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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엠파이어 이어스 브라바도, 발키리 MKII- 고가 이어폰에서 친근한 동네 아저씨와 암흑의 제왕을 발견하다

루릭 루릭
2706 1 0


엠파이어 이어스(Empire Ears)의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은 스튜디오 목적에 맞춰진 EP 시리즈와 라이브 공연에 맞춰진 X 시리즈로 분류됩니다. 음악 업계에서 일하지 않는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X 시리즈가 음악 감상에서 더 재미있는 이어폰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웨폰 9+'라는 이름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우퍼로 사용하여, 밸런스드 아머처 유닛으로 만들기 어려운 '밀도 높고 강력한 저음'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이 되면서 X 시리즈 중에서 브라바도(Bravado)와 발키리(Valkyrie)가 'MKII(마크 투)'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는데요. 오늘은 이 두 제품의 소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엠파이어 이어스 본연의 특징을 짚어둡시다. 이 회사의 인이어 모니터들은 엠파이어 이어스의 CTO인 Dean Vang씨가 개발하며, 음악 감상용의 하이엔드 모델에서는 일관적인 주제를 보여줍니다. '소리의 선이 굵고 뚜렷하며 고.중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엠파이어 이어스는 소리에 대한 음악적 해석이 아니라 소리 자체의 명료도와 힘으로 승부하여 하이엔드에 도달한 브랜드입니다. (예외 : 스튜디오 이어폰 ESR, EVR MKII는 소리 선이 가늘고 정밀한 성향) 이 점은 특히 X 시리즈에서 두드러지는데, X 시리즈의 MKII 버전은 이러한 주제를 유지하되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를 신규 탑재하거나 새로운 사운드 튜닝을 더하여 주파수 대역폭의 한계를 돌파하고 완성도를 높인 제품들입니다.



브라바도 MKII는 내부 구조가 1세대와 브라바도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 BA로 고.중음과 저음을 나눠 재생하는데 SynX 기술로 4-Way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가격대는 엠파이어 이어스의 엔트리 모델로서 100만원을 넘지 않은 것이 1세대 브라바도입니다. 저도 이 녀석을 커스텀 핏으로 구입해서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세대 브라바도는 [1 DD + 1 BA + 2 EST]로 '듀얼에서 쿼드'라는 대폭 변경을 거쳤습니다.



발키리 MKII는 [1 DD + 1 BA + 1 EST]로 1세대와 구조가 동일하지만 소리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1세대 발키리보다 하우징(쉘)이 더 커졌기 때문에 물리적인 부분에서도 변경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브라바도 MKII는 구조가 통채로 바뀌었지만 음색 특징이 1세대와 비슷한데, 발키리 MKII는 외면만 1세대와 비슷할 뿐 내면의 수준이 바뀌었습니다.


저로서는 두 이어폰의 극적인 변화가 완전 재미진 경험이었기에 감상문을 슈르륵 써내려가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브라바도, 발키리 1세대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더욱 좋습니다. 100만원대 초반의 쿼드 드라이버 이어폰에서 포근하고도 선명한 소리로 생활 속의 진정한 올라운더 이어폰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만원대 중반의 희한한 이어폰에서 충격적인 웅장함과 위압감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의 휴대 음향 생활에는 아주 이로운 변화입니다.




타이거 VS 드래곤


이번에 다룬 제품들은 박스나 구성품이 없는 청취용 샘플입니다. 이들은 정식 출시되는 제품과 소리와 디자인이 동일하지만 화려한 패키지의 사진은 찍지 못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그리고 유니버설 이어폰들은 파이널(Final)의 E팁이 다양한 사이즈로 제공될 것입니다. 예전의 엠파이어 이어스 유니버설 이어폰은 올블랙 색상만 구입할 수 있었으나, ESR MKII, EVR MKII, 브라바도 MKII, 발키리 MKII는 모두 고유의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이 적용됩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사진 속 디자인 그대로 판매된다는 뜻입니다.



