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 리나(Lina) 시스템에서 헤드폰 앰프만 따로 사용해봅시다

dCS 리나(Lina) 시스템에서 헤드폰 앰프만 따로 사용해봅시다

"소리 품질과 기능 모두 평생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 Head-fi 유저에게는 진정한 인생급 제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헤드폰에 그리 큰 돈을 쓸 필요는 없을 듯 하지만 그리 큰 돈을 쓸수록 소리가 만족스러워진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 저는 다수의 독자 여러분과 비슷한 수준에 맞춘다는 생각으로 네트워크 스트리머, DAC 헤드폰 앰프,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 등을 합쳐서 총 견적 400만원대 정도로 사용 중인데요. 음향 기기 리뷰를 오래 하고 있으니 수백 만원대의 DAC 헤드폰 앰프나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를 사용해볼 때도 있습니다. 헤드폰은 이런 저런 소장품들을 오래 전에 정리했으며, 현재는 소스 기기 리뷰에서 기준점으로 두기 위해서 스튜디오 헤드폰을 주로 씁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dCS가 분리형 헤드폰 시스템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제법 흥분되는 이벤트였습니다. 하이엔드 헤드폰을 고품질로 구동한다는 목적으로, 3단 타워 형태의 수천 만원대 세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dCS 국내 수입을 맡아온 판매처에서 정식 출시까지 해줬으니 저는 곧바로 달려가서 직접 청취해봤습니다. 이것이 저와 'dCS 리나(Lina)'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리나 시스템은 헤드폰의 최적화된 감상을 위한 제품이지만 동시에 dCS의 고품질 소스 기기들을 소형화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내 유저들에게는 리나 시스템이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스피커를 굴리는 하이파이 오디오 유저들이 '컴팩트 사이즈의 dCS'로서 리나 네트워크 DAC와 리나 마스터 클럭을 구입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니 리나 헤드폰 앰프만 단독으로 헤드폰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상황인데요.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저 같은 헤드폰 유저에게 그렇다는 뜻입니다. (-_-)a

판매처의 오디오 룸에서 리나 시스템의 소리를 들어볼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3단 타워에서 헤드폰 앰프만 따로 빌려 제 방의 헤드폰 시스템에 연결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앰프 한 대만 1,400만원입니다. 보급형 수준의 재생기와 DAC를 쓰는데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만 리나로 업그레이드해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인가! -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오디오 좀 굴려본 분들은 이미 답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스피커나 헤드폰을 교체하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아날로그 앰프의 큰 업그레이드는 두고 두고 보약이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책상 위에 리나 헤드폰 앰프를 올려두고 생활 속에서 3주 동안 사용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DAC도 없는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오랫동안 곁에 두고 써보니 아주 좋은 물건입니다. 전력 소모와 발열이 적어서 항상 켜둬도 안심이고, 소리는 음색 특징 없이 해상도와 힘만 매우 좋게 들립니다. 비교적 저렴한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DAC를 연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헤드폰 생활을 하면서 각자 생각하는 이상향이 있을 것입니다. 수시로 변하는 내 기분과 관계없이 항상 일관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앰프가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헤드폰을 연결하든 최고의 해상도와 여유로운 힘을 무음색으로 공급해주는 앰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상향이 리나 헤드폰 앰프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DAC와 마스터 클럭을 조합한 '리나 트리오 세트'는 리나 헤드폰 앰프에 무음색의 최상급 소스를 넣어서 dCS가 추구하는 인생급 헤드파이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만듦새에서 풍기는 하이엔드의 향기

