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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파이널 ZE2000, ZE3000의 성능에 Fun Sound를 더한 무선 이어폰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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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ZE2000

ZE3000의 성능에 Fun Sound를 더한 무선 이어폰



"소리가 훌륭한 무선 이어폰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소리가 재미있는 것도 만들어보겠습니다. (by Final)"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문득 생각해보니... '무선 이어폰의 고음질화'가 제법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좌우 연결 케이블조차 없이 편리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기왕 무선으로 쓰는 거 음질도 좋게 들어보자는 쪽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파이널(Final)에서 유선 이어폰 수준으로 THD 수치를 낮추고 주파수 응답 형태를 깨끗하게 다듬은 무선 이어폰, 'ZE3000'을 출시한 것이 대략 1년 전입니다. 그 1년 동안 여러 회사에서 수십만원대의 고급형 무선 이어폰을 내놓았고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본격적인 음질 추구를 위해서 고해상도 DAP와 함께 수십만원대 유선 이어폰을 쓴다면 여전히 무선 이어폰의 소리가 양이 차지 않겠으나,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파이널에서도 ZE3000의 공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차원의 소리를 내는 ZE8000을 내놓았으니 이제는 무선 이어폰 고음질화에 불이 붙었다고 봐도 될 겁니다. (흐흐흐... 그러니까 올해에는 진짜로 100만원대 무선 이어폰이 나오겠네요. 흐흐흐...)


"드디어! 무선 이어폰에서 유선 이어폰 소리가 나온다! - 이렇게 생각해도 무방한 ZE3000입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가격대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소리는 감성의 영역이 있으니 부가 가치가 붙을 수 있지만, 무선 이어폰들 대부분이 기본적 음질을 갖추게 된다면 꼭 비싸게 나올 필요는 없겠지요? 10~20만원 사이에서도 생활 속에서 만족스럽게 음악을 들려주는 무선 이어폰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파이널 ZE3000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음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대중이 원하는 소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_-)b



ZE3000의 소리는 모범적인 레퍼런스 타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제품들과 비교한다면 고.중.저음의 밸런스만 추구하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파이널에서 'ZE2000'이라는 형제 모델을 만들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ZE3000과 달리 표면 코팅이 없어서 외모는 조금 심심해진 듯하지만, 반대로 소리는 훨씬 재미나게 들리도록 튜닝된 것이 ZE2000입니다. 정가는 18.9만원이고 할인 받으면 17만원 정도이므로 ZE3000보다 불과 1만원 싼 가격인데요. 일단 박스부터 개봉해보십시다.



각진 모습이지만 편안하게 잘 맞는다



파이널 ZE2000의 박스 속에는 이어폰 좌우 유닛과 충전 케이스가 있으며 충전용 USB-A to C 케이블과 다섯 쌍의 실리콘 이어팁이 포함됩니다. 제품 색상이 매트 블랙, 애쉬 그레이로 나뉘는데 이어팁의 색상은 이어폰과 맞춰져 있으며 충전 케이블은 모두 검정색입니다.



미리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요. ZE2000은 외관과 소리만 빼면 ZE3000과 동일한 무선 이어폰입니다. 이미 ZE3000의 리뷰를 상세하게 써놓은 저로서는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가 싫지만, 여러분이 링크를 타고 ZE3000 리뷰를 찾아서 보는 불편을 덜어드리는 쪽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주요 항목을 간결하게 다시 작성해봅니다.



ZE2000의 충전 케이스는 작은 조약돌 형상이며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손에 쥐기가 편합니다. 하지만 평평한 부분이 하나도 없으니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두면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게 됩니다. 충전 케이스 뚜껑은 닫을 때마다 딱! 소리가 나서 은근히 재미있고요. 앞쪽에 있는 한 개의 LED로 배터리 충전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 LED가 노랑색이나 빨강색으로 켜진다면 배터리 잔량이 줄어든 것이니 곧바로 충전해줍시다. 이어폰을 담은 상태에서 케이스 뚜껑을 열면 자동으로 페어링을 시작합니다.



이어폰 유닛의 디자인은 파이널 A 시리즈에서 응용된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각진 부분이 많아서 귀에 제대로 끼워지나 싶을 텐데요. 이어폰 외부만 각이 져있을 뿐 귀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은 모두 곡선형이라서 제법 편안하게 착용됩니다. 또한 이어폰 하우징이 커스텀 이어폰처럼 디자인되어서 귓바퀴 안쪽에 가득차게 단단히 끼워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 귀 모양에 맞을 것이며 소음 차단 효과도 좋은 편입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없습니다! 원래부터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 잘 되는 이어폰입니다.) IPX4 생활 방수도 지원하니 가벼운 비를 맞는 것은 괜찮겠습니다.



