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체험단

야마하 YH-5000SE, 정전형 평판형 다이내믹의 장점만 뽑아낸 하이엔드 헤드폰

루릭 루릭
1504 0 3

야마하 YH-5000SE

정전형 평판형 다이내믹의 장점만 뽑아낸 하이엔드 헤드폰



"정전형 드라이버처럼 고음의 선이 가늘고 현란하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처럼 저음의 단단한 펀치와 초저음의 깊은 울림이 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처럼 소리 선이 굵고 저음이 풍부해지기도 한다. 음악 감상이 '전문적으로' 즐거워진다."


글.사진 : 루릭 (blog.naver.com/luric)


야마하 YH-5000SE는 참으로 희한한 헤드폰입니다. 이 비싼 물건을 소개하기 전에 이래저래 정리할 게 꽤 많은데요. 그래도 최대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풀어보겠습니다.



YH-5000SE는 야마하(Yamaha)에서 끝판왕 헤드폰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후 전문가 여러 명을 모아서 방에 가두고 외계인 고문으로 뽑아낸 제품입니다.(뻥) 비닐 진동판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하던 옛날에 평판형 자석의 원리로 앞서나갔던 기억을 더듬어서... 오쏘다이내믹(Orthodynamic)이라고 이름 붙였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다른 헤드폰 회사의 하이엔드 헤드폰 개발에 협력하기도 하고, YH-L700A 같은 전설급 영화 감상용 헤드폰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탄생한 야마하의 플래그쉽 헤드폰은 5천 달러의 가격이 매겨졌으며 우리가 지금껏 보아왔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헤드폰이 생각보다 너무 작고 가벼워서 놀라고, 다음에는 엄청나게 투명한 소리에 놀라며, 나중에는 수많은 종류의 헤드폰들을 합쳐서 하나의 완성형으로 만든 듯한 최종적 만족에 도달합니다. 라우드 스피커 대신 풀사이즈 헤드폰을 쓰는 사람, 헤드폰 한 개에 수백만원을 들여서 헤드룸의 오디오 감상을 음미하는 사람, 이유야 어찌됐든 단 한 개의 헤드폰으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만족스럽게 듣고 싶은 사람 - 이 모두에게 YH-5000SE는 확실한 결론이 될 수 있습니다.



뭐... 다른 걸 떠나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쓰고 싶은데 '너무 무거워서' 좌절해온 분들이라면 YH-5000SE의 깃털 같은 무게에 감동하실 겁니다. 저도 수많은 평판형 헤드폰을 리뷰했고 아예 한 대를 장만해서 쓰고 있지만, 이렇게 튼튼하고도 가벼운 평판형 헤드폰은 생전 처음 봅니다. 헤드폰 소리가 끝판왕 수준인데 착용이 편안하고 무게가 가볍습니다. 게다가 은근히 잘 생겼지 말입니다. (-_-)b



가볍고, 편하고, 잘 생겼다



이 물건을 주문하면 상당히 큰 박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헤드폰 본체와 다수의 구성품을 차곡 차곡 별도 포장해서 담았기 때문인데요. 총 3층으로 구성된 박스에서 꼭대기에는 YH-5000SE 본체와 기본 케이블이 있으며, 중간에는 또 다른 이어패드 한 쌍과 4.4mm 케이블이 있고, 아래쪽 공간에는 헤드폰 스탠드가 분해되어서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해보면, YH-5000SE의 패키지에 포함된 액세서리는 가죽 이어패드와 스웨이드 이어패드, 두 개의 길다란 기본 케이블, 한 개의 알루미늄 스탠드입니다. 모두 고급스러운 소재와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구성품이지만 휴대용 케이스와 1.2미터 케이블은 없습니다. 애초부터 실내 감상에 맞춰서 기획됐으며 음악의 제작보다는 감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PC가 있는 책상 위나 서재의 테이블 위에 스탠드를 두고 헤드폰을 거치해두었다가 음악 듣고 싶을 때 손을 뻗는... 그런 종류의 헤드폰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소리를 충분히 들어본 제 생각에는, YH-5000SE가 음반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후 소리 감상문에서 설명하겠지만 사운드 튜닝이 스튜디오 모니터 용도와 음반의 고해상도 감상에 모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제품 판매가 많이 이뤄진다면 헤드폰 스탠드와 휴대용 케이스로 구성품 옵션을 나눠서 YH-5000SE를 여기 저기 들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기본 포함되는 헤드폰 스탠드부터 살펴봅시다. 두꺼운 알루미늄을 통으로 깎아서 만든 스탠드입니다. 무게가 980g으로 1kg에 육박하는데 원형의 베이스 부분이 제일 묵직해서 아주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또한 거치대 부분의 곡선형 디자인을 볼 때 YH-5000SE는 물론 대부분의 대형 헤드폰들을 헤드밴드 손상의 염려 없이 오랫동안 거치해둘 수 있겠습니다. 기둥 후면에는 분리된 케이블을 둥글게 말아서 걸어둘 수 있습니다. 스탠드의 세로 길이는 283mm로 제법 높은 편입니다.


