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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이펙트 오디오 EVO 1, EVO 10 - 소리 좋은 케이블은 보기에도 예뻐야 한다

루릭 루릭
2322 0 0


이어폰 매니아의 끝은 '줄질'이라 하였으니

오십 팔십만원 정도는 가볍게 쓰는 것이 보통이라 하더라


리뷰의 시작부터 웬 헛소리인가 하시겠지만, 오디오 애호가의 지침서 제 1장에 등장하는 헛소리를 이어폰 버전으로 바꾼 것일 뿐입니다. (*농담이고 그런 책 없으니 찾지 말 것) 방에서 스피커를 굴리는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와 동일하게, 이어폰 분야에서도 커스텀 케이블 구입은 가장 매니악한 지출에 속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어폰의 커스텀 케이블 장만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출이기도 합니다. 휴대용 DAP 한 대만 사용한다면 딱 한 개의 커스텀 케이블 구입으로 오디오 시스템의 줄질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요즘 인이어 모니터(IEM) 회사들은 기본 케이블부터 어느 정도 등급이 되는 물건으로 챙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폰 가격이 수백만원대로 올라가야만 기본 케이블이 하이엔드 등급으로 포함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볼 때 100~200만원대 인이어 모니터들은 10~20만원대 기본 케이블로 정착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굉장히 비싼 이어폰을 샀다고 해도 그 다음은 커스텀 케이블 쇼핑을 하게 됩니다.



이어폰 매니아의 줄질에서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이펙트 오디오(Effect Audio)입니다. 이들은 매우 비싼 선재를 혼합해서 하이엔드 이어폰들보다도 비싼 커스텀 케이블을 만들지만, 그만큼 대중적이며 다양한 이어폰에 어울리는 소리의 케이블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Ares II 라는 동선 케이블로 커스텀 케이블에 입문하셨을 것이고, 현재는 보그(Vogue) 시리즈가 15~30만원대 케이블에서 쫄깃한 선택으로 분류되는 중입니다. 100만원 이하의 이어폰이라면 보그 시리즈만 더해줘도 소리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문제는... 그 외의 모든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이 100만원부터 5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 모델이라는 겁니다. (-_-); 이펙트 오디오는 오래 전부터 이 빈부 격차(...)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EVO 시리즈인데요. 50~80만원대의 가격으로 이어폰의 소리와 비주얼을 향상시키는 커스텀 케이블입니다. EVO 1과 EVO 10으로 두 종류가 있으니 디자인부터 소리까지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블랙 케이블에 장식된 '선재 디스플레이 Y-스플릿'



이펙트 오디오 EVO 시리즈의 박스는 상당히 작은 편이며 커버 부분이 그릴처럼 되어 있습니다. EVO 1, EVO 10 모두가 동일한 박스 디자인이므로, 하단의 흰색 레이블에 적힌 정보에서 모델 명칭과 커넥터 종류를 확인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박스 디자인이 EVO 시리즈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이 커스텀 케이블들은 Y-스플릿 파트가 투명해서 내부 선재를 볼 수 있으며 세 가지 색상의 'Y-스플릿 커버'가 포함됩니다. 유저의 입맛에 따라서 Y-스플릿 색상을 세 가지로 바꿀 수 있으니,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세 가지 색상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제품을 개봉하면서 박스의 외부 커버를 들어올리면 내부 박스에 그려진 3중 도안이 그릴의 틈으로 보이면서 세 가지 색상이 계속 바뀌는 것처럼 보입니다.