브라바도 MKII의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은 타이거 킹(Tiger King)이라고 합니다. 밝은 금빛의 액체 사이로 호랑이 줄무늬가 유연하게 흐르는 모습입니다. 가격 변동은 듀얼 정전형 드라이버의 추가와 페이스 플레이트 디자인 적용에도 불구하고 크지 않습니다. 유니버설 이어폰 기준으로 93.4만원이었는데 브라바도 MKII는 124만원입니다. 케이블은 ESR MKII, EVR MKII와 같은 동선 소재의 '알파 4'이며 3.5mm 커넥터로 판매됩니다. 제가 사용한 리뷰용 제품은 2.5mm 커넥터이지만 양산 제품은 3.5mm로 나오니 참조 바랍니다.



발키리 MKII의 페이스 플레이트는 1세대와 같은 드래곤하이드(Dragonhide)입니다. 복합적인 물질의 빛 반사로 굉장히 화려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페이스 플레이트 속의 색깔이 나무 테이블 위로 반사되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은 유니버설 이어폰 기준으로 249만원이며 1세대와 같습니다. 케이블은 두 가지 선재를 엮은 '알파 하이브리드 4'이며 역시 3.5mm 커넥터가 채택됩니다.


"국내 판매되는 MKII 시리즈는 3.5mm 커넥터가 탑재됩니다! 사진 속 이어폰은 사전 청취용 제품이니 참조 바랍니다."



잠시 두 이어폰의 쉘을 살펴봅시다. 이번 MKII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다들 쉘이 슬림해졌습니다. 귀에 착용하기도 쉽고 소리의 전달에도 유리한 변화인데요. 발키리 MKII는 오히려 쉘이 커졌습니다. (ㅇ_ㅇ) 드라이버 숫자로 치면 총 4개인 브라바도 MKII보다도 1개가 적은데, 혼자서 더욱 기골장대해진 것입니다. 또한, 발키리 1세대보다도 2세대의 쉘이 조금 더 큽니다. 혹시나해서 손전등을 켜고 쉘의 내부를 살펴보았는데 브라바도 MKII보다 발키리 MKII에 들어 있는 드라이버들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쉘이 시커먼 색이라서 빛을 강하게 비춰도 잘 보이지 않음)



또한 엠파이어 이어스 X 시리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공기 조정을 위해서 쉘 위쪽에 각 3개씩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그래서 귀를 완전히 막아주는 EP 시리즈보다는 주변 소음이 조금 들어오는 편입니다. 귀에 세게 끼우면 진동판이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예전부터 언급했듯이 정상적 현상이므로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이 회사의 이어폰들은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SynX라는 것이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숫자와 관계없이 이어폰 제작자가 원하는대로 주파수 영역을 나눠서 튜닝하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브라바도 MKII와 발키리 MKII는 4-Way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인데 노즐의 보어(Bore)는 3개입니다.



SOUND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우퍼로 쓰는 브라바도 MKII, 발키리 MKII는 여러 기기에서 쉽게 구동할 수 있으나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지는 않습니다. 아스텔앤컨 SR15의 2.5mm 연결에서는 60~70 정도의 볼륨으로 듣게 됐으며, 스마트폰 헤드폰잭에 끼운다면 중간 이상으로 볼륨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기기의 화이트 노이즈를 걸러줄 수 있는 이 정도가 적당한 드라이버 감도입니다. 또, 두 이어폰 모두 헤드폰 앰프의 효과를 크게 받습니다. 여러 효과가 있지만 대략적으로 표현하면 저음을 담당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더욱 커진 듯한 느낌입니다.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바쿤 CAP-1003에 연결할 때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두 이어폰의 특기인 초저음과 초고음의 확장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ESR MKII, EVR MKII처럼 드라이버 감도가 매우 높은 EP 시리즈는 DAP의 헤드폰잭에 끼워서 듣는 게 좋겠으나, 브라바도 MKII와 발키리 MKII는 휴대용 또는 소형의 헤드폰 앰프를 적극 권장하겠습니다. 다만, 둘 다 드라이버 임피던스가 3~4옴으로 매우 낮으므로 대형 헤드폰 앰프의 연결은 피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브라바도 MKII

포근하고 편안한 저음형 이어폰인데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초고음!