제품에 기본 포함되는 다섯 쌍의 파이널 무선 이어폰용 이어팁은 아마도 M 또는 L 사이즈가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귀가 작은 여성분들이나 어린이 여러분은 S, SS 사이즈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기본 장착된 이어팁에서 한 단계 정도 크거나 작은 사이즈도 착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ZE2000에는 터치 패드가 있는데 하우징 외부에서 파이널 로고의 뒤쪽 영역입니다. 귀에 끼우고 있을 때 이어폰의 뒷부분을 터치한다고 생각하면 딱 좋습니다. 싱글탭(한 번 톡!)은 음악의 재생과 일시 정지, 더블탭(두 번 톡톡!)은 볼륨 조정, 롱탭(길게 한 번 토오오오옥)은 곡 넘기기입니다.



ZE2000의 블루투스는 5.2 버전이며,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은 SBC, AAC, aptX, aptX 어댑티브를 지원합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최대 7시간이며 케이스 충전을 포함하면 35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ANC가 없는 게 배터리에는 또 도움이 된다는 말이죠. 이어폰 한 쪽만 쓰는 상황을 대비해서 싱글 모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쪽 채널에서 스테레오 재생을 하는 방식이며 이 때는 SBC, AAC 코덱만 쓸 수 있으니 참조 바랍니다.



ZE2000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사용한다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과 이어폰의 볼륨이 따로 동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선 이어폰을 처음 구입한 분들이 '소리가 너무 작게 나와요! 아놔...'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이 너무 낮아서 그런 것이니 이렇게 해결합시다. 먼저 ZE2000의 왼쪽 터치 패드를 몇 번 더블탭해서 자체 볼륨을 낮춥니다. 그 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을 70~80% 정도로 올립니다. (스마트폰 모델에 따라서는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을 최대로 올려야 할 수도 있음) 그 다음에 ZE2000의 오른쪽 터치 패드를 더블탭해서 최종 볼륨을 원하는 만큼 올려주면 됩니다.



실제 생활 속에서 무선 연결 안정성을 확인해봅니다. 도보, 버스, 지하철에서 소리가 끊어지는 일이 없었으며 음성 통화에서도 제 목소리를 상대방이 잘 알아듣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생활 환경에서 그런 것이고, 여러분의 주변에 무선 공유기가 많이 있거나 지하철 안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온다면 대부분의 무선 이어폰이 소리가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무선 이어폰을 쾌적하게 쓰고 싶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극 실천해주세요. (??)



무선 이어폰을 위한 어쿠스틱 챔버와 신규 드라이버


다시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요. ZE2000은 외관과 소리만 빼면 ZE3000과 동일한 무선 이어폰입니다. 그래서 기술적 설명은 ZE3000 리뷰 내용을 복붙하겠습니다. (-_-)a


ZE3000을 개발하던 당시, 파이널의 직원들은 무선 이어폰이 지닌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1) 무선 이어폰은 하우징 내부가 빵빵하게 들어차 있다. (-_-)

무선 이어폰이... 생긴 것은 작은 커널형 이어폰이지만 하우징 속에 배터리, 서킷 보드, 안테나가 꽉 들어차 있습니다. 온갖 부품들이 공기 흐름을 막거나 방해하고 있으니 어쿠스틱 챔버 설계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게다가 방수 기능까지 제공하려면 하우징을 완전히 밀폐해야 하므로 벤트 설계도 할 수 없습니다. 공기 압력의 조절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저음이 부풀어서 고.중음을 가리는 마스킹 현상이 발생하고 소리의 선명도가 떨어집니다. 이 점을 극복하겠다고 고음을 더 강조해서 소리를 선명하게 만들면 청각 자극이 생깁니다.


2) 소리 왜곡율을 낮춰야 한다. (-_-)

많은 이어폰들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는 1kHz가 아닌 저음 영역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3%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선 이어폰들은 소프트웨어 EQ를 사용해서 사운드 튜닝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더욱 부자연스럽고 피로한 소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파이널 사람들은 밀폐형 하우징을 만들되 노즐과 공기가 통하게 했고, 아예 새로운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만들게 됩니다.


