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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엠파이어 이어스 ESR, EVR MKII -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 이렇게 부드럽고 투명할 수 있는가?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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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겁나게 비싼 인이어 모니터를 만드는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는 끝판왕급 이어폰의 개발에서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의 맛에 심취하여 그들이 보유한 다른 이어폰 모델에도 적용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엠파이어 이어스의 EP 시리즈와 X 시리즈들이 모두 개편되었는데요. EP 시리즈는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에 가깝고, X 시리즈는 다이내믹 우퍼 드라이버를 내장한 음악 감상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에 EP 시리즈와 X 시리즈 중에서 정전형 드라이버(EST)를 탑재하지 않았던 모델들이 업그레이드됐으니 하나씩 살펴봅시다.


오늘 소개할 이어폰은 두 개로, 엠파이어 이어스 EP 시리즈의 실세(?)라고 할 만한 ESR과 EVR입니다. 고급형 인이어 모니터에 관심이 많고 경제적 여유도 있다면 두 제품의 소리를 이미 들어보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국내 수입된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들을 모두 청취하고 글을 써봤는데요. ESR은 소리의 해상도에서 극한을 추구하며, EVR은 보컬의 최적화를 위해 튜닝이 된 모델이었습니다. 둘 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3개를 사용하지만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숫자가 4-Way와 3-Way로 다르고 소리도 꽤 다릅니다. 그런데~! 요 녀석들이 3 BA에 듀얼 정전형 드라이버를 추가해버렸단 말입니다. 이제는 둘 다 [3 BA + 2 EST] 구성입니다. 이름도 ESR MKII, EVR MKII가 됐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이번 MKII 모델들은 각각 다른 소리를 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청각 자극을 억제하기 위해서 아주 꼼꼼한 조정을 했다는 겁니다. 대단히 깨끗한 소리이며 초고해상도를 제공하지만 귀가 피곤하지 않습니다. (브라바도 MKII 포함!) 모두 정전형 트위터를 추가했는데 음색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주파수 대역폭만 크게 확장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1세대 모델의 음향 특성을 잘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엠파이어 이어스도 다른 하이엔드 IEM 회사들처럼 각 이어폰 모델마다 뚜렷한 기획을 해두었고, 그래서 'EST 업그레이드'가 된 이어폰들에게 새 이름을 붙이는 대신 '마크 투(MKII)'라는 칭호를 붙였습니다.



이제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도 기본 적용이군 아주 좋아


저는 10월 중반에 ESR MKII, EVR MKII, 브라바도 MKII, 발키리 MKII를 빌렸으며 이 제품들은 금속 케이스에 이어폰 본체만 담긴 청취용 샘플이었습니다. 디자인과 소리는 양산품과 동일하지만 구성품이 없으니 이번 후기에서는 이어폰 본체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른 엠파이어 이어스 제품들처럼 이어팁은 파이널(Final)의 E팁을 다수 제공할 것입니다.


먼저 희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예전 유니버설 이어폰들은 올블랙 색상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출시되는 2020년형 MKII 4종은 각자의 커스텀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을 보유합니다.



ESR MKII는 브러쉬드 실버(Brushed Silver) 디자인입니다. 유광 검정색의 쉘과 아주 잘 어울리며 냉정하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줍니다. 차가운 도시 남자 스타일... 같은데 은빛의 장신구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EVR MKII는 일본 공예의 명칭인 킨츠기(Kintsugi) 페이스 플레이트를 지닙니다. 깨어진 은빛 도자기 사이에 금을 넣은 듯한 모습이 독특합니다.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형상도 보이는군요. 유니버설 이어폰으로 구입하면 이 디자인이 고정 적용되며, 커스텀 이어폰으로 주문하면 페이스 플레이트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희소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뭐... 저처럼 비싼 이어폰에 접근하기 어려운 입장에서는 딱히 희소식도 아니지만... MKII 제품들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수작업의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이 추가되고, 3 BA에서 3 BA + 2 EST로 업그레이드됐지만, ESR MKII는 140만원에서 171만원으로, EVR MKII는 109만원에서 140만원이 되었습니다. 유니버설 제품 기준의 가격이며 출시 초기에는 15% 할인도 하니까 저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언급할 소리 부분에서도 돈값을 제대로 한다는 결론이 나왔고요.