1 DD + 1 BA + 2 EST (4-Way, 3 Bore, 99dB, 4옴, 5~100,000Hz)



저음과 초저음은 W9+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 중음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1개, 고음과 초고음을 두 개의 정전형 드라이버로 나눠서 재생합니다. 듀얼에서 쿼드 드라이버로 구성이 크게 바뀌었으니 완전히 다른 이어폰이 됐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1세대 브라바도와 중.저음 특성이 비슷합니다. 커스텀 핏의 1세대 브라바도와 알파 4 케이블로 비교 청취해보니... '브라바도'라는 모델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음과 초고음의 해상도를 격하게 업그레이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라바도 그대로인데 W9+ 우퍼의 저음 확장과 듀얼 정전형 드라이버의 고음 확장으로 주파수 대역폭만 크게 넓힌 셈입니다. 쉽게 말하면 브라바도 MKII는 '초고음이 선명하게 살아나는 저음형 이어폰'입니다.


소리에서 저음의 비중이 무척 높은 편이므로 브라바도 MKII는 아주 따뜻한 음색의 저음형 이어폰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저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간의 심장 박동처럼 느끼는 영역을 딱 찍어서 강조해놓았습니다. 두근 두근 쿵쿵하며 고막을 두드리는 저음이 깊고 단단한 압력으로 다가옵니다. 뭔가 물렁하거나 흩어지는 부분이 조금도 없는 고밀도의 저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고품질의 우퍼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돌덩어리처럼 고막을 때리는 펀치가 아니라 귓구멍 안쪽으로 기체를 뿜어내는 듯이 고운 잔향도 지닌 저음입니다. 강하게 두근거리는 저음이지만 울림의 끝부분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때, 별안간 소름 끼칠 정도로 고음이 깨끗하게 들려옵니다. 포근하고 잔향 많은 저음의 덩어리 속에서 귀가 확 깨어날 정도로 선명한 고음이 솟아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재즈의 더블 베이스 연주 중에 드럼의 하이햇이 짧게 찰랑거리는 순간, 오케스트라 연주가 고요해질 때 찌링하고 트라이앵글이 울리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이것이 듀얼 정전형 트위터의 존재감이군요. 이어폰의 기본 사운드가 중.저음형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자극 많은 바늘 고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정전형 드라이버의 힘을 알맞게 맞춰서 필요할 때만 소름 끼치는 고해상도를 감지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포근하고 편안한 기운을 만들기 위해서 섬세한 튜닝을 거친 모양입니다. 소량의 초고음을 강조하고, 낮은 고음 또는 높은 중음 영역을 많이 낮춰서 청각 자극을 제거했습니다. 강력한 저음과 소름 돋는 초고음을 지녔지만 귀로 전달되는 소리의 경험은 화창한 봄날처럼 온화합니다. 이 점에서 브라바도 MKII는 발키리 MKII와 완전히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라바도 MKII가 묘사하는 스테이지는 조금 더 머리 안쪽으로 가깝게 들어오는 공간입니다. 풍부한 저음 울림으로 넓은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겠으나, 제가 듣기에는 사운드 이미지의 초점이 머리 속에 맺히며 레코딩 스튜디오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면적을 그립니다. 이미지의 형상이 고.중음은 가깝고 저음은 머리 바깥쪽에 있어서 별도의 서프 우퍼를 놓은 듯합니다. 100Hz 아래의 초저음이 든든한데 그 위쪽의 높은 저음은 더욱 크게 강조되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근거리는 저음'의 영역입니다. 붕붕거릴 정도로 강한 진동이 있으며 고.중음과의 재생 타이밍이 조금 어긋날 정도가 됩니다. 저음 악기들의 물리적 크기가 커진 듯한 느낌인데요. 베이스 드럼, 더블 베이스, 팀파니 등의 울림통 크기를 직접적으로 확대해줍니다. 그래서 저음이 중음을 조금씩 가리는 마스킹 현상도 생기는데, 고.중음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이미지는 무척 깨끗합니다.



