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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커스텀 아트 FIBAE 블랙

루릭 루릭
2726 2 0

커스텀 아트 FIBAE 블랙

BA 자체에 필터를 더했더니 역작(力作)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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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 모니터 회사의 블랙 프로덕트

 

국내에서 병행 수입품 구입을 자주 하는 분이라면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날짜를 잘 아실 겁니다. 시즌 딱 맞춰서 온갖 제품들이 큰 폭으로 할인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쇼핑몰 문을 부수고 뛰어들 정도로 난리가 나는 날입니다. 그러나! 오디오 분야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매스 드랍(Massdrop)의 프로젝트처럼 음향 기기 회사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춰 알맞은 성능과 알맞은 가격을 지닌 블랙 프로덕트(Black Product)를 만들어냅니다. (사실은 블랙 프라이데이와 관계가 없었다) 에... 그러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포스텍스, 그레이스 디자인, 젠하이저, 하이파이맨 등의 회사들이 모두 한 번씩 블랙 프로덕트를 만든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폴란드의 인이어 모니터 회사 커스텀 아트(Custom Art)도 그런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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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둔 2018년 11월 22일, 커스텀 아트는 Head-fi.org 게시판에 신제품 출시를 공지했습니다. FIBAE 1, 2, 3와는 별도의 라인으로 FIBAE 블랙(Black)이라는 이어폰을 만든 것입니다. 최근 공개된 하이엔드 모델 FIBAE 4와는 달리, FIBAE 블랙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커스텀 아트에서 직접 올린 소개문과 측정 데이터가 훌륭한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기에 앞서 영어 원문을 올리고 저의 요약 번역을 더해보겠습니다.

 

*커스텀 아트 FIBAE 블랙 출시 공지 URL

https://www.head-fi.org/threads/custom-art-fibae-black-announcement.893870/

 

In case of FIBAE Black we decided to go with very complex Helmholtz resonator implemented in a way that has never been done in an IEM before. You might have heard about this particular acoustic solution - its widely used throughout variety of industries to control noise by carefully adjusting damping properties of the filter. This type of resonator has also been used in IEM industry before, but after we had started our experiments we discovered, that applying the filtering at the end of IEMs nozzle (like some existing designs), is highly ineffective and produced no significant effects on the sound of the earphone.

 

Thats when we moved our resonator parallel to the spout of Balanced Armature driver itself. It produced instant change in frequency response - that was when we realized we were onto something huge. Over the course of months the design evolved steadily along with the idea about sound signature we were going for. We went further and created even more advanced resonator, carefully calculating diameters and lengths of tubings, adding acoustic damping - coupling damping and resonating properties of Helmholtz filter. Every portion of the resonator has measurable and quite significant impact on the frequency response with effective reach down to 500Hz. During our research we discovered that properly designed resonator optimizes pressure in front of driver in a way to allow for better high frequency output. Additionally theres a noticeable improvement in overall THD performance allowing to achieve very low distortion levels.

 

FIBAE Black is a result of countless iterations and changes made in fractions of millimeters. Because the tolerances are so narrow we opted to adopt very tight pairing window between left and right channel ensuring that there will be no discrepancies in output. The signature and frequency response was designed to produce natural and smooth sound. Inspired loosely by Olive-Welti earphone target with slightly increased mid-bass presence and decreased upper midrange output - creating a little bit thicker note presentation and warmer vocals.

 