"헤드폰 스탠드의 조립은 매우 간단합니다. 종이 봉투에 들어있는 나사 한 개와 육모 렌치 한 개를 사용해서 베이스와 기둥을 조여준 후 헤드밴드 거치대를 돌려서 결합하면 됩니다."



헤드폰 케이블의 포스가 범상치 않습니다. (-_-); 묵직하고 굵직한 8심 구조의 기본 케이블 두 개가 들어 있는데요. 선재는 은 도금 동선이며, 3.5mm 겸 6.3mm 커넥터의 케이블과 4.4mm 밸런스 커넥터 케이블로 나뉩니다. 언밸런스 연결과 밸런스 연결 모두에서 호환성이 좋다는 뜻입니다. 헤드폰의 이어컵과 케이블이 결합하는 부분은 3.5mm 모노 커넥터 한 쌍이므로 포칼 엘레지아 등의 여러 헤드폰용 케이블과 호환됩니다. 하지만 YH-5000SE의 기본 케이블이 원래 고급 커스텀 케이블 수준이라서 별도의 케이블 구입은 없어도 될 듯합니다. 물론, 이 정도 가격대의 헤드폰을 구입하는 분이라면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을 투입하실 텐데요. 그래도 기본 케이블로 충분히 감상해본 후 결정하기를 권하겠습니다.



체감 무게를 따져보면 YH-5000SE는 헤드폰 본체보다 케이블이 더 무거울 정도입니다. 이어컵의 기본 프레임과 헤드밴드 요크 부분을 모두 마그네슘으로 만들었으며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도 매우 가볍기 때문에 무게가 320g에 불과합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이 어지간한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보다 가벼운 것입니다. (*젠하이저 HD800S는 330g) YH-5000SE는 음악을 듣다가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초경량급입니다. 게다가 제품의 기획부터 '편안한 장시간 착용'을 핵심으로 두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음악을 들어도 거뜬한 풀사이즈 헤드폰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헤드폰 본체의 디자인을 살펴봅시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이어패드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간단한 스냅 방식으로 장착되니 이어패드 한 쪽을 잡고 옆으로 돌리면 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다시 결합할 때는 헤드폰 이어컵 안쪽과 이어패드 안쪽에 L, R 표기가 있으니 그에 맞춰서 끼우고 돌리면 됩니다.



이어패드를 분리하면 헤드폰의 이어컵(하우징)이 굉장히 얇아서 놀라게 됩니다. 대부분이 얇은 그릴로 되어 있는 이어컵의 중앙에 원형 드라이버를 배치한 구조입니다. 드라이버와 이어컵의 형태를 눈여겨보니 자석 패널을 펼쳐둔 평판형 드라이버가 아니라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에 가깝게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젠하이저 HD800을 포함한 다수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개방형 헤드폰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분명히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오쏘다이내믹 헤드폰입니다.



YH-5000SE는 두 가지 소재의 이어패드로 두 가지의 소리와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가죽 이어패드는 귀 테두리에 붙는 면이 천연 양 가죽 소재이며 테두리는 인조 가죽에 타공 처리를 해두었습니다. 헤드폰의 가죽 이어패드는 피부 밀착도가 높고 소리 전달이 잘 되지만 통기가 되지 않으므로 구멍을 적당히 뚫어서 개방감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YH-5000SE의 가죽 이어패드가 딱 그런 느낌을 주는군요.



