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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비전 이어스 엘리시움, 소름 끼칠 정도로 투명한 초고성능 인이어 모니터

루릭 루릭
3840 3 8

비전 이어스 엘리시움

소름 끼칠 정도로 투명한 초고성능 인이어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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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에 비전 이어스(Vision Ears)가 제대로 국내 진입을 했고, 현재까지 많은 분들이 청음 매장에 찾아와서 이어폰들의 소리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그러나~'하는 궁금증도 있겠고, 이미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을 많이 사용해본 유저들은 '이제서야 비전 이어스 물건을 마음 편히 들어보겠구만~'하면서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겁니다. 국내 출시의 현장에서 최고가의 엘코닉(Erlkonig)을 구입하신 분도 있으니... 비전 이어스가 괜히 단기간에 독일 IEM 시장의 주류가 된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미 뮤지션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소문을 타던 회사가 그만큼 오디오 애호가 시장에서도 많은 이들을 설득해내고 있습니다. 다른 커스텀 이어폰 브랜드와 비교해도 더 비싼 편인데 직접 소리를 들어보면 'ㅇㅇ 납득' - 이러면서 카드 결제를 하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게 납득을 해도 카드 결제하는 손이 움찔거릴 만큼 비싼 제품이 두 개 있습니다. 순은 하우징과 순은 케이블에 13 BA 드라이버를 사용한 엘코닉, 그리고 오늘 소개할 정전형 트위터 + 다이내믹 드라이버 +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구조의 엘리시움(Elysium)이 그것입니다. 엘코닉은 유니버설 핏의 홈 오디오용 이어폰이지만 엘리시움은 커스텀 핏 주문만 가능한 인이어 모니터 제품에 속합니다. 소리의 성향도 각자 뚜렷한 음 특징을 지니는 VE 시리즈를 따르되 '초고성능 인이어 모니터'가 될 수 있도록 비전 이어스 제작자의 모든 역량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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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리뷰의 스포일러를 날려보겠습니다.

 

1) 엘코닉이 마왕인 이유는 겁나게 신선하며 웅장하기 때문입니다.

 

2) 엘리시움이 천국인 이유는 구름 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VE2, VE3, VE4, VE5, VE6 소리를 들으며 경악하다가 VE8에서는 '이건 뭐... 할 말이 없구만...'이라며 탄식하게 되는 상황인데요. 엘리시움은 그런 VE 시리즈보다도 깨끗하며 음악 속에 담긴 거의 모든 영혼(??)을 뽑아내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오디오 룸에서 라우드 스피커로 듣는 듯한 기분을 주는 엘코닉과 달리 엘리시움은 청취자의 머리 속에서 '디테일의 향연'을 펼치는 물건이란 말입니다. 참으로 많은 이어폰들을 접해왔고 실제로 구입해왔으나, 오늘처럼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 경제력을 한탄하는 순간은 드물 것입니다. 뭐... 이러한 제 기분이야 어찌됐든, 새로운 차원의 인이어 모니터를 탐색 중인 여러분이라면 또 하나의 최상급 선택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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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페이스 플레이트, 전용 8심 케이블, 헐크의 심장

 

