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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T+A HA200, 대형 헤드폰을 위한 독일제 전차

루릭 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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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시스템에서 스피커를 좋은 것으로 갖추었다면 그 다음은 소스 기기의 업그레이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 이렇게 생각한다면 HA200은 당신이 현재 보유한 하이엔드 헤드폰들의 강력한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제가 소스 기기 리뷰를 하면 절반 정도는 제품 매뉴얼의 요약본이 되어 버립니다.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고급형 DAC 앰프를 다루면 이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데요... 저도 모든 기능을 사용해봐야 그 제품의 진면목을 알 수 있으며, 기능을 요약 설명해두면 제품을 구입한 분들에게 안내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저 자신도 예전에 리뷰했던 DAC 내장형 앰프를 나중에 구입하면 제 리뷰를 다시 보면서 잊어 버린 점을 확인합니다. (예: 코드 모조, 그레이스 디자인 M900 등) 리뷰하면서 영문 매뉴얼 읽고 하나씩 확인하던 고생을 또 반복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독일 T+A (Theory + Application)의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 'HA200'은 앞서 소개했던 헤드폰 '솔리테어 P'와 함께 출시된 제품입니다. 이 둘을 세트로 사용할 때 살짝쿵 흥겨운(?) 경험을 할 수 있지만, HA200은 클래스 A 방식의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이며 솔리테어 P는 임피던스 80옴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입니다. 둘 중 하나만 구입해서 자신이 보유한 앰프나 헤드폰과 사용해도 T+A가 만들어낸 투명하고 강력한 소리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T+A HA200 한 대만 구입해서 여러 헤드폰으로 소리를 듣는다고 가정하여 글을 써보겠습니다. HA200과 솔리테어 P를 모두 사서 T+A 세트를 갖추었을 때의 충격적 경험은 솔리테어 P 리뷰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T+A 세트는 첫 청취부터 차원이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리와 나를 가로막는 모든 것이 사라진 투명성과 개방감. 잔향이 완전히 제거된 건조함. 그 어떤 재해석도 없이 소리의...
루릭 | 2020.07.17


T+A HA200은 높은 확장성과 수많은 튜닝 옵션을 지닌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입니다. 숨겨진 기능도 많아서 제품 매뉴얼을 보며 학습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제품을 빌려서 2주 동안 사용해본 저도 첫 날은 매뉴얼을 읽으며 기기와 씨름을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리뷰에 사용된 HA200은 밀봉된 새 제품이었으며 제가 사용해서 총 20~25시간 정도 가동된 상태입니다. 즉, 새 앰프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소리 듣고 쓴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HA200은 고가 품목이므로 T+A에서 별도의 번인 룸을 운영하여 에이징한 다음에 판매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단단하고 묵직한 디자인, 기본적인 구성품


HA200을 주문했다면 스피커 유저에게는 비교적 작은 박스가 되겠으나 헤드폰 유저에게는 몹시 크고 무거운, 그런 종류의 박스가 배송될 것입니다. 스피커 시스템의 프리 앰프 정도인 크기와 중량이지만 헤드폰 유저에게는 몹시 크고 무거운 기기입니다. 개봉을 해보면 두꺼운 알루미늄 덩어리를 정밀하게 깎아서 만든 케이스가 보입니다. 크기는 320 x 340 x 100mm, 무게는 6.5kg이라고 합니다.



이 제품이 유난히 크고 무거운 이유는 비자성 처리된 알루미늄 덩어리와 그 안을 채운 2,300여개의 부품입니다. 또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두 개 담고 있으니 묵직한 기기를 선호하는 오디오 애호가의 마음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결론이 이상하지 않은가)



박스 속에는 은빛의 리모컨과 블루투스용 안테나가 있으며, 별도의 작은 상자 속에 각종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USB-B 케이블, RCA 인터 케이블, 파워 케이블, 리모컨 충전에 쓰이는 마이크로-B USB 케이블입니다. 이 중에서 USB-B 케이블과 RCA 인터 케이블은 십중팔구 고급품으로 교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소리를 가리는 장막을 뚫어야 한다!!) 그러나 앰프의 음색을 뿅 바꾸기도 하는 파워 케이블은 기본 케이블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포함되는 리모컨의 이름은 'FM8'입니다. 건전지를 쓰지 않고 배터리를 내장하여 슬림한 리모컨입니다. 또한 HA200의 후면에 이 리모컨을 충전하는 USB-A 포트가 있습니다. 충전하는 동안에는 리모컨 기능이 동작하지 않으니 주의합시다. 제품 매뉴얼을 보면서 한 가지 발견한 점은 리모컨의 배터리 완전 충전 상태에서 LED가 빨강색으로 계속 켜져 있다는 겁니다. 충전 중에는 '빨강색 깜빡임'이고 완전 충전되면 '빨강색 계속 켜져 있음'입니다. HA200 본체의 수많은 버튼으로 모든 기능을 다룰 수 있으니 리모컨 FM8은 편의용 백업이라고 하겠습니다.