뽀송한 감촉의 스웨이드 이어패드는 토레이(Toray, 국내 표기는 도레이)의 울트라스웨이드(Ultrasuede)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벨루어 또는 스웨이드 소재의 이어패드는 피부 밀착도가 조금 낮지만 통기성이 있으며 헤드폰의 소리를 저자극성의 포근한 느낌으로 만들어줍니다. 즉, 고음 선명도와 개방감 향상에는 가죽 이어패드가 좋고, 중.저음의 양감에는 스웨이드 이어패드가 좋다 - 이렇게 짐작하셔도 되겠습니다. 저는 YH-5000SE의 소리에서 해상도와 개방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가죽 이어패드를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 속의 드라이버는 야마하의 70년대 빈티지 헤드폰 'HP-1'의 드라이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 완전히 새로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보이스 코일을 에칭으로 원형 진동판과 결합시키고 양면의 자석 패널로 구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꺼운 자석 링이 후면을 가리고 있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보다 소리의 개방성이 좋으며 진동판의 질량이 매우 낮아서 정전형 헤드폰 수준의 정밀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평판형 헤드폰처럼 넓고 무거운 자석 패널을 쓸 필요도 없으니... 야마하는 이후 YH-5000SE의 오쏘다이내믹을 활용해서 대중적 가격의 스튜디오 헤드폰을 만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보다 가벼운데 정전형 헤드폰 수준의 고해상도를 뽑아내는 30만원대 헤드폰을 상상해보세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_-)a



헤드밴드는 스테인리스 스틸 밴드의 안쪽에 푹신한 가죽 밴드를 더한 해먹 구조입니다. 이게 아주 편안합니다... 헤드밴드 좌우의 슬라이더로 길이를 조정하는데, 이 정도면 머리 큰 사람도 마음 놓고 쓸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헤드폰에서 헤드밴드를 끝까지 늘려서 쓰는 저도 YH-5000SE는 좌우 1cm 정도를 줄이고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형 헤드폰들과 비교한다면 1~2cm 정도 작은 느낌도 있으니 참조해두시기 바랍니다. 헤드폰 자체가 풀사이즈 제품들 중에서는 더 작은 편입니다.



YH-5000SE는 매우 가벼울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관절 부위가 많아서 두 손으로 들면 이리저리 흐물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착용했을 때 머리의 크기와 형태에 저절로 맞춰지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헤드폰은 룩(Look)이 좋습니다. 매니아 지향의 헤드폰인데 잘 생겼다는 뜻입니다. 이어컵이 작고 얇으며 헤드밴드는 세로가 긴 타원형이라서 머리 모양에 잘 맞습니다. 헤드폰을 쓴 자신이 쿨한 전문가처럼 보인다는 생각에 스스로 폼을 잡게 됩니다.


이처럼 디자인과 완성도가 매우 좋은 이유는 YH-5000SE이 야마하의 피아노와 하이파이 오디오 부품을 생산하는 일본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카케가와 공장) 물론, 이 생산 공정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짐작하시듯, 이 헤드폰이 비싼 실제 이유는 소리 품질에 있습니다.



SOUND



※ 이 감상문은 '가죽 이어패드'를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주파수 응답 범위는 5~70,000Hz, 드라이버 임피던스 34옴, 드라이버 감도는 98dB라고 합니다. 드라이버 감도 수치가 상당히 낮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 수준으로 구동하기 쉬운 헤드폰입니다. 대부분의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서 볼륨 노브 10시 방향 정도로 감상하게 되겠고, 최대값이 100인 디지털 볼륨이라면 대략 60~70 정도면 되겠습니다. (디지털 볼륨은 낮은 단계에서 소리가 작게 나오다가 후반부에서 크게 상승하는 구조) 단, 거치형 앰프 없이 DAP 헤드폰잭에 바로 연결해서 듣겠다면 내장 앰프에 어느 정도 물량이 들어간 '덩치 큰 DAP'를 쓰시기 바랍니다. 이 때는 4.4mm 밸런스 연결이 구동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 헤드폰 출력에서 65 정도의 볼륨으로 들었고, 이어폰용의 로우 볼륨 레인지와 헤드폰용의 하이 볼륨 레인지가 있는 코드 일렉트로닉스 모조 2에서는 하이 볼륨 레인지의 낮은 단계에서 충분히 든든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LED 구슬 두 개가 빨강색이 되는 단계)