EVO 1, EVO 10은 이펙트 오디오의 중급 케이블 모델이므로 보그 시리즈보다 묵직하며 외장 재질도 고급스럽습니다. 케이블을 박스에서 꺼내어 손에 들어보면 '가격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데요. 그래도 Y-스플릿과 다른 플러그 파트가 가벼워서 케이블 전체의 무게는 부담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기본 케이블보다는 훨씬 굵지만, 걸어다니면서 사용해도 편할 정도의 무게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빌려온 EVO 시리즈는 모두 2.5mm 밸런스 커넥터의 금속 플러그가 장착됐으며 2핀과 MMCX 버전으로 나뉩니다. 2핀 버전에는 2핀 커넥터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부품이 끼워져 있습니다. 친절하게 0.78mm 핀이라고 숫자를 써놓았군요. :)



EVO 시리즈는 케이블의 시각적 만족에 더욱 충실한 모델입니다. 일단 2.5mm 커넥터의 플러그부터 현대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테두리를 둥글린 사각형 기둥 모양이 고급스러운 문구류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어폰 쪽에 끼우는 2핀 또는 MMCX 커넥터의 플러그는 플라스틱 파트에 네모꼴의 금속 커버를 씌운 2중 구조입니다. 그래서 플러그 두께가 6mm 정도로 되는데요. 분명히 멋진 디자인의 플러그이지만 커스텀 핏으로 제작된 이어폰에서는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커스텀 이어폰 중에서 쉘이 얇게 만들어진 제품은 커스텀 케이블의 두꺼운 커넥터 때문에 쉘이 귀에서 뜨기도 합니다. 그러면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사실상 이어폰 사용이 어렵게 됩니다. 물론 유니버설 핏의 이어폰들은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어훅은 철사를 넣지 않고 형상을 고정한 후 튜브를 씌워서 보강해두었습니다. 케이블 자체가 튼튼한 만큼 이어훅도 무척 튼튼합니다. 또한 훅 형태를 유지하는 탄성이 매우 강해서 이어폰이 귓바퀴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이어폰 귀에 끼우고 머리 좀 터는 분들이라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겠습니다.



EVO 1과 EVO 10은 둘 다 26 AWG 4심 구조의 케이블입니다. 검은색 피복으로 덮여 있는데 내부 선재를 보여주기 위해서 Y-스플릿을 투명 아크릴로 만든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만 통하는 '전선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케이블 선재를 전시하는 Y-스플릿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면 EVO 1과 EVO 10의 차이점을 짚어봅시다. EVO 1의 선재는 UP-OCC 금 도금 동선, UP-OCC 은 도금 동선, OFC 동선의 혼합입니다. 그래서 투명한 Y-스플릿을 들여다보면 주로 구리빛 전선인데 약간의 금빛이 보입니다. EVO 1의 케이블 피복은 유광 검정색이므로 뭔가 번쩍거린다는 생각이 들면 EVO 1인 것입니다.



EVO 1에는 블랙, 퍼플, 실버 색상의 Y-스플릿 커버가 포함됩니다. 이 커버는 위에서 아래로 씌우는 방식으로 아주 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창문 같은 디자인이라서 앞뒤에서 선재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EVO 10의 선재는 UP-OCC 금 도금 동선, UP-OCC 은 도금 동선의 혼합입니다. 그래서 투명한 Y-스플릿에 드러난 선을 보면 은색의 비중이 절반 이상입니다. 케이블 피복은 무광 검정색이라서 EVO 1보다 수수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Y-스플릿 파트가 더욱 화려합니다. EVO 10의 Y-스플릿 커버도 세 가지 색상인데 기본으로 블랙과 퍼플이 포함되고 나머지 한 개는 다섯 가지 스타일 중에서 한 개가 무작위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가 빌린 제품에는 핑크에서 오렌지로 전환되는 블렌딩 컬러가 포함되었습니다. 내부 선재는 Y-스플릿의 후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EVO 1의 Y-스플릿 커버는 아주 쉽게 교체할 수 있으나 EVO 10의 커버 교체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처음 써보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움을 겪으실 터이니 방법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EVO 10의 Y-스플릿 커버는 투명 아크릴 부품에 이펙트 오디오 로고가 양각으로 배치되어 고정쇠 역할을 하므로 커버를 넣고 뺄 때마다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1) 커버를 빼낼 때는 먼저 Y-스플릿 위쪽의 케이블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눌러서 커버를 올려주세요. 이 상태에서 커버를 위쪽으로 천천히 밀어올리면 빼낼 수 있습니다.



