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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바워스앤윌킨스 Pi7 S2, 무선 이어폰의 소리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가

루릭 루릭
2211 2 1

바워스앤윌킨스 Pi7 S2

무선 이어폰의 소리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가



"소리에 매료되어서 몹시 비싼 무선 이어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Pi7 S2의 소리를 듣고 나면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예쁜 디자인과 충전 케이스 스트리밍 기능은 덤으로 챙겨두자."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제철을 맞이한 수산 시장처럼 활기찬 무선 이어폰 시장이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그러하듯 무선 이어폰 세계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결정되는 음향 분야이지만, 좋은 물건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음향의 속성이다. 이런 말을 제품 리뷰의 서두에 써야 하는 현실이 찝찝하지만, 무선 이어폰도 비싼 것은 비싼 이유가 있음을 여러분에게 알리고자 한다.



오랫동안 휴대 음향 세계를 탐험해온 사람들 말고, 그저 편리한 음악 감상을 선호하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생각해보자.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생활 용품으로 보지 않고 '음악 감상의 핵심적 도구'로 본다면 무이자 할부를 써서라도 40~50만원은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큰 포부와 예산을 가지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이번에는 고를 수 있는 제품이 손꼽을 정도로 적어서 놀라게 된다. (-_-)


가장 흔하게 보이는 애플 에어팟 프로는 어쨌든 아이폰 유저 타겟이며 이런 저런 측면에서 하이파이 이어폰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점은 토론 소재가 될 터이니 나중에 에어팟 프로 2세대의 사운드 리뷰로 설명해보겠다.) 젠하이저와 보스도 괜찮기는 한데... 소리를 따져 보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파이널 ZE8000은 소리가 많이 좋다고 하는데 그 모양새를 볼 때 진짜 매니아가 아니라면 귀에 끼우고 다니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리하여 도달하게 되는 지점이... 뱅앤올룹슨과 바워스앤윌킨스다. 이렇게 'B&O 아니면 B&W'라는 황당한 기로 앞에서 40~50만원대 유저는 선택 장애의 늪에 빠지고 만다. (적어도 2023년 4월 현재는 그렇다.)


오늘은 그 중에서 B&W를 다뤄보겠다.



디자인이 뿜어내는 화려한 존재감



시작에 앞서 바워스앤윌킨스 이어폰 헤드폰을 사용하는 여러분의 공통적 이야기를 짚어둔다. 아마도 배터리 인식 오류 때문에 제품 사용에 방해가 된다는 게 가장 큰 건이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바워스앤윌킨스는 먼저 헤드폰 Px8, Px7 S2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했으며 전용 모바일 앱에도 이런 저런 패치를 해두었다. 이어폰 Pi7은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지만 이 쪽도 펌웨어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기 제품의 판매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Pi7의 기본 기능을 향상시키고 색상 옵션을 추가한 Pi7 S2가 그렇게 탄생한다.


Px7 S2는 비싼 헤드폰이고 Px8은 거의 100만원에 이른다. 지금 소개하는 이어폰 Pi7 S2도 대충 50~60만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방금 언급한 문제점과 해결의 과정도 있으니 잘 팔리지 않는 게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Pi7과 Pi7 S2는 모두 인기 품목이다. 본인이 제품 리뷰를 할 때는 사진 촬영을 위해서 여러 색상을 한 번에 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Pi7 S2는 청음 매장에서 사람들이 하도 많이 들어보는 탓에 화이트 색상 한 개만 빌릴 수 있었다. 이 글의 시작에서 분명히 언급했더랬다. 일반인(...)이 무선 이어폰에 제대로 투자해보겠다고 나서면 'B&O 아니면 B&W'에 도달하고 만다. 이 비싼 물건을 사람들이 왜 그리도 좋아하는 것일까? Pi7을 써본 적은 없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Pi7 S2를 3주 정도 사용해본 후 그 해답을 얻었다.



Pi7 S2의 패키징은 작고 간결한 박스 한 개다. 개인적으로 보면 이렇게 비싼 물건이라도 패키지의 부피를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제품 사용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함께 담아서 작은 박스에 담을 수 있다면 간단한 패키지 디자인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구성품이 풍성하지는 않다. 충전 케이스에 담긴 이어폰 본체와 실리콘 이어팁 세 쌍, 두 개의 케이블이 들어 있다. 전용 케이스 액세서리나 더욱 다양한 크기의 이어팁을 넣어주면 어떨까하며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사용에는 문제가 없으니 넘어간다.