How would I describe FIBAE Blacks sound? Its incredibly natural sounding IEM with slightly pronounced bass response that can translate recording pretty well, providing enough weight or speed and springiness when called for. The bass that can easily keep up with multi-driver-woofer designs. Mids and vocals are forward and taking middle of the sound stage. Vocals are warmed with hint of midbass, balancing between being colored and natural. Highs are smoothed out with an extra peak centered around 10kHz to provide sparkle and air, as well as correct texture to cymbals. The most interesting aspect of presentation is the stage and separation, thanks to advanced resonance control the sound stage is expansive creating sufficient space for every instrument - all that coupled with immense coherence and linearity. Overall the performance of the FIBAE Black keeps up with majority of much more expensive IEMs and surpasses everything weve heard within its price 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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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 모니터에서 소리를 조정하는데 사용되는 헬름홀츠 공명기 구조에서 필터의 댐핑 수치 조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경우 인이어 모니터의 노즐에 있는 필터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필터를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의 노즐에 더해보았더니 매우 큰 변화가 생겼다. 이후 우리는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튜브의 직경과 길이를 정밀하게 조정하고 헬름홀츠 공명기 역할의 필터 특성에 맞는 어쿠스틱 댐핑 소재도 더했다. 이러한 공명기의 비율 조정은 500Hz에 이르는 넓은 주파수 영역에 영향을 주었다. 연구 과정에서 드라이버 바로 앞에 더하는 공명기 필터가 압력 최적화를 해줘서 고음 응답이 더욱 좋아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수치가 매우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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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블랙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 아마도 Raw 데이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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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색 선이 FIBAE 1이며 파랑색 선이 FIBAE 블랙. FIBAE 블랙은 1보다 고음이 낮고 저음이 높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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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1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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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블랙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그래프. 두 제품 모두 싱글 BA를 사용하지만 FIBAE 블랙의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 수치가 FIBAE 1보다 훨씬 낮다.

 

FIBAE 블랙의 사운드 시그니처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소리를 지향한다. 올리브 웰티 타겟으로부터 알맞은 수준의 영감을 받되, 높은 저음을 살짝 끌어올리고 높은 중음을 조금 낮춰서 더욱 굵고 포근한 보컬을 만든다. 또한 FIBAE 블랙은 매우 자연스러운 소리를 지향하며 조금 강조된 저음을 지녔으나 알맞은 무게, 속도, 탄력 등을 정확히 전달하도록 만들어졌다. 중음과 보컬 파트는 더 가깝게 들리며 사운드 스테이지의 중앙에 위치한다. 높은 저음이 보강되어 더 포근하게 들리는데 이 점에서 특정 음색이 더해지지 않도록 조율되어 있다. 고음은 대체로 부드럽게 다듬어졌으며 10kHz 근처를 강조해서 심벌즈 소리 같은 음이 살아나도록 했다. 모든 악기의 연주 공간이 확장되도록 울림 효과를 맞춰서 상세하고 직선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종합해볼 때 FIBAE 블랙은 훨씬 비싼 이어폰들에 육박할 정도의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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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약 번역을 또 요약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FIBAE 블랙은 풀레인지 싱글 BA 이어폰이며 밸런스드 아머처 자체의 노즐에 필터를 더해서 좋은 소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며칠 동안 FIBAE 블랙의 소리를 들어본 후 이 설명을 읽게 되었는데요. 커스텀 아트의 제작자가 FIBAE 블랙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사실상 저의 감상을 더할 부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이 후기에서 저의 역할은 제작자가 설명한 내용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올 블랙 하우징과 새로운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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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빌린 FIBAE 블랙은 샘플 제품이라서 기본 구성품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어폰 본체와 케이블, 몇 개의 이어팁과 파랑색 캐링 케이스입니다. 국내 수입되는 제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유니버설 모델의 가격은 70만원대라고 합니다. 유니버설 모델은 올 블랙 색상이며, 커스텀 모델은 쉘이 블랙이고 페이스 플레이트는 개인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커스텀 아트도 인이어 모니터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합니다. (3D DLP Printing) 배송된 귓본을 3D 스캔한 후 그 데이터로 쉘을 3D 프린팅하기 때문에 핏(Fit)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커스텀 모델의 경우는 폴란드까지 귓본을 보내고 수제작된 이어폰을 배송 받는 것이므로 주문 넣은 후 물건을 받기까지 두 달 가까이 걸리니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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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광택의 검은색 하우징과 은빛의 투명 케이블이 조합된 FIBAE 블랙의 모습은 보기에도 예쁘지만 실제 사용하기에도 무척 편리합니다. 커스텀 아트는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의 쉘을 얇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요. 싱글 드라이버 제품과 멀티 드라이버 제품의 쉘 크기가 거의 똑같습니다. 제가 사용해본 FIBAE 블랙은 유니버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커스텀 이어폰처럼 귀에 잘 맞으며 소음 차단 효과가 매우 강력했습니다. 귓바퀴를 잡아당기면서 밀어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어훅을 귓바퀴에 걸치고 이어폰 하우징을 살짝 돌리면 귀 속에 바로 들어갑니다. 또한 케이블이 잘 꼬이지 않으며 쉽게 정리할 수 있어서 생활 속에서 쓰기에 딱 좋은 이어폰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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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포함되는 2핀 케이블은 은도금 동선으로, 예전 케이블보다 크로스토크 특성이 향상되었으며 임피던스가 더욱 낮다고 합니다. (*2핀 커넥터의 좌우 표기하는 빨강 파랑색 점이 위로 올라오도록 끼워야 극성이 맞게 됩니다. 케이블의 이어훅이 처음부터 그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지만 노파심에 언급해둡니다.) 나중에 케이블 변색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는 산소 유입을 막는 코팅이 된 듯 하고 피복이 두꺼워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케이블의 피복은 꼬임 구조가 아니지만 옷에 닿을 때의 잡음이 적으며 곧게 펴지는 소재라서 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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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블랙 기본 케이블의 소리 영향이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서 라임 이어스 LE2, 아스텔앤컨 빌리 진, 엠파이어 이어스 브라바도 등의 이어폰에 끼워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고음이 조금 더 샤프해지고 저음 울림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FIBAE 블랙의 소리 성향이 자극 없는 고음과 포근한 중.저음이라서 소리를 더 평탄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기본 케이블이 잘 어울립니다. 제 생각에는 굳이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할 필요는 없을 듯 한데요. 기본 케이블을 이펙트 오디오 아레스 2로 교체하면 저음이 더욱 부풀어오르며 고음이 조금 밝아집니다. 저에게는 괜찮은 느낌이지만 기본 케이블보다 고.저음 강조가 늘어나므로 잘 선택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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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E 블랙은 기본 포함되는 이어팁의 종류가 너무 적습니다. 대.중.소 사이즈의 싱글팁과 한 쌍의 더블팁이 있는데, 이 제품은 이어팁에 의한 소리의 변화가 유난히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이어팁을 써봐야 합니다. 기본 포함되는 더블팁은 공간감이 좋고 고음과 저음이 알맞게 살아나지만 소리 밀도가 낮게 들립니다. 싱글팁은 소리 밀도가 높고 저음이 더욱 든든해지지만 고음이 많이 약해집니다. 싱글팁을 끼우고 듣는 FIBAE 블랙의 소리는 처음부터 탁한 느낌이 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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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기본 싱글팁, 가운데가 파이널 E팁, 오른쪽이 기본 더블팁입니다.