제가 빌려서 사용해본 엘리시움은 데모 샘플 제품이라서 이어팁이 있는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VE 시리즈처럼 커스텀 핏(Custom Fit) 주문만 가능하니 미리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실제로 구입하면 어떤 구성으로 배송되는지 모르겠으나, 데모 샘플 제품은 캐링 케이스 속에 몇 개의 스핀핏(SpinFit) 이어팁을 넣어둔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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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케이스는 전체가 가죽으로 되어 있으며 뚜껑 윗부분에는 멋진 물결 무늬가 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엘리시움 본체를 보게 되는데요. 몹시 투명한 클리어 쉘에 독특한 블루 그린 색상의 물결 무늬 페이스 플레이트가 보입니다. 이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은 엘리시움 독점이며 다른 VE 시리즈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단, 엘리시움에 다른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넣는 것은 당연히 가능합니다. 결국 커스텀 오더 품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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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 못지 않게 시선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클리어 쉘 안쪽에서 몹시 눈에 띄는 형광 녹색 부품이 보이는데, 이 속에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판매처에게만 배포될 유니버설 핏의 데모 샘플임에도 불구하고 스핀핏 이어팁의 색상을 형광 녹색으로 맞춰둔 점이 꼼꼼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리뷰 사진을 촬영할 때에도 엘리시움이 멋지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제작자의 마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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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착된 케이블도 엘리시움을 위해서 개발된 전용 품목입니다. 8심 은도금 동선이며 듀퐁(Dupont)의 200d 케블라로 보강되었다고 합니다. 연결 단자는 일본 오야이데(Oyaide)의 2.5mm 밸런스 커넥터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척 깔끔하고도 화려한 은빛의 케이블이며 8심이라서 상당히 두껍지만 무게가 가볍습니다. 피복 표면이 매끄럽고 선재도 유연해서 엘리시움을 귀에 끼운 상태에서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이어폰들의 얇은 기본 케이블보다는 굵고 묵직한 편이지만 다른 커스텀 케이블보다는 부드럽고 가볍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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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은 채널당 2개의 정전형 드라이버 + 다이내믹 드라이버 +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3-Way 네트워크로 엮은 구조입니다. 즉, 세 가지 드라이버가 혼합된 '트리플 하이브리드' 이어폰인데요. 쉘(하우징)의 두께는 상당히 얇은 편입니다. 내장된 드라이버의 숫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이어폰에 채널 당 13개의 BA를 쓰기도 하는 비전 이어스이지만, 회사 대표인 마르셀과 아민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버 숫자가 반드시 음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말한 바가 있습니다. 각 음 영역에 필요한 드라이버를 잘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며 '드라이버 자체의 소리 품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인터뷰가 2년 전이었고, 이제 세 가지 드라이버를 2개, 1개, 1개 구성으로 엮은 초고가 모델로서 엘리시움이 나왔습니다. 현재 이어폰용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는 듀얼 구성이 최대이므로 기본값이라 하겠으나 DD와 BA를 한 개씩 쓴 점은 주목해볼 만합니다. 엘코닉에서는 다수의 드라이버로 소리의 에너지를 강하게 만든 반면, 엘리시움에서는 에너지를 고르게 배분해서 균형을 중시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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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DD와 BA가 담당하는 소리 영역에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우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낮은 중음과 저음의 질감이 BA 이어폰과 명확히 다릅니다. 제가 듣기에 BA 이어폰의 저음은 기체 같지만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더욱 높은 밀도와 약간 느린 응답으로 걸쭉한 액체나 단단한 고체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처음 들어본 엘리시움의 저음은 부드러운 기체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후 비전 이어스 웹사이트에 엘리시움 소개 페이지가 추가되어서 읽어 보니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중음' 재생에 사용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밸런스드 아머처를 우퍼로 사용합니다. 비전 이어스는 저음의 빠른 응답으로 인한 소리 정확도 향상을 위해서 BA를 우퍼로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중음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중음보다도 선이 굵으며 특유의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폰의 하이브리드 디자인에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조율하기가 까다로운 존재입니다. 우퍼로 사용한다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를 쓰지 않고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저음을 바로 방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중음 재생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쓰겠다면 고음 및 저음 드라이버의 소리를 가리거나 서로 섞이지 않도록 물리적인 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비전 이어스 제작자가 만든 것이 헐크의 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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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C (High Precision Acoustic Levelling Chamber)! 요컨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소리 정확도를 높여주는 챔버 디자인입니다. 노즐 근처의 형광 녹색 하우징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담았는데, 얼마 전에 한국에 왔던 비전 이어스 대표가 '헐크'라고 읽었습니다. 알파벳 약자도 그렇지만 녹색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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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펴봐도 비전 이어스의 커스텀 이어폰들은 쉘 마감이 유난히 좋습니다. 제가 보유한 여러 커스텀 이어폰들과 비교해봐도 VE 시리즈와 엘리시움의 쉘은 표면이 더욱 매끄럽고 연결 부위가 깨끗합니다. 알고 보니 표면에 래커 마감을 했답니다. 이 회사도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는데, 쉘을 출력한 후 사람의 손으로 다듬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좋은 품질이 나온 것입니다. 직원들의 실력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겠지요?

 

 

SOUND

 

엘코닉은 소리의 좋은 점이 하도 많아서 할 말이 많아지는 이어폰이었습니다. 그리고... 엘리시움도 그렇습니다. 엘코닉과는 다른 방면에서 말이죠. 하나씩 천천히 짚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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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적당한 감도

 

