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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야마하 YH-E700B, 사람 목소리와 어쿠스틱 연주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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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YH-E700B

사람 목소리와 어쿠스틱 연주의 진면목을 들려준다



"제품 분류는 생활 속의 ANC 무선 헤드폰인데 소리의 품질과 성향은 음악을 위한 악기에 가깝다. 고.중.저음 균형이 놀라운 수준이며, 선이 몹시 굵고 깨끗한 소리를 낸다. 이것은 진정한 [음악 감상 최적화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이 글의 제목과 요약 문장을 보고 '응? 진짜임?'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해봐도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쿵 저러쿵 하다 보니 야마하(Yamaha)의 새로운 이어폰과 헤드폰들을 자주 리뷰하게 됐는데요. YH-L700A부터 시작해서 YH-E700A, TW-E7B, YH-5000SE까지 모두 오랫동안 사용해본 후 반납했습니다. L700A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영화 감상용 무선 헤드폰으로 인정 받았고, E700A는 L700A처럼 초저음이 강력하지만 음악 감상에 더 어울리는 무선 헤드폰입니다. 무선 이어폰 TW-E7B와 하이엔드 유선 헤드폰 YH-5000SE는 세계적인 피아노 회사가 원음 중심으로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딱 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야마하 YH-E700B는 원음 중심의 생각이 라이프스타일 제품과 만나서 창조된, 음악 감상 전용의 ANC 무선 헤드폰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30~40만원대에 속하는데 제 생각에는 E700B가 음악 본연의 소리를 '실제로' 들려주는 듯합니다. 블루투스 헤드폰의 기본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 편한 착용, 강하지는 않지만 쓸모가 있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등을 골고루 갖추었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음악을 자연스럽고 시원하게 듣는 목적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요즘 나오는 고급형 무선 헤드폰 중에서 사람 목소리와 어쿠스틱 연주에 가장 잘 맞는 소리를 내는 물건이 YH-E700B입니다. 소니, 보스, 젠하이저, 애플까지 그야말로 쟁쟁한 상대들 속에서 이 헤드폰은 '내가 곧 악기가 되겠다!'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습니다.




단정한 디자인, 굵직한 헤드 밴드



제품 박스 사진을 보면서 '응? 뭐하는 거임?'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박스의 앞면에, 헤드폰 사진을 절반이나 가릴 정도로 커다란 정품 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거든요. 제가 이렇게 붙인 게 아니라 원래부터 붙어서 배송되는 겁니다. 아마도 제품 구입의 증빙이 되는 박스를 정품 인증서와 함께 보관하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인증서 스티커를 꼭 박스 앞면에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_-)a 어차피 제품 박스는 안 보이는 곳에 보관될 테니 문제는 없으나 첫 개봉의 재미가 반감되기는 합니다.



박스를 열면 큼직한 지퍼 케이스가 나옵니다. 이 케이스를 열면 이어컵을 눕혀서 잘 접어둔 YH-E700B 본체가 보이고, 옆쪽의 수납 공간에서는 유선 연결을 위한 헤드폰 케이블과 충전용 USB 케이블, 항공기 어댑터를 볼 수 있습니다. 헤드폰 케이블은 3.5mm 커넥터를 사용하며 비교적 평범한 모습이고요. 충전용 USB 케이블은 길이가 짧은 편이라서 아마도 다른 USB 케이블을 쓰시게 될 겁니다. USB-C 커넥터라서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써도 되겠습니다.



YH-E700B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단정합니다. 색상은 블랙과 베이지가 있으며 표면에 석재와 비슷한 패턴을 넣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어컵과 헤드밴드의 형태를 보면 살짝 소니 WH-1000X 시리즈가 떠오르는 모습인데, 헤드밴드 끝부분과 이어컵을 잇는 부분이 직선형으로 되어 있으며 튀지 않는 야마하 로고가 개성을 만듭니다. 이어컵은 평평하게 눕힐 수 있으며 안쪽으로 완전히 접히는 폴딩 구조라서 휴대와 보관이 간편합니다. 케이스에 넣을 때는 이어컵 두 개를 눕힌 후 한 쪽만 접어서 넣으면 되고요. 그냥 부피를 줄이고 싶다면 전체 폴딩을 하면 됩니다.



다른 무선 헤드폰들과 비교하면 이어컵은 그리 크지 않으나, 헤드밴드의 두께와 부피가 유난히 큰 편입니다. 무게는 335g으로 상당히 가벼운 편인데 헤드밴드를 손에 쥐고 들어올리면 '아, 내가 꽤 큰 헤드폰을 들고 있구나~'하는 감이 옵니다.