이어팁은 대.중.소 사이즈의 지름 차이가 꽤 큰 편이라서 대부분 중간 사이즈를 쓰게 될 것이다. Pi7 S2의 전용 이어팁은 노즐 안쪽에 패브릭 필터가 있으므로 다른 이어팁으로 바꾼다면 소리 변화가 생길 수 있겠다. 그러므로 이어팁을 분실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선 이어폰에는 일반적으로 충전용 USB 케이블 한 개만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Pi7 S2에는 USB-C to C 케이블과 USB-C to 3.5mm 케이블이 있다. 그 이유는 Pi7 S2의 충전 케이스가 블루투스 트랜스미터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후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Pi7 S2는 재생기 쪽에서 블루투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 USB-C 케이블과 USB 3.5mm 케이블로 충전 케이스에서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바워스앤윌킨스 이어폰 헤드폰을 충전 케이스와 페어링해서 스트리밍해도 된다.



Pi7 S2의 충전 케이스는 USB-C 유선 충전과 Qi 무선 충전을 지원하며 15분 충전으로 두 시간 동안 사용할 수도 있다. 충전 케이스의 앞쪽에는 커다란 버튼이 있으며 큼직한 LED 라이팅으로 배터리 충전 상태와 페어링 진행 등을 보여준다. 충전할 때는 LED가 깜빡거리고 완전히 충전되면 녹색으로 계속 켜져 있게 된다. 블루투스 수동 페어링을 할 때는 충전 케이스 뚜껑을 열고 안쪽의 작은 버튼을 길게 눌러주자. 케이스 앞의 큰 버튼은 LED를 켜서 배터리 잔량을 보여주며, 충전 케이스를 다른 바워스앤윌킨스 이어폰 헤드폰과 페어링할 때에도 쓴다.



이 제품의 외모는 산업 디자인의 성취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아주 작은 이어폰이면서도 하우징 바깥쪽의 멋진 금속 파츠로 고급스러움을 어필한다. 무선 이어폰에서 이 정도로 화려하게 존재감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바워스앤윌킨스의 잘 생긴 헤드폰 디자인이 무선 이어폰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제품 색상은 미드나잇 블루, 새틴 블랙, 캔버스 화이트로 세 가지가 있다. 이어폰 유닛은 IP54 방수를 제공하니 비 맞는 것 정도는 괜찮겠다. 충전 케이스의 크기는 61 x 28 x 56mm, 무게는 47g이며 이어폰의 무게는 한 쪽당 7g이라서 매우 가벼운 편이다.



이어폰 하우징의 금속 파츠는 중앙 부분에 터치 패드가 있다. 좌우 모두 싱글탭, 더블탭, 트리플탭으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볼륨 조절은 스마트폰에서 해줘야 한다. 왼쪽 터치 패드를 길게 누르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끌 수 있으며, 오른쪽 터치 패드를 길게 누르면 보이스 어시스턴트 기능으로 진입한다.




ANC, 통화 품질, 충전 케이스의 스트리밍


블루투스 5.0 버전이며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은 SBC, AAC, aptX, aptX HD, aptX Adaptive를 지원한다. Pi7 S2는 무선 이어폰들 중에서도 특히 작은 제품이라서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지는 않다. ANC를 끈 상태에서 5시간이며 ANC를 켜고 쓰면 4시간쯤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충전 케이스로 16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이번에 대여한 Pi7 S2는 배터리 버그가 없는 모양이다. 아이폰 14 프로와 함께 사용했는데 배터리 잔량이 1% 단위로 세밀하게 표시되며 급격히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현상은 없었다.


이 제품은 총 6개의 마이크를 사용하는 어댑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한다. 노이즈 캔슬링의 성능은 체감으로 볼 때 딱 중간 정도가 되겠다. 낮은 중음과 저음으로 된 소음을 많이 상쇄하며 고.중음형 소음은 대부분 통과시킨다. 낮은 주파수의 소음을 줄이고 음악 재생으로 높은 주파수 소음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조용한 배경 만들기에 상당한 도움을 주며 이압이 없어서 귀가 편안하다. 또한 ANC가 켜진 상태에서 화이트 노이즈가 거의 없으니 실내에서 들어도 배경이 고요해진다.