1) f-링크 댐핑 시스템 (f-LINK Damping System)

드라이버를 기준으로, 드라이버 전면의 노즐 영역과 드라이버 후면의 하우징 사이에서 공기가 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밀폐된 하우징 속에서 공기 압력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2) 무선을 위한 f-코어 드라이버 (f-Core for Wireless)

극히 낮은 왜곡율을 지닌 신형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새로 개발했습니다. 이 드라이버의 진동판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는데, 진동판의 중앙 영역은 매우 가볍고 단단한 레진 소재이며, 테두리 영역은 주름 형상이 없는 특별 실리콘 소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레진과 실리콘을 접착제 없이 하나로 몰딩해서 완성도를 높였고 진동판이 더 가벼워져서 왜곡을 줄이는 효과도 얻었습니다.



ZE2000에도 이 기술들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습니다.



SOUND



이번 ZE2000의 소리 감상문도 아이폰 14 프로에서 AAC 코덱 상태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애플 iOS 기기들이 쓰는 AAC 코덱은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보다 살짝 밝은 음색과 시원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폰 자체의 소리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고 삼아서 언급해둡니다. ZE2000은 스마트폰 연결은 물론 PC와 페어링해서 쓸 때에도 자신의 개성 있는 소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무선 이어폰입니다.


제가 ZE3000을 리뷰할 때 새 제품을 두 개 대여해서 한 개만 20시간 정도 사용한 후 새것과 비교 청취한 적이 있습니다. 둘 다 소리의 기본은 그대로인데 오래 사용한 제품은 고음의 밝은 음색이 살짝 누그러졌습니다. 즉, 새 제품 시절에는 고음이 예리하게 들리지만 계속 사용하다보면 적당히 선명한 고음으로 정착되는 것입니다. ZE2000도 이 특징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처럼 플레이어에 연결해서 계속 틀어둘 수가 없으니 그냥 매일 꾸준히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카 오디오 이퀄라이저에서 고음과 저음을 올린 듯?


ZE2000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ZE3000에서 고음과 저음을 더 올렸구만!'이었습니다. 그래서 파이널 웹사이트에 올라온 ZE3000과 ZE2000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직접 합쳐 보았습니다. 기본 형태는 유사하지만 ZE2000의 고음과 저음이 조금 더 강조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ZE3000과 ZE2000의 드라이버가 지닌 소리 해상도는 옛날 무선 이어폰들과 확실히 구분될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파이널의 유선 이어폰 중에서 A3000, A4000 수준의 소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ZE3000과 ZE2000의 주파수 응답 형태의 차이로 인해 음색과 음악 장르 매칭이 바뀐다는 겁니다. 둘 다 고음이 샤프하고 밝은 편인데 ZE2000은 저음이 더욱 강력합니다. ZE3000은 고음이 밝게 들릴 수 있다는 점만 빼면 레퍼런스(기준점)라고 할 정도로 고.중.저음 균형이 좋습니다. 그런데 ZE2000은 카 오디오의 이퀄라이저에서 고음과 저음을 더 올린 것처럼 더욱 선명하고 빵빵한(!) 소리를 냅니다. 파이널에서는 ZE2000의 소리를 보컬과 악기 소리가 귀에 더 가까이 오는 느낌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훨씬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ZE2000은 'ZE3000의 Fun 버전'입니다. (-_-)/


ZE3000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면서도 클래식 악곡을 포함한 대부분의 음악 장르를 오디오 애호가의 관점에서 듣게 해줍니다. 청취의 재미를 위해서, 그리고 주변의 저음형 소음에 대응하기 위해서 저음이 크게 강조되거나 소리가 많이 주물러진 무선 이어폰들과 달리, ZE3000은 높은 해상도와 훌륭한 균형으로 음악 감상의 근본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도시의 길 바닥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요즘 대중적으로 히트하는 음악에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요소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렇다면 파이널에서도 이런 흐름에 어울리는 무선 이어폰이 필요할 터이니 더욱 주물러진 소리의 응용판을 내놓은 것입니다. 캐주얼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파이널 무선 이어폰의 등장이지요. 그래서 여기부터는 되도록 ZE2000의 소리 특징만 서술해보겠습니다.



