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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 급진적 기술이 만들어내는 최종 보스 레벨의 사운드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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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에서 안정적으로 고출력을 유지하며 깨끗한 소리를 만들어내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솔로이스트 3X GT는 기존 헤드폰 앰프들의 한계를 매우 과감하고 급진적인 전술로 돌파한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하이엔드 Head-Fi 분야에서 버슨 오디오(Burson Audio)라는 이름을 몇 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수입이 되지 않는 탓에 저도 해외 리뷰를 통해서나 가끔씩 버슨 오디오 제품을 보곤 했는데요. 이번에 버슨 오디오의 '솔로이스트 3X GT'를 직접 사용해보게 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Burson Audio Soloist 3X Grand Tourer'이며, 클래스 A 풀 디스크리트 서킷의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입니다. 예상 가격은 전용 스탠드를 포함하면 거의 400만원에 이릅니다. 수백만원대 헤드폰, 특히,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보유한 분들이 쓸 만한 끝판왕급 헤드폰 앰프가 되겠습니다.



많은 헤드폰 앰프들이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DAC를 포함해서 올인원 타입으로 나오고 있으나, 헤드폰 분야에서도 하이파이 오디오처럼 '컴포넌트 분리를 통한 최적화'가 그대로 통합니다. 예를 들어서 '재생기 + 외장 DAC + 아날로그 앰프' 정도로만 분리해줘도 소리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자신이 원하는 음으로 맞춰갈 수 있습니다. 이 때 헤드폰 구동의 최종 단계를 담당하는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를 완전 하이엔드로 장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론을 떠나서 귀로 직접 들어보면 그 차이에 많이 놀라실 겁니다. 특히 지금부터 소개하는 버슨 오디오 앰프는 첫 감상부터 '헉!'하고 놀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계를 정면 돌파하는 기술력


헤드폰 앰프 리뷰에서 테크놀러지 부분은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할 말이 많습니다. 솔로이스트 3X GT의 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이유는 결국 기술력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버슨 오디오의 버슨씨는 앰프 설계의 기본 방식과 한계를 인식한 후 전부 뒤엎거나 정면 돌파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을 개발해왔습니다.



첫째, 버슨 오디오는 초기에 '디스크리트 서킷의 OP 앰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극히 작은 IC OP 앰프를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버슨 오디오 OP 앰프는 일반적인 OP 앰프 소켓에 장착할 수 있지만 내부에 디스크리트 서킷을 두 개씩 담고 있어서 덩치가 훨씬 큽니다. 사운드 매칭 결과는 유저 여러분이 각자 판단할 부분이지만, 개념적으로는 복합 회로 앰프 속에 또 다른 복합 회로 앰프를 더해주는 셈이니 업그레이드 효과가 상당할 것입니다. 솔로이스트 3X GT에는 버슨 오디오 V6 Vivid OP 앰프가 총 여섯 개 탑재됩니다.


"OP 앰프 소켓에 끼우는 또 다른 디스크리트 서킷 앰프!"


둘째, Max Current Power Supply - MCPS 기술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급형 헤드폰 앰프들은 고출력을 내기 위해서 전원부에 커다란 트랜스포머와 다수의 대형 콘덴서(커패시터)를 탑재합니다. 이 때문에 덩치가 큰 앰프일수록 고출력을 낸다는 상식(?)이 생겼는데요. 이 방식의 한계점은 트랜스포머 속의 길고 긴 구리선이 만드는 15옴 이상의 저항과 파워 서플라이에서 발생하는 50~60Hz 노이즈라고 합니다. 버슨 오디오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꽤 급진적인 방법을 씁니다. 전원부에서 트랜스포머를 제외하고 다수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각 트랜지스터의 저항은 1옴 미만에 불과해서 전류 공급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며 그만큼 소리의 디테일과 다이내믹이 살아나게 됩니다. 이러한 전원부는 인간의 가청 범위를 크게 넘는 170kHz 주파수에서 동작하므로 노이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전원의 사인 웨이브를 훨씬 효율적인 스퀘어 웨이브로 변환하고 170kHz 주파수와 조합하여 커패시터들을 매우 빠르게 충전합니다. 그래서 버슨 오디오 앰프는 다수의 대형 콘덴서로 구성된 전원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셋째, MCPS가 적용된 버슨 오디오 제품들은 타 회사들의 대형 헤드폰 앰프보다 높은 출력을 내면서도 작은 크기를 지닙니다. 그러나 클래스 A 앰프의 발열을 작은 섀시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버슨 오디오의 버슨씨는 이 점을 '쿨 케이스(Cool Case)'라는 디자인으로 극복합니다. 알루미늄 케이스를 아주 촘촘한 방열판처럼 만들어서 공기 접촉면을 늘리고, 사람의 손이 다치지 않도록 테두리를 둥글게 다듬었습니다. 또한 시각적 만족감을 위해서 특정 모델에 화려한 포인트 컬러를 넣기도 합니다.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는 XLR 밸런스 출력 기준으로 무려 10W의 출력을 내는 클래스 A 앰프입니다. (*소형 헤드폰 앰프들은 보통 mW 단위의 출력을 제공하며, 출력이 1~2W가 되면 평판형 헤드폰을 쉽게 구동할 수 있음) 그야말로 전기를 불태우는 장치라고 할 만한데요. 그래서 쿨 케이스 설계 뿐만 아니라 헤드폰 앰프 업계에서 전례를 볼 수 없는 급진적 부품을 추가했습니다. 헤드폰 앰프 속에... '쿨링팬'을 넣은 것입니다.