음성 통화용 마이크가 이어폰의 안쪽에 있다. 본인의 귀에 제대로 착용하면 마이크가 귓바퀴 속에 깊이 파묻혀서 음성 통화가 깨끗하게 되지 않는다. 유저의 귀 모양에 따라서 통화 품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이크가 가려진 상태에서도 의사 전달이 되니 마이크 자체의 성능은 좋다는 뜻이 된다. 무선 연결의 안정성은 사용 환경과 지역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본인의 생활 반경에서는 끊어짐이나 튕김이 없었다. 근처에 무선 라우터가 많은 곳을 지나가면 좌우 채널이 잠시 왔다갔다하는 정도였다.



바워스앤윌킨스 무선 이어폰들의 가장 특이하고 특별한 점은 충전 케이스의 블루투스 트랜스미터 기능이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용 환경에 따라서는 아주 요긴한 기능이 될 수도 있다. 컨텐츠를 재생하는 쪽에 블루투스 기능이 없으며 3.5mm 헤드폰잭이 있다면 USB-C to 3.5mm 케이블로 연결한다. USB-C to C 케이블로 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해도 충전 케이스를 통해서 Pi7 S2를 무선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연결하는 소스 기기의 볼륨 설정에 따라서 소리가 너무 크거나 작을 수 있으니 충전 케이스를 페어링한 후에는 먼저 기기의 볼륨부터 낮춘 후 천천히 올리면서 들어보자. 충전 케이스 외부의 큰 버튼을 한 번씩 누르면 블루투스 스트리밍을 멈추거나 재개할 수도 있다.



충전 케이스와 이어폰의 페어링은 별도의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먼저 이어폰을 귀에 착용한 후 USB-C to C 케이블 또는 USB-C to 3.5mm 케이블로 충전 케이스와 재생기를 연결하고 잠시 기다리면 된다. 이 때는 기존 페어링된 스마트폰과는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진다. 충전 케이스에 다른 바워스앤윌킨스 이어폰 헤드폰을 페어링해도 된다. 예를 들면 Pi7 S2의 충전 케이스에 Px8 헤드폰을 페어링해서 감상할 수도 있다. 먼저 Pi7 S2 이어폰 한 쌍을 충전 케이스 속에 넣는다. (한 번에 기기 한 대만 페어링 가능) 그리고 충전 케이스 외부의 버튼을 3초 동안 눌러서 파랑색 LED가 켜지게 한 후 Px8 헤드폰을 페어링 모드로 두면 된다. 케이스와 헤드폰이 페어링되면 파랑색 LED가 깜빡임을 멈추고 점등된다. 시간이 조금 걸리니 평소보다 더 기다려보자.



바워스앤윌킨스 헤드폰들의 모바일 앱 'Music | Bowers & Wilkins'를 Pi7 S2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어폰의 착용 감지 센서를 켜고 끄거나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것이 아니라면 앱이 없어도 제품을 멀쩡하게 쓸 수 있다. 전용 앱에 EQ 옵션이 없으니 자주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Pi7 S2는 고유의 사운드 시그니처 한 개만 유지하는데, 이 소리가 참 특별하고 재미있다. 음질의 객관적 기준을 떠나서 맛이 각별한 것이다. 음반의 소리를 그대로 듣는 게 아니라 청각으로 고급 와인을 맛보는 듯한 심리적 경험을 만든다.



SOUND



*원음과는 거리가 먼데 처음부터 매료된다


이 제품은 한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BA) 드라이버로 고음을 재생하고 9.2mm 다이내믹 드라이버(DD)로 저음을 재생하는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처음 받아서 산책로에 들고 나갔을 때부터 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원음과는 거리가 먼, 고음의 달콤한 착색이 많고 저음이 크게 강조된 소리다. 또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재생하는 저주파가 음질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정도면 'ANC를 끄고 듣는 게 손해'라고 할 만큼 사운드 튜닝과 잘 어울리는 ANC 세팅이다.