HA200의 측면은 방열판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럴 만합니다. 클래스 A 앰프답게 열이 많이 나거든요. 뜨끈뜨끈한 난로로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기의 많은 부분을 열로 방출하는 클래스 A 앰프라면 열이 충분히 올라야 전기가 충분해서 제 소리가 나온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 앰프들은 계속 켜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진공관 앰프는 계속 켜두면 수명이 닳는다고 하니 주의합시다. 밤 중에는 전원을 꺼두었다가 아침에 켜서 10분 정도 기다린 후 들으면 됩니다) 독일 태생인 HA200은 유럽의 에너지 소비 규정 때문에 60분 후에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는 Eco 기능이 기본 적용됩니다. But, 유럽 밖에서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HA200을 계속 켜두고 싶다면 Menu 버튼을 길게 눌러서 시스템 옵션으로 들어간 후 Eco를 'Comfort'로 바꾸면 됩니다. (즉, 인간의 편리함은 환경에 민폐라는 뜻!) 켜두었을 때의 전력 소비량은 100W이며, 꺼두면 대기 모드가 되면서 0.5W를 소비합니다. 파워 케이블을 분리해야 기기가 완전히 꺼집니다.



이 물건의 극히 선명한 소리처럼 전면의 디스플레이도 매우 선명합니다. 총 9단계로 밝기 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상태 표시에 사용되는 다수의 LED도 색상과 밝기를 조정할 수 있고요. 원한다면 시스템 옵션으로 들어가서 디스플레이가 잠시만 켜졌다가 꺼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HA200의 볼륨 노브는 각종 옵션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겸합니다. 그래서 꾹꾹 누를 수도 있습니다. 이 노브를 처음 돌려본다면 꽤 놀라실 겁니다. 각 단계별로 딱딱 걸리면서 돌아가는 구조인데 딸깍거리는 감촉이 뚜렷하며 소리도 아주 큽니다.



후면에는 이 제품의 높은 확장성을 보여주는 다수의 포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포트 중에서 5개가 시스템 관리 용도입니다. 또, HDMI 커넥터 세 개의 흔적(?)이 있는데 이것은 헤드폰 앰프에서 HDMI 연결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제품 주문할 때 HDMI 모듈을 별도 추가할 수 있는데, TV가 ARC 기능을 지원한다면 HA200에서 소리를 나오게 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HA200을 구입하는 분들은 대부분 PC나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연결하여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로 쓸 것입니다. HA200은 RCA, XLR 커넥터의 아날로그 입력도 받을 수 있지만 일단 저는 PC와 USB 연결해서 사용하는 상황만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사용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apt-X HD, AAC, SBC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 입력이 있습니다.



제품 앞에는 왼쪽부터 4.4mm, 4pin XLR, 6.3mm 순서로 헤드폰 출력 세 개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요. 각 헤드폰 포트마다 '헤드폰 출력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을 눌러야만 해당 포트부터 소리가 나옵니다. 또한, 버튼을 눌러도 PC나 재생기에서 음악을 틀지 않고 있으면 파랑색 LED가 깜빡거립니다. HA200이 커버하는 헤드폰의 드라이버 임피던스는 10옴부터 시작하며 헤드폰 두 대를 동시 구동한다면 각 헤드폰의 임피던스 수치가 20옴 이상이어야 한답니다. 헤드폰 두 대를 동시 구동하려면 헤드폰 출력 버튼 두 개를 동시에 길게 눌러줍시다. 곧 두 번째 헤드폰 출력의 LED가 켜질 것입니다.