*소스 쪽 비용을 아껴주는 헤드폰


첫 감상부터 매우 빠른 응답 속도와 낮은 왜곡율로 정밀하고 건조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니 YH-5000SE와 연결하는 DAC 헤드폰 앰프도 섬세하고 정밀한 성향의 제품을 고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소스 품질을 까다롭게 가리는 헤드폰은 아니라고 봅니다. YH-5000SE는 살벌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지녔지만 어느 정도의 심리적 편안함을 유지하도록 소리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CD 해상도만 되어도 충분하며, 고해상도 음반을 주로 감상한다면 DAP나 DAC 헤드폰 앰프는 100만원 미만으로 견적을 내어도 되겠습니다. 제가 쓰는 젠하이저 HDVD800은 원래부터 차갑고 건조한 성격이 강해서 이 헤드폰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레이스 디자인 M900의 자체 헤드폰 출력 소리가 무척 잘 어울려서 중심적으로 사용했고요. YH-5000SE를 아이폰과 USB 연결한 코드 모조 2로 감상하는 것도 항상 귀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즉, 야마하 YH-5000SE는 몹시 비싼 헤드폰이지만 소스 쪽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주기도 합니다. 헤드파이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 외장 DAC, 앰프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헤드폰으로 집중하는 전략이 먹힐 수 있습니다.



*매일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이 헤드폰은 가격이 거의 500만원에 이르는 하이엔드 + 플래그쉽 모델입니다.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그러하듯, 헤드폰 세계의 끝판에 도달하면 소리의 주파수 응답 형태와 재생 타이밍이 최적화되면서 매우 자연스럽고 음색 특징이 없는 소리가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예전에 쓰던 훨씬 저렴한 헤드폰보다 소리가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감상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이엔드가 왜 하이엔드인지 체감하고 나중에는 완전히 빠져드는 일종의 적응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하이엔드 헤드폰들 중에는 긴 감상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여러 가지 '강렬한 것들'로 청취자를 압도해버리는 제품이 있습니다. 야마하 YH-5000SE의 소리를 들으면 처음부터 굉장히 투명한 느낌에 놀라실 것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비싼 헤드폰이 소리 선명도는 확실히 높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고 천천히 더 감상해보면서 '다른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어쩌면... 이 헤드폰을 구입한 후 최소 1년 동안은 매일 고개만 끄덕거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늘 듣던 음악 속에서 새로운 점을 계속 발견하는 경험은 음향 장비에 큰 돈을 투입하는 보람을 줍니다.


일단, 제가 YH-5000SE를 감상하면서 발견한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파수 응답의 확장이 굉장하다. 초고음과 초저음이 살아나서 음악 속 공기 느낌이 뚜렷해진다.


2) 고.중.저음의 균형을 이루면서도 중음과 초저음이 보강되어 있다.


3) 음색 특징이 없는 초고해상도 사운드로 놀라운 음 분리 효과를 낸다.


4) 물리적 개방감이 강하고 사운드 스테이지의 확장도 강력하다.


5) 투명한 중음으로 정확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6)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는 하이엔드 스튜디오 헤드폰이다. 어떤 음악을 듣든 간에 감동을 맛보면서 소리를 분석하는 프로페셔널 리스닝이 된다. 초저음의 보강 덕분에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프로페셔널하게 즐길 수 있다.



*스튜디오 헤드폰 소리인데 단연코 하이엔드


첫 인상이 그대로 지속적인 장점이 됩니다. 초고해상도와 소름 돋는 음 분리 효과에 놀랍니다. 고해상도 음반에서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을 곧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방형 이어컵과 공기 흐름의 방해를 받지 않는 드라이버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넓은 공간과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를 만듭니다. 측면이 타공된 가죽 이어패드를 쓰면 공간감 효과가 더욱 커지고요. YH-5000SE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묘사와 확장 능력으로 개방형 헤드폰의 목적을 증명하는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헤드폰을 쓴 것이 아니라 스테레오 스피커의 앞에서 가깝게 소리를 듣는 니어필드 리스닝의 경험에 가깝습니다.


