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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AAW 할시온(Halcyon), 고품격의 소리가 지닌 온화함

루릭 루릭
2701 1 1


어떤 고급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 주로 부유하며 점잖은 사람들이 격식을 차리며 신제품의 출시를 축하하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나는 자유롭고 소란스러운 축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며 상류 사회에 잠시 소속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신제품 출시나 현장의 케이터링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번 행사에 내가 늘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던 현악 4중주팀이 와서 짧은 공연을 하기 때문에 먼 길을 온 것이다. 클래식 현악기 연주에서 그들은 S급에 근접하고 있으며, 보다 대중적인 성공을 위해서 정통 음악과 편곡 음악을 모두 연주하는 음반을 냈다. 오늘은 아마도 정통 음악 한 곡과 편곡 음악 세 곡 정도를 연주할 것이다.


행사장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앉고, 말끔한 정장 차림의 여성 네 명이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들고 그들이 첫 연주를 시작하자 흡음 처리가 잘 된 실내로 굉장히 깨끗한 음이 울려 퍼진다. 첼로 주자가 아주 낮은 음으로 맑은 온기를 바닥에 깔아주며, 비올라와 바이올린 주자는 부드럽고도 유려하게 두툼한 선의 중음을 만든다. 정통 음악의 4중주곡을 10분이 넘도록 연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들의 연주 자세를 본다. 혹시 현악 연주에서 격정적인 감정 흐름과 강한 힘을 원하는 관객이 있다면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니 다들 높은 수준의 편안한 연주에 만족하는 표정이다. 여성 주자들 특유의 온화한 흐름이 현장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고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있다. 의외로 공연이 길어졌고 행사 시작이 조금 늦어졌지만 30분 넘는 감상에서도 귀가 편안하다. 잔잔한 박수 소리 후에 진행자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순간, 고요한 공기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여성 4중주단은 높은 품질의 연주 실력으로 평온한 기운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AAW A3H+ 리뷰에 이어서, 이번 할시온(Halcyon)에서도 소리 느낌이 만드는 장면을 상상하며 글을 써보았습니다. AAW 할시온의 소리는 매우 높은 해상도를 지녔는데 앞으로 튀어 나오거나 뚜렷하게 고막을 찌르는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조율된 음이 온화한 공기를 형성합니다. 저음의 깊고 웅장한 울림이 있는데 그조차도 부드러운 조화의 바탕 역할만 할 뿐입니다. 이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주변은 고요해지고 부담스러운 알람이나 전화 소리도 없어집니다. 아주 세밀하게 설계된 평온의 공간 속에서 청각 자극 없이 오랫동안 음악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제가 쓴 소설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본다면, 할시온은 그 디자인이 마치 밀리터리 모형 같지만 소리에서는 마음의 평화를 주는 제품입니다. 그러니까... 세 가지 측면의 평화가 되겠습니다.


1) 고음의 평화

고음과 높은 중음의 영역에서 청각을 찌르는 자극이 없습니다.


2) 해상도의 평화

소리 해상도가 굉장히 높지만 소스 품질에 예민하지 않습니다. 손실 압축 파일이나 스마트폰 헤드폰잭의 소리조차 듣기 편하게 다듬어줄 것입니다.


3) 통장의 평화

채널당 정전형 트위터 4개, 밸런스드 아머처 미드 레인지 2개,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 1개 구성의 이어폰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지는 않습니다. 정전형 트위터를 지닌 타 브랜드의 하이엔드 이어폰과 비교할 때... 조금은 편안한 가격입니다.



세 가지 필터와 순은선 기본 케이블


하이엔드 모델답게 상당히 큰 박스가 보입니다. 엔트리 모델인 A3H+도 최대한 많은 구성품을 고급 케이스에 정성껏 포장해서 마치 선물처럼 제시하는 회사가 AAW입니다. 할시온도 AAW의 그런 성격을 반영해서 멋진 가죽 지퍼 케이스와 이어폰 및 케이블이 분리되어 포장되어 있습니다.