*거의 V 사운드가 됐는데 보컬, 현악기가 더 가깝게 들린다


ZE2000은 ZE3000보다 고음과 저음을 더 강조하되 중음을 더 낮추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낮은 중음이 저음과 함께 살아나면서 보컬, 현악기의 낮은 음이 더욱 두툼해집니다. 보다 V 모양에 가까운 소리가 됐는데 보컬, 현악기 소리가 조금 더 가깝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단, 저음 울림이 굉장히 풍부하기 때문에 저음 악기가 많이 울리는 곡에서는 중음 일부가 가려지기도 합니다. 체감하는 응답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고.중음은 확실히 빠르지만 저음은 약간 느릿한 기운이 있습니다. 싱글 풀레인지 다이내믹 드라이버이지만 소리를 듣노라면 트위터와 우퍼로 분리된 2-Way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밝고 화려한 고음의 효과


고음의 선이 가늘고 입자가 곱게 들립니다. 밝고 샤프한 느낌도 뚜렷합니다. 청각 자극을 주는 낮은 고음 영역이 아니라 주로 10kHz에 근접한 부분을 보강해서 소리 해상도를 더 높게 만들고 살짝 예쁜 인상이 들도록 튜닝한 모양입니다. (주파수 응답 그래프에서는 3kHz와 7kHz가 주로 보강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청취의 체감은 이렇습니다.) 여성 보컬이 뚜렷하게 화려해지며 남성 보컬 중에서도 미성을 지닌 가수는 '이거 혹시 여자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바이올린의 음색도 순식간에 낭만파가 되는데... 클래식 악곡을 더 화사하게 듣고 싶다면 좋은 특징이 될 듯합니다. 저음의 중음 마스킹 현상이 있으나,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담당하는 저음 악기들이 크게 보강되며 콘서트홀의 울림도 커지므로 클래식 악곡 감상에 ZE2000을 쓰면 더욱 즐거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ZE2000의 샤프한 고음은 아주 깨끗한 고음이기도 합니다. 매우 섬세하게 다듬어진 고음이 드럼의 심벌즈 소리를 무척 시원하면서도 부드럽게 들려줍니다. 쇳소리의 금속 감촉을 생생하게 살리되 사람 손으로 오랫동안 연마한 것처럼 매끈함을 더하는 고음입니다. 분명히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페어링으로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높은 해상도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악 장르 중에서도 재즈, 락에서 특별한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기체처럼 뿜어지는 푹신한 저음 펀치


이 제품의 저음 강조는 주로 높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100Hz 근처의 저음은 청취자에게 더욱 강한 펀치(타격)를 느끼게 하는데, ZE2000의 소리를 처음 듣는다면 샤프한 고음보다도 둥~ 두웅~하고 울리는 저음에 더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저음형 이어폰인데 고음이 쨍하다'고 요약해도 될 것입니다. 그렇게, 다이내믹 드라이버 특유의 높은 밀도와 든든함을 지닌 저음이 소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단, 이 저음은 돌덩이처럼 단단한 게 아니라 귀 속으로 기체처럼 뿜어지는 푹신한 펀치를 만듭니다. 덩치가 크지만 근육질이 아니라 말랑한 저음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한 유난히 포근한 온도가 있어서 보일러로 난방 중인 듯한 기분이 됩니다. 주변의 저음 악기들이 따뜻한 기운을 뿜어서 사람 목소리나 현악기 소리까지 정감 있게 바꿔줍니다. 러브러브한 분위기의 발라드나 R&B 장르를 즐겨듣는다면 이 따뜻함이 아주 마음에 들 것입니다.



*구름 덩어리 같은 저음 속에서 나오는 시원한 고.중음


ZE3000을 떠올려보면 ZE2000은 사운드 이미지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ZE2000의 저음 영역은 머리 둘레에서 구름 덩어리처럼 형성되는 느낌이고, 고.중음 영역은 머리의 안쪽으로 더욱 가깝게 들어옵니다. 스테이지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음악 속의 요소에게 근접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저음 악기들의 붕붕거리는 울림이 머리를 에워싸는 가운데 선명한 고.중음 악기들이 머리 속으로 들어옵니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서는 쿵쿵거리는 저음이 두개골을 울리면서 시원한 고음형 전자음이 청각을 확 깨워줍니다.


여기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ZE2000과 댄스 뮤직'의 조합입니다. 이 물건은 제작자들이 대놓고 '음악의 재미'를 주제로 튜닝한 무선 이어폰입니다. 실내 감상은 물론 길거리나 버스 안에서도 저음을 제대로 크게 터트려줘야 합니다. ZE2000의 저음은 부드러운 펀치를 내는 동시에 울림의 무게가 굉장한 수준입니다. 초저음의 배경보다는 유저의 심장 박동에 더 가까운 둥, 둥, 둥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저도 ZE2000을 귀에 끼우고 EDM을 틀면 반사적으로 아령을 들고 상체 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음악을 재생하는 이어폰이 아니라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워크아웃 장비로 봐도 좋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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