(Tidal) 구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다. 이후 설명하겠지만 타이달 마스터 음반을 재생할 때의 소리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즉, CMA 피프틴은 트웰브의 사운드 시그니처를 유지하되 소리의 근원을 업그레이드하고 MQA 풀 디코딩을 더한 제품이다. LDAC 코덱의 블루투스 기능과 더 넓어진 해상도 지원도 보너스가 되겠다. CMA 트웰브 오너에게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변의 고민이 시작되겠고, 이제 막 비싼 헤드폰을 구입한 이들에게는 지름신이 진지하게 손짓하는 고뇌의 순간이 시작된다. 하지만 한 가지만 미리 생각해두자. CMA 피프틴은 고유의 소리 개성이 있는 헤드폰 앰프이며 보컬, 현악기를 포함한 자연 악기 연주의 음악에 더욱 어울리는 편이다. 소리를 감성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기에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그러한 종류의 음향 기기라고 본다.



한 대의 기기에 집중된 다수의 입출력과 각종 기능



퀘스타일 CMA 피프틴을 구입했다면 작은 크기와 육중한 무게에 놀랄 것이다. 이 제품의 케이스는 최대 10mm 두께의 6063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공진 제어를 위한 설계를 CMA 트웰브와 공유한다. 열이 뜨끈하게 올라오는 클래스 A 앰프이지만 열을 골고루 분산하는 섀시 덕분에 내부 온도는 섭씨 45도로 유지된다고 한다. 제품 매뉴얼을 보면 기기 위에 헝겊 같은 것으로 덮어두지 말라는 주의 사항이 있다. 이상적 동작 환경을 위해서 일정 온도에 도달하는 게 좋지만 그 이상 뜨거워지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전체 크기가 330 x 200 x 55mm로 얇고 아담해서 PC의 모니터 스탠드 밑으로 넣을 수도 있다.



기본 구성품으로 파워 케이블과 리모컨이 들어 있는데, 이 리모컨은 다른 퀘스타일 제품들과 함께 사용되는 유니버설 리모컨이라서 일부 버튼은 피프틴에서 동작하지 않는다. 리모컨을 굳이 쓸 이유가 있다면 원격으로 볼륨 조정할 때가 되겠다. CMA 피프틴의 볼륨 노브는 전동 모터를 담고 있어서 리모컨으로도 돌릴 수 있다. 그래서 볼륨 노브를 손으로 돌려 보면 더욱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제품 앞면에는 총 세 개의 고전적인 레버 스위치가 있다. 이 중에서 왼쪽 끝에 있는 것이 전원 스위치로, 전원을 켜면 LED가 잠시 깜빡이면서 부팅 준비 중임을 알린다. 몇 초가 지나면 호박색(오렌지색?) LED가 점등 상태로 바뀌니 진공관 앰프처럼 예열 기간을 거칠 필요는 없겠다. 입력 선택과 소리 해상도를 표기하는 다수의 LED를 지나서 펑션(Function) 스위치와 바이어스 컨트롤(Bias Control) 스위치가 보인다. 펑션 스위치는 CMA 피프틴을 'DAC 헤드폰 앰프(HP Amp)'로 쓸지, 'DAC 프리 앰프(DAC)'로 쓸지 선택한다. 이 물건에 헤드폰을 바로 끼워서 듣겠다면 DAC 헤드폰 앰프(HP Amp) 위치로 두자. 바이어스 컨트롤 스위치는 앰프의 클래스 A 모드를 '스탠다드 바이어스(Standard)'와 '하이 바이어스(High)'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참고 : CMA 피프틴의 바이어스 컨트롤 기능은 유저의 소리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는 항목이지만, CMA 트웰브에서도 그러했듯이 본인은 하이 바이어스를 강력히 권장하겠다. 중.저음의 탄력이 크게 살아나며 소리의 밀도와 질감 향상 효과도 크다.