사용 방법 안내


제품 사양은 여기에서 봅시다.

https://www.ta-hifi.de/en/headphones/headphone-amplifier/ha-200/


USB 드라이버 다운로드 링크입니다.

https://www.ta-hifi.de/wp-content/uploads/HA_200_USB_audio_driver.zip


간단히 사용법 안내만 해도 내용이 무척 많습니다. (-_-); 그래도 기본 사양은 살펴봅시다. 소리 감상평이 궁금한 분들은 이 파트를 건너뛰셔도 됩니다. 혹시 HA200을 구입한 분이라면 천천히 읽어보시고요.



이 제품은 T+A의 True 1-Bit DAC를 탑재했으며 USB 연결에서 PCM 768kHz / 32bit, DSD 1024까지 재생할 수 있습니다. 비싼 장비답게 수많은 입력을 갖추고 있는데 다른 디지털 입력들은 PCM 192kHz / 24bit까지 지원합니다. 그리고 컴퓨터의 운영 체제에 따라서 USB 연결의 DSD 재생 해상도가 다릅니다. 맥 OS에서는 DSD 256까지 가능하며 윈도우에서 DSD 512, 1024까지 재생됩니다.


HA200은 아날로그 앰프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50W 파워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두 개 탑재하여 100W 출력을 냅니다. 디지털 컨버터 영역도 자체적인 파워 서플라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앰프 영역에는 T+A HV 시리즈 앰프들의 기술이 그대로 반영됐으며, 특별한 MOS-FET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므로 OP-앰프나 칩을 쓰지 않습니다. 라우드 스피커의 좌우 채널 교차를 헤드폰에서 연출하는 크로스피드(Cross-feed) 기능도 아날로그 필터 서킷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크로스피드를 켜고 끌 때마다 '딸깍'하고 회로 전환되는 소리가 들림) 디지털 컨버터 영역에 아날로그 필터가 있어서 재생 주파수의 대역폭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Phase-linear Bessel filter 3rd order, switchable with 60 or 120 kHz cut of frequency)



T+A HA200의 기본 사용법은 앞쪽 우측 하단에 있는 MENU 버튼과 볼륨 노브에 있습니다.


먼저 메뉴 버튼을 '짧게' 누르면 후 볼륨 노브를 돌려서 다양한 옵션을 고를 수 있습니다. 좌우 채널 밸런스(Balance), 저음(Bass), 고음(Treble), 크로스피드(Cross-feed), 업샘플링 종류(Upsampling), 대역폭(Bandwidth), 라우드니스 레벨(Loudn.Lev), 출력 임피던스(Impedance)의 순서입니다. 조정하고 싶은 항목에서 볼륨 노브를 짧게 누른 후 돌리면 설정값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옵션들은 '성능'보다는 '취향'에 맞춰진 것으로, 유저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만큼 더 많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좌우 채널 밸런스는 청취자의 청각 조건이나 헤드폰의 상태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이며 보통은 건드릴 일이 없겠습니다. 나머지 항목을 순서대로 살펴봅시다.


1) 톤 컨트롤 (Bass, Treble)


곧바로 고음과 저음을 올리고 내려주는 기능입니다. 분명히 소리가 바뀌지만 음색 왜곡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헤드폰의 소리 특성에 맞춰 유저가 원하는 음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베이스를 +8까지 올리면 고.중음 마스킹이 생기지만 저음 펀치가 아주 든든해서 웅장한 저음을 원하는 유저에게 좋은 옵션이 되겠습니다. -6까지 내리면 이티모틱 리서치 ER4 이어폰처럼 깔끔하고 평탄한 저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트레블을 올리고 내리는 경험도 인상적입니다. +8까지 올려도 소리가 몹시 맑고 시원해질 뿐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6까지 내리면 편안하고 포근한 소리가 됩니다.


2) 크로스피드 (Cross-feed)


크로스피드를 켜면 소리 초점이 앞쪽으로 모이는데 이 상태에서도 소리가 자연스러워서 놀랐습니다. T+A HA200 정도의 가격이라면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 시리즈와 바로 비교될 터인데, 제 청감 기억에는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 시리즈의 소리가 더 촉촉하고 달콤하며 T+A HA200은 더 깨끗하고 건조하며 정밀합니다. 그런데 크로스피드 효과의 자연스러운 공간 형성 능력은 둘이 매우 흡사한 느낌이 듭니다. 크로스피드는 라우드 스피커의 좌우 채널 소리가 교차하는 효과를 헤드폰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소리 초점을 머리 앞쪽으로 옮기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그러나 혹시 음반이 원래부터 공간감 중심으로 제작됐다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테레오 레코딩으로 제작된 음반에서만 사용합시다. 예를 들면 스튜디오가 아닌 교회나 다른 장소에서 DSD 레코딩으로 공간 울림을 담아 제작된 음반은 크로스피드 효과가 어울리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한 편, 콘서트홀에서 라이브 녹음된 후 일반 감상용으로 마스터링된 음반은 크로스피드 효과를 켜면 라우드 스피커 느낌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업샘플링 종류 (Upsampling), 대역폭 (Bandwidth)