또한, 엠파이어 이어스는 기본 케이블에서 다른 IEM 회사들과 획을 긋습니다. 별도로 구입하면 15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커스텀 케이블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엠파이어 이어스 히어로(Hero)에서 보았던 '알파 4' 케이블인데, 아레스 2의 동선과 마에스트로의 Y-스플릿이 조합된 제품입니다. 2핀 커넥터의 몰드가 보강되어 있어서 케이블을 분리할 때 안심이 됩니다.



이 회사의 이어폰에는 다양한 특수 기술이 적용됩니다. 진동 제어를 위해서 내부 부품에 자성 액체 물질을 코팅한다거나... 내부 선재를 7가닥 UPOCC로 한다거나... 문도르프 슈프림 실버 골드 납땜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중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기술은 SynX라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정입니다. 드라이버의 숫자와는 별개로 제작자가 자유롭게 주파수 영역을 분리하여 튜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들의 노즐에 뚫린 구멍(보어)의 숫자는 드라이버 숫자나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숫자와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ESR MKII는 4-Way 네트워크이고 EVR MKII는 3-Way이지만 둘 다 4개의 보어가 뚫려 있습니다.



이번 신제품에서는 하우징(쉘)의 크기도 개선되었습니다. 유니버설 이어폰을 기준으로 ESR MKII, EVR MKII, 브라바도 MKII 모두 동일한 크기의 쉘입니다. 모두 1세대 모델보다 슬림해져서 커스텀 이어폰처럼 귓바퀴의 안쪽에 착 들어갑니다. 노즐의 길이도 너무 짧거나 길지 않아서 마음에 듭니다. 노즐이 너무 짧으면 귀에 끼우기가 어렵고, 너무 길면 페이스 플레이트가 귀 밖으로 튀어 나오거든요.



엠파이어 이어스 MKII 시리즈의 구입에 앞서 참조하실 점이 있습니다. 제가 다루는 대여 제품들은 2.5mm 커넥터를 쓰지만, 판매되는 제품들은 3.5mm 커넥터가 기본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엠파이어 이어스 이어폰들은 아스텔앤컨 DAP들과 소리가 잘 어울립니다. 아스텔앤컨의 고급형 모델들은 3.5mm 출력도 강해서 감상에 문제가 없겠으나, 제가 사용 중인 꼬꼬마 SR15는 2.5mm 밸런스 출력으로 들어야 이어폰의 진짜 소리가 나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3.5mm 연결에서는 별도로 구입한 고급 변환 젠더를 사용했습니다.


"국내 판매되는 MKII 시리즈는 3.5mm 커넥터가 탑재됩니다! 사진 속 이어폰은 사전 청취용 제품이니 참조 바랍니다."



SOUND


1세대도 그랬고 2세대도 그렇습니다. ESR MKII, EVR MKII는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멀티 BA 이어폰입니다. 아스텔앤컨 SR15의 2.5mm 밸런스 연결에서는 35~40 정도의 볼륨으로 듣게 됐습니다. 스마트폰의 헤드폰잭에 끼워도 볼륨을 낮춰야 할 정도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며, 그만큼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그대로 들려줄 것입니다. 특히 EVR MKII는 ESR MKII보다도 감도가 높으니 화이트 노이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의 추천도 헤드폰 앰프 연결보다는 고급형 DAP의 헤드폰잭에 바로 끼우는 쪽입니다.



ESR MKII

극히 부드러운 '초정밀 세필'로 진화한, 해상도와 분리도의 괴물

3 BA + 2 EST (4-Way, 4 Bore, 111dB, 3.9옴, 10~100,000Hz)



이어폰용 정전형 드라이버의 등장은 인이어 모니터들의 초고음 재생 능력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 MKII 시리즈는 제품 사양의 주파수 응답 대역폭이 100kHz를 찍습니다. ESR MKII는 저음, 중음, 고음을 세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로 각각 나눠 재생하며, 초고음을 두 개의 정전형 드라이버로 재생합니다. 이 물건의 소리를 들어 보면...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당히 주물러놓은 듯하지만 명확하게 고음형이나 저음형이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간단히 표현하면, ESR MKII는 '고음이 굉장히 화사하고 초저음이 포근한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입니다.


ESR은 '엠파이어 스튜디오 레퍼런스'의 약자라고 합니다. 1세대 ESR은 소리에서 극히 미약한 디테일까지 모두 뽑아내는 해상도 괴물이었는데, 듀얼 정전형 트위터가 추가된 2세대는 소름 끼칠 정도로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소리의 해상도와 분리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드라이버 배분과 주파수 응답 조정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음 영역이 뚜렷하고 깨끗하게 들리는 스튜디오 모니터 성향으로, 고.중.저음의 균형을 잘 맞추되 초고음과 초저음 재생으로 현장의 공기 느낌도 살려줍니다.