"응...? 진짜로...? 농담 아니고...? 이거 혹시 PC 본체인가요?"



비싼 값을 하는 고급 디자인과 충실한 구성품


솔로이스트 3X GT는 등급에 비해서 덩치가 작은 것일 뿐, 기본적으로는 대형 헤드폰 앰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프리 앰프 정도의 크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제품 박스도 프리 앰프 정도의 크기로 되어 있습니다. 앰프 본체의 크기는 255 x 270 x 70 mm이므로 책상 위에 쉽게 둘 만합니다.



이 앰프는 발열이 많으며 쿨링팬까지 써서 열을 식히는 제품이므로 가로 거치보다는 세로 거치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솔로이스트 3X GT의 정가는 390만원이지만 별매 20만원의 세로 거치용 스탠드를 사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디오랙으로 배치한다면 가로 거치를 해도 좋겠으나 저는 어디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세로 방향으로 두기를 권하겠습니다. 또한 이 제품의 출시 할인 기간에는 세로 거치 스탠드가 사은품으로 포함되니 일찍 지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스탠드도 앰프 본체와 동일한 알루미늄의 쿨 케이스 설계라서 색상과 디자인이 잘 어울립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제품은 전원부에 대형 트랜스포머를 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외부의 전원 어댑터가 한 덩치 합니다. 24V / 5A 규격의 전원 어댑터인데요. 파워 케이블의 플러그가 비접지이므로 접지가 된 다른 기기와 연결해서 접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PC로 음악을 듣는다면 PC 모니터나 본체를 접지해서 솔로이스트 3X GT도 접지할 수 있습니다.


"리뷰 제품의 8자 코드는 헐렁거리는 유럽형이지만 국내 판매 제품은 짱짱한 한국형으로 나옵니다."


"옆에 놓인 것은 6인치급 화면의 스마트폰입니다."



제품 박스 속의 또 다른 흰색 박스에는 다양한 액세서리가 들어 있습니다. 예비용 IC OP 앰프, 예비용 퓨즈, 기기 뚜껑을 열 때 쓰는 육모 렌치, 각종 케이블, XLR to RCA 어댑터 한 쌍입니다. 이 중에서 예비용 퓨즈는 매우 작아서 분실하기 쉬우니 잘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예비용 IC OP 앰프 옆의 아주 작은 것이 퓨즈입니다."


기본 포함되는 XLR to RCA 어댑터는 이 제품을 RCA 입력만 있는 앰프와 연결할 때 사용합니다. 솔로이스트 3X GT의 XLR 출력은 다이렉트 커플링을 하기 때문에 타 회사의 어댑터를 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꼭 기본 포함된 버슨 어댑터를 쓰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품의 안전을 위해서 각종 커넥터의 결합과 분리는 음악 재생을 중단한 상태에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앰프 본체 디자인과 색상을 맞춘 미니 리모컨도 흥미로운 구성품입니다. 리모컨으로는 음 소거, 입력 선택, 볼륨 조정을 할 수 있으며, 혹시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앰프의 설정 메뉴에서 리모컨 수신을 끌 수도 있습니다.