HA200은 고품질의 업샘플링을 제공합니다. 이것도 다수의 옵션이 있어서 하나씩 비교 청취해봐야 하는데, 솔리테어 P 헤드폰을 쓰지 않으면 소리 차이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단, 아날로그 오디오의 잔향과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베지어 1은 쉽게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업샘플링은 CD 해상도 이하의 파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당연한 결과...) 96kHz 이상의 고해상도 파일에서는 베지어 1만 구별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업샘플링 옵션을 바꿀 때에는 음악을 일시 정지해줍시다. PC의 USB 연결에서 기기 동작이 잠시 멈출 때도 있었거든요.


FIR 1은 FIR 필터이며 매우 평탄한 주파수 응답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제가 듣기에는 건조하고 깔끔하며 단단한 느낌입니다.


FIR 2는 피크(Peak) 조절이 더해진 FIR 필터입니다. 제 귀에는 중.저음이 포근하고 대체로 편안했습니다.


Bezier 1은 베지어 인터폴레이터와 IIR 필터를 조합하여 아날로그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부드럽고 잔향이 많아서 몹시 편안한 소리였습니다.


Bezier 2는 순수한 베지어 인터폴레이터로 완벽한 재생 타이밍과 다이내믹을 제공한답니다. 저음이 단단하고 강하며 고.중음은 정밀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 옵션을 기본으로 사용했습니다.


NOS 1은 업샘플링이 꺼지며 44.1, 48kHz 음반을 위해서 아날로그 필터를 60kHz로 맞춥니다. 이 상태에서 메뉴 버튼을 짧게 눌러 대역폭을 Wide로 선택하면 120kHz까지 넓힐 수 있습니다.


NOS 2는 업샘플링이 꺼지며 유저가 대역폭 메뉴에서 선택한 60kHz 또는 Wide 세팅을 따릅니다.


제가 기본값으로 사용한 것은 베지어 2인데, 업샘플링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대역폭을 Wide로 선택한 후 NOS 2로 둡시다. 업샘플링이 꺼지면서 해상도가 120kHz까지 확장됩니다. 이러한 대역폭 확장은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훨씬 벗어난 것이지만 오디오 애호가 여러분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초고음의 확장은 음악 속의 공기를 강조하며 공간 확장 효과도 낼 수 있습니다.


4) 라우드니스 레벨 (Loudn.Lev) + 별도의 라우드니스 선택


라우드니스 레벨은 헤드폰 드라이버의 능률에 따라서 Low, Medium, High를 선택하는데 대부분은 High로 두고 들으리라 예상합니다. 이렇게 메뉴 버튼을 짧게 눌러서 선택하는 '라우드니스 레벨'과는 별개로, 그 옆의 Tone/Loudn 버튼을 길게 누르면 LED가 빨강색이 되면서 '라우드니스'가 켜집니다. 이것은 볼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낮은 볼륨에서도 중.저음이 손실되지 않도록 보강해주는 기능입니다. 밤 중에 조용히 들어야 할 때에도 굵은 소리를 듣게 해줍니다. 즉각적으로 중.저음의 선이 매우 굵어지는데 그만큼 소리가 흐리다고 느낄 수 있으나 포근한 음색과 근육질의 힘을 원한다면 한 번 사용해봐도 좋겠습니다.


5) 출력 임피던스 (Impedance)


T+A의 경우, 헤드폰의 드라이버 임피던스와 앰프의 출력 임피던스 비율은 5분의 1 또는 10분의 1 정도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피던스 80옴의 솔리테어 P를 연결한다면 HA200의 출력 임피던스를 8, 12, 18옴으로 맞추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출력 임피던스는 가장 낮은 값인 8옴을 권장하지만, 더 올리면 소리가 풀어지고 잔향이 늘어나서 청각이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정밀하고 빠른 소리를 위해서 8옴을 고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혹시 두 대의 헤드폰을 동시 연결한 상태라면 출력 임피던스가 8옴으로 통일됩니다.