낮은 고음과 중음의 선이 굵고 매우 선명하며 음색 특징이 없습니다. 연결하는 DAC 헤드폰 앰프들의 고유 음색을 헤드폰이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그리고 소리의 해상도가 굉장히, 엄청날 정도로(!) 높게 들립니다. 전형적인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의 소리 성향인데 단연코 하이엔드라는 느낌이 옵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헤드폰을 YH-5000SE 한 대만 보유하고 있어도 모든 음반 감상을 커버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초저음이 더 강조되며 울림이 크게 나오도록 보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 감상용 헤드폰으로써 웅장한 기분을 주는데, 초저음의 양이 정확히 맞춰져 있으며 해상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모니터링 사운드의 기준에서도 대단히 정밀하고 응답 속도가 극히 빠른 저음에 속합니다.



*잠시, 파이널 D8000과 비교해봅시다


야마하 YH-5000SE를 이야기하면서 파이널(Final) D8000을 빼놓을 수는 없겠습니다. D8000은 야마하의 기술 협력으로 개발됐으며 드라이버의 구조와 동작 방식이 YH-5000SE와 유사한 하이엔드 헤드폰입니다. 예를 들면 YH-5000SE에는 미세 천공된 에어 댐퍼로 진동판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D8000의 에어 필름 댐핑 시스템과 원리가 동일합니다. YH-5000SE와 D8000이 모두 야마하 HP-1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두 헤드폰의 소리 성향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D8000 시리즈는 선이 가늘고 현란한 소리를 냅니다. YH-5000SE는 소리 선이 굵으며 중립적인 모니터링 사운드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D8000은 애호가의 하이엔드 헤드폰 컬렉션에 어울리며, YH-5000SE는 헤드폰 여행을 이것 한 개로 끝내고 싶을 때 적합하겠습니다. D8000 프로 에디션으로 헤드폰 종결을 해도 좋겠지만 YH-5000SE와 1:1 비교한다면 이렇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전형, 평판형, 다이내믹의 장점만 뽑아서 합쳤다


YH-5000SE는 전체적으로 굵은 선의 소리를 내는 헤드폰이지만 고음은 선이 가늘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타입이라서 정전형 헤드폰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음과 초고음이 명료하고 섬세하다는 것은 드라이버 진동판의 질량이 극도로 낮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높은 저음의 단단한 펀치와 손실 없는 초저음의 깊은 울림은 분명히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임을 알려줍니다. 또한 스웨이드 이어패드를 쓰면 고.중음의 선이 더 굵어지고 저음이 풍부해져서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DD처럼 힘찬 소리인데 매우 정밀한 느낌) 이런 식으로 소리의 질감과 울리는 방식이 정전형, 평판형,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3종 혼합체 같습니다. 수많은 하이엔드 헤드폰을 사용해본 골수 매니아 유저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합니다.


*특징 1번 : 중음이 강하다


고음, 중음, 저음을 모두 뚜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튜닝된, 전형적인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의 소리를 냅니다. 특히 중음이 강합니다. 높은 중음도 보강된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청각을 곤두서게 해서 두뇌가 편히 쉴 수 없게 됩니다. 보컬, 현악기 소리의 디테일 강조를 위해서 이렇게 만든 모양입니다. 오디오 애호가용으로 기획했지만 제품의 본질이 스튜디오 모니터에 있음을 감지합니다. 가죽 이어패드를 쓰면 중음이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어패드의 선택은 취향을 따르면 되지만, 이 제품을 음악 감상용으로 살짝 기울도록 만들겠다면 스웨이드 이어패드를 권하겠습니다. 해상도, 개방감이 줄어들지만 더욱 편안한 소리로 장시간 청취에 좋은 이어패드입니다.