크기는 121.5 mm (H) x 220 mm (W) x 356 mm (D)로 헤드폰 앰프로서는 거대한 편이지만 하이파이 오디오 기준에서는 아담한 크기의 제품입니다. 무게는 7.5kg으로 묵직한 편이니 들어서 나를 때에는 힘 좀 써야 하겠습니다. 리나 3종 세트가 아닌 리나 헤드폰 앰프만 구입해도 커다란 박스가 배송되는데요. 이 작은 앰프에 아주 두터운 완충 처리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박스를 열면 가장 먼저 가죽 봉투에 담긴 매뉴얼이 보이고, 리나 헤드폰 앰프 본체를 꺼내고 나면 박스 안쪽에 파워 케이블과 조금 짧은 길이의 RJ45 랜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에 웬 랜선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는데, 이것은 dCS 기기들의 '파워 링크' 기능을 위한 것입니다. 랜선으로 dCS 기기들을 연결해두면 모든 기기의 전원을 한 번에 켜고 끌 수 있다고 합니다. 본래 네트워크 DAC, 마스터 클럭, 헤드폰 앰프의 3단 세트로 설계된 리나이므로 이러한 편의 기능이 유용하겠습니다.

앰프 디자인은 시커먼 박스처럼 생겼는데 만듦새는 하이엔드의 향기를 풍깁니다. 두껍고 무거운 알루미늄 절삭 케이스이며 앞면과 뒷면 패널에는 실리콘 비슷한 코팅을 해서 뽀송한 감촉을 줍니다. 바닥면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는데, 작은 발 받침이나 스파이크의 모양새가 아니라 둥근 네모꼴의 스탠드처럼 보입니다. 세 개의 박스형 기기를 쌓아둘 수 있도록 디자인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리나 헤드폰 앰프의 거대한 볼륨 노브는 굉장히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돌릴 때마다 조금씩 오르가즘(-_-)을 주는 감촉인데요. 고가의 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급진 부드러움이라고 하겠습니다.

의외로 오밀조밀한 사용 방법

리나 헤드폰 앰프는 내장 DAC가 없는 아날로그 앰프라서 앞면에는 헤드폰 출력, 뒷면에는 아날로그 입력만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결이나 사용 방법이 아주 간단할 텐데요. 이게 의외로 오밀조밀한 면모를 보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리나 헤드폰 앰프 후면에는 다른 dCS 기기와 연동되는 파워 링크의 포트가 두 개 있으며, 아날로그 입력은 RCA 언밸런스 한 쌍과 XLR 밸런스 한 쌍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XLR 버퍼드(Buffered) 밸런스 입력이 한 쌍 보입니다. '응? 이게 뭐임?' 하시는 분들이 벌써 보입니다. (-_-);

구글링을 해보니 이 질문에 대해서 영국 dCS 고객 서비스 센터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습니다.

"The buffered balanced inputs have a higher input impedance, so are suitable for connecting to any DAC regardless of how much drive the output stage has. The unbuffered balanced inputs have a low input impedance. They are intended for use with dCS DACs, and other third-party DACs with high drive capability. The unbuffered inputs will provide the highest quality."

"버퍼드 밸런스 입력은 더 높은 입력 임피던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DAC 기기들의 출력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연결하는 데 적합합니다. 기본 밸런스 입력은 낮은 입력 임피던스를 지녔으며 dCS의 DAC 제품들과 다른 브랜드의 고출력용 DAC들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 밸런스 입력을 사용할 때 가장 높은 소리 품질이 나옵니다."

이 말을 쉽게 해석하면 리나 네트워크 DAC는 기본 XLR 입력에 연결하면 되고, 다른 브랜드의 DAC 기기와 연결할 때 더 강한 힘을 원한다면 Buffered XLR 입력을 사용하면 됩니다. 또한, 리나 네트워크 DAC는 아날로그 출력 전압을 2V와 6V로 선택할 수 있는데요. 리나 헤드폰 앰프를 다른 브랜드의 DAC와 연결한다면 Buffered XLR 입력으로 6V 연결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 : 리나 네트워크 DAC와 리나 헤드폰 앰프를 연결할 때 출력 전압 6V를 고르면 더욱 굵고 강한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리나 네트워크 DAC'를 다른 브랜드의 '앰프'와 연결한다면 2V와 6V의 소리 차이를 직접 확인 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출시되는 DAC 기기나 DAC 헤드폰 앰프의 아날로그 출력 전압은 대부분 2V로 되어 있습니다.