할시온을 위한 가죽 케이스는 수작업으로 정성스레 제작된 제품이며 뚜껑의 교차 패턴으로 동양적인 멋을 풍깁니다. 또한 케이스 내부에는 이어팁과 청소 도구를 담는 공간이 있으며 그 위쪽에 이어폰과 케이블을 넉넉히 수납할 수 있습니다. 뚜껑 안쪽에도 부드러운 안감으로 된 수납 공간이 있으니 그 속에 클리닝 헝겊과 필터 세트를 넣어두면 됩니다.



할시온은 세 가지 필터를 교체하여 세 가지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는 베이스 플로우 컨트롤(BassFlow Control)이라는 기술로,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진동판 영역을 밀폐하여 긴 튜브를 끼우고, 튜브 앞에 다른 종류의 필터를 두어서 공기의 양을 조절합니다. 필터 표면에 그려지는 세 가지 원형 도안으로 저음(Bass), 기본(Normal), 보컬(Vocal)을 구분하며 처음에는 기본 필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베이스 플로우 컨트롤의 필터 부품은 나사가 아닌 실리콘 패킹으로 끼우는 방식입니다. 이 필터는 이어폰에 끼우면 단단히 고정되므로 분실할 염려가 없지만, 이어폰에서 빼내어 다루기 시작하면 분실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필터 장착에 쓰는 도구가 없기 때문에 유저가 손톱 끝으로 집어서 분리하고 끼워야 하는데요. 이 과정도 조금 불편하지만 필터가 너무 작아서 떨어뜨리기 쉬우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주의 : 필터가 없는 상태의 할시온은 제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저음이 약해지고 외부 소음이 들어오면서 소리 균형이 망가지므로 꼭 필터를 장착한 상태에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감상문은 모두 기본 필터를 기준으로 했는데, 다른 두 개의 필터는 이름 그대로 보컬 부스트와 저음 부스트를 해줍니다. 서두의 소설에서 등장한 할시온의 소리 이야기는 모두 기본 필터 기준이며, 조금 더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다면 보컬 필터와 베이스 필터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소리 변화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꼭 한 번씩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폰의 이름은 평화롭지만 외부 디자인은 매우 터프합니다. 할시온의 하우징은 항공기 등급의 알루미늄을 절삭해서 만든 것이며 은근히 덩치가 큽니다. 귀에 끼웠을 때 흘러내릴 정도로 무겁지는 않으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그 대신 케이블이 무거운 편) 한 가지 참조해둘 점은 노즐의 길이입니다. 이어폰 하우징의 형태는 사람 귀에 잘 맞도록 되어 있는데 노즐이 꽤 짧아서 제 귀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기본 포함된 실리콘 이어팁을 사용하면 제 귓구멍에서 스스로 빠져나옵니다. 폼팁을 사용하면 귓구멍에 잘 고정되지만 할시온의 고음이 조금 약해지기 때문에 실리콘 이어팁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파이널 E 팁을 준비하여 사용했는데, 할시온의 기본 실리콘팁보다 중.저음이 약간 강한 듯하고 고음의 선명도가 잘 살아납니다. 이번 감상문도 파이널 E 팁을 장착한 할시온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할시온의 기본 케이블은 '심포님 테라(Symphonym Thera)'라는 단결정 순은선(Monocrystalline Silver Conductor) 제품입니다. 상당히 굵지만 피복과 선재가 유연해서 다루기에 편합니다. 무게가 묵직한 편이므로 걸어 다니면서 사용한다면 조금 불편할 수 있겠습니다. 하얀 은선의 깨끗한 비주얼, 그리고 할시온의 디자인에 맞춰진 Y-스플릿이 잘 어울리는 케이블입니다. 커넥터는 2핀이므로 이후 다양한 커스텀 케이블의 선택도 가능합니다.