 

저의 경우는 파이널 E팁의 중간 사이즈를 끼웠더니 싱글팁과 더블팁 사이의 소리가 나와서 감상의 기준점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컴플라이 폼팁(T-500)도 끼워봤는데 기본 싱글팁처럼 고음이 약한 소리가 들려서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본 포함되는 이어팁이 많지는 않으나 모두 한 번씩 착용해서 소리가 더 좋게 들리며 소음 차단이 잘 되는 것을 찾아봅시다.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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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응답 범위 : 10 ~ 16,000 Hz

임피던스 : 5.2 ohm @ 1 kHz

감도 : 108.5 dB @ 1 kHz @ 0.1 V

 

*기기 연결이 자유롭고 헤드폰 앰프도 써볼 만하다

 

FIBAE 블랙은 임피던스 수치가 5.2옴 정도로 극히 낮으며 드라이버 감도는 다른 BA 이어폰들처럼 상당히 높게 되어 있습니다. 단, 제품의 사운드 시그니처가 원래 고음 강조가 적으며 매우 높은 감도는 아니기 때문에 재생기의 화이트 노이즈로부터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어폰의 드라이버 감도는 제품 사양표에 나온 숫자와 체감되는 정도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귀로 듣고 판단해야 합니다. 한 대의 스마트폰에서 웨스톤 W80이 볼륨 20으로 사용된다면 FIBAE 블랙은 볼륨 30 정도로 사용하게 되는 감도라고 하겠습니다. 주로 고해상도 DAP의 직접 연결을 권하고 싶지만, 헤드폰 앰프를 더하면 중음과 저음의 선이 굵어져서 더욱 웅장하게 되니 소형 헤드폰 앰프는 한 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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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반복 노동의 결실이다...