LG V20, 삼성 갤럭시 A9과 페어링해서 청취해본 후 아이폰으로 다시 들어보니 고음의 차이가 조금 나온다. 아이폰의 AAC 코덱 환경에서는 Pi7 S2의 고음이 더 밝아지며 청량감이 강해진다. 그러나 이 이어폰은 원래부터 고음이 달콤하게 착색되어 있으므로 스마트폰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은 동일하다. 잠시 생각해보건대, 고음에 있는 특유의 맛이 Pi7 S2의 인기를 더 올려주는 듯하다. 레퍼런스 이어폰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무척 듣기 좋아서 자꾸만 다시 듣고 싶어지는 고음이 있다.


*청각이 반응하는 부분만 딱 골라서 조절한 소리


간단히 본다면 중음보다 고음과 저음이 강조된 V 모양의 소리라고 하겠다. 그런데 뭔가 자극이 생기거나 부담이 와서 감상을 멈추게 되는 경우가 없다. 이 제품의 소리가 듣기 좋은 이유는 사람의 청각이 반응하는 영역만 딱 골라서 조절해뒀기 때문이다. 더욱 세밀하게 보면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되어 있으며, 낮은 중음을 올리는 대신 높은 중음을 내리고, 고음 영역 전체를 올록볼록하게 조정해둔 모습이다. 굳이 비유한다면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된 U 모양의 소리인데 저음 펀치와 낮은 중음이 많이 보강된 것이다. 그래서 보컬과 현악기 음의 위치가 뒤로 밀려나지 않으며 낮은 음은 더욱 가깝게 들린다.


초창기의 BA + DD 하이브리드 이어폰들은 BA 트위터의 금속성 고음과 DD 우퍼의 따뜻한 중.저음이 혼합되어서 '부조화의 특이한 재미'가 있었다. Pi7 S2의 소리도 그런 재미가 있는데, 모든 음 영역에서 골고루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매우 꼼꼼한 튜닝을 해놓았다. 이렇게 원래부터 많이 주물러진 소리이므로 사용자 EQ를 써서 건드린다면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들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것이 Pi7 S2에 EQ 옵션이 없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심리적 공간을 넓히는 웅장한 규모의 초저음


초저음이 두개골이 울릴 정도로 깊고 강하게 진동하며 넓게 울려퍼진다. 물리적으로는 스테이지 확장 구조가 없는데 초저음이 심리적 공간을 넓게 만들어준다. 높은 저음의 펀치도 든든하지만 초저음의 웅장한 규모가 더 인상적인 이어폰 되겠다. Pi7 S2는 작은 무선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의 규모를 대형 헤드폰처럼 묘사한다. 이어폰 하우징의 내부가 비좁아서 저음 울림을 처리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초저음의 공기가 이어폰 속에서 맴돌며 풍부하게 증폭되는 느낌이 뚜렷하게 든다. 공간 자체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은데 초저음의 내부 순환이 이어폰의 가상적 덩치를 크게 만들고 있다.


Pi7 S2의 강렬한 초저음은 엔터테인먼트 목적으로 매우 좋은 셀링 포인트가 된다. 이 제품은 원래 음색 왜곡이 큰 편이라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직설적(?)으로 듣기에는 좋지 않으나, 콘서트홀 내부의 생생한 울림을 느끼고,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의 펑 터지는 파워를 즐기면서, 현악기 음을 포근하고 화사하게 듣고 싶다면 즉시 추천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일반적인 음악 감상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판타지 분위기의 모바일 게임을 할 때 초소형의 홈시어터 시스템 같은 재미를 볼 수도 있다. Pi7 S2는 충전 케이스의 스트리밍으로 비행기 안에서도 쓸 수 있으니 사운드 튜닝을 할 때 영화 감상도 충분히 고려했을 터이다.