BA + DD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은 다들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편이었습니다. BA + DD에 정전형 드라이버까지 더한 엘리시움도 그러합니다. 전기 냄새만 맡아도 힘이 솟는 VE 시리즈, 엘코닉과는 달리 엘리시움은 재생기의 볼륨을 더 올려서 듣게 됩니다. 아이패드 6세대에서 볼륨 5~6칸 정도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구동이 쉽지만(VE 시리즈와 엘코닉은 3~4칸 정도), 드라이버 감도가 적당해서 아스텔앤컨 XB10에 2.5mm 밸런스 연결을 해도 화이트 노이즈가 많이 줄어듭니다. XB10은 2.5mm 커넥터에 고감도 이어폰을 연결하면 화이트 노이즈가 강해져서 조용한 곳에서는 감상이 힘들 정도인데 엘리시움은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DAP에서도 2.5mm 밸런스 연결을 권하겠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오는 쪽으로 연결하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엘코닉 리뷰에서 사용했던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의 고급형 3.5mm 변환 젠더를 사용해서 LG V20에도 연결해봤는데요. 전문가 음향 기기 모드가 되면서 볼륨 15로도 빵빵 울리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LG 스마트폰들은 변환 젠더를 폰에 먼저 끼운 후 이어폰의 커넥터를 끼우면 외부 음향 기기 모드가 되는데, 엘리시움에서는 전문가 음향 기기 모드의 소리가 훨씬 좋게 들립니다. 소리 선이 더욱 두텁고 밀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LG 폰에 엘리시움을 연결할 때는 고급형 3.5mm 변환 젠더를 사용하되 2.5mm 커넥터와 먼저 체결한 후 폰의 헤드폰잭에 끼우시길 권합니다. 물론 DAP에 2.5mm 커넥터로 바로 끼우는 편이 더 좋기는 하지만 LG폰들의 부드러운 소리도 엘리시움과 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에 추천해봅니다.

 

엘리시움 속의 정전형 트위터는 함께 내장된 전압 트랜스포머로 동작합니다. (이어폰 쉘 속의 코일 부품) 이는 별도의 에너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으나 앰프 출력이 높을수록 제 성능을 내게 됩니다. 여러 이어폰들의 경우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면 중.저음 밀도가 향상되고 선이 굵어지지만, 엘리시움은 그와 더불어 고음과 초고음의 에너지도 강화되는 것입니다. 또한 중음 담당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도 앰프의 보강 효과를 받는 듯 합니다. 특히 낮은 중음의 긍정적 효과가 큰데, XB10의 밸런스 연결만 해도 V20 전문가 음향 기기 모드보다 밀도 높고 단단한 낮은 중음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단, 이 때는 중.저음이 부풀어오르면서 약간의 고음 마스킹 현상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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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칠 정도로 낯선 고음의 선명도

 

오디오 애호가 타겟의 음향 산업에서는 음악적 센스와 제작 노하우를 지닌 개인의 영향이 매우 크지만 엔지니어링의 혁신도 중대한 성공 요인이 됩니다. 브랜드 헤리티지가 없는 신규 오디오 회사의 경우 새롭고 독자적인 테크놀로지의 확보가 브랜드 설립의 기반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어폰 헤드폰 분야에서는 새로운 드라이버 기술이 회사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줍니다. 마그넷 어레이와 다이어프램 사이의 공기 압력을 조정하는 기술로 높은 정밀도를 확보한 파이널 D8000, 다이어프램 자체에 고음 영역과 저음 영역을 분리하여 지니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기술의 메제 엠피리언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이제는 이어폰용으로 새롭게 등장한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가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에 점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더욱 정교한 초고음을 재생할 수 있는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가 여러 이어폰 회사의 고급 모델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정전형 트위터라도 그것을 응용하는 회사(제작자)의 아이디어에 따라서 이어폰의 소리가 완전히 다르게 됩니다.

 

엘리시움은 고음이 소름 끼칠 정도로 선명합니다. 자극적이어서 소름 끼친다는 뜻이 아니라, 고음의 선명도가 낯설어서 소름 끼친다는 뜻입니다. 엘코닉보다도 초고음이 깨끗하며 다른 VE 시리즈 모두와 대조해도 가장 맑고 시원한 고음을 들려줍니다. AAW의 카나리(Canary)는 정전형 트위터가 포근하고 웅장한 소리 속에서 공기를 뿜는 용도로 쓰였는데, 비전 이어스는 엘리시움에서 초정밀 고음 재생과 공기 생성을 모두 챙깁니다. 이것은 아마도 정전형 트위터 자체의 차이보다는 카나리의 중.저음이 엘리시움보다 더 강조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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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더 잘 분리되어 들린다'의 이유를 알려준다

 

엘리시움은 음 분리도의 결정판입니다. 네, 실로 그러합니다. 이 비싼 커스텀 이어폰의 소리를 감히 '천상의 소리'라고 일컫는다면 음 분리도가 높아서 그런 것입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서로의 영역을 조금도 침범하지 않으면서 극도로 깨끗하게 살아납니다. 제가 들어보고 글을 작성한 엘리시움 데모 제품의 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생각을 하니 일종의 스릴까지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음 영역이 깨끗하게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이어폰은 정말로 드물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상 최초인 듯 합니다.