 

디지털 파트가 들어가지 않는 패시브(Passive) 개념의 마이크로 스피커가 이어폰, 헤드폰입니다. 이런 물건에서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제작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대부분 수많은 실험의 반복인데요. 이어폰에 들어갈 트랜스듀서(다이내믹과 밸런스드 아머처 모두 소리를 전달하는 트랜스듀서임)가 준비됐다면 남은 과정은 하우징 설계와 필터 조합이 되겠습니다.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없는 싱글 드라이버 이어폰이며 하우징의 영향을 적게 받는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를 쓴다면 이어폰 제작자가 해볼 수 있는 실험의 변수가 더 줄어듭니다.

 

그런데 하나의 실험이 큰 성공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파이널 FI-BA-SS는 싱글 BA를 스테인리스 스틸 하우징 속에 담은 커널형 이어폰으로, 울림통의 모양과 베이스 포트를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BA 자체의 뒤쪽에 수작업으로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서 웅장한 저음과 개방감을 지니게 됐습니다. 커스텀 아트의 FIBAE 블랙은 BA 자체의 노즐에 필터를 더해서 주파수 응답 전체를 바꾼 제품입니다. (이어폰의 노즐에도 귀지 유입을 막으며 소리에 영향을 주는 필터가 들어 있음) 이 때 제작자가 하는 일은 이 필터의 소재, 종류, 두께, 직경 등을 일일이 바꿔보는 것입니다. 한 개의 팩터(Factor)가 바뀔 때마다 다시 측정하고 다시 귀로 들어보면서 좋은 소리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이어폰 한 개에 들어간 반복 노동의 분량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못하겠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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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음이 살아 있는 중.저음형 이어폰

 

고.중.저음의 균형을 맞춘 소리이지만 플랫 사운드는 아닙니다. 저음이 든든하게 보강되어 있으며 다른 BA 이어폰들보다도 중음이 더 강조되게 들립니다. 고음 비중은 낮지만 10kHz 근처를 강조해서 고음 악기의 선명한 느낌을 유지하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어팁 종류에 따라서 10kHz의 강조가 살아나거나 줄어들거나 하는 듯!) 즉, 제가 판단하는 FIBAE 블랙은 초고음이 살아 있는 중.저음형 이어폰입니다. 이렇게 뚜렷한 개성을 지녔으니 제품의 선택도 쉽습니다. 예전부터 밝은 음색의 이어폰 소리를 들어왔으며 충분히 즐기고 있다면 FIBAE 블랙의 소리에 억지로 적응하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다만, 매장에서 직접 청취를 하겠다면 최소한 20~30분 정도는 FIBAE 블랙만 두고 음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첫 감상에서 뭐야! 고음이 안 나와!라며 내려놓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어폰입니다.

 

*포근한 저음으로 보정하면서 중음을 강조한다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 물건은 자극 없이 부드러운 소리 만을 위해서 개발됐다고 해도 좋습니다. 포근한 중.저음 중심의 소리에서 은근하게 샤프한 고음이 들려오는데... BA 이어폰의 소리라고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음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음이 강조됐다는 점에도 주목해봅시다. 높은 중음을 강조하면 이어폰 소리 전체가 탁해지거나 거칠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한데, FIBAE 블랙은 포근한 저음의 속성으로 중음의 거친 느낌을 보정하면서 전례 없이 보컬과 현악기가 가깝게 들리는 이어폰으로 거듭났습니다. 보컬리스트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같은 선에 서있으며 보컬의 마이크 볼륨만 조금 더 올린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리뷰를 할 때 보통은 다른 제품과 비교를 하지 않으나 FIBAE 블랙은 보기 드문 음색의 이어폰이라서 곧바로 두 제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추천으로는 HUM 프리스틴과 파이널 E5000이 떠오릅니다. FIBAE 블랙은 HUM 프리스틴과 동일한 수준으로 자극이 없고 부드러운 음색인데 주파수 응답 형태가 더욱 평탄하며 응답 속도가 빠른 소리라고 상상하시면 대충 맞겠습니다. 파이널 E5000보다는 저음의 양이 조금 적고 고음이 살아나지만, 청각 자극이 없는 소리라서 아주 오랫동안 들을 수 있으며 오케스트라 감상에서 콘서트홀 울림이 부각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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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정밀도를 희생하지 않는 포근함