*모든 음이 크고 힘차게 살아난다


이 물건의 중음과 저음은 참으로 기묘한 존재다. 초저음이 뻥뻥 터지고, 고음은 마구 흔들었다가 마개를 딴 사이다처럼 폭발하는데, 중.저음은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오롯이 제 자리를 지킨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낮은 음이 강한 가수의 독창에 피아노 연주만 더한 곡을 들어 본다. 예를 들면 다이애나 크롤의 독창 중심 노래가 좋겠다. 중음과 낮은 중음의 선이 엄청나게 굵다. 100Hz 위쪽의 저음도 굉장히 두툼해서 다이애나 크롤의 낮은 음이 남자 목소리처럼 귀 속으로 그윽하게 깔린다. (이 분은 여성이다.) 드럼과 더블 베이스가 포함된 재즈 연주도 들어 보자. 드럼의 쇳소리 고음과 더블 베이스의 둥둥거리는 저음 속에서도 피아노 연주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래서 Pi7 S2로 음악을 들으면 밸런스가 엉망(?!) 같은데 인간과 악기가 내는 모든 음이 크고 힘차게 살아난다. 이게 즐겁고 재미있어서 견딜 수가 없다.



*오리지널 칠성 사이다 고음과 풍부한 잔향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트위터로 쓸 때 나오는 특징 - 밝고 샤프한 고음을 느낄 수 있다. 저음과 초저음이 크게 울리면서 고.중음이 가려지는 마스킹 현상이 분명히 있는데, 고음이 하도 시원하게 뿜어져서 저음의 흐린 막을 뻥!하고 뚫어버린다. 높은 중음 일부를 낮추고 고음과 초고음을 올려서 소리의 체감 해상도를 향상시키는 기법이 제대로 통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저음 연주만 시작되면 흐린 구름이 떠오르지만 일단 고음 연주가 들어오면 고막에 냉각된 사이다를 붓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 또한 고음을 들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단맛을 느끼게 된다. 꿀처럼 달콤한 맛을 청각으로 상상할 수 있다.


무설탕 탄산수도 아니고 다이어트 콜라도 아니다. 설탕을 제대로 부어넣은 오리지널 칠성 사이다처럼 짜릿한 고음이다. 앞서 와인을 언급한 이유도 이것이다. Pi7 S2의 달콤한 고음은 와인 중에서도 단맛이 강한 종류 같다. 또한 소리의 응답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정해서 뭔가 감상적으로 다가오도록 만들어놨다. 빠른 응답과 건조한 음색을 원한다면 다른 무선 이어폰을 찾도록 하자. Pi7 S2의 소리는 은근히 느릿하면서도 온화한 입자가 흩날리는 듯한 잔향을 풀풀 풍긴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강한 충격이나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식사에 곁들이는 레드 와인처럼 만족스럽고 행복한 기분이 된다.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기보다는 풍요로운 삶의 한 부분으로서 편안하고 즐겁게 누리도록 유도해준다.


*장르에 맞춰 변신하는, 새로운 개념의 올라운더 이어폰


이처럼 개성이 강한 소리라면 음악 장르 선택이 필요할 듯한데... 그게 그렇지도 않다. Pi7 S2는 평탄하지 않은 소리로도 올라운더(All-rounder)가 될 수 있다고 외치는 무선 이어폰이다. 자연 악기든 전자 악기든 귀로 전달되는 소리를 듣기 좋게 주물러서 공급해주니 온갖 장르를 섞어서 들어도 항상 행복해진다. 소리의 감촉이 매우 부드럽고 포근하므로 강렬한 자극이 필요한 장르가 심심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또 그렇지가 않다. 저음 펀치가 단단하고 강력해서 댄스 뮤직과 락, 메탈 장르에서도 파워를 느끼게 한다. 조금 흘려서 손에 묻으면 진득거릴 듯한 단맛의 고음이 시원하게 지속적으로 터지니 이것도 아찔한 자극이 된다. 그런데 발라드와 R&B를 듣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고음과 포근한 중.저음을 내면서 러브러브한 커플용 이어폰으로 변신한다.


비싸도 인기 좋은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Pi7 S2의 인기 좋은 소리에서 최종 결정타를 발견한다. 온갖 특징을 하나로 농축한 듯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귀가 편안하다. 수많은 종류의 음악을 모두 편하게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생활용 무선 이어폰으로 항상 곁에 두고 쓸 수 있는데, 소리가 토탈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수준이라서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 제품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본인이 해줄 만한 조언은 딱 하나 뿐이다. 너무 맛좋은 소리라서 지나치게 오래 들을 수 있으니 청력 보호에 주의하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은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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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K JNK님 포함 2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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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워스앤윌킨스 헤드폰을 쓰고있어서 이어폰은 어떤가하고 잘읽어봤습니다 ㅎㅎ
21:17
23.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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