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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헤드폰 디자인의 멋진 작품, 야마하 YH-5000SE에 대한 생각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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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향 기기 리뷰를 시작한지도 19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취미였고,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오래 하고 있네요... (-_-); 소리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글을 쓰게 되는 인간형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리뷰 작업에서 소리 감상문 과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반적인 노동입니다. (-_-)a 제품 사진 촬영은 최소 한 시간 이상 몸으로 뛰는 일이며, 원고 집필은 4~6시간씩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다 끝내고 나면 잠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인데요...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제 마음에 드는 제품, 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는 제품만 골라서 리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품이 저에게 감동을 줄 때입니다. 싼 것이든 비싼 것이든 감동의 물결을 펌프질하는 물건이 꼭 나옵니다. 예전에 정식 리뷰를 했던 야마하의 겁나게 비싼 헤드폰 'YH-5000SE'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음향 기기 선택에서는 소리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참고할 수 있으니 저는 제 경제력을 완전히 벗어나는 고가 품목을 자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야마하 YH-5000SE는, 놀라운 소리 품질 못지 않게 디자인의 가치도 크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방에 두고 써보니까 더 체감이 됐지 말입니다. 미니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방 안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생활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참고 : 이 글은 '롱텀 리뷰'입니다. 정식 리뷰를 완료한 후에도 한 달 이상 대여할 수 있다면 더 오랫동안 써본 느낌을 개인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인데요. 롱텀 리뷰에 대한 후원은 없으나 대여 제품이므로 끝부분에 후원 표기를 넣고 있습니다.


*야마하 YH-5000SE 정식 리뷰 링크

https://www.0db.co.kr/REVIEW_USER/2830143



야마하 YH-5000SE는 오쏘다이내믹(Orthodynamic)이라는 명칭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탑재한 풀사이즈 개방형 헤드폰입니다. 두꺼운 자석 패널을 사용하는 타 브랜드의 평판형 자석 헤드폰들과 달리,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크기가 작고 아주 가볍습니다. 그래서 YH-5000SE의 구조는 젠하이저 HD800 시리즈처럼 원형의 얇은 하우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게도 320g에 불과해서 HD800보다 가벼울 정도이니 머리에 쓰면 문자 그대로 깃털 같은 느낌이 듭니다. 헤드폰 몸체의 무게는 없고 오로지 케이블의 무게만 걸리는 셈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야마하의 헤드폰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끝판왕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했을까요? 개인적으로 제품 소개서 파일을 받아서 읽어보기도 했는데, 일단은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을 1순위로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YH-5000SE는 풀사이즈 헤드폰이지만 다른 평판형 자석 헤드폰들보다 더욱 작으며 이어컵의 부피도 최소화한 모습을 보입니다. 사진에서는 크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형 헤드폰들의 70~80% 정도 사이즈라고 보시면 됩니다.



먼저 생각해볼 점은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형태입니다. 극히 얇은 원형의 진동판 위로 촘촘한 방사형의 자석 파츠를 에칭한 드라이버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어컵 외부 중앙 부분은 드라이버의 공기 흐름에 맞춰진 방사형 그릴을 지니게 됩니다. 또한 파이널 D8000 시리즈의 에어필름 댐핑 시스템 기술과 동일한 기능이 있으니 이 점도 드라이버와 이어컵 디자인에 적용될 것입니다. (*파이널 D8000은 야마하의 기술 협력으로 개발된 제품)



방사형 드라이버와 방사형 그릴에 맞춰서 마그네슘 프레임을 설계하고, 테두리 부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와이어로 만든 그릴로 필터를 마련합니다. 이렇게 해서 드라이버로부터 나오는 공기 흐름을 이어컵 속에 담으며 개방감과 소리의 양감을 모두 확보합니다. 마그네슘 프레임의 이어컵은 다수의 나사로 고정해서 이 또한 시각적인 장식이 됩니다. 더욱 기계적이며 견고한 인상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헤드폰 케이블이 연결되는 플러그 부분은 마치 사이버펑크 게임의 소품처럼 디자인됐습니다. 우주선의 측면 부품 같다고 할까요? 게다가 블랙과 크게 대조되는 옐로우 컬러를 넣었으니 시선 고정 효과가 굉장합니다.