할시온의 소리가 온화한 이유 중 하나가 기본 케이블입니다. 오디오 애호가 여러분이라면 순은선의 소리 특징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동선이나 은 도금 동선과는 달리 중.저음이 포근하고 웅장하며 넓게 되고, 고음은 선이 가늘면서도 정밀하고 깨끗하며 때로는 밝은 음색이 되기도 합니다. 즉, 이어폰의 소리를 말랑하고 달콤하며 넓게 펼쳐지도록 만드는 케이블이 할시온에게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기본 특징과 기기 매칭



이 제품은 채널당 4개의 정전형 트위터 드라이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정전형 드라이버들은 각 1개의 트랜스포머로 구동되는데, 이게 2세대 트랜스포머라고 합니다. 예전보다 구동이 더 수월하다는 후문입니다. 여기에 각각 2개의 밸런스드 아머처와 1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를 더한 세 종류의 하이브리드 구성입니다. 우퍼로 쓰이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10mm 진동판은 그래핀(Graphene)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New A3H+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도 그래핀 진동판 제품!)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우퍼로 쓰는 AAW 이어폰들은 헤드폰 앰프를 더했을 때 더욱 좋은 소리를 냅니다. 대부분의 이어폰 헤드폰들이 강한 앰핑을 받으면 더 좋은 소리를 내지만, AAW 이어폰들은 그보다 조금 더 긍정적 영향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할시온도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면 보다 굵은 선의 소리를 들려주며 저음이 더욱 웅장해집니다. 하지만 고출력의 거치형 앰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DAC 헤드폰 앰프나 미니 USB 앰프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레이스 디자인 M900과 M900에 연결한 바쿤 CAP-1003을 기준으로 감상문을 썼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파이널 E 이어팁과 기본 필터를 사용하고요.



AAW 할시온을 스마트폰 또는 소형 DAP에 연결하여 감상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원은 타이달(Tidal)의 하이파이 계정과 기본 앱을 기준으로 합니다.


1) 삼성 갤럭시 A9 (2018)

이 제품은 고음이 약하고 중.저음이 두터워서 포근한 성향의 소리를 들려주는 스마트폰입니다. 그만큼 소리 해상도가 낮은 편이고 자연스러움도 덜해서 저는 헤드폰잭을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할시온은... 갤럭시 A9의 헤드폰잭에서도 부드러운 감촉과 포근한 온도의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볼륨은 절반 정도까지 올리면 충분하며, 소스의 낮은 해상도가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이 정도라면 오랫동안 편안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2) LG V20

헤드폰잭에 바로 끼우고 일반 음향 기기 모드에서 볼륨 35 정도로 듣습니다. 확실히 DAC 쪽의 소리 해상도가 높고 음이 자연스러우며 질감이 곱게 들립니다. 이런 소스의 특징을 할시온이 그대로 전해주는데요. 초고음의 섬세한 감촉이 좋고 낮은 중음과 저음 영역은 넓게 펼쳐집니다. 단, 스마트폰의 소리가 편안하게 풀어진 성향이고 이어폰의 소리도 자극 없이 자연스러운 성향인지라 상당히 느린 호흡의 감상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AAW 할시온의 성격이 LG 스마트폰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3) 아스텔앤컨 SR15

할시온을 3.5mm 출력에 연결하면 볼륨을 70까지 올려야 합니다. 다른 커스텀 이어폰에서는 45~50 정도로 듣고 있으니 SR15에게는 할시온이 꽤 부담인 모양입니다. 이 상태에서도 할시온의 선명하고도 자극없이 편안한 고.중음과 포근하고 든든한 저음이 잘 살아납니다. 그러나 소리 선이 가늘고 힘이 약합니다. 별도의 앰프 없이 DAP 헤드폰잭으로 듣겠다면 다른 순은선의 커스텀 케이블로 2.5mm 연결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단, SR15는 보급형 모델이고 출력이 약한 편이므로 아스텔앤컨의 고급형 DAP에서는 3.5mm 연결도 충분할 것입니다.


