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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클락 오디오 Aeon 2 오픈형 밀폐형 리뷰 (3차) 소리의 차이점

루릭 루릭
1815 2 0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소리는 하만 타겟 곡선이 아닌 예전 산업 기준으로 볼 때 무척 평탄한 특성을 지닙니다. (주파수 응답의 Raw 데이터부터 평평한 선이 나옴) 적어도 제가 사용해본 평판형 자석 헤드폰들은 대부분 그랬습니다. 이러한 플랫 사운드의 드라이버를 여러 가지 구조의 하우징에 담고, 서로 다른 모양과 소재의 이어패드로 감싸기 때문에 각자 다른 소리가 나옵니다. 댄 클락 오디오의 Aeon 2 오픈형과 밀폐형은 동일한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탑재했을 것입니다. 이 둘의 소리 차이를 만드는 것은 드라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의 물리적 구조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파수 응답 측정을 하면 비슷한 형태가 나오겠으나 실제로 듣는 소리의 느낌은 서로 다릅니다. 개념적으로는 거의 같은 소리인데 직접 비교 청취를 해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참고 : 동일한 드라이버를 사용했을 터인데... 댄 클락 오디오 홈페이지를 보면 Aeon 2 오픈형과 밀폐형의 드라이버 감도가 약간 다릅니다. 밀폐형이 92dB, 오픈형이 94dB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 대의 앰프에 두 헤드폰을 연결해서 비교 청취하면 오픈형의 소리가 더 작고 멀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소리가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개방 구조 때문일 텐데요. 오픈형으로 감상할 때 밀폐형보다 볼륨을 5~10% 정도 올리게 되는 차이입니다.



오픈형의 저음이 더 든든하다는 점은 Aeon 1세대에서도 충분히 확인했습니다. Aeon 2세대도 오픈형의 저음이 더 많은데 밀폐형은 고.중음의 선이 조금 더 굵은 편입니다. 한 편, 오픈형은 고.중음의 선이 가늘고 고음이 더욱 샤프합니다. 이 때문에 오픈형의 저음이 더욱 강함에도 불구하고 밀폐형의 소리가 더 묵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소리의 무게를 낮은 중음에 둔다면 그렇습니다.



저에게 Aeon 2 오픈형은 밀폐형보다 고음이 더 밝고 가벼우며 중음이 평탄하고 저음이 더 크게 들립니다. 밀폐형도 역시 밝은 고음이지만 소리의 선이 더욱 굵으며 중음이 앞으로 나오고 저음은 짧게 끊어서 치는 단단함을 보였습니다. 모양을 그려 본다면, 오픈형은 초저음부터 초고음까지 점점 작아지는 피라미드 형태의 소리이고, 밀폐형은 하단 지름이 더 적고 상단 지름이 더 큰 모습입니다.


그러면 Aeon 2 오픈형과 밀폐형의 소리를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Dan Clark Audio AEON 2 Open



Aeon 2세대 오픈형은 1세대보다 고.중음이 살짝 가늘고 가벼운 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리를 만드는 진동판의 위치가 약간 멀어진 듯한 느낌이 될 것입니다. 진동판의 실제 물리적 거리는 그대로인데 사운드 튜닝 때문에 심리적 거리가 늘어납니다. 그리고 더욱 든든해진 저음 울림과 넓어진 공간으로 마치 기체 같은 느낌이 더 살아납니다. 저음 쪽은 탄력이 있는 고체처럼 귀 아래쪽에서 단단한 받침이 되는데, 고.중음 쪽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맑은 공기의 감촉입니다.


댄 클락 오디오가 평판형 자석 헤드폰에서도 정전형 헤드폰 소리를 추구한다고 설명한 바가 있는데요. Aeon 2 오픈형은 이 점에서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높은 저음의 울림이 더욱 강해지면서 고음과 중음 쪽의 느낌도 달라졌습니다. 다른 회사들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 소리를 들어보았다면 Aeon 2 오픈형의 소리가 상당히 친숙할지도 모릅니다. 하우징의 가로 길이가 더 짧기는 하지만, 대형 헤드폰답게 커다란 저음을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카본 패널로 하우징 외부를 막아둔 밀폐형과 달리 두터운 필터와 육각 패턴 그릴을 둔 구조라서 저음 울림이 훨씬 커졌습니다.



Aeon 2 오픈형은 다른 오픈형 헤드폰들처럼 하우징을 열어서 개방감을 내는 종류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절반쯤 열린 구조를 사용해서 더욱 풍부한 저음과 확장된 공간을 만듭니다. 이 점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음악을 듣는 도중에 두 손바닥을 펼쳐서 이어컵을 가려보는 것입니다. Aeon 2 오픈형의 이어컵 바깥쪽을 손으로 덮으면 밀폐형과 거의 동일한 소리가 됩니다. 크게 개방된 오픈형 헤드폰의 이어컵을 가리면 소리가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과는 많이 다른 현상입니다. Aeon 2 오픈형을 그냥 머리에 쓰기만 해도 주변 소음이 조금 차단되는 점도 근거가 됩니다.



가깝고 정밀하게 소리를 분석하는 Aeon 2 밀폐형과 달리, 오픈형은 뚜렷하게 '음악 감상용 헤드폰'의 즐거움을 줍니다. 첫째는 확장된 공간감을 들 수 있습니다. 머리의 좌우 바깥쪽으로 펼쳐지는 넓은 공간, 머리 둘레로 에워싸는 듯한 구체 형태의 사운드 이미지가 음악 감상의 몰입감을 더합니다. 둘째는 저음의 선이 더욱 굵은 느낌입니다. Aeon 2 오픈형은 저음의 선이 굵직해서 머리 속이 가득 차오르는 듯 든든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정전형 헤드폰처럼 세밀하고 밝은 고음이 나오지만 이는 취향에 맞춰서 필터 추가로 조절 가능합니다. 노치가 있는 검정색 또는 흰색의 패브릭 필터를 더하면 Aeon 2 오픈형의 소리가 더욱 묵직하고 포근하게 바뀝니다.