제품 앞면에는 6.3mm와 4핀 XLR의 헤드폰잭 두 개가 있으며 그 옆으로는 빨강색의 작은 버튼 네 개가 보입니다. 6.3mm 헤드폰잭 옆에 있는 3.5mm 커넥터는 헤드폰용이 아니라 마이크 바이패스(Mic Bypass)라고 합니다. 작은 빨강색 버튼들은 왼쪽부터 입력 선택, 출력 선택, 설정, 디스플레이 방향 변경입니다. 커다란 빨강색 볼륨 노브는 디지털 볼륨과 연동되어 있으며 아무런 저항 없이 빙빙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 볼륨 노브가 버튼을 겸하기 때문에 설정 화면에서 꾹 꾹 누르게 되는데요. 그래도 흔들림 없이 깔끔한 회전을 보여줍니다.



솔로이스트 3X GT는 MUSES 72320 볼륨 컨트롤을 두 개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리 앰프로 사용할 때에는 좌우 채널 볼륨을 따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볼륨은 헤드파이 유저들 사이에서 유명한 Pass Labs의 앰프에도 장착되는 부품입니다.



제품 후면에는 다양한 입출력 커넥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배치가 조금 특이합니다. 출력단의 좌우 채널이 가운데로 모여 있으며, 입력단의 좌우 채널은 양 옆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 제품은 아날로그 앰프이므로 모두 아날로그 입출력인데요. 입력은 3핀 XLR 두 쌍, RCA 두 쌍이 있고, 출력은 3핀 XLR 한 쌍, RCA 한 쌍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브 우퍼 출력이 보입니다.



솔로이스트 3X GT는 헤드폰 앰프이면서 스피커 시스템의 프리 앰프를 겸할 수도 있으니 서브 우퍼 연결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버슨 오디오에서 또 재미난 시도를 했습니다. 혹시 홈시어터나 스피커 감상에 쓰는 서브 우퍼가 있다면 헤드폰을 청취할 때에도 켤 수 있게 해놨습니다. (솔로이스트 3X GT 설정 메뉴에서 선택 가능)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외부의 서브 우퍼로 초저음을 재생하는 겁니다. 저는 직접 해보지 않았으나 실제 느낌이 어떨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 제품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이면서도 아주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화면 품질을 보니 예전에 리뷰했던 T+A HA200의 디스플레이가 떠오릅니다. 솔로이스트 3X GT는 세로 거치를 할 수 있으므로 버튼을 눌러서 디스플레이를 세로 방향으로 바꿔도 됩니다. 그러나 기본 상태만 세로 방향으로 보여줄 뿐 설정 화면은 계속 가로 방향으로 나옵니다. 세로 거치 상태에서는 메뉴 조정할 때마다 고개를 옆으로 꺾어야 합니다.



"나는 헤드폰 앰프라고 해.

이제부터 너의 헤드폰에게 강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끊임없이 공급해주겠어."


이것이 이 제품의 주제인 듯합니다. 솔로이스트 3X GT의 내부를 보면 앞쪽 영역에 강력한 MCPS 파워 서플라이 서킷이 있습니다. 이 파트는 전원을 켜지 않은 대기 상태에서도 90W의 전력을 사용합니다. 든든한 전기에서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기본 원리에 충실하네요! 하지만 그만큼 발열이 굉장한 앰프가 되었고, 발열을 해결하기 위해서 섀시 전체를 통풍에 최적화한 후 대형 쿨링팬까지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하겠습니다.



쿨링팬이 조용하니 그대 안심하시오


6mm 두께의 알루미늄 케이스 내부에는 엄청나게 많은 콘덴서(커패시터)가 있어서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입니다. 밸런스 입출력 앰프이므로 좌우 대칭의 듀얼 모노 서킷 디자인이며, 풀 디스크리트 회로의 클래스 A 앰프라서 제품 설계에서 열기에 대한 대응을 철저하게 해놨습니다. 저는 한 여름에 이 제품의 리뷰를 하게 됐는데 에어컨을 켜도 실내 기온이 27~29도인 상태입니다. 그래도 책상 위에 세로 배치한 이 앰프는 작은 진공관 앰프 정도의 열을 뿜으면서 안정적으로 동작했습니다.