CMA 피프틴은 디스플레이 대신 다수의 LED로 현재 선택된 입력과 소리 해상도를 알려준다. 가로 방향을 기준으로 볼 때, 세 줄의 LED는 모두 호박색으로 점등되며 'MQA'로 표기된 LED만 재생 중인 해상도에 따라서 녹색과 파랑색 등으로 바뀐다. 위쪽 두 줄의 LED들은 PCM, DSD, MQA의 재생 해상도를 알려주고, 아래쪽 한 줄의 LED들은 오른쪽의 소스(Source) 버튼을 한 번씩 눌러서 입력 전환을 할 때마다 USB, 옵티컬, 코엑시얼, 아날로그, 블루투스 중 하나가 점등된다.



전면의 헤드폰 출력은 4.4mm 밸런스 출력, 6.3mm 언밸런스 출력, 4pin XLR 밸런스 출력으로 세 개가 있다. 동시 출력이 되지는 않으니 한 번에 한 개의 헤드폰만 연결해서 감상하자.


"CMA 피프틴의 헤드폰 출력에는 한 번에 한 개의 헤드폰만 연결해야 한다."


이 제품은 ES9038PRO DAC를 탑재했다. 해상도는 PCM 768kHz / 32bit, DSD 512 지원으로, 맥 미니에서 오디르바나(Audirvana)로 인식된 정보는 아래의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다. DSD 재생이 256까지로 나오는데, DSD 256까지는 DoP 연결이고 윈도우 PC에서 ASIO 네이티브로 재생하면 DSD 512까지 지원한다. 그리고 옵티컬, 코엑시얼 입력에서는 PCM 192kHz / 24bit까지 지원하니 참조해두자.



CMA 피프틴은 윈도우 10 이상의 PC에 연결하면 즉시 인식되어서 사용할 수 있지만, 모든 해상도를 재생하려면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해줘야 한다. 그런데... 드라이버 파일이 미니 CD에 담겨있다. 요즘 세상에 미니 CD를 쓰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므로(?) 퀘스타일 웹사이트의 드라이버 다운로드 링크를 남겨둔다. 웹페이지 아래쪽으로 내려가보면 오른쪽 구석에 'CMA Fifteen USB Drive'라는 링크가 있다. (Driver가 아니라 Drive라고 써놓았다...)


*퀘스타일 소프트웨어, 드라이버, 매뉴얼 다운로드 페이지

https://www.questyle.com/language/en/downloads-en/


비싼 제품답게 다양한 연결 포트를 제공한다. USB, 옵티컬, 코엑시얼, 아날로그, 블루투스로 5개의 입력이 있으며 아날로그 출력은 RCA 한 쌍과 XLR 한 쌍을 제공한다. 혹시 피프틴을 다른 기기의 프리 앰프나 외장 DAC로 쓰고 싶다면 후면의 아날로그 출력 포트로 연결하면 된다. 프리 앰프로 쓸 때에는 기기 후면의 스위치를 사용해서 볼륨 노브를 가동하거나 끌 수 있다. (ADJ 또는 FIX) 또한 아날로그 출력에서는 기본 14dBu와 스튜디오 20dBu의 아웃풋 레벨 선택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외장 DAC 겸 헤드폰 앰프이지만 RCA 한 쌍의 아날로그 입력도 갖고 있다. 헤드폰 유저의 경우는 피프틴을 다른 외장 DAC에 연결하여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로 쓸 수도 있다. CMA 피프틴은 트웰브보다 DAC 파트가 업그레이드됐으며 앰프 파트도 여전히 품질과 힘이 좋으니 어느 쪽이든 모두 권장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CMA 피프틴을 가장 편리하게 쓰는 방법은 이거 한 대만 쓰는 것이다. (...)