좌우 이어컵에는 각각 버튼이 있는데요. 왼쪽 이어컵에 있는 큰 버튼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켜기, 끄기, 외부 소리 듣기를 전환하며, 오른쪽 이어컵의 큰 버튼은 전원과 음악 재생, 전화 받기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 밑의 작은 버튼 두 개는 볼륨 조정, 곡 넘기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700B의 착용 모습은 유저의 머리 크기에 따라서 극과 극이 됩니다. 머리가 작아서 헤드밴드를 늘리지 않거나 조금만 늘린다면 아주 세련된 모습이 될 것입니다. 주로 여성 유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되겠군요. 그러나 머리가 큰 편이라서 헤드밴드를 쭈욱~ 늘려야 한다면 굵직한 헤드밴드가 수평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나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현실 체감이 될 것입니다.



비주얼은 이렇지만... 헤드밴드 끝부분이 여유롭게 늘어나므로 대부분의 유저들이 착용 가능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또한 헤드밴드의 폼 쿠션이 넉넉하기 때문에 오래 착용해도 정수리 압박이 적은 것은 좋습니다. 이어패드도 아주 푹신한 메모리폼으로 채워져 있으며 쫀득한 감촉의 인조 가죽으로 피부에 밀착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어패드의 내부 형태인데요. 안쪽 면적이 좁으며 깊이는 큰 편입니다. 즉, 이어패드가 귓바퀴 둘레를 덮는 게 아니라 이어패드 속으로 귓바퀴가 쏙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헤드폰 착용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귓바퀴 압박인데 YH-E700B의 이어패드는 귓바퀴를 누르지 않고 품어주는 모양새라서 더욱 편안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귓바퀴 크기와 모양이 다르니 모두 편안하게 착용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E700B의 이어패드가 귓바퀴를 안쪽으로 넣는 구조라는 게 색다른 점이지요. 일단은 귓바퀴 테두리를 감싸는 오버이어(Over-ear) 헤드폰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디자인된 이어패드는 소리의 누출을 막는 웨이브 가이드 역할도 수행합니다. 귓바퀴를 안쪽으로 넣으니 자동적으로 이어패드 전체가 귓바퀴 테두리에 밀착되면서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소음 차단과 노이즈 캔슬링 효과도 보강해줍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헤드폰을 착용할 때 머리 뒤쪽으로 살짝 밀어서 귓바퀴가 펼쳐지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귓구멍 속으로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갑니다. 드라이버 진동판이 귓구멍 앞에 정확히 맞춰지지 않아도 됩니다.




전용 앱과 사용 경험



YH-E700B는 새 제품일 때부터 기본 기능이 켜져 있으므로 반드시 전용 앱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서 켠 후 자동 페어링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바로 듣기 시작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E700B도 전용 앱을 통해서 EQ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야마하 YH-L700A, E700A에서 사용하던 앱과는 다른 신규 앱을 찾아야 하는데요. 보라색 아이콘의 Yamaha Headphones Controller가 아니라 하얀색 아이콘의 Yamaha Headphone Control을 스마트폰에 설치합시다. E700B에는 착용 감지 센서가 있는데 이 앱에서 켜고 끌 수 있으며 펌웨어 업데이트도 가능합니다. 또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외에도 앱에서 켜고 끌 수 있는 세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리스닝 케어 (Listening Care)

낮은 볼륨에서도 모든 주파수 영역의 소리가 잘 들리게 보정해줍니다.


*리스닝 옵티마이저 (Listening Optimizer)

헤드폰 착용에서 이어패드의 밀착 수준을 실시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소리를 최적화해줍니다.


*게이밍 모드 (Gaming Mode)

이 모드를 켜면 응답 지연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게이밍 모드는 모바일 게임을 할 때만 사용하고, 리스닝 케어와 리스닝 옵티마이저는 항상 켜두시길 권합니다. 켜고 끄는 옵션을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두 기능이 소리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큽니다. 감상문을 쓰는 저도 항상 켜두고 사용했습니다.