*출력 전압을 위해서, 리나 헤드폰 앰프에는 다른 DAC 기기를 연결해줄 것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리나 헤드폰 앰프와 곧바로 아날로그 연결하면 소스 볼륨이 낮아집니다. (특히 RCA 언밸런스 연결에서) 거대한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인데 다른 미니 헤드폰 앰프들보다도 소리가 작아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블루사운드 노드 2i와 NAD CS1의 RCA 아날로그 출력을 리나 헤드폰 앰프와 바로 연결해보니, 바쿤 CAP-1003 헤드폰 앰프에 바로 연결한 것보다도 소리가 훨씬 작게 들려서 리나 헤드폰 앰프의 볼륨을 많이 올려줘야 했습니다. 중간에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DAC로 연결하여 출력 전압 2V를 확보하니 그 때부터 리나 헤드폰 앰프의 고출력이 제대로 나옵니다. 그러므로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사용한다면 리나 헤드폰 앰프의 사이에 외장 DAC 기기를 더해줍시다. 어차피 네트워크 스트리머들은 내장 DAC의 등급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서 다른 DAC 기기를 연결해주면 음질 측면에서 훨씬 좋게 됩니다.

전면의 헤드폰 출력단은 왼쪽부터 6.35mm / 4핀 XLR / 3핀 XLR 한 쌍으로 구성됩니다. 옛날 헤드폰 애호가들이 사용하는 3핀 XLR 한 쌍을 탑재한 게 흥미로운데요... 저는 헤드폰 연결에서 개인적으로 언밸런스 연결을 선호하기에 6.35mm 헤드폰잭을 사용했습니다. XLR 커넥터의 밸런스 출력은 소리 선이 훨씬 굵어지고 단단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원한다면 6.35mm 언밸런스 연결도 좋은 선택입니다.

기기 앞면의 아래쪽에는 두 개의 스위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제품 매뉴얼을 읽어 보기 전까지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므로 '숨겨진 스위치'가 맞지 말입니다. (-_-)a 가운데에 있는 것은 전원 스위치 겸 입력 전환 스위치이며, 볼륨 노브의 아래에 있는 것은 게인(Gain) 선택 스위치입니다. 기기 뒷면의 파워 스위치로 메인 전원을 켠 후 앞면 하단의 전원 스위치를 짧게 눌러서 리나 헤드폰 앰프를 켭니다. 그 상태에서 전원 스위치를 짧게 누를 때마다 입력 전환이 되고, 스위치를 길게 누르면 대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현재 선택된 입력은 앞면의 LED 색상 변화로 알 수 있습니다. 밸런스 XLR 입력은 흰색, 언밸런스 RCA 입력은 파랑색, Buffered 밸런스 XLR 입력은 마젠타 색상입니다. 저는 다른 DAC와 RCA 언밸런스 연결을 했으므로 전원 스위치를 한 번 눌러서 LED를 파랑색으로 바꿔줍니다. 비싼 헤드폰 앰프를 사서 첫 구동을 했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식겁하시면... 곤란합니다... 앞면 아래쪽에 숨겨진 전원 스위치를 짧게 눌러서 입력 전환을 해주세요.

리나 헤드폰 앰프는 오로지 헤드폰 구동을 위한 제품이며 프리 아웃은 없습니다. 헤드폰잭을 아날로그 출력으로 쓰면 프리 앰프 대용이 되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 제품은 dCS 최초의 독립형 아날로그 앰프이므로 프리 아웃 기능이 없는 게 아쉽기는 합니다.