CMA 피프틴을 뒤집어서 보면 바닥에 네 개의 게인(Gain) 스위치가 있다. 기본은 스탠다드(Standard)로 되어 있는데, 앰프 소리가 너무 커서 조금 줄이고 싶다면 네 개를 모두 로우(Low)에 두면 된다. 일단 본인의 사용 결과로는, 드라이버 감도가 아주 높은 이어폰이 아니라면 스탠다드 게인에서도 볼륨을 낮춰서 적당히 감상할 수 있었다. 더욱 조용히 듣는 것을 선호하는 유저, 그리고 헤드폰보다 이어폰이 훨씬 많은 유저의 경우에만 로우 게인을 선택하면 되겠다. 이렇게 게인 스위치가 네 개인 이유는 CMA 피프틴 속에 네 개의 앰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 밸런스 출력이 가능하다.


"내부 중앙의 빨강색 WIMA 콘덴서가 있는 부분이 4개의 앰프 파트 되겠다."



제품 후면의 디지털 입력부를 보면 USB-B 포트와 함께 USB-C 포트가 보인다. USB 두 개를 모두 연결한다면 USB-C 포트가 우선 순위(High Priority)로 인식된다. PC에서 쓰는 오디오용 USB 케이블들은 대체로 USB-B 커넥터가 많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모바일 기기들은 USB-C 커넥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예를 들어서 애플 아이패드 프로를 CMA 피프틴에 USB-C to C 케이블로 연결해서 애플뮤직 무손실을 재생하면 고해상도 재생이 된다. 라이트닝 포트의 애플 기기라면 '라이트닝-USB 3 카메라 어댑터'를 통해서 USB 케이블을 연결하자. (애플 홈페이지에서 Lighting-USB 3 카메라 어댑터로 검색하면 나온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USB-B 포트나 USB-C 포트 어느 쪽이든 USB 케이블로 피프틴과 바로 연결한 후 USB Audio Player Pro 등의 앱을 거치면 고해상도 음반을 재생할 수 있다. 단, 스마트폰 종류에 따라서 USB 변환 젠더나 OTG 케이블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참조해두자.



이 제품은 AAC, LDAC 코덱을 포함하는 블루투스도 지원한다. CMA 피프틴의 블루투스 기능이라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기기들과 블루투스로 무선 연결해서 입력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서 피프틴의 전면 헤드폰잭이나 후면 라인아웃으로 블루투스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전면의 입력 선택(Source) 버튼을 몇 번 눌러서 블루투스 입력을 고른 후, 기기 후면의 블루투스 모듈 옆에 있는 페어링(Pairing) 버튼을 길게 누른다. 기기 전면의 LED들 중에서 블루투스 LED가 빠르게 깜빡거리며 페어링 모드로 진입한다. 이 때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Questyle'을 선택해주면 연결 완료다. 입력만 블루투스일 뿐 나머지 모든 부분은 CMA 피프틴의 회로이므로 다른 입력단과 기본 소리 특성은 같다. 그러나 소스 품질의 약점이 있으니 소리가 약간 흐리게 들린다. 아이폰 XS에서 타이달을 재생하는 AAC 코덱 상태에서도 그렇다. 단, LDAC 코덱에서 CD 해상도 이상의 음반을 재생한다면 더 나은 품질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이 제품은 실내의 고정된 장소에 두고 사용하므로 LDAC 코덱의 고음질 모드로 감상해도 될 것이다. 방 안에 무선 공유기가 여러 대 있다면 전파 방해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자. 블루투스의 2.4GHz 주파수가 2.4GHz Wi-Fi와 겹치기 때문이다.



1, 2, 3차 펼치기를 모두 완료하는 MQA 풀 디코더


CMA 피프틴은 MQA 풀 디코더(MQA Full Decoder) 제품이다. 여기에서 잠시 짧은 지식을 짚어보자. MQA 파일은 고해상도 음악을 세 번 접는 방식으로 용량을 줄이며, 이렇게 접힌 데이터를 세 번 완전히 풀어내면 원본이 된다. 1차 펼치기는 타이달 앱이나 오디르바나, 룬 등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디코딩으로 '코어 디코더(Core Decoder)'라고 한다. 2, 3차 펼치기는 작은 휴대용 기기(USB 동글 앰프 등)에 자주 적용되는 '렌더러(Renderer)' 제품들이 있다. 그리고 '풀 디코더'는 하드웨어에서 1, 2, 3차 펼치기를 모두 처리하므로 원본 사운드를 곧바로 재생하게 된다.