*시스템 옵션, VU 미터 설정



메뉴 버튼을 '길게' 누르면 각종 시스템 옵션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VU 미터 정보 변경, 입력단 켜고 끄기, VU 미터 배경색과 LED 색상 변경, 디스플레이 밝기 조정, 디스플레이 켜지는 방식 선택, 전원 자동 끄기 해제 또는 켜기 등이 가능합니다. 이 중에서 재미있는 것이 VU 미터 설정입니다.


HA200의 왼쪽에는 두 개의 VU 미터가 있습니다. QPPM(Quasi Peak Programme Meter Type 1)으로 다양한 측정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으며 굳이 원한다면 끌 수도 있습니다.



입력 수준(Input Level), 출력 수준(Output Level)은 문자 그대로입니다. 미터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려면 입력 수준에 맞춰둡시다. 온도(Temperature)는 기기 내부와 클래스 A 출력단의 온도를 모니터링합니다. HA200은 각 부품들이 일정 온도에 도달했을 때 더 좋은 소리를 내기 때문인데요. 왼쪽 미터는 내부 온도로 섭씨 30~50도가 최적이며 오른쪽 미터는 클래스 A 출력단의 온도로 섭씨 40~70도가 최적이라고 합니다. 기기를 사용해보면 뜨끈뜨끈한 상태에서도 보통 30도와 40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신호 품질(Signal Quality)은 주파수의 변이와 오류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 때 VU 미터의 데이터 중에서 '온도' 또는 '신호 품질'을 선택하면 특수 모드라는 의미에서 VU 미터 중앙의 LED가 계속 깜빡거릴 것입니다. 고장이 아니므로 안심하세요.



SOUND



둘 다 독일제라는 점에서 젠하이저 HDVD800을 T+A HA200의 첫 희생양(...)으로 투입해보았습니다. HDVD800의 소리가 상당히 차갑고 샤프한 성향이라서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하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기본 파워 케이블과 ADL 포뮬러 2 USB 케이블로 HDVD800과 HA200을 번갈아 청취해봅니다. 푸바2000의 Output 변경, 타이달 PC 애플리케이션의 출력 기기 변경입니다. 당연히 두 제품의 소리 차이가 무척 크지만 소리 성향의 기본은 상당히 흡사합니다. 둘 다 정밀, 정확, 평탄, 건조, 단단한 저음 펀치 등의 공통점을 지녔군요. 하지만 HA200이 모든 면에서 크게 앞섭니다. HA200으로 듣다가 HDVD800으로 바꾸면... 분명히 깨끗한 소리인데 더 약하고 덜 투명하다는 느낌이 즉시 몰려 옵니다. 뭔가 가려진 듯한 느낌인데... 다시 HA200으로 바꾸면 맑은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들고 저음이 몇 배로 웅장해집니다.


그렇습니다. HA200은 앰프 자체의 저음 파워가 강력합니다. 대배기량의 머슬카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마치 2차 대전의 티거 탱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 외관은 연구소 장비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소리를 들으면 독일제 고성능 전차부터 떠올릴 듯합니다. 스피커 유저에게는 '헤드폰을 위한 고출력 파워 앰프'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HA200은 기본적으로 모든 헤드폰에게 거대하고 단단하며 넓게 펼쳐지는 초저음을 더해줄 것입니다. 다른 앰프에서 작고 좁게 느껴지던 헤드폰이라도 HA200에 연결하면 1,000마력 엔진처럼 넘치는 저음의 힘을 갖게 됩니다. 단순히 덩어리만 큰 저음이 아니라 초저음부터 높은 저음까지 균일하게 굉장히 굵고 강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부드럽게 늘어지지 않고 빠르고 단단하게 울린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저음이 유난히 굵고 강력한 이유는 T+A의 고전압 기술(HV)과 최대 700mA의 고전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클래스 A 구동입니다. 온도가 일정 수준까지 도달한 다음부터 제 소리가 나오는 기기인데 차가운 상태에서도 음악 재생은 가능합니다. 에어컨 켜진 방에서 전원을 막 켰다면 헤드폰을 연결하고 음악 재생을 해서 따끈해지도록 만듭시다. 그냥 켜두고 기다리면 준비 완료까지 오래 걸립니다. 전력 소비는 있으나 저는 계속 켜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앰프 여러 대를 쓰는 오디오 시스템도 아니고 한 대로 끝나는 헤드폰 시스템인데 클래스 A 난로 하나 켜두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요! VU 미터 설정으로 온도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왼쪽 미터가 섭씨 30도, 오른쪽 미터가 40도에 도달한 후부터 감상하면 됩니다.