수백만원대 이어폰들이 꼭 극한의 해상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로는 가격대가 매우 높은 경우 라우드 스피커 느낌을 더하거나 소리 선을 매우 굵게 하는 등의 '파워풀 튜닝'이 많았습니다. 소리의 해상도에서 감동을 받고 싶다면 ESR MKII는 무척 특별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 제품은 음악 속의 요소를 세밀하게 분리하는 능력에서 가히 최강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밀한 주파수 응답 조정으로 모든 음이 마스킹 현상 없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만든 모양입니다. 이를 위해서 높은 중음을 꽤 낮춘 듯하고 중음과 저음 사이의 일부도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각 음 영역이 조금도 겹치거나 간섭하지 않도록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정을 했을 터입니다. 이것은 ESR 특유의 입체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음악 속의 악기들이 3D 구조로 잘 분리되어서 여러 방향에서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주파수 응답의 타겟 곡선은 어디까지나 참고용 항목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기억합시다. 이어폰의 사용 목적에 따라서 주파수 응답 형태를 잘 조정하면 훨씬 높은 가치의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처럼 1,000달러 이상의 인이어 모니터를 만드는 회사들은 다들 이런 면에서 특기를 보입니다.



ESR MKII의 소리는 고음과 초고음 쪽의 강조가 있어서 재생기의 특징에 따라 밝고 찌릿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사용 중인 기기들에서는 아주 편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샤프하고 투명한 소리인데 말도 안 되게 부드러운 질감을 지녀서 고막이 편안한 겁니다. 그보다... 소리가 너무나도 연약하고 매끄러워서 '파워!'를 원하는 유저에게는 심심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리의 해상도와 분리도를 극한까지 추구하면서 그만큼 소리의 선이 몹시 가늘어졌고, 그래서 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모두 드러내지만 강하고 굵게 압도하는 성격은 없습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 중에서도 ESR MKII는 더욱 가녀리고 민감하며 정밀한 세필과도 같습니다. 굵은붓이나 납작붓이 아닌 극히 얇고 부드러운 세필이라서 훨씬 세밀하고 깨끗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강렬한 캘리그래피나 거친 유화 같은 맛을 원한다면 엠파이어 이어스의 X 시리즈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ESR MKII는 은근히 저음이 풍성한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1개로 저음을 재생하는데, 귀 주변을 감싸는 것처럼 울림이 깊고 포근한 저음 악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베이스 기타, 베이스 드럼, 더블 베이스 모두 그렇습니다. 초저음이 강조되지는 않으나 청취자가 우웅~하는 진동을 깨끗하게 감지하도록 만듭니다. 바로 비교해보면 EVR MKII보다 저음이 더 든든합니다. 이것이 심리적 공간을 넓게 해줘서 현장감 생성에도 한 몫을 합니다. 사운드 이미지가 깨끗하고 초점이 머리 속에 맺히는 것은 1세대 ESR과 같은 느낌입니다. 높은 중음을 낮추고 저음이 더 두터운 덕분에 이어폰의 전체 음색이 조금 더 따뜻합니다.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라면 음악 감상용으로는 쓰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고 건조한 소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ESR MKII는 초고해상도와 안락함이 공존하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EVR MKII

1세대를 잊게 만드는 소리 해상도 업그레이드! 보컬과 현악기 소리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3 BA + 2 EST (3-Way, 4 Bore, 115dB, 3옴, 10~100,000Hz)



EVR MKII는 저음을 한 개의 밸런스드 아머처로 재생하며 중음에 두 개를 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ESR MKII와 달리 두 개의 정전형 드라이버로 고음과 초고음을 나눠서 재생합니다. 그래서 보어는 4개인데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3-Way입니다. 이 점에서부터 EVR MKII가 사뭇 다른 종류의 이어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매우 높은 드라이버 감도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제품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소리를 쉽게 표현하면... '중음형 이어폰'이 될 텐데, 실제로는 '중음이 잘 들리는 고해상도 밸런스형 이어폰'입니다. 중음이 툭 튀어나와서 소리가 탁하거나 거친 느낌을 상상하시면 안 됩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ESR MKII에 육박하는 초고해상도 사운드인데 중음이 더 명료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품의 기본은 자신의 소리 특징을 지우고 음악의 특징만 통과시키는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입니다.