 

이어폰 바꿈질을 할 때 가격대를 올릴수록 같은 음악이라도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영역이 드러나면서 '매일 듣던 곡인데 이런 악기 파트가 있었나?'하고 놀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말로 표현할 때 '음이 더 잘 분리되어 들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이파이 오디오의 스피커 소리에서는 음 영역이 뚜렷하게 분리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스피커에서 재생된 소리를 오디오 룸의 울림과 함께 먼 거리에서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콘서트홀에 직접 가서 연주를 들어봐도 수많은 악기 소리가 혼합되어 들림을 알 수 있습니다. 한 편, 헤드폰 감상에서는 트랜스듀서(소리 전달자)와 고막의 거리가 매우 가까우며 사운드 이미지도 머리 속에 맺힙니다. 이런 여건에서는 청취자의 두뇌가 소리를 분해하여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의 청각은 고막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대단히 민감하게 재해석하며 고.중.저음의 영역을 뚜렷이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우드 스피커 감상도 오디오 룸에 큰 스피커를 두고 공간 개념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한 쌍의 북쉘프 스피커 사이에 머리를 가까이 두고 들으면(니어 필드 리스닝) 음 분리도의 개념이 생깁니다.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이 '음이 분리되어 들린다'고 말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크리티컬하게 가봅시다. 엘리시움은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고음은 정전형, 중음은 다이내믹, 저음은 밸런스드 아머처입니다. 청취자에 따라서는 고.중.저음의 속성이 원래부터 다르니 따로 놀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만큼 입체감이 향상되지만 소리가 산만하게 느껴진다고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점들을 엘리시움이 완전히 정복했다고 봅니다. 정전형 트위터가 담당하는 고음과 초고음 영역은 낯선 느낌이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정전형 트위터 소리를 자주 들어보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엘리시움의 소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한 고음을 빼면 잘 튜닝된 밸런스드 아머처 이어폰의 느낌을 많이 냅니다. 중음에서 든든하고 풍성한 느낌을 받지만 종합적으로는 VE 시리즈보다 확장되고 임팩트가 강한 BA 이어폰 소리라고 하겠습니다. 즉, 엘리시움은 트리플 하이브리드이면서도 각 드라이버의 음색 차이가 최소화되어 있으며 고.중.저음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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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시리즈의 사운드 시그니처 + 투명함 + 빠른 응답

 

엘리시움의 독점적 특징을 떠나서 잠시 일반적인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소리에서 중음을 보강한 형태로 보입니다. 밝고 화사한 느낌의 고음과 온화하고 포근하면서도 빠른 응답을 지닌 저음이 비전 이어스의 분명한 개성을 나타냅니다. 그 사이에서 뒤로 밀려나지 않으며 굵은 선을 지닌 중음이 존재감을 내뿜는데, 보컬이 포함된 곡을 듣노라면 갑자기 고막 바로 앞까지 사람 숨결이 뿜어져나오는 듯 하여 흠칫 놀라게 됩니다. 중음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소리 해상도와 음 분리도가 너무나 높아서 중음이 고.저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즉, 엘리시움은 VE 시리즈의 사운드 시그니처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The One'이라고 칭했던 VE8보다도 초고음이 살아나며 소리 해상도와 음 분리도가 더욱 높고 음악적 경향도 약간 지니고 있습니다. 엘코닉과 엘리시움을 비교하면 엘리시움이 프로페셔널 인이어 모니터 같지만, 무대 공연하는 뮤지션을 위해 만들어진 인이어 모니터인 VE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오히려 엘리시움이 음악 감상용 이어폰이 됩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재생기의 소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투명함이 되겠습니다. 엘리시움은 기본 케이블 커넥터부터 2.5mm 규격이며, 시작부터 하이엔드 DAP 연결을 권장합니다. 고급 변환 젠더를 사용해서 LG 스마트폰이나 다른 앰프에 연결해도 소름 돋는 깨끗함을 경험하지만, 엘리시움은 애초부터 DAP와 고해상도 음반을 위해 만들어진 듯 합니다. 게다가 제품 기획부터 밸런스와 고해상도를 노린 물건이라서 그런지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올라운더(All-rounder)라고 하겠습니다. 메제 라이 펜타처럼 이어폰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엘리시움이 훨씬 투명하게 사라집니다. (-0-); 진짜로 이모티콘을 써야만 제 경악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요. (-0-);;;