"CMA 피프틴이 하드웨어 디코딩을 해주므로 타이달 PC 앱에서는 Passthrough MQA를 켜둔다."


타이달을 오랫동안 구독 중인 본인으로서는 이 기능을 다루기가 조금 복잡한데, 몇 달 전에 요금제를 다운그레이드해서 마스터 퀄리티를 제외하고 최대 1,411kbps의 FLAC 파일을 재생하는 HiFi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음반을 고해상도로 재생하는 'HiFi Plus' 요금제여야만 MQA 풀 디코딩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HiFi 요금제에서도 일부 마스터 음반은 고해상도 재생이 된다. (...?) MQA 디코더와 렌더러를 지닌 블루사운드 노드 2i에 디지털 연결된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의 해상도 수치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CMA 피프틴에서도 MQA 풀 디코딩을 나타내는 LED가 녹색(88.2kHz) 또는 파랑색(96kHz)으로 켜진다. 이 LED가 켜진 상태의 타이달 마스터 음원 소리는 더욱 선명해서 막이 걷히는 느낌이 든다. 원래 타이달 소리가 좋다고 생각해왔으나 늘 듣던 것보다 더 좋아질 줄은 몰랐다. 혹시 자신이 CMA 트웰브의 오너인데 최근 들어서 타이달 감상을 많이 하게 됐다면 피프틴으로 기변해도 효과가 충분하겠다.




SOUND


늘 그러하듯이, 아웃렛 전원을 연결하는 음향 기기들은 접지와 극성을 체크해야 한다. 기기의 금속 케이스 표면에 전류가 찌르르하고 흐른다면 이어폰 헤드폰을 연결할 때마다 배경에서 '부웅~'하는 전기 노이즈가 들릴 터이니 집 안의 접지 여부를 확인하자. 뭘 어떻게 해도 접지할 방법이 없다면 웨이브넷 멀티탭을 구입해서 접지를 자체 생성하면 된다. 극성 확인은 테스터 기기를 써도 좋지만 그보다는 파워 플러그 방향을 바꿔 끼워서 들어보고 더 좋은 소리를 직접 판단해보자. CMA 피프틴의 경우는 극성이 틀리면 고음이 샤프해지고 중.저음이 허전하게 들린다. 얼핏 들으면 이것이 더 선명한 소리 같지만 고음이 너무 밝으며 중.저음의 손실이 있어서 점점 불만이 쌓일 것이다. 극성이 맞는 상태에서는 고음이 안정되고 중.저음의 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포근하고 든든한 소리가 된다.



*더 깨끗하고 투명하고 웅장하다


CMA 트웰브 리뷰를 했던 것이 3년 전이므로 소리 기억이 뚜렷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CMA 피프틴의 소리 첫 인상은 트웰브와 매우 흡사한 음색이다. 아마도 전류 증폭 방식의 클래스 A 앰프로서 기본 특성을 유지하되 소리의 해상도, 정밀도, 투명도 등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보인다. 트웰브의 소리를 들을 때 느꼈던 감정이 거의 그대로인데, 피프틴을 듣는 자신의 양쪽 귀가 '이게 더 깨끗해! 이게 더 투명해! 이게 더 웅장해!' - 이런 식으로 감탄을 연발한다. CMA 트웰브를 사용해봤거나 보유 중인 여러분에게는 이 단계에서 리뷰 완료라고 봐도 될 것이다. 각자 기준에 따라서 소폭의 향상이거나 대폭의 진화로 나뉘겠지만, 보통 이 정도 가격대의 음향 기기 지출을 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오는지 알고 있다.