*특징 2번 : 돌덩이 저음 펀치, 더 강조된 초저음


높은 저음은 평탄하고 초저음은 제법 강조된 듯합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은 주파수 응답 측정에서 대부분 저음이 평탄하게 나오지만, 야마하의 오쏘다이내믹은 저음 특성이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가깝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말 그대로 '돌덩이'처럼 단단한 저음이 들려옵니다. 굉장히 높은 밀도와 강한 탄력으로, 짧게 끊어서 치지만 힘이 매우 강한 펀치가 나옵니다. 초저음은 가죽 이어패드에서 보다 평탄하게 다듬어지며 스웨이드 이어패드에서는 포근할 정도로 든든하게 강조됩니다. 그리고 어느 이어패드를 사용하든 초저음이 귀 아래쪽에 깨끗한 레이어(Layer)를 형성하며 음악 속 저음 악기들의 웅장한 울림을 뒷받침해줍니다.



*피아노 회사 헤드폰의 투명한 중음 = 음색의 정확도


이 헤드폰의 강한 중음은 매우 투명한 중음이기도 합니다. 야마하의 무선 헤드폰과 무선 이어폰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굵고 강하면서도 놀랍도록 깨끗한 중음'이 YH-5000SE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노 회사의 플래그쉽 헤드폰이고, 그랜드 피아노를 만드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니... 기획이든 무의식이든 피아노 소리를 특히 신경 써서 만들었을 터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다른 악기의 음들이 피아노 소리를 조금도 가리지 않으며, 높은 중음부터 낮은 중음까지 이어지는 유리처럼 영롱한 울림이, 녹음된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이와 동일한 수준으로 사람 목소리와 금속 관악기 소리도 극히 투명하게 들립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피아노 소리, 사람 목소리, 관악기 소리가 모두 약간의 채색도 없이 음반 제작자가 만든 음색 그대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제가 음반을 만들지는 않았으니 정말로 그대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제 청각 경험에서는 YH-5000SE의 '음색 정확도'가 최상급이라고 판단합니다.


*빠른 응답과 초고해상도 = 전자음의 환상적 경험


일렉트로닉, 특히 초고속 비트의 테크노 뮤직과 대단히 잘 어울립니다. 환상적인 매칭이라도 해도 될 것입니다. 개방형 헤드폰이므로 클럽 현장에서 쓸 수는 없겠지만 '500만원짜리 최고급 DJ 헤드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분명히 하이파이 오디오를 지향하여 설계된 헤드폰이지만 본성적으로 전자음, 기계음의 정밀한 분석을 위해서 태어난 듯합니다. 자연 악기 소리가 담긴 음악 파일을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촘촘히 분해하는 헤드폰인데, 장르를 테크노 뮤직으로 바꾸면 고막으로 전류의 비가 쏟아지는 듯한 'Hi-Speed + Hi-Res'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음의 '메카닉 텍사스 소떼'가 질주하면서 두뇌를 완전히 장악해버리니 딱히 청각을 집중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High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감동과 소리 분석을 동시에


YH-5000SE는 근본적으로 음악 장르 구분이 없는 프로페셔널 헤드폰이지만,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를 프로페셔널하게 듣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쾌감입니다. 이 헤드폰의 드라이버 테두리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를 촘촘하게 짜놓은 필터가 있는데, 이것이 이어컵 안쪽의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면서 저음의 양감도 확보해줍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초저음 영역은 대부분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의 소리이며 콘서트홀 내부의 울림일 것입니다. YH-5000SE의 이어컵 필터 구조가 이 '초저음 에너지'를 귀 둘레로 가두면서 머리 전체를 초저음 울림으로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때 저음과 초저음이 크게 터져도 다른 음을 가리지 않으며 웅장한 공간이 계속 확장됩니다. 이러한 초저음 공간 속에서 넓고 깨끗한 수평선 모양으로 고.중음의 사운드 이미지가 형성되며 수많은 악기들의 위치를 나눠서 모두 관찰할 수 있게 만듭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면서 소리의 모든 요소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준이 높은 고가 헤드폰들은 언제나 똑같은 단점 두 개가 나옵니다. 급여 계좌를 다 털어버릴 정도로 가격이 비싸고, 소리가 의외로 심심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야마하 YH-5000SE의 소리를 들으면서 심심해지는 경우는 없을 듯합니다. 굳이 트집을 잡는다면... 스튜디오 헤드폰의 소리이므로 감성적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소리가 너무 투명하고 넓게 들려서 청취자가 이성을 잃게 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



*이 리뷰는 해당 브랜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3

댓글 쓰기
SunRise
삭제된 댓글입니다.
11:48
23.03.0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