무선 이어폰, 무선 헤드폰을 리뷰할 때는 항상 세 가지 환경에서 무선 연결 안정성을 확인해봅니다. 길을 걸어다닐 때, 버스를 탈 때, 지하철을 탈 때입니다. 이 때는 YH-E700B를 아이폰 14 프로와 페어링해서 감상했는데 소리가 튀거나 끊어지는 현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콩나물 시루가 된 지하철을 타지 않았으며 원래부터 전파 방해가 많지 않은 지역에 사는지라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대부분의 무선 헤드폰들이 무선 이어폰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도 체크해봅시다. '음악이 아닌 소음 만을 제거합니다', '음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ANC입니다' - 이런 문구로 소개되는 무선 헤드폰들은 대부분 ANC 강도가 낮게 되어 있습니다. YH-E700B도 음질 향상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ANC 레벨을 낮춘 모양입니다. 에어팟 맥스처럼 장벽을 만드는 수준은 아니고 주변 소음을 은근하게 줄여주는 정도인데요. 이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게, 이압이 없으니 머리가 편안하고 중요한 소음(?)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ANC가 E700B의 시원한 소리를 방해하지 않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왼쪽 이어컵의 버튼을 눌러서 외부 소리 듣기로 전환하면 주변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려서 의사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ANC 무선 헤드폰들보다도 마이크 감도가 높게 설정된 듯합니다. 이 상태에서 음악을 계속 틀고 있으면 음악 볼륨이 줄어들지 않는데, 그래도 주변 소리를 모두 크게 들을 수 있습니다. 카페 점원에게 주문을 할 때 헤드폰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헤드폰의 전원을 끄고 케이블을 연결해서 쓸 수도 있는데(패시브 유선 모드)... 드라이버의 감도가 조금 낮아서 구동력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헤드폰잭으로 듣는다면 볼륨을 많이 올리셔야 할 겁니다. 또한, 패시브 유선 모드는 무선으로 들을 때보다 중.저음이 흐린 편이라서 그리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헤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을 때의 예비용으로 두는 게 좋겠습니다. 헤드폰 전원을 켜고 케이블을 연결하면 무선 상태와 흡사한 소리이며 출력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주로 비행기 안에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유선으로 써야 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YH-E700B는 SBC, AAC, aptX 어댑티브 코덱을 지원합니다. 그래서 LG V20에 페어링한 후 '음질 우선'으로 맞추고 다시 연결해보았는데 aptX HD 코덱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과 블루투스 헤드폰의 자체 볼륨이 따로 동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는 소스 출력 확보를 위해서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오디오 볼륨을 거의 최대로 올린 후 헤드폰의 자체 볼륨을 조정해서 들으면 됩니다.



SOUND



"프로 오디오의 강력한 고해상도 사운드에서 밀도를 낮춰 고막 압박을 줄이고 고.중.저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컨슈머 오디오의 고급스러운 소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야마하 YH-E700B의 핵심 주제다."


모든 것에 앞서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YH-E700B는 악기를 만드는 회사의 또 다른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분류되는 무선 헤드폰을 '생활의 소품'으로 여기고 있는데, 야마하는 헤드폰을 '음악의 악기'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초고가 헤드폰 YH-5000SE도 그러했고, 생활용 헤드폰으로 분류되는 YH-E700B도 음악을 악기 연주 그대로 전달하는 투명성을 지닙니다. YH-L700A와 E700A는 영화 감상과 댄스 뮤직에도 최적화하기 위해서 초저음을 크게 강조한 헤드폰이며, E700B는 그야말로 음악 감상에 올인하는 '사람 목소리와 어쿠스틱 연주의 진면목'이라고 하겠습니다.


*고음과 중음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리


적어도 저의 기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소리입니다. 제가 그동안 리뷰했던 ANC 무선 헤드폰들과 소리 특징에서 겹치는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고전 작품이나 다름없는 오픈타입 이어폰 한 개가 계속 떠오릅니다. 이 헤드폰은... 뱅앤올룹슨 A8(!)의 소리를 냅니다. (구형 유선 이어폰 A8을 지칭함)


기본은 무척 평탄한 밸런스형 사운드인데 저음이 은근히 든든하며 고음이 유난히 시원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소리 선이 굉장히 굵은데 밀도는 낮습니다. 몹시 힘찬 소리인데도 밀도가 낮으니 고막을 압박하지 않으며 듣기 좋은 잔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 오디오의 밝은 음색이 아니라 '고음과 함께 중음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느낌이라서 더욱 색다릅니다. 옛날 B&O A8의 소리를 떠올리면서 '요즘은 왜 이런 소리의 이어폰 헤드폰이 안 나오는 거야!'하고 안타까워했다면 이제 행복해지실 때가 된 겁니다.