Aeon 2 오픈형의 음악 감상 경험은 웅장함, 단단함, 샤프함의 조화라고 하겠습니다. 굉장히 빠른 응답 속도 덕분에 음악 속에 포함된 악기들의 소리가 잔향 없이 속전속결로 전달됩니다. 이 때 오픈형은 저음 악기들의 펀치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때려줍니다. 사용하는 헤드폰 앰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덩치가 있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에 연결한다면 십중팔구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초저음도 낮은 진동 같은 무게를 가집니다. 이어패드의 독특한 형태 때문에 초저음 울림이 귀 아래로 깔리지 않고 머리 옆쪽으로 울린다는 점만 다릅니다. 초저음이 울릴 때마다 머리의 좌우 부분이 우웅~하고 물리적으로 진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저음 특성이 음악의 저음 부분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Aeon 2 오픈형은 오케스트라 감상에 잘 맞습니다. 더블 베이스 여러 대가 한꺼번에 연주되면서 팀파니가 쿵!할 때... 머리 둘레가 완전히 둘러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연주 공간의 공중에 떠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이러한 저음의 울림 속에서 고음 악기가 시원하고 샤프하게 확 살아납니다.



Dan Clark Audio AEON 2 Closed



Aeon 2 밀폐형은 하우징을 막아주는 카본 파이버 패널에서 낮은 중음이 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만큼 보컬, 현악기 소리를 굵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고음을 가리는 막처럼 작용할 때도 있군요. 특히 보컬과 피아노가 중심적인 곡에서 분명하게 다가오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음악 감상을 계속하면 낮은 중음의 울림이 점점 좋게 다가올 것입니다. 피아노의 낮은 음이 확연히 크고 두툼해지며 페달을 밟고 떼는 간격도 잘 감지됩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낮은 음도 밀폐형에서 굵은 현과 강한 힘의 보잉으로 살아납니다. 남녀 보컬의 낮은 음도 마이크와 더욱 가까워서 호흡의 감촉이 강조됩니다. 오픈형에서는 볼륨을 더 올려도 이런 느낌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Aeon 2 밀폐형의 사운드 이미지는 깨끗한 수평선을 보이면서 위아래 방향으로도 확장됩니다. 청취자의 인지에 따라서는 구체 형태의 이미지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공간의 좌우 면적도 상당히 넓습니다. 분명히 밀폐형 구조인데 헤드폰의 이어컵 속에서 넓고 큰 공간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보컬의 위치도 머리 가운데가 아니라 머리의 둘레로 골고루 펼쳐집니다. 1세대 밀폐형은 레코딩 스튜디오 앞에서 면밀히 관찰하는 느낌이었다면, 2세대 밀폐형은 공연 무대 앞에서 관람하는 기분을 만듭니다. 2세대로 오면서 모니터링에서 감상용으로 전환됐다는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의 소리를 들어본다면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물론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들과도 분명히 다른 느낌에 놀라실 것입니다. 이 놀라움에서 '새로운 충격'과 '지나친 어색함'으로 길이 나뉩니다. 정전형 헤드폰들은 고음이 훨씬 정밀하며 평탄한 중.저음을 재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음 펀치가 확실히 나오지만 헤드폰에서 저음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음반과 소스 기기에서 때리는 저음을 헤드폰이 그대로 전달합니다. 정전형 헤드폰의 '새로운 충격'은 지금껏 접해본 적 없는 초정밀도의 고음이 되겠고, '지나친 어색함'은 비싼 가격인데 소리가 오히려 심심해졌다는 인식이 되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정전형의 인식이 댄 클락 오디오 헤드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겁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댄 클락씨가 애초부터 정전형 헤드폰에 가까운 소리를 지향하여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미스터 스피커즈 이전부터 타 회사의 헤드폰을 개조하며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이런 와중에도 Aeon 2 밀폐형이 더욱 정전형 헤드폰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크게 요약해서 묘사한다면, 이 헤드폰의 소리는 플랫 사운드에서 고음을 더 샤프하게 만들고 저음 울림을 알맞게 더한 셈입니다.



Aeon 2 밀폐형을 다른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과 비교해봅시다. 그렇다면 Aeon 2 오픈형과 비교했던 점들이 많이 달라집니다. Aeon 2 밀폐형은 다른 헤드폰에 비해서 소리의 선이 가늘고 가벼우며 그만큼 민첩하고 정교합니다. 고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며, 중음과 저음에도 제법 반영되는 특징입니다. 보컬과 현악기 소리의 선이 가늘게 나오지는 않으나 의도적으로 굵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대부분 음반 제작자의 의도대로 전달되는데 헤드폰에서 약간의 냉정함과 정확성을 더해줍니다. 러시아 바이올린 연주자 소리가 이탈리아 연주자 소리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연주자들 성향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며 대충 비유한 것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국가를 떠나서 대놓고 연주자를 지목해보겠습니다. 성능적 측면이 아닌 감성적 측면으로만 본다면, Aeon 2 밀폐형은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보다는 야사 하이페츠의 연주에 어울리는 헤드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외장 DAC와 헤드폰 앰프의 소리가 빠르고 정교할수록 Aeon 2 밀폐형의 소리도 그대로 빠르고 정교해집니다. ■



*이 리뷰는 샘오디오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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