DAC 헤드폰 앰프의 소리 특징을 파악할 때는 먼저 다수의 헤드폰으로 감상하면서 주관적 평균값을 내어본다. 그 후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마지막 단계를 쓴다. 한 대의 헤드폰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회사 앰프와 비교 청취해보는 것이다. 스튜디오용으로 개발된 오디지 LCD-X는 이런 역할에 아주 좋은 헤드폰이다. 기본 음색이 중립적이며 고음이 강조된 덕분에 DAC 또는 앰프의 소리 디테일 묘사력을 알기 쉽다. 늘 그랬듯이 본인이 오랫동안 사용 중인 젠하이저 HDVD800과 비교 청취했으며, 윈도우 10의 PC용 타이달 앱과 맥 OS의 오디르바나에서 재생하며 DAC 헤드폰 앰프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어폰은 에티모틱 ER4S 구형을 주로 사용했으며 몇 개의 커스텀 이어폰도 투입해보았다.



*울리기 힘든 헤드폰들을 위한 와트(W) 단위의 고출력 앰프


역시 출력이 높은 앰프다. 제품 사양표에서도 6.3mm 언밸런스 출력은 32옴 기준으로 1.5W이며 4.4mm 또는 4핀 XLR 밸런스 출력은 32옴 기준으로 2W나 된다. 300옴 임피던스에서도 언밸런스 출력 188mW, 밸런스 출력 765mW로 넉넉한 힘을 보유한다. CMA 트웰브와 비교하면 피프틴은 32옴 기준에서 언밸런스 출력이 크게 올라갔고 300옴 기준에서는 언밸런스와 밸런스 출력이 모두 소폭 하향됐다. 요즘 출시되는 하이엔드 헤드폰들의 드라이버 임피던스 수치가 낮아지고 있으니 알맞은 세팅이라고 하겠다. 32옴 기준에서 밀리와트(mW)가 아닌 와트(W) 단위로 출력이 나오므로, 울리기 어려운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을 딱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사용하는 LCD-X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중에서도 드라이버 감도가 더욱 높아서 구동하기가 매우 쉽다. 이 헤드폰을 CMA 피프틴에 연결하면 볼륨 노브를 거의 최소인 8시 방향으로 두어야 빌리 아일리시의 음반을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녹음으로 원래 소리가 작게 나오는 클래식 악곡 음반에서도 9시 방향까지만 올렸다.


볼륨 노브 8시 방향에서는 이어폰에서도 좌우 채널의 균형을 맞추며 정상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이어폰은 내부의 드라이버들이 그야말로 뼛속까지 진동하기 때문에 고막에 가해지는 음압도 강해진다. 볼륨 레벨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압박 때문에 '짧고 강하게 듣는 방식'에 어울리겠다. 평소에 USB 동글 앰프나 소형 헤드폰 앰프로 듣는 이어폰이 있다면 CMA 피프틴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힘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어폰을 자주 연결하고 싶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본체 하단의 스위치 네 개를 모두 로우 게인으로 맞추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해도 피프틴은 힘이 넘치지만 오너 입장에서는 기기의 잠재력을 낮추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개인적 추천은 게인 스위치는 놔두고 이어폰 들을 때에만 볼륨 노브를 8시 방향으로 두자는 것이다. 그래도 소리가 너무 크다면 피프틴을 뒤집어서 배를 봐야 한다.



그려면 이 쯤에서 CMA 피프틴의 몇 가지 소리 특징을 정리해보겠다. 데모 샘플 제품이라서 판매처의 번인 과정이 있었고 본인도 20일 정도 사용했기 때문에 콘덴서 에이징은 어느 정도 됐으리라 예상한다. USB 케이블은 ADL Formula 2 A to B를 사용 중이다.


1) 감성적 가치가 더욱 큰 소리


CMA 트웰브도 그러했듯이 퀘스타일의 제품들은 음악과 청취자 사이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특징을 지니며 음악의 감동을 더 크게 하는 성향이 있다. CMA 피프틴은 음악을 감성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주는 DAC 헤드폰 앰프가 되겠다. 오디오 분야에서 감성적 가치가 더욱 큰 제품은 더 비싼 값이 매겨지기 마련이다.