*공기 흐름을 뚫어서 자연스럽게 만든다


E700B의 소리에서 느끼는 고.중음의 시원함은 짐작하건대 '공기 흐름 최적화'의 결과일 것입니다. 이 헤드폰의 개발자는 E700A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이어컵을 설계하면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로부터 나오는 공기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방출하도록 다수의 통로를 뚫어두었습니다. 이러한 공기 흐름의 조절은 고음과 높은 중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데, 이는 음색의 변화가 아니라 드라이버가 본래 지니고 있는 고.중음 특성을 저음 울림에 가려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E700B는 밀폐형 이어컵의 ANC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헤드폰처럼 막힘 없이 잘 개방되며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고.중음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튜닝 덕분에 소리가 훨씬 자연스럽게 들리는 점도 중요합니다. 누구나 오랫동안 음악 감상을 하면 소리에서 뭔가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어색한 느낌이 들 때 즉시 눈썹을 찌푸립니다. 이 헤드폰에서는 그럴 일이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모니터링과 음악 감상을 하나로 혼합하다


이러한 색다름을 제외하면, YH-E700B의 기본적 소리 성향은 고.중.저음의 균형이 매우 좋은 플랫 사운드에 가까우며 약간 건조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남깁니다. 옛날 측정 기준으로 본다면 고음, 중음, 저음이 모두 조금씩 얕은 언덕을 그리는 모습이겠고,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대단히 평탄한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극히 완만한 W 모양의 소리)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보다는 음악을 제작하는 사람들의 목적에 잘 맞는 느낌인데요. 그러나 이 헤드폰을 스튜디오 모니터라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튜디오 모니터의 소리를 음악 감상에 잘 어울리도록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쓰다듬어둔 셈입니다.


고음과 높은 중음이 시원하게 들리지만 뚜렷하게 강조되지는 않았습니다. 중음과 낮은 중음이 굉장히 두텁게 들리는데 앞으로 튀어나와서 거슬리는 현상은 없습니다. 저음은 거의 강조되지 않았는데 높은 저음의 펀치가 명확하며 초저음이 은은하게 포근한 느낌도 줍니다. 이 헤드폰은 모니터링과 음악 감상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모니터링과 음악 감상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혼합하고 있습니다.



*음색 특징을 보이지 않는 고해상도 사운드


아이폰에서 AAC 코덱으로 애플 뮤직 무손실 ALAC 파일을 듣고 있는데 높은 해상도와 선명한 음 분리를 뚜렷하게 체감합니다. 제가 이 감상문에서 스튜디오 모니터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는 이 헤드폰의 소리가 근본적으로 음색 특징이 없기 때문입니다. 뚜렷한 특징은 시원한 고.중음, 매우 굵고 선명한 중음, 평탄하면서도 타격과 울림이 뚜렷한 저음 - 이런 식으로 각 음 영역의 형태만 다를 뿐입니다. 고음이 오늘 처음 뚜껑을 딴 칠성 사이다처럼 청량하지만 전체 음색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중립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 목소리의 공기와 흔들림을 강조하는 중음


중음 영역 전체가 굉장히 두텁고 충실합니다.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서 높은 중음, 중음, 낮은 중음의 굵직한 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컬과 현악기 음이 매우 뚜렷하고 가깝게 들리는데 위치는 무대 위에 그대로 유지됩니다. 보컬 중심의 곡을 들으면 사람 목소리의 공기 밀도와 세밀한 흔들림까지 모두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디테일 묘사가 이뤄집니다. 여기에 고음도 시원하게 들리고 있으니 여성 보컬의 매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리고 성별에 관계없이 독창에 가까운 곡을 듣노라면 작은 홀의 라이브 공연을 혼자 독점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수의 목소리를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이크와 스피커로 고스란히 내 머리에 들이붓는 듯한 소리입니다. 그런데 소리 밀도가 낮으니 목소리의 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향도 풍부해집니다.



*머리에 가까운 소리, 손실 없이 평탄한 초저음


이 제품은 해당 가격대와 분류로 볼 때 음악 감상용 헤드폰으로는 탑 클래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 두 가지를 짚어두고 싶습니다. 첫째, 소리의 공간이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전형적인 밀폐형 헤드폰의 '머리에 가까운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 이미지가 머리 둘레로 작은 구(球)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제가 자주 하는 비유가 있는데, 레코딩 스튜디오 내부에서 듣는 느낌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둘째, YH-E700B는 저음이 의도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헤드폰입니다. 저음 영역 자체는 초저음까지 쭈욱~ 내려가는, 평탄하게 손실 없이 울리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인데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처럼 강조 없이 깨끗하게 평평한 선을 그리며 100Hz 아래의 영역을 들려주는 겁니다. 하지만 저음 영역 전체가 거의 평탄하다는 점은 저음 파워를 원하는 유저에게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영화 감상용으로는 YH-L700A, 음악 감상용으로는 YH-E700A를 통해서 차원이 다르게 펑펑 터지는 저음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YH-E700B는 자신의 음색이나 강한 특징을 내지 않으며 오로지 시원하고 굵은 소리로 음악의 본연만 전달하는 올라운더 타입의 헤드폰입니다. ■



*이 리뷰는 해당 브랜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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