2) 커버를 끼울 때는 위쪽에서 일부를 끼운 후에 커버 아래쪽을 조금 들어올려서 이펙트 오디오 로고를 피해주세요. 그 후에 아래로 밀어주면 딱 소리가 나면서 장착됩니다.




SOUND


오디오에서 케이블 바꿈질이 최종 단계로 지목되는 이유는 선택이 무척 어려우며 자신의 취향에 맞추는 과정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케이블 간의 비교 청취를 하는 것부터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자신이 사용 중인 이어폰의 소리 성향과 케이블이 잘 맞는지 파악하는 것에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케이블의 '선 재료'들은 각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수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장기간의 청취 경험으로 각 특성을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동선은 음색 변화가 없으며 직선적이고 강한 소리를 낸다, 은선은 고음이 화사해지고 저음 울림이 크게 깊어진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심도가 끝이 없는 애호가들의 소리 욕구에 부응할 수가 없습니다. 커스텀 케이블 제작자는 마치 최상의 요리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선재를 조합해보면서 자신의 청각으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제작자들이나 우리 같은 오디오 애호가들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비싼 케이블은 그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며, 케이블끼리 비교 청취를 해보면 가격 차이에 상응하는 소리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그런 소리가 각자의 취향에 맞느냐인데... 그래도 이펙트 오디오 EVO 시리즈는 자신의 고유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금 도금과 은 도금이 포함됐지만 기본은 동선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저는 3.5mm 또는 6.3mm 커넥터의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재생기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2.5mm 커넥터의 케이블을 리뷰할 때는 아스텔앤컨의 DAP를 꺼내는데요. DAP 구입에 큰 돈을 쓰고 싶지도 않으며 어느 정도 기본기만 있다면 케이블 비교 청취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SR15를 쓰고 있습니다. 아스텔앤컨 상급기보다 심심한 소리라서 오히려 기준점이 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EVO 1, EVO 10 케이블을 사용하면서 SR15의 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업무용으로만 생각했던 작은 DAP에서 새로운 소리의 맛을 발견한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저는 64Audio A3e 이어폰에 보그 마에스트로 2.5mm 케이블을 끼워서 사용 중인데, EVO 1으로만 바꿔도 소리가 훨씬 듣기 좋아져서 귀에서 빼내기가 싫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EVO 10으로 바꾸면... 이어폰 자체가 크게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서 만족감이 더욱 커집니다.



그래도 SR15만 기준점으로 쓸 수는 없으니 거치형 기기의 3.5mm 연결에서는 이펙트 오디오의 PSquared Straight 변환 젠더를 사용했습니다. 이 제품은 소리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변환 젠더이지만 음색 변화가 미약해서 기준점으로 쓰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SR15의 3.5mm 언밸런스 출력과 2.5mm 밸런스 출력의 소리 차이가 큰 편이라서 대부분은 2.5mm 밸런스 출력을 기준으로 보그 마에스트로와 EVO 1, EVO 10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참고 : 제가 리뷰 제품으로 빌린 EVO 시리즈들은 사용 기간이 1주 정도였으므로 완전히 에이징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케이블의 에이징도 소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번 케이블 제품들의 선재가 대부분 구리이므로 에이징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듯합니다. 단! 혹시 선재에 금이 많이 들어갔다면 반드시 번인을 해야 하니 주의합시다. 이론적 증명은 할 수 없으나, 매우 비싼 가격의 금 도금 은선이나 금 합금 케이블을 이어폰에서 사용해보면 오랫동안 전기를 흘려준 후부터 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이상적인 케이블 리뷰 환경은 '동일한 이어폰을 두 개 갖추는 것'입니다. 똑같은 이어폰에 서로 다른 케이블을 연결해두고 빠르게 비교 청취를 해보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다양한 이어폰에서 케이블을 교체하며 소리를 들어본 후 그 느낌의 평균을 내는 쪽이 더욱 상세한 케이블 평가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이어폰으로서 하이엔드 이어폰 다섯 개를 함께 빌렸습니다. 라임 이어스 프네우마 (298만원), 커스텀 아트 FIBAE 7 (210만원), 퍼 오디오 M3, M4, M5 (187~436만원)입니다.