솔로이스트 3X GT에 내장된 쿨링팬은 일반적인 PC 부품입니다. 120mm의 큰 지름과 낮은 RPM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쿨링팬인데, 앰프 옆으로 귀를 대어야 팬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무척 조용합니다. 버슨 오디오 웹사이트를 보니 팬 소음 수치가 25dBA라서 인텔 NUC PC보다도 조용하다는 영상이 있습니다. 방음 시공이 된 레코딩 스튜디오의 내부 소음도 30dBA 정도라고 하니 쿨링팬 때문에 음악 감상이 방해 받을 일은 없겠습니다. 저도 실제로 그랬고요. 이 앰프에 들어 있는 쿨링팬은 녹투아(Noctua) 제품이며 다른 PC용 쿨링팬으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제품을 쓰면서 걸리는 점은 쿨링팬이 아닙니다. 통풍과 열 방출을 위해 설계된 섀시라서 먼지 청소를 자주 해줘야 합니다. 솔로이스트 3X GT의 뚜껑을 여는 것은 상당히 쉬우니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열어서 내부의 먼지를 털어줍시다. 카메라 청소할 때 쓰는 에어블로워가 딱 좋습니다. 케이스를 분리할 때는 십자 드라이버로 후면 패널을 풀고 커넥터들의 위치에 주의하면서 당기고 밀면 됩니다.



OP 앰프로 유명해진 회사이므로 솔로이스트 3X GT도 자유로운 OP 앰프 교체를 지원합니다. 기본 장착된 OP 앰프가 버슨 오디오의 비싼 V6 Vivid OP 앰프라서 딱히 교체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양한 소리의 맛을 즐기는 유저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 되겠습니다. OP 앰프를 교체할 때 주의할 점은 유저 매뉴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 유저 매뉴얼 다운로드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q7m9jbNXGVAJS88YzTlnBAE_0xdj6Olf/view?usp=drive_web



SOUND



제가 빌린 솔로이스트 3X GT는 개봉조차 하지 않은 새 제품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하루 3~4시간씩 돌렸지만 에이징 완료까지는 아직도 멀었을 것입니다. 유저 매뉴얼에서는 구입 후 최소 1주 정도는 계속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는데요. 저의 경우는 새 제품을 처음 개봉하고 설치한 후 들었을 때부터 소리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구동이 유난히 어려운 오디지 LCD-5를 함께 빌려서 연결했는데, 낮은 볼륨에서도 극히 안정적이며 밀도가 매우 높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소리만 크게 나오는 앰프가 아니라 '힘의 품질'이 다른 앰프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제품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라서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DAC로 사용했습니다. (M900의 재생기는 맥 미니 2018과 블루사운드 노드 2i를 교대하며 사용함) M900의 DAC 성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으나 프로 오디오 성향의 기기라서 음색의 꾸밈이 없고 소리 해상도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솔로이스트 3X GT의 기본기는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혹시 고유의 음색 특징이 있는 DAC나 재생기와 연결한다면 이 감상문 내용 중에서 음색 부분이 다르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게인 옵션으로 이어폰도 감상할 수 있음


이런 고출력 대형 헤드폰 앰프는 대형 헤드폰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솔로이스트 3X GT는 게인(Gain) 옵션으로 이어폰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로우, 미디엄, 하이 게인이 있는데 로우 게인에서는 대부분의 이어폰에서 배경 노이즈 없이 이 앰프의 고품질 사운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어폰을 연결하고 미디어 게인 상태에서 로우 게인으로 바꾸는 순간 배경 노이즈가 싹 없어지는 것이 들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드라이버 감도가 110~120dB 수준으로 매우 높은 이어폰에서는 화이트 노이즈가 아닌 전기 노이즈가 들릴 수 있습니다. (예: 무대 공연용 커스텀 이어폰)



*전 세계의 헤드폰을 구동할 수 있는 출력


이 쯤에서 솔로이스트 3X GT의 출력을 다시 봐야 할 텐데요... 살짝 괴물 같습니다. XLR 밸런스 연결에서는 10W 출력입니다. 무려 10,000mW란 말입니다. 옛날 MP3 플레이어들의 헤드폰잭 출력이 10~20mW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게 얼마나 높은 출력인지 감 잡으실 겁니다. 게인 옵션을 거치면 로우 게인 1W, 미디엄 게인 5W, 하이 게인 10W가 됩니다. 사실상 전 세계의 헤드폰을 모두 구동할 수 있는 풀 파워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오디지 LCD-5를 미디엄 게인에서 볼륨 10~14로 감상했으며, 오디지 LCD-X는 미디엄 게인에서 볼륨 1~2로 감상했습니다. (LCD-X는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편)



*참고 : 이 제품에는 크로스피드 기능이 있습니다. High로 맞추면 아주 넓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데, 오디오룸에서 라우드 스피커 한 쌍으로 듣는 경험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또한 하드웨어 방식이라서 소프트웨어 방식의 크로스피드 효과보다 소리 왜곡이 적고 현실감이 큽니다. 오랫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어온 분들에게는 필요 없는 기능일 수도 있으나 스피커 감상을 오래해온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겠습니다.