4) 애플 아이폰 11 프로

랩케이블 판도라 점퍼 i7이라는 고급 선재의 라이트닝 3.5mm 변환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아이폰 11 프로에서 절반 볼륨으로 들으며, 역시 애플 기기답게 평탄하고 깔끔한 성향의 소스를 제공합니다. 할시온을 다른 기기에 연결했을 때보다 살짝 밝은 음색이며 해상도가 높고 중.저음의 울림이 부드럽습니다. 소리 선이 조금 가늘지만 그만큼 귀가 편하며 무척 정밀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SOUND



*초고음과 초저음을 확장하고 자신의 음색 특징을 지운다


AAW 할시온의 주파수 응답 범위는 10 ~ 100,000Hz이며, 드라이버 감도는 104dB, 임피던스는 24옴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제품은 추가적인 힘(!)을 요구하는 편이라서 제품 사양의 104dB 감도는 참조만 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정전형 트위터 이어폰에서 봤던대로 주파수 응답 범위의 고음 영역이 엄청나게 넓습니다. 실제로 소리를 들어봐도 정전형 드라이버에서만 나오는 '초고음의 공기 느낌'이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자신이 없지만, 정전형 트위터를 탑재한 이어폰들은 꼭 이런 느낌을 내더군요. 고음 위에 높은 하늘이 있다고 할까요? 조금은 낯설기도 한 초고음 영역의 확장입니다.



하이엔드 이어폰답게 초고음과 초저음의 확장 효과가 뚜렷합니다. 연결하는 기기마다 다르게 나오지만, 할시온은 10kHz 이상 영역의 초고음 에너지가 유난히 강한 듯합니다. 고음의 끝부분이 시원하며 선이 굵은 편입니다. 도입부의 소설에서 소리의 온화함을 강조했지만 고음만 두고 본다면 살짝 밝은 음색의 이어폰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연결 기기의 출력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지만, 할시온은 100Hz 이하의 초저음 에너지도 강한 편입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의 특징이 되겠으며, 지금까지 출시된 AAW 이어폰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깊고 낮게 깔리면서도 부드럽고 웅장한 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면, 할시온은 '음색적 특징이 없는 하이엔드 이어폰'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 애호가용 제품들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소리가 투명하고 자연스러워지면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게 됩니다. 할시온은 완전히 사라지는 이어폰은 아니지만 자신의 특징을 최대한 지움으로써 음악 자체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제품에 속합니다. 즉, 저도 소리 감상문으로는 쓸 내용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그 대신, 소리의 음악적 해석이 아닌 투명한 전달 능력에서, 할 말이 많이 나옵니다.



*고.중.저음 전체에 적용된 평화적 튜닝 기술


첫째, 고음 해상도가 매우 높으며 투명함이 살아 있습니다. 짐작컨대 낮은 고음 또는 높은 중음의 일부를 낮춰둔 듯합니다. 정전형 트위터의 초고음을 살리되 밸런스드 아머처의 고음은 밝거나 자극적이지 않도록 조절한 느낌이 듭니다. 고음이 무척 깨끗한데 날카롭지 않으며 치찰음 강조도 거의 없습니다. 이 점이 할시온의 소리를 유난히 편안하게 만듭니다. 둘째, 밸런스드 아머처의 중음과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높은 저음이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이 제품의 소리가 유난히 편안한 두 번째 이유인데요.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내는 저음과 초저음의 부드러운 울림도 귀를 편하게 합니다. 고음은 물론, 중음과 저음이 만들 수 있는 청각 부담까지 최소화한 것입니다. 셋째, 할시온은 소스 품질에 굉장히 까다로운 이어폰이 아닙니다. 소리의 해상도만 본다면 TV에서는 4K 해상도 수준인데, 재생기와 음악 파일에서 발생하는 거친 질감을 더 거칠게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유저의 마음에 평화를 주기 위해서 고.중.저음을 모두 튜닝한 덕분으로 보입니다. 할시온의 소리가 하이엔드 이어폰답게 들리는 순간은 음악 속에 포함된 고음, 초고음 중심의 앰비언트 사운드가 뚜렷하게 살아날 때입니다. 흔히 말하는 '안 들리던 소리가 확 들리는 이어폰' 중 하나가 되겠습니다.