EVO 1과 EVO 10의 공통점


이러한 비교 청취와 이어폰 연결을 통해서 발견한 EVO 1, EVO 10의 소리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소리가 힘차며 음색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해상도가 높아지며 응답이 빠르고 잔향이 적은 소리가 됩니다. 이어폰의 기본 케이블이나 저렴한 커스텀 케이블로 들을 때 느끼는 저음의 벙벙거림이나 중음의 거친 질감 같은 것이 정돈됩니다. 단단하고 깨끗하게 다듬어준다 - 이 정도의 표현이 적합하겠습니다.


2) 음색을 꾸미지 않으면서도 소리를 더욱 듣기 좋고 즐겁게 다듬어줍니다. 고음이 더욱 선명해지고 높은 저음의 펀치가 단단해집니다.


3) 10~20만원대 커스텀 케이블에서 업그레이드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소리의 100~200만원대 케이블을 쓰고 있더라도, 왠지 빠르고 시원한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면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EVO 1의 소리 특징



위의 그래프는 제 느낌을 선으로 그려본 것일 뿐이며 측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VO 1 케이블의 자체적 특징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고 추측해보는 것이니 참조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이어폰에서 기본 케이블과 보그 마에스트로를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본 후 EVO 1으로 바꿔들었을 때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이 보강되어서 소리의 아랫 부분이 두터워집니다. 보컬, 현악기의 중간과 낮은 음이 훨씬 가깝고 굵게 들립니다. EVO 1은 기획부터 보컬 중심으로 만들어진 케이블이므로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고음의 끝이 살짝 밝아집니다. 중음과 저음이 보강되면서 체감으로는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3) EVO 1으로 바꾸면 이어폰의 고유 음색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느낌이 듭니다. 기본 케이블에서 막히거나 왜곡되던 것들이 다시 풀리고 보정되는 현상입니다.


4) 소리 해상도가 높아집니다. 보그 마에스트로와 비교하면 특히 고음에서 선명도 향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으며 장막이 걷히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5) 낮은 중음과 높은 저음이 강해지기 때문에 '맑은 느낌'은 기대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 초심자가 비싼 커스텀 케이블을 구입한다면 대개는 더 맑거나 샤프한 소리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케이블 바꿈질을 충분히 해본 유저는 다른 종류의 케이블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현란함이나 화려함과는 완전히 반대로, 소리에 중.저음의 힘을 실어주며 선을 아주 굵게 만들어주는 케이블이 있다는 겁니다. EVO 1이 바로 그런 제품입니다. 커스텀 케이블을 고를 때 첫 감상의 샤프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랫동안 들어보면서 중.저음의 깊이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듣기에 EVO 1은 보다 웅장하고 듬직한 인상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케이블입니다.



EVO 10의 소리 특징



이 그래프도 제 느낌을 표현한 것일 뿐이니 참조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 이어폰에서 기본 케이블과 보그 마에스트로를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본 후 EVO 10으로 바꿔들었을 때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곧바로 더욱 투명한 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소리 해상도가 많이 높아집니다. 장막이 걷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사라진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완전히 짐작이고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보그 마에스트로와 비교하면 약 5배 이상의 선명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EVO 1과 비교해봐도 소리가 대략 2배 이상 투명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2) 초고음과 초저음이 확장됩니다. 다이내믹 레인지를 넓게 맞추고 제작된 음반을 감상하면, 케이블 덕분에 이어폰이 원래 성능을 발휘하여 다이내믹 레인지를 모두 커버해주는 듯합니다. 초저음의 울림도 조금 더 강해져서 더욱 웅장한 저음 규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3) 심리적 공간이 넓어집니다. 소리를 넓게 펼쳐주는 느낌이 듭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의 클래식 악곡에 매우 좋으며 장르 불문하고 빅 밴드의 연주에 딱 맞는 소리입니다.