클래스 AB 앰프이며 알루미늄 섀시 디자인을 잘 한 것인지 발열이 없습니다. 실내 기온 30도인 방 안에서 너댓 시간씩 켜두어도 본체가 약간 따뜻해지는 정도로 그칩니다. 기기 내부의 열기를 외부의 두꺼운 금속 케이스가 모두 흡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처럼 온도 통제가 잘 되니 하루 종일 켜두고 쓰다가 밤에 자기 전에 대기 모드로 두면 됩니다. 전력 소비량은 30W로 고출력 헤드폰 앰프치고는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예 : 클래스 A 헤드폰 앰프 T+A HA200은 100W를 소비함)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로는 아주 비싼 가격이겠으나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는 고급형 프리 앰프나 인티 앰프의 1,000만원대 가격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소리의 부가 가치를 떠나서 케이스 생산비와 부품 값만 봐도 꽤 비싸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리나 헤드폰 앰프의 내부에는 dCS의 촘촘하고 정갈한 회로와 고급 부품들이 가득 차있습니다. 헤드폰 앰프의 작은 사이즈를 위해서 회로 기판을 앰프 측면에도 배치한 모습입니다. 이 회로 기판을 모두 평면으로 펼친다면 리나 헤드폰 앰프의 크기가 바르톡(Bartok) 수준으로 커질 듯합니다.

*dCS 리나 제작 영상

SOUND

*하이 게인에서 낮은 볼륨으로 듣기를 권장함

지금 사용 중인 헤드폰이 구동하기 쉬운 제품이더라도 dCS 리나 헤드폰 앰프에서는 하이 게인(High Gain)으로 듣기를 권장합니다. 그냥 제가 들어본 경험을 말하는 것 뿐이지만, 리나 헤드폰 앰프는 하이 게인에서 낮은 볼륨으로 듣는 쪽이 로우 게인에서 일반 볼륨으로 듣는 것보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소리의 질감이 곱게 되며 선이 더 굵고 든든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어폰 중에서도 다이내믹 드라이버 제품이나 구동이 비교적 어려운 제품이 있다면 하이 게인으로 들어도 좋습니다. 리나 헤드폰 앰프는 근본적으로 고출력 지향이지만 이어폰과 헤드폰을 골고루 커버하도록 설계된 듯합니다. 고감도 드라이버의 이어폰으로 감상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없군요. 고요한 배경이 기본입니다. (*단, DAC 연결에서 6V를 사용하며 XLR 밸런스로 연결했다면 이어폰에게는 출력이 너무 강할 수 있으니 로우 게인을 사용합시다!)

*참고 : 소스 기기 사용에서 극성 맞추기는 필수입니다. 설치 완료하고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고음 끝부분이 조금 거칠게 들리거나 공간이 좁게 나온다면 기기 전원을 끈 후 파워 플러그를 반대 방향으로 끼워봅시다. 두 방향을 비교 청취한 후 어느 쪽이든 자신이 듣기에 더 좋은 쪽으로 두면 오케이입니다. 어떤 기기들은 극성이 틀려도 소리 변화가 별로 없지만 또 어떤 기기들은 소리 품질이 많이 열화되므로 꼭 검토해보시길 권합니다. 전원 접지도 꼭 챙기시고요.

*남아도는 고출력과 기분 좋은 안정

헤드폰 드라이버의 임피던스 범위는 8옴부터 600옴까지 지원합니다. 헤드폰잭의 출력 임피던스 수치는 0.090옴 미만으로 굉장히 낮습니다. dCS에서 공개한 출력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2x Balanced 2 W into 30 Ω

2x Balanced 0.48 W into 300 Ω

2x Unbalanced 1.6 W into 30 Ω

2x Unbalanced 0.2 W into 300 Ω

리나 헤드폰 앰프를 직접 사용해본 입장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조금도 과장되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 중입니다. 실제로 청취해보면 참으로 구동하기 어려운 댄 클락 오디오의 스텔스, 익스팬스 헤드폰들도 하이 게인에서 볼륨 노브 11시 방향이면 쩌렁쩌렁 울립니다.