금속 밴드와 가죽 밴드를 조합한 해먹 구조의 헤드밴드는 머리에서 뜨지 않게 타원형으로 제작됐습니다. 큰 헤드폰을 머리에 쓰면 이어컵이 좌우로 튀어나오거나 헤드밴드가 가로 방향으로 늘어나서 제다이 스승님의 비주얼이 되곤 하는데요. YH-5000SE는 이어컵이 슬림해서 세로의 선을 만들며 헤드밴드는 머리 모양에 딱 맞춰서 붙습니다. 풀사이즈 헤드폰들 중에서 이렇게 착용샷이 멋진 제품은 정말 드물 것입니다. 혹시 청음 매장에서 이 물건을 써보실 기회가 있다면 일단 거울부터 한 번 보세요. 엄청난 가격을 알면서도 스르륵 신용 카드에 손을 뻗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헤드폰을 방에 두고 있으면 제가 무슨 음향 전문가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고 맙니다. 현재 시장에는 400~500만원대 헤드폰이 꽤 많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잘 생긴 헤드폰'은 또 다른 감흥을 줍니다.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목 부담이 없고 머리 정수리와 귀 테두리가 편안하니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소리의 성향도 다른 하이엔드 헤드폰들보다 스튜디오 모니터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전문적', '전문가'라는 단어가 계속 떠오릅니다. 음악 장르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초고해상도와 빠른 응답을 보이고, 맑고도 강력한 중음과 돌덩이 펀치의 저음이 있어서 편안한 감상보다는 굵직하고 힘찬 감상에 적합한 소리입니다. 세계적으로 피아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야마하의 헤드폰답게 피아노 소리의 묘사도 굉장하고요...



제품의 완성도와 디테일이 뛰어난 것도 당연합니다. 야마하의 하이엔드 오디오 부품과 그랜드 피아노를 만드는 본사 공장에서 소량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기본 케이블은 상당히 두껍고 묵직하지만, 별도의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소리 품질이 좋은 8심 케이블이라서 납득이 됩니다. YH-5000SE의 스튜디오 모니터 성향을 볼 때 음색 변화를 내지 않고 소리 해상도만 올리는 케이블이 잘 맞을 텐데요. 기본 케이블이 그런 성격을 보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디자인과 품질을 보이는 고가의 헤드폰이므로, 그만큼의 관리와 세심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한 달 가까이 쓰면서 저도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인데요. YH-5000SE의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에는 자석과 진동판의 사이에 공기의 막을 형성하도록 극히 섬세하게 타공된 영역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먼지가 앉으면 공기가 막히게 되니 카메라 청소에 쓰는 에어블로워를 준비해서 수시로 털어주었습니다. 손으로 쥐어짜서 퓩퓩거리는 고무공 에어블로워입니다. (-_-); 공기압이 약하니 안심하고 불어줘도 됩니다. 헤드폰은 언제나 통풍이 잘 되도록 꺼내놓으시고, 혹시 내부 보관을 해야 한다면 제습 처리를 꼼꼼하게 해줍시다. 예를 들어서 옷장에 넣어두겠다면 물먹는 하마를 함께 두어야 합니다.



YH-5000SE를 곁에 두고 쓰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은 범용성입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은 전기를 흘려야 하는 자석이 많아서 구동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mW 단위가 아니라 1~2W의 출력을 요구함) 그러나 오쏘다이내믹 드라이버는 효율이 상당히 좋으며 YH-5000SE의 사운드 튜닝도 재생기와 앰프를 가리지 않도록 배려한 느낌이 듭니다. 아래 사진에서 옆에 있는 작은 DAP와 헤드폰 앰프들이 모두 YH-5000SE의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스텔앤컨 SR15, 바쿤 VHA-5240, 디지털앤아날로그 캘릭스 K, 코드 모조 2)



음향 기기는 역시 소리가 제일 좋아야 하겠지만, 디자인의 완성도와 심미성도 제품의 가치 향상에 큰 몫을 합니다. 또한 저는 헤드폰들의 외모가 소리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마하에서는 프로페셔널 헤드폰의 하이엔드를 찍기 위해서 YH-5000SE를 기계 냄새가 물씬 풍기게 디자인한 모양입니다. 분명히 컨슈머 지향의 생활 속 음악에 맞춰진 제품인데 헤드폰 만든 회사가 원래부터 프로페셔널 오디오 중심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생긴 헤드폰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 후기는 자발적으로 작성됐으며, 제품은 정식 리뷰할 때 대여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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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o님 포함 3명이 추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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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루릭님의 리시버 랭킹이 있었죠.
벌써 10년이 다되어 가는..
그때 헤드폰 2개를 덕분에 사서 잘 쓰고 있습니다.
첨가하시는 주관적 평가와 제가 듣는 느낌도 거의 비슷 하더군요.
댓글만 안달 뿐이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12:15
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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