4) 카메라 렌즈 초점을 딱 맞춘 것처럼 좌우 채널의 초점이 뚜렷해집니다. 케이블 교체로 사운드 이미지가 명료해진 것입니다.


5) 다이내믹 레인지가 크게 늘어나고 음악에 입체감이 추가되면서 위치가 조금 멀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볼륨을 5~10% 정도 올려서 듣게 될 텐데요. 가수의 목소리가 귓구멍으로 훅 훅 들어오는 EVO 1으로 듣다가 EVO 10으로 바꾸면, 제 바로 앞에서 노래하던 가수가 무대 위로 복귀한 느낌이 됩니다.


6) 고음이 뚜렷하게 선명해지며 달콤한 맛을 냅니다. 밝은 음색이 아니라 고음의 디테일이 크게 향상되고 재생 타이밍이 맞춰져서 청각이 만족하는 것입니다. 저의 입맛에서는 이것이 EVO 10의 최대 장점입니다. 이어폰들의 소리에 질리지 않고 계속 듣고 싶어지도록 만듭니다.



예시 이어폰들의 매칭 결과



이펙트 오디오 EVO 1, EVO 10을 하이엔드 이어폰에 연결했을 때 느꼈던 소리 변화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퍼 오디오 M3, M4, M5



EVO 1으로만 바꿔도 큰 폭의 업그레이드가 될 것입니다. 다만 M 시리즈가 원래부터 소름 돋는 초고해상도 사운드의 이어폰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EVO 1으로 M 시리즈의 강한 중.저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권장할 만합니다. 그러나 EVO 10을 연결하면 더블팁을 끼운 상태에서도 청각으로 몰려오는 소리 정보가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혹시 처음부터 초고해상도 경험을 위해서 퍼 오디오 이어폰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EVO 10으로 '하드코어 해상도 경험'을 해도 좋겠습니다.



2) 라임 이어스 프네우마



기본 포함되는 PW 오디오 No.10 케이블이 프네우마의 소리와 잘 어울리므로 굳이 커스텀 케이블 변경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EVO 1의 경우는 프네우마의 든든한 중.저음을 더 두툼하게 만들어주며 소리 해상도 향상의 폭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EVO 10은 No.10 케이블을 옆으로 치워도 될 만큼 큰 폭의 향상을 보였습니다. 프네우마가 지닌 소리 전달 능력을 더욱 투명하고 넓게 펼쳐서 들려주는 케이블입니다. 단, No.10 케이블보다 조금 더 차갑고 샤프한 느낌도 있습니다. 화려한 은색 케이블에서 진지한 검은색 케이블로 바뀐 프네우마의 모습은... 제 취향에는 아주 멋집니다.



3) 커스텀 아트 FIBAE 7



FIBAE 7의 소리 감상문을 쓸 때 저는 '초저음을 든든하게 강조한 무 음색의 레퍼런스 사운드'라고 요약했습니다. FIBAE 7의 기본 케이블인 Null Audio Arete는 '무 음색'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케이블 업그레이드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리의 해상도 측면에서는 EVO 1, EVO 10과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EVO 1으로만 바꿔도 막혀 있던 소리가 뚫리는 느낌을 받으며, EVO 10으로 바꾸면 그야말로 뻥! 뚫리는 상황이 됩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를 가느다란 고무 호스로 이어두었다가 대구경 파이프로 바꿔준 셈입니다. FIBAE 7의 중.저음이 훨씬 커지면서 체감 출력이 높아지는 기분마저 듭니다. 단, Arete 케이블과 비교해볼 때 EVO 시리즈가 지닌 고유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므로 더 이상 무 음색 상태는 아니게 됩니다. 역시, 줄질은 어려운 취미입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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