2) 유난히 높은 소리 밀도


소리 밀도가 매우 높다. 이어폰으로 치면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저음과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 같은 밀도 차이라고 하겠다. 밸런스드 아머처 서브우퍼 드라이버로 크고 힘찬 저음을 재생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다이내믹 드라이버 한 개가 내는 저음의 고밀도를 달성하지는 못한다. 고.중.저음 모두 CMA 피프틴은 유난히 높은 밀도를 지녀서 헤드폰의 소리를 더욱 든든하고 깊게 울리도록 만든다.



3) 중음을 두툼하게 보강하는 굵은 선


소리 선이 매우 굵다. HDVD800 뿐만 아니라 본인이 그동안 감상해본 여러 헤드폰 앰프들의 기억과 비교해봐도 CMA 피프틴의 소리 선이 굉장히 굵다. 면발에 비유하면 스낵면과 통통한 진짜 우동면의 굵기 차이라고 하겠다. 특히 중음 영역이 두툼하게 보강되어서 보컬, 현악기의 표현이 더욱 풍성해지며 귀에 가깝게 들린다. 보컬의 낮은 음에서 포근한 온도를 느낄 수 있으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모두 현의 울림이 더욱 길고 아름답게 울린다. 응답이 느린 것이 아니라 소리가 하도 두터워서 피아노의 페달이 더 길게 밟히며 바이올린과 첼로의 활이 더 느긋하게 움직인다고 상상하게 만든다.


4) 클래스 A 하이 바이어스 + 전류 증폭 기법의 종합적 효과


특유의 아주 진하고 끈끈한 맛이 있다. 이는 소리의 여러 요소가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결과물로, 하이 바이어스(Hi-Bias)를 선택했을 때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소리의 질감이 매우 고와서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을 계속 느끼게 된다. 이는 다른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들과도 구분되는 퀘스타일 고유의 개성이다. DAC의 전류 방식 출력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클래스 A 전류 증폭 기법은 촉촉한 수분과 기분 좋은 잔향을 느끼게 한다. 낮은 중음과 저음에서 살아나는 탄력도 좋다. 탄성이 강해서 높은 저음이 통통 튀는 느낌이 든다. 고막을 묵직하고도 부드럽게 누르는 저음의 압력이 살아난다. 대형 헤드폰을 쓰면서 값 비싼 헤드폰 앰프를 추가한다면 십중팔구 저음의 힘을 보강하고 싶을 것이다. CMA 피프틴은 진공관 앰프 못지 않게 저음의 압력과 펀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이다. 저음의 규모 확장 덕분에 오케스트라 연주의 웅장함이 더욱 커지며 콘서트홀의 울림도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헤드폰이 아니라 헤드폰 앰프로 인해서 저음과 초저음이 웅장해지는 현상이다.



*자연 악기와 사람 목소리 = 합창단이 포함된 오케스트라!


분명히 정밀하고 해상도가 매우 높은 소리인데 잔향이 풍성하고 촉촉한 느낌이 든다. 적어도 CMA 피프틴의 자체 헤드폰잭에서 나오는 소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렇다. DAC 파트는 왜곡율과 노이즈를 최소화한 정밀 튜닝인데 앰프 파트에서 전류 증폭과 하이 바이어스 옵션이 심리적 효과를 만든다. 클래스 A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 중에서도 더욱 진공관 앰프스러운 포근한 숨결과 두툼한 중음을 지니고 있다. 프로 오디오 성향의 차갑고 건조한 음색과는 완전히 반대다. 음악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제품의 소리는 약간 여유로운 호흡의 자연 악기 또는 사람 목소리에 잘 어울린다. 여기에 든든한 저음 보강 효과와 초저음 확장이 더해져서 클래식 악곡을 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래서 어쩌면 CMA 피프틴의 최강 특기는 합창단이 포함된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공연일 것이다. 또한 살짝 어두운 갈색톤의 음색과 굵고 진한 소리 성향으로 재즈 연주의 감성에도 최적화된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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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덴서도 에이징이 되나요?
16:09
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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