 

저의 경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음 영역의 빠른 응답 속도를 짚어둬야 합니다. 엘리시움은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면서도 모두 최대한 정확하고 빠른 소리를 내도록 튜닝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음 분리도의 장점 역시 빠른 응답 속도가 기여하는 부분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저음이 아닌 중음을 선택한 것은 무척 현명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챔버의 구조와 용적을 조정해서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딱 중음만 재생하도록 맞춘 덕분에 엘리시움의 소리 정확도가 더욱 높아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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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자극이 없는 부드러움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선명한 소리인데 청각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정전형 드라이버의 초고음 확장을 처음 접한다면 치찰음 강조 등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엘리시움만 놓고 계속 감상해보면 자신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이어폰들의 소리가 부족했음을 깨닫고 맙니다. 고막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시켜서 대단히 부드러운 느낌이 기체의 질감을 전달합니다. 고음이 굉장히 선명하고 약간 강조된 부분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칠거나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혹시 원래부터 밸런스드 아머처 트위터의 고음에서 치찰음 강조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정전형 트위터에서도 자극을 느낄 것입니다. 다만 엘리시움은 음악 파일과 재생기를 좋은 것으로 갖추면 고음 자극으로부터 해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음악 파일과 고가의 DAP로 엘리시움을 감상하는데 고음 자극이 느껴진다면 유저의 청각이 민감하거나 음악 파일 속에 원래 고음 자극이 있는 겁니다. 또한 저음의 압박도 엘리시움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저음 강조가 있으나 우퍼용 드라이버를 한 개만 사용해서 저음 에너지를 조정한 모양입니다. 단단하고 힘찬 펀치가 있으며 초저음의 은은한 울림을 전달하지만 압력이 강하지 않아서 귀와 머리가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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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음악 감상이 아니라 놀라운 서커스 공연!

 

굉장히 넓은 수평선의 사운드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엘코닉은 커다란 구름 같은 입체적 이미지를 생성함) 그런데... 수평선의 이미지를 보이지만 밴드 구성원이 한 무대에 서있는 정돈된 느낌은 아닙니다. 각 연주자들이 각자 크레인을 타고 공중에 다른 높이로 떠있는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독일 밴드 람슈타인(Rammstein)의 최근 라이브 공연을 보면 온갖 장비를 사용해서 '쑈'를 하는데, 밴드 리더의 인터뷰를 보니 '우리는 관객들이 서커스를 보는 듯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엘리시움이 딱 그런 인상을 줍니다. 음악 속의 요소들이 하늘로 떠다니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땅 속으로 파고들다가 화산처럼 튀어나오는 등 온갖 서커스가 펼쳐집니다. 이런 점이 막대한 자금 지출을 정당화할 정도로 즐겁고 스릴 넘치지만 그만큼 정신없다고 생각하는 유저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건대 엘리시움의 소리는 화려한 서커스 공연 또는 대규모의 오페라 공연과도 같습니다. 눈 감고 듣는 음악이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보는 공연 관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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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요약 : 듀얼 정전형 트위터, 다이내믹 미드 레인지, 우퍼 밸런스드 아머처의 트리플 하이브리드 커스텀 이어폰. 세 종류의 드라이버를 정밀하게 조율하여 놀라운 밸런스, 해상도, 음 분리도, 투명성, 빠른 응답 속도,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 등의 온갖 장점을 확보한 초고성능 인이어 모니터. 이렇게 길고 정신없는 미사여구를 붙여도 그 뜻이 그대로 통할 만큼 맑은 소리를 들려줌. 이어폰용 정전형 드라이버의 고음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며 매우 높은 가격 때문에 소수의 유저만 접하게 될 것.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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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군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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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가격에 걸맞아야 할...
결국은 V형? 토널 밸런스가 잘 잡혔나 보네요.
03:25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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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 보아도 소름끼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가격이 더 소름끼치네요.

03:48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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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짐

소름.... 아닙니다... 
소오호~~~~~~~~~~~~~르흠... 컼컼... 정도...

03:55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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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럭
제 폐활량으론 표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03:59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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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짐

넵...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발짐님은 탈락~
자, 다음 분~~

04:05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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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플레이트 디자인이 독특하군요 +_+

04:16
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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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on 정전식 트위터를 사용하는거 같네요. 
soranik DES는 100만원대에 출시했었는데.... 
 

18:01
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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