*초고해상도. 섬세한 분리.


HA200은 컨버터 기능의 디지털 파트와 앰핑 및 필터 기능의 아날로그 파트가 모두 매우 높은 소리 해상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 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다면 '소리의 자연스러움'이 시작되는데, 굳이 냉정하게 말한다면 HA200은 자연스러움보다는 극도의 분석과 세밀한 분리를 하는 성향입니다. 소리의 재생 타이밍이 정확한데 훨씬 단단하고 정밀한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인데 거의 완벽하게 세공된 셈입니다. 이 점 때문에 첫 감상에서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싹한 기운부터 느끼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고 넓은 사운드 이미지.


솔리테어 P의 리뷰에서 이 점을 무척 강조했는데, DAC 내장형 앰프인 HA200도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광할한 사운드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다른 회사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으로 감상해도 그렇다는 뜻입니다. 100~200만원대 헤드폰에서도 HA200의 사운드 이미지는 다른 앰프들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 이 물건은 DAC를 내장한 헤드폰 앰프가 아니라 'DDC + DAC + 프리 앰프 + 파워 앰프로 분리된 시스템'을 한 개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은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통합형 기기에 속하지만 헤드폰을 연결했을 때의 소리는 모든 파트를 분리해서 최적화한 시스템처럼 들립니다.



*순간적 힘과 지속적 안정성을 모두 지닌 고출력. 매우 높은 밀도.


라우드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 보면 앰프에 따라서 피크(Peak) 파워와 기본 파워의 차이를 조금씩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이파이 오디오를 오래 해본 분들은 더 많이 감지할 듯) 오디오 기기에서 파워는 결국 '전기의 힘'일 터인데, T+A라는 회사는 HV (고전압) 기술로 마치 아날로그 오디오 같은 굵고 강력한 중.저음을 달성합니다. 이들의 HA200은 헤드폰 앰프이면서도 HV 기술이 적용된 제품입니다. 클래스 A 구동을 위해서 항시 강한 전류를 안정적으로 흘리며 든든한 듀얼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의 힘으로 기반을 받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게 제작된 음악 파일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와 순간적으로 강하게 솟아오르는 소리를 모두 여유롭게 처리합니다.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소리의 높은 밀도 역시 중요합니다. 평소에 소리 질감이 거칠거나 뭔가 허전한 느낌을 받았던 헤드폰이 있다면 HA200에 끼워서 격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청각을 집중해도 소리의 표면에서 극히 작은 구멍이나 거친 부분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왜곡과 잔향의 제거. 건조하고 정확한 인상.


이 점은 T+A 회사의 기본 성향인 듯합니다. 소리에서 차가운 인상은 없지만, 감성을 돋우는 잔향도 없습니다. 중.저음 쪽에서 강력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내지만 소리가 재생된 후의 잔재를 매우 깨끗하게 지워주기 때문에 건조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원부의 고급 기술로 든든한 소리를 내는 한 편, DAC와 아날로그 필터 쪽에서 건조하고 정확한 분석을 더합니다. 이 점이 취향을 탈 수 있는데... 느릿하게 풀어진 소리를 원한다면 단점이겠고, 깔끔하면서도 빠르고 단단한 소리를 원한다면 장점이 되겠습니다. (*소리의 잔향을 원한다면 업샘플링 베지어 1을 선택하거나 출력 임피던스를 더 올리는 방법도 있음)



*극도로 투명하고 정밀한 고.중음. 초고음이 살아있어 공기를 느끼게 함.


HA200의 정확한 성격은 특히 고음과 높은 중음 영역에서 깊은 충격을 남깁니다. 이 영역에서 청취자의 고막과 헤드폰 사이에 있는 장막이 얼마나 사라지는지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들에게는 너무나도 엄격한 '성능 테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보유한 헤드폰을 HA200에 연결함으로써 헤드폰의 소리 해상도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됩니다. 또한 잘 만들어진 고해상도 음반을 감상하면서 초고음의 재생으로 현장의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도 자신의 헤드폰이 커버할 수 있어야만 느끼는 점인데요. T+A 솔리테어 P가 아니라면 최소한 파이널 D8000, 오디지 LCD-24, 메제 엠피리언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100~200만원대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으로도 HA200의 극히 정밀한 고.중음과 초고음을 경험할 수 있으나 약간의 장막이 존재하는 인상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각 헤드폰이 지닌 소리의 재미와 개성을 떠나서 소리의 투명도만 놓고 본다면 그렇습니다.