*오디오 애호가를 위한 음악 감상용 소리의 표본


AAW의 여러 이어폰들을 접해본 경험을 종합하면, 이 회사의 이어폰들은 각자 다른 성향을 지녔으나 공통적인 특징도 있습니다. 첫째는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로 만드는 묵직하고도 웅장한 저음입니다. 둘째는 이런 저음이 이어폰의 소리 전체에 주는 포근함이 되겠습니다. 또한 소리의 정밀도를 보여주는 항목 중 하나인 토탈 하모닉스 디스토션(THD) 수치가 의외로 높은 편입니다. 제가 듣기에 AAW는 건조하고 빠른 소리의 스튜디오 모니터링 성향이 아니라, 잔향이 풍부해서 청각에 여유를 주는 전형적인 음악 감상용의 소리를 추구합니다. 할시온은 채널당 4개의 정전형 트위터를 통해서 주파수 대역폭을 비약적으로 늘리되, 소리의 기본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원하는대로 '넓고 웅장하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들리도록 합니다. 모든 오디오 애호가들이 이런 소리를 원하지는 않겠으나 대다수가 원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음의 물성(物性)이 다르다


할시온의 저음은 깊고 묵직한 펀치를 지녔으며 초저음의 낮은 진동도 뚜렷합니다. 그런데 저음의 울림 끝부분이 말랑할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단단한 고체가 아니라 끈적한 액체에 가깝습니다. 굳이 직접적으로 비유한다면 탄성이 좋은 젤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것도 연결하는 기기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헤드폰 앰프에 연결해서 할시온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우퍼가 완전히 진동하게 만든다면, 저음의 물결이 흘러넘쳐서 소리 선명도를 낮출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저음 강조로 고.중음이 가려지는 마스킹 현상과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저음 울림의 간격이 길어지면서 더 오래 남는 느낌 - 이게 조금 더 근접한 표현 같습니다. 예전에 진지하게 감상해보았던 AAW 카나리 또는 모킹버드를 생각해도 할시온의 저음 물성은 꽤 다른 편입니다.



*조절된 서브 우퍼의 존재, 오픈형 헤드폰 같은 사운드 이미지


제가 몇 년 전부터 즐겨 듣는 음악 중에는 영화 예고편의 배경 음악으로 쓰이는 곡들이 있습니다. 흔히 에픽 뮤직(Epic Music)이라고 불리는 장르입니다. 빠른 속도와 강렬한 임팩트를 위해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화끈하게 때리는 곡이 많습니다. 그런 곡들을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다듬어둔 '감상용 음반'도 있는데요. 저는 '조 블랑켄버그(Jo Blankenburg)'의 음반을 권하고 싶습니다. 각 음반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스토리를 풀면서 멋진 멜로디와 웅장한 연주로 감동을 줍니다. 아래에 그의 공식 유튜브 계정 링크 중 하나를 넣어둡니다. 유튜브에서 음반 전체 감상이 가능하지만 많이 압축된 샘플 음악이라서 소리가 좋지 않으니 타이달에서 하이파이 스트리밍으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실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단 노래를 녹음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고음질 파일에서 훨씬 인상적인 감상을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utLteZB3g&list=PLexu6sFSbmnIE80AODO9aYSi3f4fPZwa1


이런 음악을 AAW 할시온으로 듣는 것은 무척 만족스러운 경험입니다. 초저음의 레이어가 생성되면서 귀 아래에서 잔잔한 배경을 만듭니다. 저음과 높은 저음은 이러한 배경 위에서 포근하고 풍만하게 울립니다. 이것이 조금 특이한 느낌인데, 라우드 스피커의 우퍼에서 든든하고도 부드러운 저음 펀치가 나오지만 그 곁에 볼륨을 조금 낮춘 서브 우퍼를 더해둔 형상입니다. 스피커 자체의 저음 울림이 더 강하고, 별도의 서브 우퍼는 분명히 동작하지만 존재가 크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배경의 바닥 부분을 낮게 깔아주면서 초저음의 수평 공간을 만들 뿐입니다. 초저음의 막이 귀 아래쪽에 형성되지만 막이 얇다는 뜻입니다. 또한 저음 에너지가 튜브를 통해서 이어폰 하우징 바깥의 포트로 나가기 때문에 초저음이 머리 양쪽 옆으로 방사되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는 오픈형 헤드폰의 경험과도 비슷합니다. 실제로 개방된 소리는 아니지만 눈을 감고 사운드 이미지를 그려보면 오픈형 헤드폰의 소리를 듣는 기분이 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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