EVR은 엠파이어 보컬 레퍼런스의 약자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EVR MKII가 '정전형 드라이버 추가 + 드라이버 배분 변경의 혜택'을 제일 크게 누리는 모델입니다. 1세대 EVR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중음에 2 BA를 배정하여 소리 해상도를 극대화하면서 중음 에너지를 확실하게 보강한 구성인데요. 모든 음 영역을 뚜렷하게 재생하되 중음이 더욱 굵게 나오는 보컬 모니터 성향을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EVR이 아닌 1세대 ESR의 이상으로 고해상도 사운드인데 중음의 선이 굵게 된 것입니다. EVR MKII의 소리를 들으며 저는 드라이버의 물리적 분리와 주파수 영역별 튜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습니다. 중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진 느낌이거든요. 이 점은 오딘(Odin)의 후기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중음용 드라이버 숫자를 늘려서 에너지를 보강하고, 다른 주파수 영역이 중음과 간섭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정한 모양입니다. 중음을 딱히 강조하지는 않았는데 중음이 매우 뚜렷하고 깨끗하게 살아납니다.



EVR MKII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튜닝된 부분이 있습니다. 소리 질감을 거칠게 만들거나 보컬의 치찰음을 강조할 수 있는 높은 중음의 일부를 조정한 듯합니다. 청각으로 전달되는 소리 정보가 굉장히 많은데 자극이 하나도 없군요. 남녀 보컬은 물론 피아노와 바이올린에도 매우 좋은 이어폰이라서 일반 음악 감상에도 잘 맞습니다. 현악기 소리가 더 깊고 맑게 울려서 그렇습니다. 제가 다뤄봤거나 사용 중인 '중음 특화 이어폰'들은 현악기 소리를 많이 두텁게 만들어서 바이올린의 낮은 음이 첼로처럼 들리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는데, EVR MKII는 바이올린이 바이올린 그대로 남으면서 '더 잘 들린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즉, 중음을 억지로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중음이 살아나도록 다른 음 영역을 조절한 것입니다. 여러 이어폰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보컬이 뒤로 밀려요 엉엉엉'하고 괴로워했다면 EVR MKII로 구원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제품의 음색 특징도 ESR MKII보다 스튜디오 용도에 잘 맞을 것입니다. 재생기에 특징에 따라서 밝은 음색이 될 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중립적 음색이라서 음악 속의 색상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됩니다. 또한 소리의 매우 높은 해상도, 매우 높은 분리도, 고.중.저음의 정확한 균형으로 '고성능 밸런스형 이어폰'의 표본이 되겠습니다. 듀얼 정전형 드라이버의 초고음이 만드는 공기 느낌도 잘 살아납니다. 단, 초저음은 꽤 약한 편인데요. 이 점에서 ESR MKII와 차이를 보입니다.



재생기마다 다르게 나오겠으나 EVR MKII의 저음은 거의 평탄한 모습입니다. 밸런스드 아머처 우퍼답게 빠르고 단단하게 끊어서 치는 펀치가 나옵니다. 즉, 깊고 강력한 저음이나 웅장하고 넓게 울리는 저음을 원한다면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쓰는 X 시리즈로 가는 게 낫겠습니다. BA 우퍼로도 강렬한 저음을 만들 수 있지만 EP 시리즈는 원래부터 저음이 과하지 않도록 맞춰진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들입니다. 강한 저음에 늘 부담을 느껴왔으며 자신의 기준으로 평탄한 저음을 추구한다면 EVR MKII가 ESR MKII보다도 좋을 듯합니다. (예: 이티모틱 ER4 시리즈의 저음이 다들 약하다고 하지만 자신에게는 딱 좋은 경우) EVR MKII도 사운드 이미지가 선명하게 생성되며 머리 속에 초점이 맺힙니다. 저음의 확장이 없는 탓에 심리적 공간 면적은 딱 레코딩 스튜디오 정도가 되었습니다. 각 음 영역이 뚜렷하게 분리되면서 그만큼 입체감도 살아나는데 ESR MKII보다는 조금 작은 3D 공간입니다.


EVR MKII까지 감상해보니 더욱 확실해지는 결론이 있습니다. 엠파이어 이어스는 정전형 드라이버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의 소리에서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신기술을 처음 받아들이면 적용의 어려움이 오기 마련인데 이제는 완전히 마스터했다는 뜻입니다. ESR MKII와 EVR MKII는 고음과 초고음 영역에서 극히 고운 가루 같은 잔향이 생기는데요. 이것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음악 파일 속에 담긴 고음과 높은 중음의 정보가 굉장히 세밀하게 모두 드러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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