이 물건은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귀 속을 따뜻하게 가득 채우는 저음을 들려주며, 그 와중에 고해상도 음반의 섬세한 디테일을 정밀한 고음으로 전달합니다. 저음 애호가들에게 만족스러운 양의 저음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깨끗한 고.중음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또한 낮은 중음 영역이 많이 두텁기 때문에 보컬과 현악기의 낮은 음에서 더욱 풍만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EVR MKII는 밸런스형 사운드에서 중음 전체의 범위를 넓히고, 브라바도 MKII는 저음형 사운드에서 낮은 중음을 든든하게 강조합니다. 그래서 특히 포근한 분위기가 필요한 발라드, 소울, 리듬앤블루스 등의 장르에 잘 맞을 것입니다.


발키리 MKII

광활한 평원에서 거대 군단이 몰려오는 듯한 위압감, 스트레스를 썰어버리는 통쾌함

1 DD + 1 BA + 1 EST (4-Way, 3 Bore, 100dB, 3옴, 5~100,000Hz)



저음과 초저음은 W9+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 중음은 밸런스드 아머처 드라이버 1개, 고음과 초고음은 정전형 드라이버 1개로 재생합니다. 쉘의 크기 확장에서 조금 짐작하기는 했으나, 발키리 MKII는 진화를 뛰어 넘어서 어떤 카리스마를 지닐 정도로 향상됐습니다. 1세대 시절에 접했던 독특한 개성의 이어폰이 아니라, 이제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 레퍼런스 이어폰이라고 하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발키리 MKII의 소리는 'V 모양의 짜릿함 + 웅장함'입니다. 강렬한 고음과 거대한 초저음의 향연입니다. 오케스트라 연주 중심의 영화 음악을 듣노라면 평원에서 거대한 군대가 몰려오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 소떼가 아니라 칼과 도끼로 무장한 군단이 달려온단 말입니다. 무섭습니다. 무서워요.


1세대 발키리는 U 모양에 가까운 소리로, 중음이 많이 밀려나고 초고음과 초저음이 강조되었으며 라이브 공연 음반에 특화됐다고... 후기 작성할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세대 발키리는 낮은 고음과 높은 저음이 보강됐는지 V 모양에 가까운 소리로 들립니다. 소리의 선이 굵고 강력하며 저음 쪽은 더욱 웅장해졌습니다. 1세대에서는 라이브 EQ를 켠 듯한 소리가 2세대에서는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거대하고 넓은 형상의 소리가 됐는데요. 브라바도 MKII보다 드라이버 숫자가 적지만 소리를 들어보시면 발키리 MKII가 더 비싼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브라바도 MKII는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지만 발키리 MKII는 '이세계의 제왕' 같은 암흑의 기운을 풍깁니다. 뮤지컬 실황 또는 영화로 묘사되는 '백조의 호수'를 생각한다면 이 물건은 완벽한 '블랙 스완'입니다.