보급형에 속하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을 DAC로 사용하며 RCA 언밸런스 연결로 듣고 있는데 그야말로 남아도는 고출력과 기분 좋은 안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 판매처의 오디오 룸에서 리나 트리오 세트로 청취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 방에서는 DAC 쪽의 소스 품질이 다운됐다는 생각이 딱 듭니다. 그만큼 리나 네트워크 DAC와 마스터 클럭의 성능이 좋았다는 뜻인데요. 그래도 맥 미니와 연결된 M900의 소리가 이 정도로 깨끗하고 강하게 들리는 것은 아주 신기한 경험입니다.

*음색 특징이 없는데 '등급'이 다른 소리를 만든다

헤드폰 시스템에서 아날로그 앰프를 바꿨는데 소리 해상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해상도, 음 분리 능력, 응답 속도, 밀도, 질감, 공간의 면적이 모두 향상됩니다. 게다가 체감 출력의 수준도 다릅니다. 제품 사양을 보면 대형 헤드폰 앰프치고는 그리 높은 출력 수치가 아닌데 실제로 들어보면 출력의 기본 바탕이 거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크고 센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 동일한 볼륨 레벨에서도 훨씬 굵은 선과 높은 밀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음과 중음이 훨씬 선명해지며 낮은 저음의 단단한 펀치와 초저음의 깨끗한 울림이 살아납니다.

저는 오디지 MM-500을 기준점으로 사용했으나 리나 헤드폰 앰프의 고성능을 체감하는 것에는 헤드폰의 제한이 없습니다. MM-500보다 훨씬 저렴한 스튜디오 헤드폰들도 투입해봤는데, 소니 MDR-7506과 오스트리안 오디오 Hi-X15로 비교 청취해도 리나 헤드폰 앰프는 '등급'이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헤드폰 앰프에서도 dCS의 무음색과 중립성을 지킨다

리나 트리오 세트를 처음 청취했을 때도 그랬고, 리나 헤드폰 앰프만 따로 빌려서 사용해도 똑같은 느낌이 듭니다. 거의 완벽한 무음색입니다. 리나 헤드폰 앰프의 역할은 고출력을 깨끗하게 제공하는 것이며, 순도로 치면 99.999999%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알고 보니 dCS 기기들이 원래 그런 것이더군요. 리나 헤드폰 앰프는 리나 트리오 세트의 기획으로 인해 개발된 dCS 최초의 독립형 아날로그 앰프라고 합니다. dCS는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를 만들면서 리나 네트워크 DAC와 마스터 클럭이 만들어내는 고순도의 소리를 그대로, 강하게, 여유로운 힘으로 '특징 없이' 전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즉, 헤드폰 앰프에서도 dCS는 철저한 무음색과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음향 기기의 소리를 주관 평가하는 저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소리에 대해 할 말이 없으니까요. (-_-); 감상문 작업이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해서 해외의 리나 시스템 리뷰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결론은 동일했습니다. dCS는 이 앰프를 설계할 때 의도적으로 '최강의 중립성'을 추구한 것입니다. 그래서 리나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면 헤드폰 고유의 음색 특징만 그대로 경험하게 됩니다. 거기에 더욱 높은 해상도, 빠른 응답 속도, 강력하고 안정적인 출력 등의 기본 속성들을 든든하게 보강해줍니다.

*소리의 기본 속성에서 진정한 하이엔드

제가 그동안 리뷰했던 제품들 중에서 DAC가 내장된 고가의 헤드폰 앰프를 생각해보면 일단 골드문트 THA 시리즈와 T+A HA200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헤드폰 앰프 중에서 고가 품목을 생각한다면 버슨 오디오 솔로이스트 3X GT가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모두 첫 감상부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뭔가 색다르고 강력하며 각자의 특징을 보유합니다. 그러나 dCS 리나 헤드폰 앰프는 자신의 특징이 없으며 소리의 기본 속성에서 진정한 하이엔드를 보여줍니다. 헤드폰 앰프를 딱 하나만 사서 완전히 정착한 후 헤드폰 다수를 수집하거나 계속 바꾸면서 듣고 싶을 때 가장 좋은 제품이 되겠습니다. ■

*이 리뷰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 대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