*단단하고 깊게 울리는, 매우 낮고 웅장한 저음. 시원하고 빠르게 치는 저음 펀치.


이번 T+A 세트의 출시는 헤드폰 시장에 경종을 울립니다. '하이엔드로 가면 갈수록 소리가 심심해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충격을 받을 만큼 투명한 소리를 내면서도 듣는 이에게 짜릿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T+A의 헤드폰과 앰프는 하이엔드의 소리 투명도를 달성하면서 저음의 강렬한 즐거움도 추구합니다. 라우드 스피커를 감상하다가 헤드폰으로 이동했을 때 곧바로 불만을 갖게 되는 부분 - '웅대한 저음'을 HA200은 넘치는 전기의 힘으로 제공하며 솔리테어 P는 치밀한 물리적 설계로 확보합니다. 응답 속도가 매우 빨라서 조금도 처지는 느낌이 없는데, 저음 펀치는 단단하게 끊어서 치는 한 편, 초저음은 귀 아래쪽부터 베이스 드럼처럼 쿵쾅거립니다. 다른 헤드폰을 사용해도 HA200의 '시원하게 빠르면서도 강하고 웅장한 저음'이 그대로 살아납니다. 이 앰프로 저음 많은 음악을 들으면... 거대한 산을 보며 경건해지는 심정과 그 산의 계곡을 짜릿하게 래프팅하는 스릴을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소리 선이 몹시 굵음.


HA200의 초고음과 고음 영역은 톤 컨트롤, 업샘플링, 대역폭 등의 선택에 따라서 가늘거나 굵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저음 영역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 단 하나의 선택입니다. 헤드폰의 드라이버 감도에 따라서 다르게 되겠으나 HA200은 소리의 선이 매우 굵습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소리에서 유난히 굵은 느낌을 주는데, 여성 보컬이 남성 보컬화하거나 바이올린이 비올라로 바뀌는 부자연스러움이 아닙니다. 다른 여러 종류의 자연 악기도 그렇고 전자 음악의 온갖 인공적 소리도 그렇습니다. HA200을 거치면 음파의 굵기가 확대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 현상이 아니라 심리적 영향이 그렇다는 뜻입니다.



*톤 컨트롤, 업샘플링, 크로스피드의 자연스러움.


HA200의 비싼 가격은 '대역폭 Wide, 출력 임피던스 8옴, 업샘플링 베지어 2' 세팅의 소리 만으로도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충분한 확장성'과 '소리의 자율적 튜닝'도 제공합니다. DAC 내장형 헤드폰 앰프에서 유저가 마음껏 고음과 저음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이퀄라이저를 더하지 않아도 HA200 자체의 톤 컨트롤이 자연스러워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고음을 밝게 하거나 저음을 강하게 바꿀 수 있단 말입니다. '자연스러운 톤 컨트롤'이란, 고음과 저음을 올리거나 내린 상태로 계속 감상해도 나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플랫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없다는 뜻입니다. 크로스피드 기능은 음반의 제작 방식과 헤드폰의 종류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겠으나 소리 초점을 머리 앞쪽으로 옮겨주는 능력은 확실합니다. 이 또한 스피커로 오랫동안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에게 특혜가 되겠습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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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프레스좋아함님 포함 1명이 추천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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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에라자드에서 세트를 사면 무려 800만원이나 할인된 가격이더군요
네 그냥 그렇다구요. 지나가겠습니다....

평판형인데 거의 오르페우스 같은 포스가 나네요...ㄷㄷ
2 세대는 아니더라도 1세대 같은 느낌?
23:38
20.07.21.
가격이... 지나가며 훑어만 봤네요... 중간에 출력 임피던스를 올리면 소리가 풀어진다라...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군요... 가격대를 생각하면 8오옴이 기본이라는건 좀 아쉽네요. 물론 이런장비에 저 임피던스 헤드폰/이어폰을 물리진 않겠지만요...
13:22
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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