 

몹시 편안하고 따뜻한 소리인데 잔향은 거의 없습니다. 저음의 포근한 울림을 잔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맞겠으나, 이 제품은 원래부터 빠른 응답 속도로 잔향을 억제하도록 튜닝된 듯 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소리이면서도 흐름이 느리거나 풀어졌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이 제품으로 인해 소리의 정밀도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한 소리가 나올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 정도로 포근한 소리를 내도록 튜닝됐으니 다이내믹 드라이버 소리를 연상할 수도 있겠으나, 정밀한 성향과 매우 낮은 토탈 하모닉 디스토션(THD) 수치 때문에 BA 이어폰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특히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들어보면 FIBAE 블랙의 정밀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전자음조차 부드럽고 편안하게 들리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지겠으나, 소리가 재생된 후 그 다음에 이어지는 소리가 더 빨리 다가옴을 알 수 있습니다.

 

*싱글 드라이버로 발휘하는 멀티 드라이버 수준의 파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지 않는 풀레인지 싱글 드라이버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각 음 영역의 재생 타이밍이 일치하므로 자연스러운 인상을 주기에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들이 멀티 드라이버를 쓰는 이유는 각 음 영역에 더 강한 에너지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압 수치나 주파수 응답 그래프로는 나타나지 않는 청감의 파워 증강 효과라고 하겠습니다. 멀티 드라이버의 기본 목적은 각 주파수 영역을 최적화하는 것이지만 풀레인지 드라이버와 비교 청취한다면 힘의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데 FIBAE 블랙은 중음과 저음 영역에서 멀티 드라이버 수준의 힘을 과시합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수많은 악기 파트가 동시에 연주될 때의 힘찬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의 노즐에 더한 필터가 중.저음의 힘에 큰 영향을 주는 모양인데... 그만큼 고음이 약해진 듯 하지만 저의 예상으로는 이 제품의 소리를 처음 들을 경우 최소한 중음과 저음의 드라이버가 따로 있는 멀티 드라이버 구성이라고 짐작하기 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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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드 스피커를 연상하게 만드는 사운드 이미지

 

FIBAE 블랙으로 음악을 들을 때, 머리 속에 맺히는 사운드 이미지의 형태가 특이합니다. 고음과 높은 중음은 깔끔한 수평선을 그리는데 낮은 중음과 저음은 귀 주변에서 구체처럼 둥그렇게 형성됩니다. 이것은 물리적인 공간 효과가 아니라 주파수 응답 형태로 인해 느껴지는 심리적 공간 감각입니다. 반사음이 생기지 않도록 튜닝된 방 안에서 한 쌍의 북쉘프 스피커를 두고 음악을 듣는 듯 합니다. 이 제품으로 저음 연주가 많이 포함된 곡을 들으면 눈을 감았을 때 스테레오 이어폰이 아니라 라우드 스피커가 연상될 것입니다. 제가 여러 이어폰 헤드폰을 접해보면서 심리적으로 스피커 느낌을 내는 제품이 몇 개 있었는데 그 리스트에 FIBAE 블랙도 더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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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소리

 

FIBAE 블랙은 제가 보유 중이거나 리뷰로 접해본 인이어 모니터들과 크게 다른 사운드 튜닝을 보여주었습니다. 확실히 새로운 소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여러 개의 인이어 모니터를 사용하거나 수집하는 유저에게 좋은 아이템이 되겠습니다. 중음이 꽉 차있으며 특유의 포근한 저음 울림이 소리에 공기와 숨결을 더하는데 이게 어쿠스틱 악기와 사람 목소리에서 큰 장점이 됩니다. 다른 이어폰과 비교 청취를 하면 고음이 막힌 듯 하지만, 이것만 계속 감상하면 오히려 다른 이어폰들의 소리가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소리,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소리라고 할까요? 요즘 나오는 인이어 모니터들이 대부분 밝고 강한 고음을 채택하고 있어서 자극 없는 소리를 찾기가 어렵다면 FIBAE 블랙이 단 하나의 이어폰으로 통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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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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