*내 음향 시스템의 뚜렷한 향상을 느낀다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의 역할은 재생기나 외장 DAC와는 조금 다릅니다. 분명히 최종 사운드에 큰 영향을 주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음색이나 특징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소리의 선을 더욱 굵게 만들거나 응답 속도를 조정하거나 밀도와 질감을 향상시키는 등의 '배경적 효과'를 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헤드폰 앰프의 회로와 소자에 의해서 얼마나 큰 소리 차이가 나오는지는 오랫동안 직접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확실히 체감하실 것입니다.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는 고유의 음색이나 특징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유저의 음향 시스템이 뚜렷하게 향상됐다는 확신을 줍니다. 누구나 처음 듣는 순간부터 '와... 이거 좋네...'라고 생각할 만큼 명확한 차이를 만듭니다. 이 점은 다수의 항목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든든한 힘을 바탕으로 살아나는 극히 고운 질감


앰프의 힘이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소리의 결이 극히 곱게 다듬어집니다. 빈틈없이 채워진 초고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뭉치거나 흩어진 곳이 하나도 없는 최상급의 질감을 맛보게 됩니다. 이 점은 십중팔구 안정적인 전기 공급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2) 강력한 에너지


소리 선이 매우 굵어집니다. 고음, 중음, 저음 모두 에너지가 강해져서 이어폰 헤드폰의 잠재력이 모두 살아납니다. 오디지 LCD-5도 진동판의 모든 영역이 남김없이 털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3) 깔끔하고 건조한 포근함


솔로이스트 3X GT는 자체적 음색이 없으나 낮은 중음과 저음이 매우 굵어져서 포근한 느낌을 받기 쉽겠습니다. 그런데 응답이 빠르고 정확한 인상을 줍니다. 포근하긴 한데, 깔끔한 포근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앰프 쪽의 소리 왜곡율이 극히 낮아서 잔향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건조한 느낌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여름 날씨인데 햇살이 강하고 공기가 건조해서 왠지 따뜻하고 쾌적한... 그런 기분이 됩니다.


4) 초저음 진동의 만족스러운 경험


초저음이 크게 살아납니다. 귀 아래쪽으로 낮게 깔리는 초저음의 레이어를 확 느낄 수 있는데요. 라우드 스피커로 치면 스탠드로 세운 북쉘프 스피커에서 거실 바닥에 스파이크로 세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로 바꾼 느낌입니다. 헤드폰 앰프가 가상의 서브 우퍼를 만드는 것처럼 웅장한 초저음을 깔아줍니다. 내가 쓰던 헤드폰이 이 정도로 초저음 진동을 잘 들려줬던가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5) 정확성과 자연스러움 사이의 세밀한 줄타기


냉정함이 없는, 자연스럽고도 다정한 사람의 느낌이 있습니다. 힘이 굉장하고 선이 굵은 소리인데 청각은 그저 편안합니다. 앰프의 사운드 튜닝을 할 때 정확성과 자연스러움의 사이에서 아주 세밀한 줄타기를 한 모양입니다. 물론 소리의 정확도는 소스 단계에서 만들어지겠으나, 이 앰프로 교체하기만 해도 소리가 더욱 정교해져서 흐트러짐을 바로잡는 효과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바로잡기 효과'를 너무 강하게 넣지는 않았습니다. 클래스 A 앰프들의 부드러운 성향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6) 부드러운 고탄성과 끈적한 액체 같은 질감


돌덩이처럼 단단한 저음이 나오는 트랜지스터 앰프도 있지만, 이 제품은 말랑한 실리콘 고체 같은 부드러움과 고탄성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고음과 중음 영역에서는 끈적한 액체 같은 질감이 있는데요. 러시아의 바이올린 연주자처럼 끈끈한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건조함을 지닌 끈적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음악적 앰프인데 중립적이며 깔끔한 성향도 있다


이 제품은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라서 비교 대상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비교적 최근 사용해본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 두 대를 떠올려봅니다. T+A HA200과 비교한다면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는 더욱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소리의 힘과 밀도 측면에서 대등한 수준이지만 청취자를 제압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쉬게 해주는 스타일입니다. 퀘스타일 CMA 피프틴과 비교한다면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는 감성적 측면을 배제하고 무음색으로 사라지는 앰프에 가깝습니다. 퀘스타일의 전류 증폭 방식이 만드는 진한 맛과 촉촉한 수분의 느낌을 떠올리면, 버슨 오디오의 소리 성향은 확실히 중립적이며 깔끔한 맛이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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