광활하게 펼쳐지는 스테이지, 강렬한 입체감과 공간감이 주특기라고 하겠습니다. 이는 고음과 저음을 강조한 V 모양의 소리에서 자주 나오는 현상이지만, 발키리 MKII는 특히 초고음과 초저음에 많은 에너지를 실어서 이런 효과를 내는 모양입니다. 소리 해상도가 너무나도 높아서 청각에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량이 엄청납니다. 고음, 중음, 저음 모두가 선이 매우 굵고 강합니다. 1세대 발키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어폰이 쎄졌습니다. (-0-);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면 더욱 확실해지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발키리 MKII로 재즈와 일렉트로닉을 들어봅니다. 잠시 고요한 자연 악기 연주곡을 듣다가 이번에는 락과 메탈도 들어봅니다. 이렇게 장르를 휙휙 바꿔도 이어폰의 소리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소리의 투명도가 매우 높아서 지속적으로 귀가 시원합니다. 밝은 음색이 아니라 아주 차갑고 깨끗한 생수 같은 느낌입니다. 들을 때마다 '캬아~!'하고 맥주나 사이다 마시는 흉내를 내게 만듭니다. 또한 소리의 배경이 되는 초저음을 크게 강조했는데 고.중음을 조금도 가리지 않습니다. 두개골이 진동할 정도의 초저음 울림이 있는데 고.중음이 너무도 시원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발키리 1세대는 예리한 고음과 낮춰진 중음으로 뚜렷한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 여러분도 그랬다는 뜻입니다. 1세대와 드라이버 구성은 동일하지만 새롭게 튜닝된 발키리 MKII는 중음이 더 살아나는 한편 고음도 본질이 바뀌었습니다. 고음의 선이 굵으며 강한 에너지가 초고음 영역까지 세차게 뻗어나갑니다. 청력이 좋아서 고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미간을 살짝 찌푸릴 정도까지 고음 자극의 경계선을 넘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고해상도 음반과 고해상도 재생기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소스 품질이 나쁘면 열화된 고음의 거친 질감이 강조되어서 비싼 발키리 MKII를 쓰는 의미가 없게 되거든요.


이 강렬한 고음이 발키리 MKII의 고유 성격인 듯합니다. 제작자가 원래 그런 의도로 고음 튜닝을 했다는 뜻입니다. 엠파이어 이어스의 하이엔드 이어폰 중에서 가장 극적인 고음을 지닌 모델은 발키리 MKII일 것입니다. 이 이어폰의 고음에는 청취자의 마음 속 응어리를 한 칼에 썰어버리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박서의 펀치 한 방이 아니라 전사가 휘두르는 장검의 세찬 바람입니다. 듣는 이가 가장 굵고 강한 스윙을 원할 때 발키리 MKII는 내 앞의 모든 것을 베어 버릴 듯한 그레이트 스윙을 날려줍니다. 너무나 시원한 느낌에 완전히 압도 당해서 고음 에너지가 터질 때 찌릿한 자극이 있어도 금방 잊어 버리고 맙니다.



초저음이 크게 강조되어 있는데 울림이 매우 깨끗합니다. 초저음의 끝에서 잔향이 발생하지 않으며 귀 아래로 깔리면서 얇은 막을 형성합니다. 라우드 스피커의 세팅이 잘 되면 룸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초저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어폰에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저음이 귀 아래에서 올라오며 머리의 주변을 에워싸는 형상이 되는데요. 이것이 심리적으로 웅장한 규모를 만들며 서라운드 채널 같은 입체감의 바탕으로 작용합니다. 1세대 발키리와 공통적인 부분은 바로 이 입체감입니다. 2세대에서 훨씬 넓게 확장되었고 고.중음의 존재도 명확해졌지만 라이브 공연 음악에서 소리가 여러 방향으로부터 들리는 감각은 여전히 좋습니다.


중음보다 고음과 저음이 강하지만 중음이 약화된 게 아닙니다. 낮은 중음은 조금 강조되어 있으며 중음과 높은 중음까지의 영역은 평탄하게 맞춘 듯합니다. 1세대 발키리는 중음이 뚜렷하게 뒤로 밀려났으나 2세대 발키리는 보컬과 현악기가 더욱 앞쪽으로 나옵니다. 가수의 목소리에 확실한 힘이 실려 있으며 바이올린의 현에서도 두툼한 질감이 드러납니다. 단, 냉철하고 강렬한 고음 때문에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왠지 차갑고 무섭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감지하게 됩니다. 이는 음악의 주제에 따라서 극적인 변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사운드 트랙을 듣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오토봇의 주제에서는 시원하고 힘찬 느낌이 들지만 디셉티콘 주제로 오는 순간 발키리 MKII가 흑화의 기운을 뿜기 시작할 것입니다. 영화 예고편 용도로 제작되는 에픽 뮤직 장르에서도, 발키리 MKII는 제국이 몰락하는 밤의 전쟁이나 왕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아군을 배신하는 등의 상황에서 다크 오오라를 뿜어냅니다. 이런 성격의 하이엔드 이어폰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스릴 만점의 사건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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